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삼위일체론

삼위일체론 - 10점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성염 역주/분도출판사

'교부 문헌 총서'를 내면서

해제
서론 : '하느님을 만나는 인간의 길'
Ⅰ. 『삼위일체론』의 집필 계기와 배경
Ⅱ. 삼위일체에 관한 성경 계시와 사변적 고찰
Ⅲ. 인간 지성에서 드러나는 삼위일체
Ⅳ. 그리스도, 삼위일체 신비에 접근하는 길
Ⅴ. 『삼위일체론』각 권 개요

본문과 역주
서문
제1권 성경에 의거한 삼위일체
제2권 구약성경의 신현神顯과 신약성경에서 드러나는 삼위일체 위격들의 동등함
제3권 구약성경의 신현에서 천사들의 역할
제4권 파견받은 성자, 하느님과 인간의 결합
제5권 관계 개념으로 아리우스파를 반박하다
제6권 삼위의 동등을 설명하는 성경 말씀
제7권 절대적 속성들의 단일성 및 호칭의 삼위성
제8권 신앙의 이해
제9권 지성, 인지 그리고 사랑
제10권 기억, 오성, 의지
제11권 외적 인간의 삼위성
제12권 지식과 지혜에 관하여
제13권 믿음은 지혜에 이르는 길
제14권 인간의 지성, 하느님의 모상
제15권 창조주의 모상대로 만들어진, 위대한 영혼

 


서문
지극히 복된 주공이요 신실한 사랑으로 경애하는 거룩한 형제이며
사제직을 함께 하는 아우렐리우스 주교에게 
아우구스티누스가 주님 안에서 인사를 드립니다.

삼위일체이시며 지존하시고 참되신 하느님에 관하여 제가 젊었을 때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늙어서야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저서를 완성하고, 나의 복안대로 추고하여 매듭을 짓기 전에 사람들이 이 책들을 내게서 미리 앗아 갔거나 아니면 아예 홈쳐 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이 저작을 중단했습니다. 뒤에 나온 책들은 점진적인 연구를 거치면서 앞서 나온 책들과 연이어진다는 이유에서 나는 낱권씩 따로 간행할 것이 아니라 전권을 한꺼번에 출간할 작정이었던 것입니다. (내가 원하기 전에 먼저 그중 어떤 책을 입수할 수 있었던) 저런 사람들 탓으로 내 복안을 그대로 달성할 수 없었으므로, 나는 일단 내 구술을 중단한 채 버려두었습니다. 그리고 내 저술 어딘가에서 [뭔가가 미비하다고] 투덜댈 사람들이 있다면 저 책들이 내 손으로 출간된 것이 아니고, 내가 출간해서 내 위신에 걸맞은 모양새를 하고 나오기 전에 사람들이 내게서 탈취해 간 책들임을, 알만한 사람들은 알아보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형제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당신의 명령에 못 이겨, 나로서도 주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무척이나 힘든 이 작품을 끝내기로 마음먹었고, 내가 바라던 만큼은 못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수정을 가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정은] 내 손에서 떠나 기왕 여러 사람들의 손에 들어간 사본들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는 범위에서 했습니다. 우리 아들이자 부제직을 수행하는 지극히 사랑하는 동료를 통해서 존경하는 주교님께 수정된 이 책들을 보냈습니다. 또 [원한다면] 누구든지 낭독을 듣고 복사하고 읽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내 원래 복안이 지켜질 수만 있었더라면 이 책들이 같은 사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훨씬 더 매끈하고 훨씬 더 분명했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해설하는 주제의 난해함과 우리 재능이 감당하는 한도에서 하는 말입니다. 처음 네 권 혹은 다섯 권을 서문이 실리지 않은 채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제12권을 갖고 있더라도 맨 마지막 부분이 빠진 경우도 있을 텐데, 그 부분 역시 적지 않은 분량입니다. 그 사람들에게도 이 간행본이 알려질 경우, 당사자들이 원한다면, 그리고 그럴 능력이 있다면 전부를 수정하리라 봅니다. 또한 부탁하건대 이 서한을 따로 취급하더라도 그 서책들의 첫머리에 달도록 주선해 주기 바랍니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1.4.7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관하여 나보다 앞서 글을 쓴 사람들 가운데 내가 그 저서를 읽을 수 있었던 사람들, 구약과 신약을 다룬 가톨릭 저술가들 전부가 성경을 근거로 [삼위일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자 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단일한 실체의 불가분한 동등성으로 신적 단일성을 보여주신다. 그러므로 세 신들이 아니고 한 하느님이시다. 성부께서 성자를 낳으셨고, 따라서 성부이신 분은 성자가 아니시며, 또한 성자는 성부께 낳음을 받으셨고, 따라서 성자이신 분은 성부가 아니시며, 성령은 성부도 아니고 성자도 아니고 오직 성부와 성자의 영이시므로 그분도 성부와 성자와 함께 영원하고 삼위의 일체에 속하신다. 그러나 같은 삼위일체께서 동정녀 마리아께 나시고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십자가에 달리시고 묻히셔서 사흗날에 부활하시고 하늘에 오르신 것이 아니고 오로지 성자께서만 그렇게 하셨다. 또한 같은 삼위일체께서 세례 받은 예수님 위에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선 것이 아니고, 주님 승천 후 오순절 날에 하늘에서 세찬 바람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불 같은 혀들이 갈라지면서 내려오신 것도 아니며,  오로지 성령께서만 그렇게 하셨다. 또 [예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을 때나 산 위에서 세 제자들이 그분과 함께 있을 때 하늘에서 "너는 나의 아들이다"라고 말씀하시거나,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 "나는 영광스럽게 했고 또다시 영광스럽게 하리라"고 말씀하셨을 때도 바로 삼위일체께서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성자에게만 내리신 성부의 음성이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불가분한 분들이므로 또한 불가분하게 활동하시지만 말이다. 
이것이 가톨릭 신앙이므로 바로 이것이 나의 신앙이다.

