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고르기아스 / 메넥세노스 / 이온

 

플라톤의 고르기아스 / 메넥세노스 / 이온 - 10점
플라톤 지음, 박종현 옮김/서광사

머리말
우리말 번역본과 관련된 일러두기
원전 텍스트 읽기와 관련된 일러두기

《고르기아스》편
해제
목차
대화자들
《고르기아스》

《메넥세노스》편
해제
목차
대화자들
《메넥세노스》

《이온》편
해제
목차
대화자들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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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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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넥세노스

해제

263 훗날 사람들이 이 대화편에 붙인 부제는 《추도사(epotaphios)》이다.

264 그런 뜻에서 이 대화편은 《고르기아스》 편의 ‘속편’ 또는 ‘부록’ 성격의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전몰자들에 대한 추도사는 그 성격상 더더욱 과장이 심해서, 진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겠다. 

264 아테네의 제국화 과정은 결코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것이야말로 자신들이 배격하는 hybris를 다른 나라들에 저지름임을 자각하지 못함이었으며 부끄러운 일이었다. 또한 238c~239a에서 교육받고 훌륭한 나라에서 살게 됨을 말하며 최선자[들의] 정체 또는 민주정체, 법적인 평들을 누리되, [사람으로서의] 훌륭함과 평탄에 따른 차이의 인정을 말하는 부분에서 진정한 뜻에서 그러했는지가 문제다. 

264 [사람으로서의] 훌륭함(aretē)의 핵심인 지혜(sophia)가 지성(nous)에 의해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함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264 테미스토클레스나 밀티아데스 그리고 페리클레스 등이 아테인들을 훌륭한 시민들로 만드는 데는 실패했던 이유로 지적했던 핵심점이기도 하다. 이들은 아테네의 외형적인 강대함에 이바지했을 뿐, 아테네인들의 혼이 진정으로 훌륭해지도록 하는 데는 여느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별로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화자들

269 이 대화편의 경우에는 그 설정 시기 자체를 말할 수가 없다. 이를테면, 소크라테스는 399년에 이미 사망했는데, 387년에 있었던 이른바 ‘왕의 평화’ 곧 스파르타의 왕 안탈키다스가 페르시아의 왕과 협상을 통해 헬라스 전반에 걸친 문제의 대타협으로 이룬 일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269 플라톤은 소크라테스 시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자신이 40세인 시절의 시점에서 그런 일들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269 메넥세노스: 《파이돈》편(59b)에서 소크라테스의 최후의 날을 지켜본 문하생 중의 한 사람으로 언급되며, 《리시스》편에서는 대화의 주된 인물들 중에 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본문

234a 소크라테스 : 메넥세노스, 아고라에서 오는 길인가 아니면 어디서?
메넥세노스 : 아고라의 협의회 회관에섭니다, 소크라테스 님!
소크라테스 : 협의회 회관에는 특별히 무슨 일이라도 있어서였는가? 혹시 자네가 교육과 철학(지혜사랑)을 끝낼 단계에 이르렀다고, 그리고 자신이 더 큰일들로 관심을 옮길 뜻을 갖기에 족한 걸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명백한 건가? 

234b 그대의 집안이 우리를 돌보는 누군가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가? 
메넥세노스: 소크라테스 님, 그야 선생님께서 허락하시고 다스리도록 조언해 주신다면야, 힘써 볼 것입니다. 그래 주시지 않는다면, 그러지 않을 거고요. 

234c 여러 모로 장한 일인 것 같아. 그리고 훌륭하고 장엄한 장례식인지라, 누군가가 가난한 자로서 죽게 될지라도, 찬사 또한 받게 되네. 비록 변변찮은 자라 할지라도, 지혜롭고 함부로 칭찬을 하는 법이 없으며 오래 걸려 연설을 준비한 사람들에게 말일세. 

235a 각자에게 갖추어져 있는 것들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들도 치켜세우면서,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말들로 장식함으로써, 우리의 혼들을 미혹하게 하네. 

