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3. 11. 27.
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 -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지음, 손성현 옮김, 김진혁/포이에마 |
제1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제2장 도스토옙스키의 사람들
제3장 도스토옙스키의 관점
제4장 이반 카라마조프, 대심문관, 그리고 악마
제5장 하나님을 아는 지식
* 옮긴이의 글
* 해제
* 투르나이젠 연보
제1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12 선과 악, 영리함과 우매함, 아름다움과 추함 너머의 인간이다. 심지어 국가와 가족, 학교와 교회 너머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12 안전한 자기 집에 있는데도 불현듯 예기치 못한 위험스러운 가능성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그리는 세계와 그곳에 등장하는 인간들과 대면할 때 비밀스러운 공포와 전율이 일어나는 것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14 그들의 삶에 나타나는 수수께끼 속에서 내 삶의 수수께끼가 나를 응시한다
14 바로 이것이 도스토옙스키와 우리의 물음이다.
14 완전히 그 질문에 사로잡혀버린 것, 그 질문의 까마득한 넓이와 끝없는 깊이를 드러냄으로써 그와 연관된 다른 모든 질문까지도 자신의 작품이 흘러들게 만든 것, 이것이야말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운명이고 그의 천재성이다.
16 경제적 토대의 붕괴, 사회적 도덕의 퇴락을 분명하게 감지하고, 노예로 전락한 인류가 저 밑바닥에서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16 사슬에서 풀려난 악마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도스토옙스키는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19 이 소크라테스적인 지혜가 곧 도스토옙스키의 지혜이며, 그의 예술 세계가 간직한 비밀의 모든 것이요 마지막이다.
22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 전체에 끔찍한 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 위기는 구원의 가능성을 가득 머금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이런 음성이 들려온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23 바로 그 부정에서 나온 훨씬 위대한 긍정 때문이다.
23 악마의 시험이 쇄도하는 지옥 한복판에서만 저 높은 곳에 계신 하느님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으며, 그래야만 새날 아침의 여명이 밝아온다.
제2장 도스토옙스키의 사람들
27 기묘한 인간들의 조합이다. 모든 사회 계층의 사람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정신적인 영역에서 나온 사람들, 모두가 삶으로부터 끄집어내어져 다시 삶 속으로 배치된다.
27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간들이다.
27 대지에 착 달라붙은 것 같지만 완전히 뿌리 뽑힌 인생이나니! 모든 삶이 그렇지만, 그들의 삶은 특히 진부하고 통속적이다.
29 그는 "비범한 인간"이며, 자신의 "이념"을 가지고 있다.
31 시베리아에 가서 귀양살이를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말로 표현해낼 수 없는 인생의 '무언가Etwas'와 직접 마주하게 된다.
33 인간은 하느님이 아니다
35 인간 쪽에서는 저쪽으로 넘어가는 다리가 놓일 수 없다는 것을!
37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가 가까이에 있다.
39 이번에는 모든 폭풍과 재앙의 중심에 ━ 《죄와 벌》의 경우처럼 하나의 이념이 아니라 ━ 여자가 있다.
40 그래, 그녀는 그런 존재야. 한 마리 호랑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왕, 완전히 지옥에서 온 여자, 이 세상에서는 그냥 상상이나 해보는 모든 지옥 여자들의 여왕이다.
42 거기서 인간은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을 태워 없애는 어리석음, 차갑고 영혼 없는 이해타산, 과도한 자긍심, 남을 짓밟아버리려는 의지, 강하고 폭력적인 자기 과시, 자기를 멸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예 멸절시키는 광포한 충동, 무절제한 사랑과 잔인함. ━ 이 모든 것이 뒤엉키며 무서운 파도를 일으킨다. 여기서 인간은 신적인 존재도 되고 악마적인 존재도 된다.
44 에로틱한 것의 마법이다. 그야말로 딱 마법Zauber이다.
45 카라마조프 가문의 비극적인 소용돌이 안에도 어떤 깊은 의미, 최종적인 구원의 의미가 있다고 믿었던 알로샤의 믿음은 결코 허무맹랑한 믿음이 아니다.
56 그는 인생의 최종적인 근거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인생 자체를 해체한다.
