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신학의 영토들 ━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

 

신학의 영토들 - 10점
김진혁 지음/비아

 

머리말

제1부 신학이란 무엇인가
1. 근대 세계에 일어난 신학의 인간학적 전환
『종교론』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2. 깨어진 삶의 자리로 찾아오는 하느님의 희망
『로마서』 (칼 바르트), 『도스토옙스키』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3. 신비로서 신, 상상으로서 신학
『신학 방법론』, 『예수와 창조성』 (고든 카우프만)

4. 교리의 본성과 목적 논쟁
『교리의 본성』 (조지 린드벡), 『교리의 종말』 (크리스틴 헬머)

5. 그리스도교 진리의 합리성과 보편성
『조직신학 서론』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6. 아름다움은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성령과 아름다움』 (패트릭 셰리)

7. 하느님 말씀이 거룩하니 신학도 거룩하라
『거룩함』 (존 웹스터)

8. 모두를 위한 ‘새로운 신학’은 가능할까?
『천상에 참여하다』 (한스 부어스마)

제2부 과거를 읽는 법
1. 복음과 교리 사이에 선 역사학자로서 신학자
『기독교 신학과 교회 교리의 형성』 (아돌프 폰 하르낙)

2. 본질과 역사 사이에서 과거를 읽는 법
『그리스도교』 (한스 큉)

3. 교회분열과 교회일치의 갈림길에 선 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 (발터 카스퍼)

4. 과거의 낯섦 앞에 선 그리스도인
『과거의 의미』 (로완 윌리엄스)

5. 현실주의와 상징주의 사이에서 창세기 읽기
『창세기와 만나다』 (로널드 헨델)

6. 현대 신학이라는 여행의 이유
『현대 신학이란 무엇인가』 (로저 올슨)

7. 역사를 통해 배우는 신에 대해 말하는 법
『그리스도교의 신』 (폴 카페츠)

8. 교양과 학문 사이에서 신학의 역사
『사상으로서의 편집자』, 『신학을 다시 묻다』 (후카이 토모아키)

제3부 현대 개신교 신학의 대가들
1. 세계관으로서 그리스도교
『헤르만 바빙크의 기독교 세계관』 (헤르만 바빙크)

2. ‘오직 은혜로만?’에 관한 현대적 논쟁
『자연신학』 (에밀 브루너·칼 바르트)

3. 신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어선
경계선 위에서의 사유
『성서 종교와 궁극적 실재 탐구』 (폴 틸리히)

4. 유일하신 하느님과 역사 속의 인간
『책임적 자아』 (리처드 니버)

5. 윤리가 몰락한 세상에서 윤리를 다시 묻다
『윤리학』 (디트리히 본회퍼)

6. 바르트 이후의 삼위일체 신학
『예배, 공동체, 삼위일체 하나님』 (제임스 토런스),
『하나 셋 여럿』 (콜린 건턴)

7.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해방을 위한 장애신학
『하나님 나라의 지평 안에 있는 사회선교』 (위르겐 몰트만)

8. 왜 그는 그리스도를 흑인이라 불렀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제임스 콘)

제4부 한 몸 다른 전통
1. 부정신학을 통해 하느님의 신비에 다가가기
『동방교회의 신비신학에 대하여』 (블라디미르 로스키)

2. 일상의 결을 타고 찾아온 하느님의 은총
『일상』 (칼 라너)

3. 지옥의 공포를 넘어선 담대한 희망
『발타사르의 지옥 이야기』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4. 한 가난한 사제의 삶에 비친 그리스도교의 신비
『25시에서 영원으로』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

5. 그리스도교의 희망을 다시 묻다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교황 베네딕토 16세)

6. 해방신학의 어제와 오늘
『해방신학』 (구스타보 구티에레즈),
『시장 종교 욕망』 (성정모)

7. 삼위일체 하느님의 형상으로서 교회
『친교로서의 존재』 (존 지지울러스)

8. 상처 입은 세계에서 분노하는 법
『바다의 문들』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

제5부 신학의 새로운 흐름
1. 기후 위기 시대에 일어난 신학의 기후 변화
『기후 변화와 신학의 재구성』 (샐리 맥페이그)

2. 자유주의 정치학에 맞서는 교회의 정치학
『교회의 정치학』 (스탠리 하우어워스)

3. 과학과 신학의 접촉점으로서 자연신학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알리스터 맥그래스)

4. 삼위일체 하느님을 향한 기도와 욕망의 변주
『십자가』 (새라 코클리)

5.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번영의’ 신학
『인간의 번영』 (미로슬라브 볼프)

6. 복음주의 신학의 새로운 물결
『교리의 드라마』 (케빈 밴후저),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제임스 스미스)

