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치오 비롤리: 공화주의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4. 9. 26.
공화주의 - 모리치오 비롤리 지음, 김경희.김동규 옮김/인간사랑 |
역자서문
1장. 이야기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다.
2장. 자유의 새로운 이상향
3장. 공화주의적 자유의 가치
4장. 공화주의, 자유주의,공동체주의
5장. 공화주의적 덕성
6장 공화주의적 애국
참고문헌
색인
64 하지만 우리 모두는, 특히 우리 이탈리아인들은 이러한 공화주의의 부활에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세기 동안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그리고 미국에서 꽃피운 수많은 공화주의적 사상 및 정치운동에 메마르지 않는 원천으로서 역할을 가졌던 "고전적 공화주의"가 태어난 곳이 바로 14세기와 16세기 초사이에 이탈리아반도에 나타났던 자유공화국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화주의 정치사상은 이탈리아가 근대 세계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였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75 이러한 시민적 존엄에 대한 인식 외에 초기 근대 이탈리아 공화국들은 우리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이론적 원리들을 또한 물려주었다. '독립적인 공화국' 개념이 그 중 하나이다. 고전적인 자유 개념을 개발한 사람들은 14세기 이탈리아의 법률가들과 철학자들이었는데, 이들은 황제의 의지에 의존하는 나라, 황제로부터 법령을 내려받는 나라, 그리고 황제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 나라는 스스로를 자유로운 국가라 부를 수 없다는 윈리를 만들어냈다.
76 공화주의 사상가들은 나라 전체와 관련된 공적 논의 및 결정이 시민단 전체를 대표하는 의회에 맡겨지게 되는 경우, 이러한 주권적 결정은 통치자들이나 특정 정파, 특정사회집단의 사적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따라서 시민들을 예속으로부터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을 붙인다.
81 이탈리아 공화국들은 이후 군주국들과 외국의 지배에 굴복하고 만다. 1530년에 마지막 피렌체 공화국이 붕괴된 이후 공화주의는 복잡한 변형 과정과 군주정 및 왕정의 시대라는 정치적 · 지성사적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공화주의의 이 단계는 학계로부터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해왔다.
91 공화주의는 옛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매한 전통일 뿐만 아니라, 새롭게 나타나기도 하고 또는 재발견되기도 하는 정치적 자유의 이상향이기도 하다. 오늘날 공화주의 사상가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진정한 정치적 자유는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개인들이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행동에 있어서) 다른 개인들이나 기관들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형태의 주종적 지배(또는 예속)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서 어떤 사람이 주종적 지배와 예속관계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법의 제재를 두려워함이 없이 언제라도 남을 마음대로 억압할 수 있는 특정 개인이나 기관들의 자의적 의지에 종속되어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101 공화주의적인 자유 개념은 "자신을 위해 스스로 규범을 정할 수 있는 힘, 그리고 스스로 만든 규범이 아니면 어떤 규범에도 복종하지 않을 힘"이라는 민주주의의 자유 개념과도 다르다.
102 민주주의적 자유 개념은 자유주의적인 개념과도 다른데, 보비오가 설명하듯이 자유주의 관점에서 보면 "법, 즉 모든 종류의 법령은 자유와 반대되는 것이므로 모든 법 (무엇을 하지 말라고 금지하는 법과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법)은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 반면, 민주주의는 "자유를 법에 따라 행동하는 장(場)"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규율되지 않은 행동과 법에 의해 규율된 행동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동의를 받은) 자율적인 법에 의해 규율된 행동인지 (강요되는) 타율적인 법에 의해 규율된 행동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120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이 공화주의자들은 간섭이나 속박이 없는 상태로서의 자유에 전혀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공화주의지들이 이러한 자유를 예속이 없는 상태로서의 자유보다 낮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예속이 없는 상태로서의 자유와 간섭 내지 속박이 없는 상태로서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우리는 전자를 후자 위에 두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레스 푸블리카'의 이상, 즉 어느 누구도 굴종하지 않도록 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주종적 지배를 허락하지 않는 공동체라는 예나 지금이나 공회주의적 유토피아의 핵심이 되는 이러한 이상에 더욱 부합하기 때문이다.
130 고전적 자유주의만이 독특하게 내세우는 자연적(생래적 또는 양도불가한) 권리에 대한 교의는 개인의 자유와 인민들과 여러 집단들의 해방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는지는 몰라도 자유주의 사상가들 자신이 스스로 지적한 대로 하나의 커다란 이론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즉 권리라는 것은 오직 관습이나 법이 인정할 때에만 권리인 것이며, 그것은 언제나 역사적인 것이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역사속에서 법에 의해 인정받은 것이 아닌 한, 그것은 단지 도덕적 열망에 불과하다.
137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의 차이들도 중요하긴 하지만, 시민적 덕성(비르투)을 부활시키기 위해 민주사회들의 도덕적 · 문화적 동질성을 강화하려는 공동체주의로부터 공화주의를 구분짓는 차이들보다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138 공화주의자들에게 있어서 공공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인데, 왜냐하면 오직 정의로운 공화국 안에서만 개인들이 타인의 의지에 굴종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화국의 토대는 동등한 권리, 즉 정의인데, 공동체주의자들은 공화주의자들과 달리 특정의 도덕적 선 관념을 공유함으로써 이것을 강화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177 공화국은 하나의 정치질서이며 생활방식이므로 하나의 문화이다. 마키아벨리는 공화국과 관련하여 자유로운 생활을 이야기했고, 다른 사상가들은 공화국을 "하나의 생활방식"이라 정의했다. 그리하여 공화주의적 애국은 하나의 문화로서 의미를 가지는데, 그것은 비록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다, 같은 종족에 속한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또는 같은 풍습을 가지고 있다거나 같은 신(들)을 모신다는 데에 대단한 가치를 두지는 않지만, 공화주의적 평등과 어떤 독특한 문화에 대한 애정에 가치를 두는 정치적 열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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