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라티오의 책들'을 듣고 정리한다. 라티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에 관한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녹음이다.
팟캐스트 주소: https://ratiopress.podbean.com/
2023.12.16 문학 고전 강의 — 74 제31강(1) 셰익스피어 《오셀로》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31강(1)
- 이아고의 결심 또는 그가 하는 일
“[방백] 오 너희들 선율이 그럴듯하구나,
하지만 내가 줄감개를 채워 이 음악을,
나만큼 정직하게 해 주마.”
O, you are well tuned now!
But I’ll set down the pegs that make this music,
As honest as I am.(2.1.201-203)
- 이아고가 본 사태의 진상眞相
“제대로 알아들으란 말야.
…
허풍 떠는 환상적인 거짓말
…
용모가 사랑스럽거나, 연륜으로 정이 들었거나, 매너, 아름다움
…
이런 적합성, 그녀의 섬세한 부드러움”
let thy soul be instructed
…
bragging and telling her fantastical lies
…
loveliness in favour, sympathy in years, manners and beauties
…
these required conveniences, her delicate tenderness(2.1.225-235)
《문학 고전강의》 제31강 의심으로 허구를 쌓아 올려 살인과 파멸을 부르는 오셀로를 오늘과 다음 주 화요일 두 번 정도 읽으려고 한다. 1막을 읽으면서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브라반치오가 어떤 사람들인지 살펴봤고 대강 이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우리가 알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아고가 1막에서 처음에 오셀로에 대해서 악담을 한다. 그 악담이 그렇게까지 심한 악담은 아니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이 사람 지나치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제 제30강에서 우리가 살펴본 것은 오셀로가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그 사람은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라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오셀로는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고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뭔가를 하는 그런 것이 있는데, 그 지점에서 데스데모나가 나타나서 오셀로에 대해서, 오셀로 일생에서 아마 그 순간이 가장 그 뿌듯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 이후로는 슬슬 우리가 흔히 '마음이 지옥이다'라고 하는 상황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음을 비워야 해 뭐 이런 얘기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뭐든지 단순하게 생각해버리면 한없이 단순한데 그 단순함 속에는 각각의 경우마다 한없는 복잡함이 있다. 오셀로도 마찬가지이다. 이아고가 말하는 것처럼 노욕에 사로잡혀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단순화하면 그게 유형화되어서 마음을 비우지 않은 자의 파멸, 그런데 파멸로 이르는 과정 자체는 사람마다 아주 자잘하게 차이도 있고 해서 우리가 쉽게 단순화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까 각각의 개인이 또는 어떤 관계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것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면 골치 아파지니까 사람들이 더 이상 탐구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앞서 방금 전에 말한 것처럼 오셀로의 일생에서 가장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아닐까 한다. 그다음 데스데모나는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상당히 알아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데스데모나가 도대체 자기가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게 뭐가 있을까가 계속 의심스럽지 않나 한다.
이아고는 목표가 뚜렷하고 오셀로도 목표가 뚜렷한데 데스데모나는 무엇일까, 데스데모나가 정말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게 뭘까. 자기가 1막 3장에서 공언했다. "제 주인의 본성 바로 그것이었죠. / 저는 그분의 심성에서 오셀로라는 형용을 보았습니다. / 그리고 그분의 명예와 그분의 용감한 자질에 / 제 영혼과 운명을 바쳤던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에 대한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가? 드라마도 허구의 것이니까,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들도 인과관계를 따지고 하다 보면 알 수 없는 지점들이 하나씩 불거져 나와서 우리를 곤혹스럽게 한다. 데스데모나를 잘 모르겠다.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도 그러할 것이다. 잘 모르겠다 그러면 더 알아봐야겠다도 있지만 이건 내가 도대체 접근해 갈 수 없는 어떤 벽이구나, 이 너머로는 알 수 없겠구나 그러면 이제 탐구를 그치게 되고 마음을 닫게 되는 것이다. 제가 늘 관심이 있는 것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데스데모나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가 그는 도대체 무엇인가의 문제는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았나 한다. 여러 번 읽었다고 해서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드라마들은 정말 인생사의 어떤 그런 경험을 쌓아 올려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아고는 정말 대단한 놈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이아고는 자기 행동을 완전하게 통제를 한다. 목적이 분명하고 그 목적에 따라 적절한 수단을 구사하고 그렇게 해서 구사된 수단이 하나씩 하나씩 그런 수단에 의해서 목적이 성취되고 그것에 따라서 오셀로가 움직여 간다. 오셀로와 데스데모나가 파멸을 하든 말든 이 드라마에서 진정한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은 이아고가 아닐까 한다. 전에는 이아고를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이아고가 하찮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비중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읽어보니까 이아고가 대단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 악한 사람은 절대로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나쁜 놈도 아닌데 상황을 통제해서 뭔가를 하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 철학책보다는 인간을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허구의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삶을 뭔가 지나온 삶에서 어떤 특정한 장면들을 떠올려보게 하는, 이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위력은 놀라운 것 같다.
