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 1 - 토마스 홉스 지음, 진석용 옮김/나남출판 |
옮긴이 머리말
헌사
일러두기
성경 책명 약어포
서설
1권
제1부 인간에 대하여
제1장 감각에 대하여 27
제2장 상상에 대하여 31
제3장 상상의 계속 또는 연속에 대하여 40
제4장 언어능력에 대하여 49
제5장 추론과 과학적 지식에 대하여 65
제6장 보통 정념이라고 불리는 자발적 운동의 내적 발단에 대하여, 또한 그것이 표현되는 화법에 대하여 76
제7장 담화의 종결 또는 해결에 대하여 93
제8장 보통 지적이라 부르는 미덕 및 그 반대의 결점에 대하여 99
제9장 지식의 여러 주제에 대하여 118
제10장 힘ㆍ가치ㆍ위계ㆍ명예 및 적격에 대하여 121
제11장 생활태도의 차이에 대하여 137
제12장 종교에 대하여 148
제13장 인간의 자연상태, 그 복됨과 비참함에 대하여 168
제14장 제1 및 제2의 자연법과 계약에 대하여 176
제15장 기타 자연법에 대하여 194
제16장 인격, 본인 및 인격화된 것에 대하여 216
제2부 코먼웰스에 대하여
제17장 코먼웰스의 원인, 생성 및 정의에 대하여 227
제18장 설립에 의한 주권자의 권리에 대하여 235
제19장 설립에 의한 코먼웰스의 종류와 주권의 승계에 대하여 248
제20장 부권적 지배와 전제적 지배에 대하여 264
제21장 백성의 자유에 대하여 279
제22장 주권의 지배를 받는 정치적 단체 및 사적 단체에 대하여 297
제23장 주권의 공적 대행자에 대하여 317
제24장 코먼웰스의 영양과 생식에 대하여 324
제25장 조언에 대하여 335
제26장 시민법에 대하여 347
제27장 범죄, 면죄 및 정상참작에 대하여 378
제28장 형벌과 보상에 대하여 401
제29장 코먼웰스를 약화시키거나 해체를 촉진하는 요인들에 대하여 413
제30장 주권을 지닌 대표자의 직무에 대하여 430
제31장 자연에 의한 하느님의 나라에 대하여 456
옮긴이 해제 475
찾아보기 506
약력 519
서설
21 자연은 하느님(God)이 세계를 창조하여 다스리는 기예(art) 이다. 다른 많은 일들에서 〔우리가〕 그렇게 하듯이 이 자연을 인간의 '기예'로 모방하면,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나의 인공동물(artificial animal)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생명은 신체나 사지의 운동을 말하고, 이 운동은 내부의 중심부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안다면, 모든 '자동장치들'(시계처럼 태엽이나 톱니바퀴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들)은 하나의 인공적 생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심장'에 해당하는 것이 '태엽'이요, '신경'에 해당하는 것이 여러 가닥의 줄이요, '관절'에 해당하는 것이 '톱니바퀴'이니, 이것들이 곧 제작자가 의도한 바대로 전신에 운동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예'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의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탁월한 작품인 '인간'을 모방하기에까지 이른다. 즉, 기예에 의해 코먼웰스(Commonwealth) 혹은 국가(State), 라틴어로는 키위타스(Civitas)라고 불리는 저 위대한 리바이어던(Leviathan)이 창조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공인간(artificial man)이다. 자연인을 보호하고 방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연인보다 몸집이 더 크고 힘이 더 세다. 이 인공인간에게 있는 '주권' 은 인공 '혼'으로서 전신에 생명과 운동을 부여한다. '각부 장관들'과 사법 및 행정 '관리들'은 인공 '관절'이다. '상벌'은 모든 관절과 사지를 주권자와 연결시켜 그 의무의 수행을 위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므로 자연인의 신체에서 '신경'이 하는 것과 똑같은 일을 한다. 구성원 개개 인 모두의 '부'와 '재산'은 그의 '체력'이다. '인민의 복지'(salus populi)와 '인민의 안전'은 그의 '업무'이다. '조언자들'은 그가 알고 있어야 할 내용들을 제안하기 때문에 그의 '기억'이다. '공평'과 '법'은 인공 '이성'이며 '의지'이다. '화합'은 '건강'이다. '소요'는 '병'이다. 그리고 '내란'은 '죽음'이다. 끝으로 이 정치공동체의 각 부분을 처음 제작하고 모으고 결합하게 만든 '약정'(pacts)과 '신의계약'(covenants)은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이제 사람을 만들자”고 선언하신 '명령'(fiat)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코먼웰스(commonwealth)라는 말은 '공공의 복지'(commonwealth)라는 뜻으로 '공공의 복지'를 위해 결합된 정치적 공동체를 가리킨다. 영국사에서는 1649년 청교도혁명으로 찰스1세(재위 1625-1649)가 처형되고 크롬웰(Cromwell)의 공화정이 성립된 후부터 1660년 반동혁명에 의해 찰스 2세가 즉위하여 왕정이 회복될 때까지 영국의 국가를 부르는 말로 '코먼웰스'(the Commonwealth)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하였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공화국' 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홉스의 이 책은 크롬웰의 공화정이 성립된 직후에 출간되었다. 그러나 홉스는 이 용어를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 등 통치형태와 관계없이 정치공동체 일반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이 인공 인간의 성질을 서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그 '재료'는 무엇이며, '제조자'는 누구인가? 둘 다 '인간'이다.