7. 깨어진 세계에서 성령과 함께 남아 있기
『성령과 트라우마』 (셸리 램보)

8. 나는 하느님의 피조물, 개입니다
『강아지가 알려준 은혜』 (앤드류 루트)

감사의 글
서평과 해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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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2 근대의 새로운 지적 풍토는 기존 신학과 갈등도 많이 일으켰다. 지리상의 발견과 과학의 발전으로 일반인들마저 자신들이 경험하고 관찰한 세계가 성서가 묘사하는 바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사학과 문헌학의 발전은 성서도 비판적 연구의 대상으로 삼으며, 그 거룩한 책의 형성과 전승 과정에 상당한 인간적 요소가 개입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적어도 16세기 종교개혁지들은 자신들이 맹렬히 비판하던 가톨릭 신학자들과 하느님 말씀으로서 성서의 권위와 중세적 세계관은 공유하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반면 17세기 이후 ‘과학적 세계관'과 '역사 비평'은 그리스도교 문명 안에서 친구와 적이 함께 발 디뎠던 공통 기반 자체를 깨부수었다. 자연과학과 비판적 역사 연구가 근대의 시대정신 자체를 형성하고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던 상황이라, 중세 때 이단 재판하듯 특정 사람들만 콕 찍어 정죄하고 추방하기도 불가능했다. 그 결과 아타나시우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마르틴 루터, 장 칼뱅 등 위대한 신학자들은 알 길 없던, 그래서 생각할 필요조차 없던 도전이 무차별적으로 신학자들에게 던져졌다. 예전 같으면 이런 곤란한 문제를 깔끔히 해결해 줬을 교회의 권위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신학하는 방법이 필요했고, 그 격동의 시대를 통과해야 했던 신학자들의 고민과 분투와 협력과 실험 결과 모습을 드러낸 것이 현대 신학이다. 

*

현대 신학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현대 신학을 특정 의제를 가지고 설명하거나, 이데올로기적 전제에 근거해 정당성이나 유용성을 평가하는 것은 이 책에서 지양한다. 상식적으로 말해, 현대 신학은 성서를 통해 계시된 하느님을 전통과 비판적이고 건설적으로 대화하며 현대인의 세계 경험에 맞갖게 풀어내는 이론적이면서 실천적인 활동이다. 세계를 설명하던 주도 모델의 지위를 상실한 그리스도교가 세속사회에서 여전히 '빛과 소금'일 수 있음을 여러 학문의 틈바구니에서 증언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종교개혁 때까지는 사람들이 공유했던 세계와 역사에 대한 순진한 믿음이 자연과학과 역사 비평 때문에 깨져버린 터 위에서 신앙에 대해 유의미하게 말할 수 있는 언어와 논리를 찾으려는 고민의 결과이며, 현대인의 역사적 기억과 사회적 상상력이 어우러져 이전과 다른 기풍을 띠게 된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성찰이다. 약하고 가난한 자에 대한 하느님의 관심을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고 핍박받으며 고통받는 자에 대한 돌봄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이자, 오늘 여기서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귀 기울이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용기를 되찾으려는 담대한 작업이다. 