1.5.8 우리가 그런 일을 두고 생각하는 일이 결코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 생각 속에 늘 그런 의문이 자리잡고 있지만 진리를 탐구하는 사랑에 사로잡혀 있는 까닭이라고 우리가 공언한다면, 사람들은 사랑의 권리에 입각하여, 우리한테 [대답을] 재촉할 터이므로 우리로서는 이에 관해 생각해 낼 만한 것을 뭣이든지 그들에게 제시해야 마땅할 것이다. 

4.21.30 내가 확실히 자신있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하나이자 똑같은 실체를 가지고, 창조주 하느님이요 전능한 삼위일체로서 불가분하게 일하신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조물은 [삼위일체와는] 너무도 같지 않고 특별히 물체적인 것이어서 피조물을 통해 삼위일체가 불가분하게 발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우리 음성을 통해 발설할 경우 물리적으로 소리를 내므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분리되지 않은 채 발음되지 못하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라는] 각 단어의 음절들이 차지하는 고유의 시간 간격, 일정하게 떨어진 시간 간격을 가지고 명명될 수밖에 없는 현상과 흡사하다. 

7.4.7 "세 무엇이냐" 혹은 "세 누구냐?"라는 질문이 나올 때는 어떤 종이나 유를 가리키는 명칭을 찾아내야 하고 그것으로 이 셋을 내포해야 하는데 그런 명칭이 도무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성의 탁월함은 일상 언어의 구사력을 까마득하게 초월하기 때문이다. 무릇 하느님은 언표되는 것보다 생각하는 대로가 더 진실에 가깝고 생각하는 것보다 존재하시는 대로가 더 진실에 가깝다. 

8.8.12 그러나 [이런 말이 나올지 모른다]. "내가 '사랑'을 보기는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껏 지성으로 사랑을 관상한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라는 성경 말씀을 나는 믿는다. 하지만 내가 사랑을 본다고 해서 그 안에서 삼위일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대가 사랑을 본다면 그대는 바로 삼위일체를 뵙는 것이다!   