남녀가 서로 화합하여 서로가 서로를 추켜주고 그런 것에 의해서 뭔가 부풀어 올라서 그런 부풀어오름을 과시하는 그런 것은 2막 1장의 데스데모나와 오셀로만큼 이렇게 하는 장면은 없는 것 같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비린 냄새가 날 정도인데, 셰익스피어도 극장주로서 이 정도쯤은 해줘야 관객들이 《오셀로》를 좋아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드라마들은 이렇게 과장된 표현들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불러일으켜야 된다고 하는 압박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번 읽어보자. 데스데모나가 말한다. "내 사랑하는 오셀로." 오셀로가 "흡족한 것만큼이나 놀라움이 크오." 오셀로 이게 지금 굉장히 좋아하는 것이다. 굉장히 신났다. 시종들과 함께 들어와서 이렇게 쫙 이렇게 떠든다. "흡족한 것만큼이나 놀라움이 크오. / 당신을 여기서 보다니. It gives me wonder great as my content / To see you here before me." 지금 전쟁터에 따라왔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흡족하다.
이게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표현하는 방법이 되겠다. "오 내 영혼의 기쁨 O my soul’s joy", " 폭풍이 끝날 때마다 이런 고요가 온다면, / 바람은 죽을 깨울 때까지 불 일이로다." "지금 가장 행복하리로다 now to be most happy"라고 해놓았다. "우리의 사랑과 위로는 늘어날 것입니다. / 우리의 나날이 늘어나는 만큼요." "그말에 아멘이오, 그대 달콤한 권력이여! Amen to that, sweet powers!" 느글거리지만 이런 말들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는 하다. "이 흡족함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소. / 여기서 말문이 막히는 군, 기쁨이 너무도 크오. I cannot speak enough of this content; It stops me here; it is too much of joy" 2막 1장의 이 행들이 기가 막히다. 그런데 이제 여기서 이아고가 나온다. "오 너희들 선율이 그럴듯하구나, / 하지만 내가 줄감개를 채워 이 음악을, / 나만큼 정직하게 해 주마. O, you are well tuned now! / But I’ll set down the pegs that make this music, / As honest as I am." 그러니까 이제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주겠다는 말이다. 줄감계를 채운다는 것은 팽팽하게 당겨서 고정시킨다는 말이다. "But I’ll set down the pegs that make this music, / As honest as I am." 지금의 이 말이 이아고가 하는 일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장을 주목해야 될 필요가 있다. 위악적일지는 몰라도 너희들의 진실을 드러내 보여주겠다고 하는 이아고의 결심이다. 결심이라기보단 이 드라마에서 이아고의 그냥 이게 그 사람이 하는 일 같다. 삶의 진실에 직면하게 해준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이게 이아고의 결심 또는 그가 하는 일 또는 해야만 하는 일,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측면들을 이아고는 위선이라고 보는 것이다. 201행에서 203행까지가 간단치 않다.
《오셀로》 2막 1장
데스데모나: 내 사랑하는 오셀로.
오셀로: 흡족한 것만큼이나 놀라움이 크오.
당신을 여기서 보다니. 오 내 영혼의 기쁨,
폭풍이 끝날 때마다 이런 고요가 온다면,
바람은 죽을 깨울 때까지 불 일이로다.
그리고 낑낑대는 작은 배들이 바다의 언덕을 올라
올림포스 산만큼 치솟았다가, 다시 고꾸라지게 하리로다,
하늘에서 지옥으로 처박히게. 지금 죽는다면
지금 가장 행복하리로다, 행여
내 영혼이 그녀를 이리 절대적으로 흡족해하므로
이것에 비견될 또 다른 위안이
죽음 속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저어하나니.
데스데모나: 무슨 말씀을,
우리의 사랑과 위로는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의 나날이 늘어나는 만큼요.
오셀로: 그말에 아멘이오, 그대 달콤한 권력이여!
이 흡족함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소.
여기서 말문이 막히는 군, 기쁨이 너무도 크오.
그리고 이것, (둘이 입 맞춘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 낼
가장 커다란 불협화음이기를.
이아고: [방백] 오 너희들 선율이 그럴듯하구나,
하지만 내가 줄감개를 채워 이 음악을,
나만큼 정직하게 해 주마.
그러고 나서 이것에 대한 보충이 길게 이어진다. 224행에서 255행까지 이아고의 정말 장황한 연설이 산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입에 손가락을 대고 다물어. 그리고 제대로 알아들으란 말야 Lay thy finger thus, and let thy soul be instructed"라고 되어있는 부분. 사태를 똑바로 봐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다. 이게 방금 전에 읽었던 203행의 말에 논거를 가져다가 대고 있는 부분이다. "그녀가 처음에 얼마나 격하게 사랑했나, 하지만 허풍 떠는 환상적인 거짓말 때문이었거든. 노가리 때문에 그를 아직도 사랑한다구? Mark me with what violence she first loved the Moor, but for bragging and telling her fantastical lies: and will she love him still for prating?" 그러니까 허풍 떠는 환상적인 거짓말이라고 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아고가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용모가 사랑스럽거나, 연륜으로 정이 들었거나, 매너, 아름다움 loveliness in favour, sympathy in years, manners and beauties" 사랑스러운 욕모, 오랜 연륜에서 오는 정 그다음에 매너, 아름다움, 네 가지 정도는 있어야 된다. "이런 적합성, 그녀의 섬세한 부드러움 these required conveniences, her delicate tenderness" 여기서 이아고가 사태의 진실을 뚜렷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하면, 이아고는 여기서 데스데모나가 섬세한 부드러움 delicate tenderness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고, 오셀로는 그런 delicate tenderness에 합당한 또는 적합한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delicate tenderness라는 것은 꼭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성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성격이라고 하는 건 꼭 남자 성격이 있고 여자 성격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아고가 오늘 하고 있는 부분들, 이아고의 결심 또는 하는 일 또는 이아고가 들여다본 사태의 어떤 진상 이 부분을 좀 유심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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