이러한 현대 신학을 알아가기 위한 유용하고 꼭 필요한 길은 그 '역사'를 공부하는 일이다. 우리보다 앞선 사상가들은 어떻게 진리를 알고 그 깨달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우리는 사상의 역사를 연구함으로써 그들의 생강에 비추어 나의 견해를 성찰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지식의 영역에 접속하며,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생각의 가능성을 얻는다. 생각의 틀이 유연하고 다양해지면서 사유하는 힘은 강해지고, 실재를 더 충실히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여유도 갖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노르웨이 철학자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는 철학사를 공부하는 것은 철학함의 한 방식이라고 보았다. 철학사가 단지 이차 자료로 쉽고 편하게 옛 철학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닌 만큼 철학자들은 철학의 역사를 서술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신학도 계시와 전통을 통한 사유인 만큼 신학사를 공부하는 것은 신학함의 중요한 방식이다. 특별히 현대 신학사는 '오늘 여기'서 신학함의 의미, 교회의 사명,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성찰할 때 우리가 발 디딜 수 있는 넓고 단단한 지적 배경이 되어 준다. 현대 사회가 그리스도교에 던지는 도전에 답할 통찰을 얻기 위해, 특정 신학이나 전통을 절대화하지 않기 위해, 다른 관점을 가진 이와도 진실하게 대화하기 위해, 과거의 지혜를 무시한 재 현실을 바꾸고자 분투하다 탈진하지 않기 위해, 반대로 과거가 주는 중압감에 눌려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나의 고민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기 위해 우리는 현대 신학의 역사를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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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한국인 저자가 쓰거나 한국어로 번역된 현대 신학 책은 여러 권 출판되었다. 『신학의 영토들: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은 두 가지 점에서 기존 서적과 차별화된다. 첫째, 이 책은 '서평'review의 형식으로 되어있다. 모든 글은 이전에 나온 문헌에 대한 저자의 독해와 비판적 종합의 결괴물인 만큼 넓은 의미에서 서평에 해당한다. 하지만, 때로 서평은 책의 숨겨진 배경을 설명하고, 저자가 가진 생각의 심층 구조를 드러내며, 책의 내용이나 수용 방식이 독자 개인이나 지식 생태계에 끼칠 영향을 평 가하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학의 영토들』에서는 한국어로 된 신학 서적에 대한 서평 형식을 취해 현대 신학사를 기술하고자 한다. 기존에 선보인 현대 신학 책들은 우리말로는 접할 수 없는 자료에 상당히 기대어 중요 신학자들을 소개하곤 했다. 이 경우 독자 대다수가 책에 언급된 일차 문헌을 직접 읽거나 대조할 수 없었던 만큼, 신학적 사유를 주체적으로 발전시키기 힘든 조건이 형성되었고, 신학을 보는 고유한 안목을 기를 기회도 제약 받았다. 무엇보다 저자의 설명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해외 신학의 흐름과 자신이 속한 현실 사이의 접촉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신학의 영토들』은 한국에서 현대 신학이 수용되고 이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반성에서 기획된 작품이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한편으로 현대 신학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신학의 거장 혹은 핵심 주제를 선정하고, 다른 한편으로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 책들을 기초 삼아 현대 신학의 지형도를 그리고자 했다. 그렇기에 이 책으로 독자들은 현대 신학의 역사를 소개받으면서도, 필요한 서적을 직접 찾아서 읽고 고민하며 신학적 사유의 힘을 키울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둘째, 제목에서도 보이듯 이 책은 현대 신학의 '영토' 곳곳을 가능한한 많이 둘러보는 시도이기도 하다. 보통 신학사 책은 여러 사조와 학파를 소개하면서 중요 신학자들을 시간순으로 배열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현대 세계가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한 만큼 오늘날 신학도 다원화되어 있다. 『신학의 영토들』에서는 신학 방법론, 주제, 작가, 독자의 다양성을 기능한 한 충실하게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하여 이 책은 통시적으로는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사상의 흐름을 소개하고, 공시적으로는 시대를 가로지르며 발전한 다채로운 방법론과 주제를 살펴보도록 기획되었다. 

[···]

『신학의 영토들』에는총 47권의 책에 대한 서평이 들어있다. 서평을 쓸 때는 각 작품의 내용뿐만 아니라, 저자에 대한 소개와 서평하는 책이 신학시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저자의 신학이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도 간략히 설명해 한 권의 책에 대한 입체적 조망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 신학을 알아가는 데 중요하지만, 독자에게 무리가 되지 않도록 너무 두껍지 않은 책 위주로 서평을 작성했다. 이른바 '벽돌책'이라고 불리는 대작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포함시켰다. 책을 선정할 때는 대표성, 접근성, 현실성, 희귀성이라는 기준을 시용했다. 네 가지 조건을 다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세 개는 충족해야 『신학의 영토들』에 포함했다. 

우선, '대표성'은 신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법론을 개척했는지로 판단했다. 예를 들면, 칼 바르트의 『로마서』는 19세기 신학과 구분되는 20세기 신학의 시작을 알리는 대작이기에 우선으로 선정하였다. '접근성'이라 함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번역이 되어있어야 하고, 현시점에 서점에서 구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가독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아돌프 폰 하르낙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그리스도교의 본질』이지만, 그 책의 번역본은 절판되었기에 이와 유사한 후기작 『기독교 신학과 교회 교리의 형성』을 선택했다. '현실성'이란 현대 교회와 사회의 필요나 요청에 긴밀히 응답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예를 들면, 위르겐 몰트만을 소개하는 대부분 신학책은 그의 희망 개념에 집중하지만, 여기서는 장애에 대한 몰트만의 소책자를 다름으로써 희망의 신학이 어떻게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지를 질문했다. 끝으로 '희귀성'이라는 기준은 기존 신학시에서 잘 다뤄지지 않거나, 출간 후 독자들의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 양서를 재발견하기 위해 사용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선 H. 리처드 니버의 『책임적 지아』나 고든 카우프만의 『신학 방법론』은 현대 미국신학을 논하는데 빠질 수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새롭게 소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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