둘째, 그것은 어떤 '신의계약'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나, '주권자'의 '권리' 및 정당한 '권력' 또는 '권위'는 무엇인가, 또 그것을 '유지'하거나 '해체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 '기독교 코먼웰스'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어둠의 나라'란 무엇인가?
첫째 문제에 관해 최근 사람들이 자주 들먹이는 격언이 있다. 인간의 '지혜'는 '책'을 읽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연구해야 얻어진다는 것이다. 이 격언을 따른답시고 남의 등 뒤에서 무자비한 비난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자기가 인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과시하면서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남을 험담하는 일 이외에는 자신의 현명함을 달리 입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또 하나, 요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이 격언대로 하기만 하면, 그렇게 노력하기만 하면 사람들은 진실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격언은 '너 자신을 알라'(nosce teipsum), '너 자신을 연구하라'는 말이 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용법처럼, 이런 말로 권력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할 때 야만적 태도를 취하도록 장려하거나, 신분이 낮은 사람이 윗사람을 대할 때 건방지게 행동하도록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격언이 가르치는 바는 사람의 사고와 정념은 누구나 서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자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언제 '사고하고, 판단하고, 추론하고, 희망을 품고, 공포를 느끼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곧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사고와 정념을 가지게 될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말은 '정념'의 유사성, 즉 '욕망'과 '공포'와 '희망' 등의 정념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지, 그 정념의 '대상'의 유사성, 즉 욕망과 공포와 희망 등의 대상이 누구에게나 동일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정념의 대상은 개개인의 기질이나 각자가 받은 교육에 따라 극히 다양하며, 우리의 지식으로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위장과 기만과 허위와 오류의 학설들로 오염되고 혼란해져 있는 사람 마음의 특성들은 오로지 마음을 탐구하는 자만이 읽어낼 수 있다. 사람의 행위를 보고 그의 의도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자기 마음과 비교해 보지 않으면, 또한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사정이 동일한지를 살펴보지 않으면, 암호를 푸는 열쇠도 없이 암호문을 해독하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대체로 읽는 자 자신이 착한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에 따라서 과신하거나 혹은 불신이 지나쳐 오해하게 된다.
사람의 행동을 보고서 그 사람을 완전하게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친한 친구인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친구는 몇 되지 않는다. 전 국민을 통치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 어느 특정인의 마음을 읽을 것이 아니라 전 인류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이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 어떤 언어나 학문을 배우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읽은 내용을 정연하고 명쾌하게 기술해 놓으면, 다른 사람들은 오로지 자기 마음속에도 같은 것이 있는지 어떤지를 찾아보는 수고만 치르면 될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학설은 달리 논증할 방법이 없다.
제14장 제1 및 제2의 자연법과 계약에 대하여
176 일반적으로 학자들이 '자연적 권리'(jus naturale)라고 부르는 '자연권'(right of nature)은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본성, 즉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자기 뜻대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 즉 그 자신의 판단과 이성에 따라 가장 적합한 조치라고 생각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자유(liberty)란 말은 정확히 말하면 외부적 방해의 부재를 의미한다. 외부적 방해가 있을 경우에는 인간이 자기 뜻대로 힘을 사용하는 데 제한받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판단과, 그리고 자신의 이성이 명하는 바에 따라 사용 가능한 힘을 행사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자연법(lex naturalis)이란 인간의 이성이 찾아낸 계율(precept) 또는 일반적 원칙(general rule)을 말한다. 이 자연법에 따라, 자신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나 자신의 생명보존의 수단을 박탈하는 행위는 금지되며, 또한 자신의 생명보존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행위를 포기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 문제에 관한 논의를 할 때 사람들은 흔히 '권리'(jus) 와 '법'(lex)을 같은 뜻으로 혼용하는데, 이 둘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권리는 어떤 일을 하거나, 혹은 하지 않을 자유를 말하는 반면, 법은 어떤 일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혹은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과 권리는 의무와 자유만큼이나 다르며, 똑같은 방식으로 서로 다른 말이다.