235b 메넥세노여, 이들에게서 칭찬을 받고서는 나야말로 아주 우쭐하게 되는데, 선 채로 매번 들을 때마다 흘리게 되어, 그 당장에 내가 더 크고 더 고귀해지고 더 훌륭하게 된 걸로 여기게 되지. 

234c 우리의 변론가들은 이토록 능란하네.
메넥세노스: 소크라테스 님, 소크라테스 선생님께서는 변론가들을 언제나 비웃으시네요. 

235e 내게는 변론술과 관련해서 전혀 평범치 않은 선생이 있는데, 바로 이 여인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훌륭한 변론가들로 만들기도 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한 사람을 출중하게 만들었으니, 크산티포스의 아들 페리클레스이네. 

236b 내 생각으로는 페리클레스가 한 추도사를 자기가 지었을 때, 그것에서 남은 것들을 모아 붙인 것 같아.

 236c 이 선생의 연설을 공개했다가, 이분이 나를 꾸중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서네.

 236c 소크라테스 : 하지만 아마도 자네는 나를 비웃을 게야. 내가 나이를 먹은 사람이면서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군다고.
메넥세노스 : 천만의 말씀입니다. 소크라테스 님! 무슨 방식으로든 말씀하세요. 
소크라테스 : 그렇지만 어쨌거나 자넬 기쁘게 해야겠지. 설령 자네가 날더러 옷을 벗어 던지고 춤을 추라고 해도, 자넬 기쁘게 해 주고 싶은 거의 그런 심정이네. 어쨌든 우리 둘뿐이니까. 

236d 이분들은 자신들에게 합당한 것들을 행사 수행을 통해서 받았으며, 이것들을 받고서 정해진 운명의 여정을 가고 있습니다. 

236e 요구되는 추도사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전사자들을 족히 찬양하게 되는 것이어서, 살아 있는 자들에게 마음에 들게 권유하는 것으로서, 자식들과 형제들로 하여금 그들의 훌륭함을 본받도록 하되, 부모 그리고 아직도 살아계신 웃어른들이 계시다면, 이분들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237b 첫째로 이들의 고귀한 태생을 찬양하고, 둘째로 양육과 교육을 찬양합시다. 그리고서 이에 더해, 그 행적들의 수행을 적시하도록 합시다. 이들이 자신들의 그 수행을 얼마나 훌륭하고 값있는 것으로서 보여주었는지를 말입니다. 첫째로, 이들에게 있어서 그 고귀한 태생이 비롯된 것은 조상들의 출생이 외래인계가 아니라는 것이며, 

238b 이 지역의 수호를 위한 무기의 소유와 이용 또한 가르쳤습니다. 

238c 이들의 조상들이 이렇게 태어나서 교육을 받고서는 나라체제를 갖추고서 거주했으니, 이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는 게 옳습니다. 나라 체제는 인간의 생활양식이어서, 아름다운 나라체제는 훌륭한 인간들의 생활양식이지만, 그 반대의 것은 나쁜 인간들의 그것입니다. 

238c 그때도 지금도 같은 이 나라체제는 최선자[들의] 정체(aristokratia)였는데, 이 나라 체제로 지금도 그리고 그때부터 대체로 늘 나라 관리를 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를 민주정체로 일컫지만, 누군가는, 자기 좋을 대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나, 다수자의 시인을 동반한 진실에 있어서 최선자[들의] 정체입니다. 

238d 대개는 대중이 나라를 통제하지만, 관직과 권력은 언제나 최선자들로 판단되는 이들에게 부여하며,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서처럼, 허약함으로 해서도, 가난으로 해서도, 또는 아버지들의 무명함으로 해서도 아무도 배제되는 일이 없으며, 그 반대의 경우들로 해서 존경받지도 않습니다. 

239a 법적인 평등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며, [사람으로서의] 훌륭함(덕: aretē)과 지혜의 평판 이외의 다른 어떤 것에 의해서도 서로 간에 복종하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240e 저는 그 사람들을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유와 이 대륙에 있는 모든 이의 아버지들이라 주장합니다.

