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1950 미중전쟁 - KBS 다큐 인사이트〈1950 미중전쟁〉 제작팀 지음, 박태균 감수.해제/책과함께 |
머리말
1 오판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자유 진영과 소련 중심의 공산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 초기. 북한은 어떻게 미국의 영향권에 있던 남한을 침공할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까? 신생국 중화인민공화국이 내상이 채 아물기도 전에 한국전쟁 참전을 결정한 까닭은? 거기에는 여러 지도자들의 오산과 오판이 점철되어 있었다.
2 충돌
세계 3대 동계전투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를 비롯, 처절했던 1950년 겨울 한반도 북부 전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미군의 최강 화력이 산악지형에 무용지물이었던 반면, 중국군은 이미 국공내전으로 다져진 게릴라전의 베테랑이었다. 한편 진영을 막론하고 무서운 적이 있었다. 바로 혹한이었다.
3 대치
1.4 후퇴 이후 38선 부근에서 치열하게 벌어진 공방전. 전쟁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었고 한반도의 군인과 민간인은 지쳐갔다. 그렇게 시작된 정전협상. 그런데 중국과 소련은 전쟁이 지속되길 바랐고, 그 결과 협상은 2년 넘게 이어졌다. 그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한국전쟁은 이후 미국과 중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오늘날 신냉전이라고도 불리는 두 국가의 대치 구도를 우리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해제: 미중전쟁이라는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
참고 자료
도판 출처
해제: 미중전쟁이라는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
한국전쟁은 내전인가, 국제전인가
282 한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은 남한과 북한간의 내전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국전쟁의 과정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950 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 낙동강전선까지 치달았고, 인천상륙작전 직후에는 38선을 넘어 북진이 시작되었다. 한국군은 압록강에 이르렀지만, 중국군의 참전으로 인해 1 · 4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치열한 고지전을 벌였고, 공산군의 반격을 막아낸 결과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이 갈라진 후 70년이 넘도록 분단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쟁 과정뿐만아니라 전쟁의 기원과 결과에 대한 기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이 시작하는 시점에 남과 북에는 외국 군대가 없었고, 북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시작한 전쟁을 남쪽의 대한민국이 막아냈다. 비록 유엔과 중국이 참전했지만, 남한과 북한은 실제로 전쟁을 수행하면서 전쟁의 재앙, 그리고 분단의 모순과 아픔을 고스란히 견뎌야했다.' 이는 물론 잘못된 기억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바라보는 한국전쟁은 다르다. 미국에게 한국전쟁은 공산화된 중국과 치른 첫번째 전쟁이었다. 중국 역시 혁명 후 처음으로 미국과 맞선 전쟁이었다. 그렇기에 2020년 중국에서는 항미원조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의 묘소에 참배했다.
한국전쟁의 초반은 한반도의 내전이었지만, 전쟁이 발발한 지 3일 만에 유엔군이 참전하면서 이 전쟁은 국제전이 되었다. 1950년 7월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유엔군에게 이관되었다. 유엔군이 38선 이북으로 넘어간 이후 중국군이 참전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한군은 괴멸 상태였기 때문에 중국군이 공산군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전쟁의 무대가 한반도였을 뿐 실제 전쟁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에 의해 진행되었던 것이다.
미군과 중국군이 없었다면 전쟁은 몇 개월 안에 끝났을 것이다. 미군이 없었다면, 북한은 3개월 이내에 한반도 전역을 장악했을 것이다. 중국군기 없었다면, 맥아더가 장담했듯이 1950년 크리스마스 전에 한국군과 미군이 북한 전역을 장악했을 것이다. 미군과 중국군은 이처럼 짧게는 3개월 길어도 6개월이면 끝났어야 할 전쟁 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다.
이러한 결과는 스탈린이 바라던 바였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아시아의 한구석에 위치한 한반도에 잡아두고 싶어했다. 재기하는 것조차 불투명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북한은 자기들이 일으킨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지만, 스탈린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든 미국을 오랫동안 한반도에 잡아놓아야만 소련이 유럽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도 한번 발을 들인 전쟁으로부터 쉽게 빠져나갈 수 없었다. 베트남에서처럼 '명예로운 철수'가 필요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전쟁은 19세기 말의 청일전쟁이나 20세기 초의 러일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전쟁터는 한반도였지만, 실제 그 전쟁을 주도한 것은 한반도의 주민들이 아니라 한반도를 발판으로 그 지역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던 강대국들이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해 대륙과 해양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려 고했다.
...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전략
292 한국전쟁에서 처음 시작된 미국과 중국 간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정책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전투가 진행되지 않을 뿐 이 갈등은 경제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안보영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일대일로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다. 미국은 대륙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경제를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국제통화기금IMF 이나 세계은행World Bank, 그리고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규율을 만들었다. 미국이 중심이 되는 자유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율이었다. 이 규율을 받아들이는 국가들만이 미국 중심의 무역 체계 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고, 이는 미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규범이 되었다.
중국은 달랐다. 대륙에 위치한 중국은 북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 남쪽으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 연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고속성장을 계속해온 중국은 규율이 아니라 대륙의 곳곳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일대일로가 바로 그것이다. 규율을 넘어서 철도와 고속도로로 유통망을 연결하고 연결된 국가에 대해 투자를 보장하는 중국의 일대일로전략은 200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중국 혁명 70주년을 맞은 2019년 중국은 일대일로를 기념하는 거대한 규모의 회의를 잇달아 개최했고, 여기에는 아시아국가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앞마당이자 파트너인 유럽 국가들의 지도자들까지 참석했다. 미국에게는 직접적인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무역과 안보면에서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 잘못된 정책들을 바로잡기 위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정책을 천명했지만, 중국에 대한 정책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사회 역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지만, 중국에 대한 정책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중갈등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미중갈등의 양상에 따라 세계 경제가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갈등의 한가운데 위치한 한국이 미중전쟁의 또다른 전쟁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70년 전에 있었던 미중전쟁이 또다시 한반도에서 재현될 것인가?
70년 전 오산과 오판이 한반도 전체를 재앙으로 몰고 갔다. 혹시 지금도 오산과 오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과 중국이 협력했던 1990년대에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경험했다. 1990년대의 호황을 다시 꿈꾸며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바라기에는, 중국이 너무 성장했고 미국의 경제위기가 너무 심각한 것인가? 한국의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할까?
손에 무기를 든 전쟁은 아니지만, 지금 강대국간의 또다른 전쟁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이 전쟁과 갈등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70년 전에 있었던 미중전쟁의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한국전쟁을 미중전쟁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그 원인을 오산과 오판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또다른 미중전쟁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교훈을 얻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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