63 바로 이 지점에서 도스토옙스키의 깨달음과 성서의 궁극적인 통찰이 근본적으로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제3장 도스토옙스키의 관점
68 그들은 자신의 상처와 아픔 속에서 참된 회복을 맛보게 된다. 궁극적인 질문 때문에 괴로워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질문이 있는 곳에 궁극적인 해답도 있기 때문이다.
75 모든 인간적인 것이 결국 심리학적 실제 너머에 있는 소실점과 종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의 심리학 아닌 심리학이 펼쳐 보이는 인생의 그림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저 너머에 있는 소실점이다.
76 그가 형이상학자라면, 그의 형이상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초월적인 형이상학이 될 것이다.
80 도스토옙스키의 인물들은 자신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지 못한 채, 완전히 허물어지고 부서진 상태로, 오로지 파헤쳐지고 뒤흔들린 상태로 인생의 문제와 마주 서 있다. 모두가 죽음을 눈앞에 둔 것 같은 상황이다. 그리고 위대한 작품에는 위대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87 그는 특히 유럽의 문화를 정신적으로 선도해 나가던 부르주아 계층의 눈앞에 거울을 들이댔다. 이른바 선량한 상류 사회의 부패와 거짓과 불안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90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부르주아 사회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 교리는 신성모독이다.
91 그것은 본질적으로 모든 현세적인 것에서 초월적인 세계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모든 속세적인 것에서 탈속적인 것을 지워 없애버리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제4장 이반 카라마조프, 대심문관, 그리고 악마
95 도스토옙스키는 이 세상의 종교와 교회가 교묘하게 이런 인간적인 시도에 가담하고 있음을 꿰뚫어 보았다.
97 인간은 자기 인생의 가장 깊은 의미에 충실하고자 하는 한, 세 겹의 긴장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97 인간은 "빵"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빵은 세속적인 만족을 의미한다.
100 인간은 자신의 정신적인 실존의 확실함마저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
100 인간은 경배할 수 있는 대상을 필요로 한다. 흔들림 없는 확신, 확고한 세계관을 갖고 싶어한다. "단번에 인간의 양심을 안정시켜줄 수 있는 확실한 토대"를 원한다.
102 모든 인간적인 개념과 설명이 멈춰선 자리, 바로 그곳에서 믿음이 시작된다.
106 종교는 하느님이 온 세계를 질서 있게 다스린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의 수수께끼 같은 인생에는 온갖 고통이 끊이지 않는다. 이 두 가지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가?
제5장 하나님을 아는 지식
129 그 특징이란 생명을 향한 적극적인 관심, 인간에 대한 이해, 모든 피조물의 고통과 희망을 한없는 연민으로 품어 안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작품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독보적이고 위대한 증언의 기록이다.
140 도스토옙스키가 직접적인 고발과 열정적인 비난을 쏟아부을 때가 있다. 인간이 스스로 거인이 되어 반항적인 몸짓을 보일 때다.
140 그를 사로잡은 하나의 압도적인 체험,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체험은 겸허한, 부서진, 고통당하는 인간과의 만남이었다.
140 "겸허한 사랑은 무서운 힘이다. 그것은 가장 위대한 힘이다. 그 힘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43 도스토옙스키의 입장은 언뜻 보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급진적인 입장이다. 인생의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펼쳐놓는 것은 모든 기존 질서에 대한 가장 강력한 공격이다.
144 톨스토이의 작품에서는 필연적으로 경건주의적 참회의 노력을 떠올리게 된다.
149 톨스토이의 작품에서는 거의 유일한 요청처럼 나타나는 것이 도스토옙스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도 대단히 흥미롭다. 톨스토이에게서는 순교자가 되라는 요구가 자주 눈에 띈다.
해제
170 변증법적 신학은 바르트와 투르나이젠이 다른 젊은 독일어 사용권 신학자들과 함께 20세기 초에 전개했던 움직임이다. 맥킴은 다음과 같이 변증법적 "신학을 정의한다. 신적 진리의 역설적 성격을 강조하는 신학운동이다. 따라서 하느님은 은혜이자 동시에 심판이시다. 위기의 신학이라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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