9.12.18 인식은 양자로부터, 즉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 양자로부터 출생한다. 지성이 자기를 인식할 때는 혼자서 자기 인식의 모체가 된다. 따라서 인식 대상과 인식 주체가 같다. 지성이 자기를 인식하기 전에 지성은 자기에게 [알려질 수 있는] 가지적 존재였다. 그렇지만 지성이 자기를 알게 되기 전에는 자기에 대한 인식이 아직 지성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기를 안다는 것은 자기와 동등한 자기 인식을 출산하는 일이다.  

10.11.18 [이 셋] 각각이 자체와 연관하여 다른 무엇이라고 언표되든, 또 전체가 각개 전체와 동등하고, 동시에 각개 전체는 전체로 본 전부와 동등하며,  '이 셋은 하나요' 한 생명 · 한 지성 · 한 존재다. 

14.10.13 지성이 사유를 통해서 자기에게로 회귀하는 순간에 삼위일체가 발생하는데 거기서 이미 '말'도 식별될 수 있다. 그러니까 그 사유 자체로부터 '말'이 형상화되며, 의지가 양자를 결합시킨다. 따라서 거기서는 우리가 찾고 있는 [신적 삼위일체의] 모상이 더욱 선명하게 인식되어 마땅하다. 

15.1.1 믿는 이들에게 신성한 경전의 권위를 가지고 증명하는 일뿐 아니고 [지성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도 할 수만 있다면, 일종의 이성을 사용하여 증명해 보여야 한다. 내가 어째서 '할 수만 있다면'이라는 문구를 썼는지는, 우리가 토론을 하면서 논증을 시작하다 보면, 사안 자체가 잘 설명해 줄 것이다. 

15.20.39 저 삼위일체를 상기하고 관조하고 사랑하려면 살아 있는 존재가 삼위일체를 상기해 내고 삼위일체를 관조하고 삼위일체를 사랑하는 데 자기 전체를 연관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나는 저 삼위일체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 모상, 그러나 자신 그려진 것도 똑같이 모상이라고 일컫지만, 판자 역시 모상이라는 이름으로 일컫는 까닭은 그 판자에 있는 그림 때문인 것과 흡사하다. 

15.23.43 그런데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모든 사물을 능가하는 저 지존한 삼위일체 안에는 참으로 위대한 불가분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들이 [지닌 능력들의] 삼위성은 감히 한 인간이라고 일컬을 수 없지만, 저 삼위일체는 한 분 하느님이라고 일컫고 또 그렇게 존재하며, 한 분 하느님 안에 저 삼위일체가 존재한다기보다는 [삼위일체가 곧] 한 분 하느님이다. 다시 말하지만 [하느님이라는] 저 삼위일체는 인간이라는 저 모상과는 같지 않다. 인간은 저 셋을 갖고도 한 인격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세 위격이며 성자의 아버지, 성부의 아들 성부와 성자의 성령이다.

15.28.51 주 나의 하느님, 내 유일한 희망이시여, 빌건대 내가 기진하여 당신을 탐구하기 싫어하는 일이 없게 하시고 항상 열렬히 당신 얼굴을 찾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발견되게 만드신 분은 당신이시고, 가면 갈수록 당신을 더욱더 찾아내리라는 희망을 주셨으니, 찾아갈 힘 또한 당신께서 주십시오. 내 힘도 무력함도 당신 앞에 놓여 있습니다. 앞의 것은 보전하시고 뒤의 것은 낫게 하십시오. 내 앎도 무지함도 당신 앞에 놓여있습니다. 나에게 열어 주신 곳에는 또한 내가 들어가게 받아 주십시오. 닫으신 곳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어 주십시오. 당신을 기억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을 이해하게 해 주십시오. 당선을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나를 온전히 고치시기까지 내 안에 이럴 [능력]들을 키워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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