앞 장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인간의 상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오직 자신의 이성의 지배만 받을 뿐이며, 적으로부터 자기의 생명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만인은 만물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해서까지도 권리를 갖는다. 이처럼 만인이 만물에 대하여 자연적 권리를 갖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어느 누구도 천수를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보장이 없다. 여기에는 강한 자이든 약한 자이든 예외가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이성의 계율 혹은 일반적 원칙이 등장한다. '모든 사람은, 달성될 가망이 있는 한, 평화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화를 달성하는 일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어떤 수단이라도 사용해도 좋다.' 이 원칙의 앞부분은 자연법의 기본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서 '평화를 추구하라'라는 것이고, 뒷부분은 자연권의 요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을 방어하라'는 것이다.
평화추구의 의무를 규정한 기본 자연법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제2의 자연법이 도출된다. '인간은 평화와, 그리고 자기 방어가 보장되는 한, 또한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그렇게 할 경우, 만물에 대한 이러한 권리를 기꺼이 포기하고, 자신이 타인에게 허락한 만큼의 자유를 타인에 대해 갖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자기 뜻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그런 권리를 보유하는 한, 모든 인간은 전쟁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는 그러한 권리를 포기할 의사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한 권리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그것은 평화를 달성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타인의 먹이로 제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해야 할 의무는 없다.
180 인간이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거나 폐기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게 하여 자기에게 돌아올 반대급부가 있거나, 혹은 다른 어떤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는 자발적 행위인데, 모든 자발적 행위는 '자신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어떤 서약과 어떤 표시에 의해서도 결코 폐기 혹은 양도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권리들이 존재한다. 첫째, 폭력적 공격으로 생명을 빼앗으려는 자들에 대하여 저항할 권리는 누라도 포기할 수 없다. 그러한 권리의 포기가 어떤 경우에도 그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해, 구금, 투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구금이나 투옥의 경우, 그것을 견뎌냄으로써 생길 수 있는 이익은 아무 것도 없다. 상해의 경우에도 폭력적 공격자가 살해할 의사가 있는지 어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살해의 초기단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둘째, 모든 인간의 삶의 목적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고, 또한 생명보존의 수단들을 안전하게 확보하여 삶이 고단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리를 폐기하거나 양도할 때에도 바로 그러한 동기와 목적을 지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말이나 혹은 다른 표시로 그러한 목적에 위배되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 의사표시, 혹은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로 보아야 하며, 표의자가 자신의 내심의 의사가 그 표시〔행위〕를 통하여 추측되는 〔효과〕의사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권리를 상호 양도하는 것을 계약(契約, contract)이라고 한다.
사물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는 것과, 사물 그 자체를 양도 및 교부, 즉 인도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다. 사물의 인도는, 현금매매나 재화 및 토지의 교환처럼, 권리이전과 동시에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권리이전 후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한 계약당사자 중 일방이 약정된 물품을 상대방에게 인도하고, 상대방의 채무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의 특정시점에 이행하도록, 신뢰하고 기다릴 수도 있다. 이러한 종류의 계약은 채무를 먼저 이행한 선이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약정(pact) 또는 신의계약(信義契約 covenant)에 해당한다. 또한 계약당사자 쌍방이 각각의 채무를 나중에 이행할 것을 현재 계약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장래의 채무이행이 신뢰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의 채무이행은 '약속의 준수' 또는 신의성실(faith)을 좇은 것이며, 채무의 불이행은 (자발적 의사로 이루어진 경우) '반신의행위'(violation of faith)에 해당한다.
