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도즈: 지정학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4. 3. 4.
지정학 - 클라우스 도즈 지음, 최파일 옮김/교유서가 |
1. 지정학이란?
2. 지적인 독?
3. 구조물들
4. 대중지정학
5. 정체성
6. 사물들
감사의 말|저자 후기|참고문헌|독서 안내|도판 목록
14 지정학은 세 가지 특징을 포함한다. 첫째 지정학은 공간과 영토에 대한 영향력과 권력의 문제를 다룬다. 둘째 지정학은 세계정세를 이해하는 데 지리적 틀을 이용한다. 인기 있는 지리적 모형으로는 '세력권'(sphere of influence), '블록'(bloc), '뒷마당'(backyard), '인접국'(neighbourhood), '주변국'(near abroad) 등이 있다. 셋째 지정학은 미래지향적이다. 지정학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불변하기 때문에 일어날 법한 국가 행위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 각국은 자원을 확보하고, 접경지대를 비롯하여 영토를 수호하고, 인구를 관리해야 한다.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정학이 매력적인 명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포퓰리스트, 이데올로그, 혁명가, 반민주적 사상가도 지정학의 단순 명쾌함에 이끌려왔다.
16 지정학의 미로를 헤쳐나갈 길잡이로서 나는 지정학이라는 용어를 이해하는 두가지 근본적 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고전지정학(classical geopolitics)이다. 고전지정학은 국력과 영토적 이해관계, 지리적 환경 간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와 정치가는 일반적으로 지리를 지도자의 정치적 선택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고정되고 결정적인 요인으로 생각한다.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은 심지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지리의 숙명'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두번째 사고 경향은 흔히 담론과 이데올로기의 역할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비판지정학(critical geopolitics)이다. 그러므로 비판지정학에서는 지리를 결정론적으로 개념화하기보다는 지리적인 것을 다소 유동적이고 해석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고전지정학이 영토, 자원 입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비판적 접근은 인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지정학'을 생산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24 이 '첫단추 시리즈' 『지정학』은 성격과 범위에서 공공연하게 비판적인 비판지정학(critical geopolitics)을 자처한다. 비판 지정학은 환경 결정론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다 ━ 우리는 지리에 갇혀 있지 않다. 팀 마셜의 『지리의 힘Prisoners of Geography』은 열 장의 지도로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고 약속한다. 고전지정학은 엄선한 2차원 지도로 지구사와 지리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저 자신감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37 1940년대와 그 이후까지 미국 비판가들이 느낀 경각심과 공분을 이해하려면 지적 용어로서 지정학의 유래를 온전히 파악해야 한다. 1899년 스웨던 정치학과 교수 루돌프 셸렌이 만든 이 용어는 흔히 국가의 조건 형성에 영 토와 자원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는 국제 정치에 대한 매우 냉혹한 또는 더 현실주의적인 접근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지정 '학'('science' of geopolitics)은 지구의 자연 지리라는 '사실'(대륙과 대양의 배치, 여러 나라와 제국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으로 구분)에 입각하여 국제 정치에 관한 '법칙'을 상정했다.
39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는 그런 논의의 중요한 사례다. 그는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Das Nationale System der Politischen Ökonomie』(1841)에서 독일 정치가들에게 지리적 요인의 중요성(예를 들어 한나라의 해로와 육로 접근성, 영토 팽창 잠재성, 자원의 풍부함)에 관해 조언했다.
39 세 가지 요인이 지정학을 하나의 뚜렷한 학문분야로 확립하는데 기여했다. 첫째 영국과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유럽 국가가 변화하며 점차 상호 연결되는 지구적 경제의 본질에 적용하는 데 고전하면서 경제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떠올랐다.
40 제국의 전리품이 쌓여가는 동안 유럽 열강은 식민지 영토에 대한 소유권과 접근권을 놓고 대립했다.
