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바르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4. 10. 29.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칼 바르트 지음, 문성모 옮김/예솔 |
번역자의 일러두기
1. 모차르트에 관한 고백
2. 모차르트에 대한 감사의 편지
3.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4. 모차르트의 자유
부록 1. 초대 손님을 위한 음악
부록 2. 칼 바르트에 대하여
부록 3. 모차르트 연보(年譜)
부록 4. 찾아보기
19 또 한 가지 고백하는 바는, 만약 내가 장차 천국에 간다면 우선 모차르트를 만나고 싶고, 그다음에 비로소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루터, 칼뱅, 슐라이어마허의 안부를 묻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에 관해 아래와 같은 해명이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즉 '일용할 양식'에 놀이(Spielen)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모차르트가 놀이하는 것을 듣습니다. 그것이 젊은 모차르트이건 나이 든 모차르트이건 상관없이 오직 모차르트만을 듣습니다. 하지만 '놀이'(Spielen) 란 놀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성취하기 어렵고 고귀한 것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놀이의 예술을 모차르트에게서 듣습니다. 멋진 놀이의 전제조건은 어린아이적인 생각으로 모든 사물의 중심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사물의 처음과 마지막을 파악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9 당시 네 개의 멋진 세례명 중에서 첫째와 셋째 이름을 합하면 요한 볼프강(Johann Wolfgang)이라는, 7년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다른 사람의 이름과 같고, 첫째와 둘째 이름을 합하면 훌륭한 가르침 덕분에 크리소스토무스(황금의 입)란 별명이 붙은 유명한 교부 요하네스(Johannes)의 이름과 같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위의 네 이름 중 마지막 두 이름이 불리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넷째 이름인 테오필루스는 라틴어인 아마데우스로 쓰였고,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냥 '아마데(Amade)'라고 불렀습니다.
29 우리가 여기서 꼭 사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지금 이 〈츠빙글리 연감〉에서 다루려고 하는 지극히 독특하고 놀라운 인간 모차르트는 가톨릭 안에서 태어나고 세례 받고 죽고 장례식이 치러졌다는 것입니다. 그가 생애의 마지막 10년 동안 프리메이슨의 회원이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비록 신앙적인 열정은 없었으나) 가톨릭의 미사와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의 생각을 바꾸어 놓지는 못했습니다.
31 쇠렌 키르케고르의 경우를 보면, 그는 "성당관리인으로부터 추기경에 이르기까지 성직에 종사하는 모든 자들을 부추기어" 세상의 모든 위대한 사람들 가운데 모차르트를 최고의 인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에 자기는 "그들의 신앙"에서 "탈퇴하여" "오직 모차르트만을 최고로 숭배하며 유일하게 숭배하는" 신흥종교를 만들 것이라고 거의 협박조로 말하였습니다.
34 사람들이 그를 '어린이'로 이해하려 한다는 관점에서 더 생각해봅시다. (야콥 부르크하르트)는 이것을 단호히 부정하였습니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예술적 테크닉을 완전히 정복하고 언제나 새롭게 도약하며 세련시켰으나, 이것이 청중에게 어떤 부담이나 중압감을 주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자신의 자유분방한, 즉 어린이적인 놀이에 새롭게 참여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그리고 누군가의 말처럼 "순진하고 죄 없는 어린아이같은" 그가 "종잡을 수 없이 우리를 단숨에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볼 때, 그리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그에게 이유를 물을 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를 "어린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37 그가 서른여섯 살도 되지 않아 죽어야만 했던 그 이름 모를 병의 원인도 이 소년 시절의 과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가 소년 시절에 버릇없는 개구쟁이가 되지 못한 것도 도무지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데 이 또한 놀라울 뿐입니다. 그는 한 번도 평범한 어린이로 존재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그는 좀 더 색다르고 높은 차원에서 '어린이' 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 대해 엉뚱한 생각이나 어리석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49 마지막으로 애석하게 생각되는 점을 언급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전해진 모차르트 작품의 양은 그의 짧았던 창작 기간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엄청난 사실은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은 그의 작품 수가 몇 배로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는 생전에 자주 즉흥연주를 즐겼습니다. 그는 아무 때나 악기를 가지고 즉흥적으로 연주했는데 공식적인 연주회에서 뿐만 아니라 몇 사람 안 되는 청중들 앞에서도 자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주를 즐겼습니다. 애석한 것은 이렇게 그가 연주한 것을 나중에 악보로 남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 한번 울려 퍼지고는 영원히 사라져 버린 모차르트의 세계여!
69 이제 나는 이야기를 마치면서 서로 관련이 없는 몇 가지 사항을 차례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넘어간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즉 여러분이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어떻게 개신교 신자이며 신학자인 내가 모차르트의 찬미자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모차르트는 가톨릭 신자였고, 프리메이슨 비밀 결사 대원이었고, 또한 음악가로만 살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여러분 중에 들을 귀 있는 자는 그 대답을 이미 분명하게 들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놀랄 일이고 우려되는 일이라고 걱정스러워하는 분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일러주는 것으로 만족하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려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즉 신약성경이 하늘나라에 관해서만 말씀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에 관한 '비유'도 말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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