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더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 10점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을유문화사

 

제1부 유희적인 상상력
제2부 시대의 영웅들
제3부 사랑의 신비
제4부 현자들의 말씀
제5부 일상의 마법
제6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삶
제7부 어두운 영역
제8부 여행자의 이야기들
제9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제10부 모험의 영역
제11부 백과사전적 비전

부록 노자의 『도덕경』
끝내는 글
저자들의 연대별 인덱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36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1849~1924) 『비밀의 정원』

『비밀의 정원』(1911)에 필적하는 어린이 소설은 많지 않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전기 작가 앤 스웨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유년시절에 가장 소중했던 3~4권의 책들 중 하나였고. 그런 만큼 읽고 또 읽었다. 그리하여 이 소설의 분위기는 내 인생의 한부분이 되었다." 이 전기 작가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비평가 마르가니타 라스키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어린이 책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다." 

훌륭한 어린이 책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독자의 좋은 책이 된다. 버넷이 살아있던 동안에 어른들은 그녀의 소설을 탐욕스럽게 읽었다. 예를 들어 영국 총리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소공자』를 너무 좋아하여 그 저자를 만나 보고 싶어 했다. 나 자신 어른이 되어 『비밀의 정원』을 발견했고 이 책이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갱신하는 자연의 힘을 증명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때로 스토리는 황당무계해지고(괴상한 어린아이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라니!) 끝에 가서는 감상적이 되지만, 우리는 이 세상에서 웃고 생각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울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소설은 멋지면서도 충격적인 강한 펀치를 날리면서 시작된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독자들을 빨아들일 만한 문장이다.

메리 레녹스가 그녀의 삼촌과 함께 살기 위하여 미술스웨이트 장원에 보내졌을 때, 누구나 그 아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재수 없는 아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그 아이는 가느다란 얼굴과 가느다란 몸집, 가늘고 밝은 머리카락에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병약하고 성마르고 보기 흉한 어린아이였을 때조차 거추장스럽다고 따돌림을 당했다 나중에 좀 더 자라서도 여전히 병약하고 성마르고 보기 흉한 아이였을 때에도 역시 따돌림을 당했다······. 여섯 살이 되었을 때 그 아이는 어린 돼지 마냥 독재적이고 이기적이었다. 

그녀의 부모가 콜레라로 갑자기 사망하자, 열 살 된 메리는 영국에 있는 아치볼드 아저씨의 거대한 장원으로 살러 가게 되었다. 그곳에 도착한 메리는 꼽추아저씨가 자신을 만나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이상한 일이었으나 그녀는 곧 미슬스웨이트 장원에 그보다 훨씬 큰 수수께끼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가령 죽은 지 10년 된 아치볼드 아저씨의 어린 아내가 세웠다는 정원은 어디에 있는가? 감추어진 문을 여는 열쇠는 어디에 있는가? 메리가 저녁이면 가끔씩 듣게 되는 저 끔찍한 비명 소리는 무엇인가? 소설의 첫 3분의 1 지점까지 독자는 이것이 결국 고딕 스릴러 혹은 빅토리아 시대의 멜로드라마로 끝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정말로 버넷은 이슬 아슬함을 유지하는 요령과 극적인 전환을 도입하는 기술을 알고 있다. 어느 날 오후 두더지가 파놓은 구덩이 옆의 신선한 흙더미 위에 절반쯤 길들여진 울새가 깡충거리며 뛰어다닌다. 메리는 그 구덩이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녀는 살펴보다가 새로 뒤집어 놓은 흙더미에 거의 파묻혀 있는 어떤 것을 보았다. 울새가 근처의 나무로 날아갔을 때 자세히 보니 녹슨 쇠 혹은 놋쇠로 된 반지 같아 보였다. 그녀는 손을 뻗어 반지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반지가 아니라 낡은 열쇠였다. 오래 거기에 묻혀 있었던 것 같았다. 

미슬스웨이트 장원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자, 메리 레녹스는 몸에 살이 오르고 성격도 원만하게 변해 행복한 아이가 되어 갔다. 그녀는 하녀 마사와 나이든 정원사 벤 웨더스태프를 좋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마사의 남동생 딕컨(열두 살)을 좋아했다. 버넷은 그 소년을 야생의 정령, 혹은 어린 판(목양신)으로 묘사한다. "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에게서 헤더(자홍빛 꽃이 피는 상록 관목)나 풀, 잎사귀의 신선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그는 그런 것들로 만들어진 사람 같았다." 딕컨은 야생동물을 길들일 줄 알았고 야채와 꽃들의 생활사를 이해했다. 메리와 딕컨, 그리고 제3의 인물─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 인물은 비밀로 남겨 두겠다―은 힘을 합하여 방치되었던 비밀의 정원에 꽃을 피어나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미슬스웨이트 장원의 죽은 세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버넷은 이렇게 썼다 "메리는 앞으로 아무리 여러 해가 흘러간다 하더라도 그녀의 정원에 꽃이 피어나던 그 첫날 아침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다." 그 어떤 독자도 그 아침을 잊지 못할 것이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다른 책으로는 빅토리아 시대의 최대 베스트셀러였던 『소공자』와 감동적인 『소공녀』가 있다. 『비밀의 정원』은 절판이 된 적이 없다 지난 20세기에 이 책은 무수한 어린이 소설의 모태가 되었다. 이 책의 정신을 계승한 소설로는 필리파 피어스의 감동적인 책 『톰의 한밤중 정원』이 있고, 시인 T. S. 엘리엇은 〈번트 노튼〉이라는 시의 앞부분에서 "장미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과 마법의 새를 말함으로써 이 소설을 언급했다. 많은 독자들에게 버넷의 클래식은 신비한 이야기一벽으로 둘러쳐진 정원, 평화로운 왕국, 죽음과 탄생의 상징등一일 뿐만 아니라 깊은 위로를 주는 책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 책을 자주 꺼내 들면서 위로와 생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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