* 홉스는 'contract'(계약)와 'covenant'(신의계약)를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contract'는 "권리를 상호 양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양도행위가 이루어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1) 양당사자가 즉시 이행하는 경우, 2) 일방은 즉시 이행하고 상대방은 나중에 이행하겠다고 약속하는 경우, 3) 양당사자 모두 나중에 이행하겠다고 약속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 2)와 3)의 경우에는 '약속'(promise)이 포함되어 있고, 약속은 반드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처럼 계약 속에 신뢰가 전제된 경우를 홉스는 'covenant'라고 부르고 있다. 신의계약은 "가능한 것과 장래에 대한 것"이라고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편 '약속'은 '미래에 관한 명시적 의사표시'를 말하는데, 이 약속에 권리의 상호양도가 포함된 경우에 이를 'pact'라고 부르고 있다. 다시 말하면 'covenant'는 신뢰가 전제된 계약이며, 'pact'는 계약적 성격의 약속이다. 홉스는 이 책 전편에 걸쳐 주권 설립의 계약을 'covenant'로 표현하고 있다. 주권 설립의 계약에서 각자의 권리, 즉 자연권의 양도(또는 포기)는 현재 이루어지는 반면(그 결과 주권이 성립한다), 주권으로부터의 보호는 현재로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이른바 '약속'의 성격을 띤다. 이러한 권리양도의 시차를 반영하기 위해 'covenant' 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231 공통의 권력은 외적의 침입과 상호간의 권리침해를 방지하고, 또한 스스로의 노동과 대지의 열매로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여 쾌적한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권력을 확립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사람의 의지를 다수결에 의해 하나의 의지로 결집하는 것, 즉 그들이 지닌 모든 권력과 힘을 '한 사람'(one Man) 혹은 '하나의 합의체' (one Assembly)에 양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들 모두의 인격을 지니는 한 사람 혹은 합의체를 임명하여, 그가 공공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하든, 혹은 〔백성에게〕 어떤 행위를 하게 하든, 각자가 그 모든 행위의 본인이 되고, 또한 본인임을 인정함으로써, 개개인의 의지를 그의 의지에 종속시키고, 개개인의 다양한 판단들을 그의 단 하나의 판단에 위임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의 혹은 화합 이상의 것이며, 만인이 만인과 상호 신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모든 인간이 단 하나의 동일 인격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만인이 만인을 향해 다음과 같이 선언한 것과 같다. '나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권리를 이 사람 혹은 이 합의체에 완전히 양도할 것을 승인한다. 단 그대도 그대의 권리를 양도하여 그의 활동을 승인한다는 조건 아래.' 이것이 달성되어 다수의 사람들이 하나의 인격으로 결합되어 통일되었을 때 그것을 코먼웰스(Commonwealth) ━라틴어로는 키위타스(Civitas)— 라고 부른다. 이리하여 바로 저 위대한 리바이어던(Leviathan)이 탄생한다. 아니 좀 더 경건하게 말하자면 '영원불멸의 하느님' (immortal God)의 가호 아래, 인간에게 평화와 방위를 보장하는 '지상의 신'(mortal god)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지상의 신은 코먼웰스에 살고 있는 모든 개인이 부여한 권한으로, 강대한 권력과 힘을 사용하여 국내의 평화를 유지하고, 단결된 힘으로 외적을 물리치기 위해 사람들을 위협함으로써, 모든 개인의 의지를 하나의 의지로 만들어 낸다. 바로 여기에 코먼웰스의 본질이 있다. 코먼웰스의 정의(定義)는 다음과 같다. '다수 사람들이 상호 신의계약을 체결하여 세운 하나의 인격으로서, 그들 각자가 그 인격이 한 행위의 본인이 됨으로써, 그들의 평화와 공동방위를 위해 모든 사람의 힘과 수단을 그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인격을 지닌 자가 주권자(sovereign)라 불리며, '주권적 권력'(sovereign power)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 외의 모든 사람은 그의 백성(subjects)이다.
주권을 얻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연적 힘에 의한 것으로서, 예컨대 자식이나 자손들을 복종시켜 지배하면서, 복종을 거부하면 멸하는 경우나, 혹은 전쟁으로 적을 정복하여 자신의 의지에 종속시키고, 복종을 조건으로 살려주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또 하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준다는 것을 믿고, 어떤 사람이나 합의체에 대한 자발적 복종에 각자가 동의하는 경우이다. 후자는 정치적 코먼웰스, 또는 '설립'(institution)에 의한 코먼웰스라고 부를 수 있고, 전자는 '획득'(acquisition)에 의한 코먼웰스라고 부를 수 있다. 먼저 설립에 의한 코먼웰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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