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 바울 평전
- 책 밑줄긋기/책 2023-24
- 2024. 9. 19.
바울 평전 - 톰 라이트 지음, 박규태 옮김/비아토르 |
지도 목록
서문
들어가는 글
1부: 시작
1장 열심
2장 다메섹
3장 아라비아와 다소
4장 안디옥
2부: 왕의 사자
5장 키프로스와 갈라디아
6장 안디옥과 예루살렘
7장 유럽으로
8장 아테네
9장 고린도 I
10장 에베소 I
11장 에베소 II
12장 고린도 II
13장 다시 예루살렘
3부: 바다, 바다
14장 가이사랴에서 로마로, 그리고 그 너머
15장 바울의 도전
옮긴이 글
연대표
주
성경 색인
주제 색인
642 이 모든 내용은 상상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모든 점에서 우리가 바울과 그의 복음에 관하여 알고 있는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그런 대재앙이 닥치기 전에,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어우러진 공동체, 한 분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안에서, 예수를 통해, 그리고 영의 능력 안에서 한 분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를 세우고 유지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야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이런 분열을—이런 분열은 물론이요, 고린도전서 3장과 에베소서 2장이 말하는 '성전'의 몰락도—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바울이 서신을 쓸 때마다 이 서신 저 서신에서 교회가 모든 민족의 경계를 초월하여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이유였다. 이는 결코 어떤 새 '종교'를 수립하자는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울이 '자기를 혐오하는 유대인'이라는 것─우리는 지금도 얼토당토않은 정보에 근거한 이런 중상과 비방을 가끔씩 만난다─과 무관했다. 바울은 자신이 유대인이 품은 소망의 중심 특징이라 여기는 것들을 강조했다. 그것은 한 분 하나님, 이스라엘의 메시아, 그리고 부활 자체였다. 바울이 중요시한 것은 메시아 종말론 그리고 그 종말론을 구현한 공동체였다. 한 분 하나님이 개개 약속들의 총체뿐아니라, 하나님의 옛 백성에 관한 모든 내러티브를 다 이루시되 아주 뜻밖의 방식으로 이루셨다. 그 바람에 약속의 수호자들은 대부분 그런 사실을 일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그것은 바울이 이 회당 저 회당에서 이야기해 오던 것이었다. 하나님이 그렇게 이루신 덕분에 이제 이방인이 한 가족에 편입되고 있었다.
644 바울은 늘 한 분 하나님이 마지막에 온 세상을 바로잡으시리라고 믿었다. 시편도 그리 말했고, 예언서도 그렇게 예언했다. 예수도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그러나 그런 일이 다가옴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리라고) 선포하셨다. 바울은 그 일이 예수 안에서 일어났다고—그리고 그가 다시 오실 때 일어나리라고—선언했다. 먼저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온 세상을 바로잡는 일을 실행하셨고 예수가 다시 오실 때 이 일을 마침내 완성하실 하나님은 그 사이에 능력이 넘치고 삶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말씀 안에서 당신의 영을 주셨다. 그리스인에게는 복음이 이해할 수 없고 어리석은 것이었으며 유대인에게는 신성모독이요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 복음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 속에서 강력하게 역사했다. 복음을 듣는 이들은 복음이 이치에 맞을 뿐 아니라 복음이 제시하는 의미가 그들을 내면부터 밖까지 완전히 변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645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그런 복음의 강력한 실체를 잘못된 들 안에 놓아두었다는 것이다. 서구 교회는 대체로 바울의 메시지를 살펴볼 때 하늘과 땅이 마지막에 하나가 되리라는 성경의 시각을 거부하는 중세의 관념 속에 놓고 보았다 중세는 시선의 초점을 '땅'에서 돌려 서로 완전히 다른 두 개념, 곧 '천국'과 '지옥'으로 옮겨 놓았으며, 종종 '천국' 이전에는 어떤 잠정 단계('연옥')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삶을 바꿔 놓고 세싱을 변화시키는 바울 복음을 이 완전히 다른 강령, 곧 복음을 믿는 것이 그 모든 것을 피해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강령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바꿔 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바울이 말한 게 아니었다. "여러분은 믿음을 통해 은혜로 구원받았습니다!" 바울은 에베소서에서 그렇게 썼다. "이것은 여러분이 주도하여 일어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행위에 근거한 것이 아니니 아무도 자랑할 수 없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이 말을 그대로 놓고 보면, 천국행 사고 체계에 쉬이 꿰맞출 수 있는 말이지만, 이 말이 들어 있는 더 넓은 맥락을 살펴보면 바울이 아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게 드러난다. 바울은 에베소서 첫 장에서 하나님의 계획은 "그 왕 안에서 온 우주를, 그렇습니다, 그분 안에서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통합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역설한다. 그는 이 서신 2장에서 "은혜로 말미암아 믿음을 통해 구원받음"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로 이 모습으로 만드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선한 일을 하도록 왕이신 예수 안에서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그 일은 우리가 마땅히 걸어야 할 길로, 그분이 미리 준비하신 것입니다.
646 결국 인간이 존재하는 목적은 그저 하나님 세계의 수동적 거주자가 되는것이 아니었다. 바울이 하는 말만 살펴보더라도, 인간이 존재하는 목적은 형상을 가진 자가 되는 것, 하나님의 지혜와 질서를 이 세상 속에 되비치며 온 피조 세계가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찬미를 되비쳐 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인간은―성전 속에 있는 한 '이미지'처럼―하늘과 땅의 문턱에 서 있도록 지음 받았으며, 하나님의 생명을 온 땅으로 흘려보내고 온 땅이 올리는 찬미가 하나님께 올라가게 하는 통로가 되게 지음 받았다. 따라서 여기에 인간 구조와 갱신(전통 언어로 표현하면 '구원')을 바라보는 바울 시각의 핵심이 있다. 즉 복음 안에서 은혜에 붙잡히고 한 분 하나님을 성실히 믿으면서 예수께 초점을 맞춰 그 복음을 증언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자비를 받아 누리는 수혜자일 뿐 아니라, 그 자비를 전하는 대리자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은 하나님이 당신이 지으신 이 세계에 들려주시는 시다. 그런 사람은, 본디 시가 하는 것처럼, 사물을 보는 기존 방식을 깨부수고 열어 인간의 또 다른 존재 방식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바로 바울 복음과 윤리의 핵심이다. 하나님은 마지막에 온 세상을 바로잡으실 것이다. 그는 예수 안에서 그리고 그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미 그 일 가운데 큰 작업을 마치셨다. 이제 하나님은 복음과 영을 통해 사람들을 바로잡으심으로써, 이 사람들이 복음이 행하는 일의 본이 되게 하시고 하나님의 세계를 더 깊이 있게 변화시켜 가는 대리인이 되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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