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완 윌리엄스: 사막의 지혜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4. 10. 16.
사막의 지혜 - 로완 윌리엄스 지음, 민경찬.이민희 옮김/비아 |
서문 / 7
들어가며 / 19
자료 출처에 관하여 / 23
1. 생명, 죽음 그리고 이웃 / 29
2. 침묵과 꿀 케이크 / 71
3. 도피 / 111
4. 머무르기 / 151
질의응답 / 183
더 읽어보기 / 216
연표 / 218
`7 3세기 중반 이집트 사막에서 시작된 수도원 운동의 성장과 확장은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현상입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오늘날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리스도인이 아닌 이들조차 사막 수도사들의 삶, 이들이 남긴 말과 일화에 손쉽게 매료되곤 합니다. 이는 아마도 이들이 지닌 어떤 힘 때문일 것이며 그러한 측면에서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들의 말과 행적을 살피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신앙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영적인 측면에서 큰 지극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 괴짜 수도사들과 고대 세계는 어쩌면 경제학자, 사회학자, 정치가, 종교 지도자들이 미처 파헤치지 못한 현대 세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9 그들의 행동은 하느님을 향한 열망에서 나온 것이지 불관용과 근본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기의라는 늪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른바 경건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자기모순에 빠지는지, 교만이라는 죄에 손쉽게 빠져드는지를 알고 있었으며 다른 무엇보다 이러한 함정을 경계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일찍부터 명망을 얻었지만, 그 명망에서 벗어나고자 더 깊은 사막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이 포기한 세상의 기준을 그들에게 들이댔을 때 그들은 결코 '성공한 개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믿은 것을 두고 그들을 본다면 우리는 그들이 지닌 진정성, 그리고 단순성에 깊은 울림을 얻고 감탄하게 될 것입니다.
179 교회력에서는 대림, 성탄, 사순, 부활 절기를 제외한, 특별한 그리스도의 신비를 기념하지 않는 날들을 '연중 시기'라고 부릅니다. 이는 연중 대다수 시간이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임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이 시간 역시 예수 그리스도계서 우리를 위해 마련해 놓으신 시간입니다. 이 모든 시간은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비범한 시간입니다. 연중 시기는 단순히 평범한 시간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예수를 통해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활동으로, 그 드라마로, 이야기로 나아갑니다. 교회력을 따르는 삶의 핵심은 그 시간의 비범함을 기억하는 데 있습니다. 이 시간의 비범함은 매일 이어지는 평범한 시간 속에서, 평범한 시간을 통해 드러납니다. 어떠한 상황과 마주하든 우리는 이 시간 동안 끊임없이 하느님의 부름을 따라 움직이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루를, 일상을 살아갑니다. 이곳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성스럽지도 않은 우리는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성스럽지도 않은 이들과 함께 시간을, 지극히 평범한 산물과도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한 일상 가운데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고 거대한 무언가(하느님 나라, 성도의 영광, 화해와 경이)를 일구는 존재로서 서로를 대하기로 결단합니다. 그리고 기도드리는 가운데, 관계를 이어가는 기운데, 이 모두에 주의를 기울이며 우리는 우리가 내린 결단들을 구현해 나갑니다. 그리하여 차츰 우리는 서로 함께 우리 지신이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잃어버린 우리를 찾으셨음을 알게 됩니다.
수도사의 독방은 세 젊은이가 하느님의 아들을 발견한 바빌론의 용광로 같았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시던 구름 기둥 같았다.
바로 여기에 사막의 독방에 머무르는 이유, 몸을 저당잡힌 것처럼, 몸으로 맹세하며 독방에 머무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머무는 사막에, 우리가 우리로서 있는 사막에 하느님의 아들이 걷고 있는 용광로가 있습니다. 관조적인 신실함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우리가 바로 저 용광로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사막에서, 예상치 못하게 막다른 곳에 이르렀을 때, 예상치 못한 사람을 동해, 예상치 못한 계기로 우리는 엿보게 될 것입니다. 불이 타오르고 있음을, 사막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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