241a 그러므로 이 연설을 통한 으뜸상은 그들에게 바쳐져야만 하고, 버금상은 살라미스를 중심으로 그리고 아르테미시온에서의 해전에서 싸워 이긴 사람들에게 바쳐져야 합니다. 

242a 그리고 실은 이 전쟁은 모든 나라가 이민족들에게 항거해서 자신들 및 같은 언어를 쓰는 다른 나라들을 위해서 치러 냈던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가 찾아오고 이 나라가 명성을 얻게 되니, 사람들 사이에서 잘 되어 가는 자들에게 일어나기 쉬운 바로 그 일이 닥쳤으니, 처음엔 부러움이, 그러나 부러움에서 시샘이 생긴 겁니다. 

242d 이들은 그들을 죽여 버릴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고 돌려보내고서 평화를 이룩했습니다. 

242e 한때는 함께 이민족들을 공동으로 이겼던 그들을 단독으로 이긴 겁니다. 그러나 이 평화 다음에 세 번째의 바라지 않은 끔찍한 전쟁이 터졌을 때,  

243b 이 나라에 대항해서 모든 헬라스인들과 이민족들까지 결집한 것입니다.

243e 우리에겐 내전이 벌어졌는데, 이런 식이었습니다. 정녕 파당 간에 다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저마다 자신이 병을 앓듯, 제발 그처럼 나라가 병치레를 하고 말기를 지원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44a 동족이 제공하는 우애였습니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서로에 의해서 죽게 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기억하고서, 지금의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써, 곧 이들을 관할하는 신들에게 기원과 제례로써 기원을 하여, 이들이 화해토록 해야만 합니다. 우리도 화해했으니까요. “그들이 서로에게 손을 댄 것을 악의로 해서도 적의로 해서도 아니고 불운으로 해서니까요. 이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 우리 자신들이 증인들입니다. 혈통으로는 그들과 똑같은 사람들이면서, 서로 간에 행하고 당한 일들에 대해서 서로 용서하고 있으니까요. 

244d 어느새 남들을 노예화하는 게 자신들의 일인 줄로 생각하고서, 이를 실행해 갔습니다.

245c 진실로 바로 이처럼 이 나라의 고상함과 자유로움은 굳건하고 건강하며 성향이 이민족들을 혐오하는데, 이는 순수하게 헬라스적이며 이민족들과 섞이지 않음으로 해섭니다. 

246d 아이들아, 너희가 용감한 아버지들의 아이들이라는 건 지금의 사실이 명시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명예롭지 못하게 살 수는 있지만, 오히려 명예롭게 죽는 쪽을 택한다. 

246e 용기(aretē)도 함께 수련해야만 하느니라.

248a  삶은 가장 훌륭하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 사람이 절제 있는 자이며, 이 사람이 용기 있는 자이고 지혜로운 자입니다.

249e 메넥세노스여, 이게 자네에게 들려주는 밀레토스의 여인 아스파시아의 연설문이네. 
메넥세노스 : 맹세코, 소크라테스님. 여자 분이시면서, 그런 연설문을 지으실 수 있다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아스파시아 님은 어쨌든 복받으신 분이십니다.  
소크라테스 : 하지만 자네가 못 믿겠다면, 나를 따라 오게. 그러면 그분이 말씀하시는 걸 듣게 될 걸세. 
메넥세노스 : 아, 소크라테스님. 아스파시아 님은 제가 여러 번 뵈었거니와, 어떤 분이신지도 알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뭔가? 그분에 대해 경탄하지도 않고, 지금 그 연설문에 대해 그분께 고마워하지도 않는 겐가?
메넥세노스 : 소크라테스 님. 이 연설문에 대해 그분께만이 아니라, 이를 선생님께 말씀하신 분이 누구시든 그분께도 저는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 잘된 걸세. 날 헐뜯지도 않도록. 내가 그분의 많은 훌륭한 정치적인 연설문들을 자네에게 또다시 전해줄 수 있게 말일세.  
메넥세노스 : 염려마세요. 제가 헐뜯을 일은 없을 겁니다. 전해 주시기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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