40 마지막으로 대학의 성장과 학문분과로서 지리학의 정립은 학자들이 그 주제에 관해 가르치고 연구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43 라이프치히대학 지리학 교수프리드리히 라첼(Friedrich Ratzel)에 따르면 국가는 투쟁과 불확실성이 특징인 세계에 존재하는 초유기체로 개념화되어야 한다.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찰스 다윈과 장바티스트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와 관련된 지적 유산에 정통한 프리드리히 라첼은 국가를 자연환경에 뿌리를 두고 그에 따라 형성된 지정학적 세력이라고 믿었다. 존재를 시험하는 이런 여건 속에서 생존은 말할 것도 없고 번영하기 위해 국가는 영토와 자원을 획득해야 했다.
46 해퍼드 매킨더는 부활한 독일과 신생국 소련 사이 일체의 동맹 가능성에 대항하고자 미국과의 미들랜드오션동맹(Midland Ocean Alliance)을 주창했다.
46 국가가 초 유기체로 간주되고 더욱이 '생존 공간(Lebensraum, 레벤스라움)'을 요구한다는 관념은 전간기 지정학적 담론의 발전에 전적으로 새롭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배경을 제공했다.
49 카를하우스호퍼는 퇴역한 뒤 뮌헨대학 지리학 교수가 되었고 1920년대 중반에는 〈지정학보'(Zeitschrift für Geopolitik〉를 창간했다. 전임자인 프리드리히 라첼과 마찬가지로 카를 하우스호퍼는 (그는 어린 시절 라첼을 만났다) 독일의 생존이 세계정치의 지정학적 현실에 대한 명철한 인식에 달려 있다고 믿었다. 만약 한 국가가 생존에만 급급하지 않고 번영하고자 한다면 '생존 공간' 획득, 특히 동방에서 영토 획득은 필수적이었고 더욱이 이는 이탈리아, 일본과 같은 잠재적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 달성할 수 있는 일이었다.
50 카를 하우스호퍼는 범지역론이라는 관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독일, 일본과 같은 그밖의 강국이 타국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자국만의 경제적 ·지리적 배후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55 니컬러스 스파이크먼이 동유럽과 서아시아, 남유럽과 남동유럽에서 '테두리 땅(rimland)'이라고 한 지역(전략지정학적으로(geostrategically) 중요한 공간에서 바다를 접 한 가장자리로 정의된다)에 시선을 집중시켰다면 솔 코언의 나중 저작은 이른바 '파쇄지대(shatterbelt, 내부적으로 분열되어 열강의 경쟁을 불러 일으키는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영토와 자원, 접근성을 놓고 초강대국들이 어디에서 충돌하게 될지를 설명하고자 했다.
57 전직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미국에서 지정학에 대한 관심을 부활한 공로자로 흔히 여겨진다.
57 그는 닉슨 행정부에서 지적인 거물이었고 냉전의 지정학적 조건이 변화하는 양상을 예리하게 주시한 관찰자였다.
59 헨리 키신저의 지정학 용어 사용은 어느 정도 새로운 전략적 풍경을 이해하고 대처해보려는 시도였다. 레슐리해플이 주목한 대로 헨리 키신저는 세력 균형으로 특징지어지는 세계에서 전 지구적인 평형 상태와 항구적인 국가 이익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취지에서 주로 그 용어를 사용했다.
100 존 애그뉴는 국가주권과 다양한 형태의 지구화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보는 대신 다양한 형태의 '지구화 지향 국가(globalist state)'를 찾아낸다. 전통적 지정학적 사유가 국가와 유럽제국의 흥망성쇠에 사로잡혀 있다면 최근 저작들은 비국가 행위자, 네트워크, 지역적 조직, 초국적기업, 국제적 정부기구의 역할을 탐구해왔다.
163 배타적인 영토 관할권을 보유한 국민국가에 입각한 근대국제 정치 체제의 탄생은 보통 17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고 여겨진다.
213 남중국해는 분쟁이 치열한해역이다. 다수의 섬이 영유권 분쟁 대상이며 그에 따라 영해, 배타적 경제 수역, 심지어 연장된 대륙붕에 대한 주권형태로 해양에 대한 온갖 권위 주장이 난무한다.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갈등을 빗고 있는 것은 물론 더 북쪽의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를 놓고 일본과도 오랜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지도상에 나타난 그 짧은 선들은 중국이 남중국해 전역으로의 주권 확대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 지도는 '경계는 미확정'이라고 인정하지만 말 그대로 불화의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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