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게네스: 켈수스 반박
- 책 밑줄긋기/책 2023-24
- 2024. 10. 29.
켈수스 반박 (제1-2권) - 오리게네스 지음, 이종한 역주/분도출판사 |
‘그리스도교신앙원천’을 내면서
해제
1. 집필 동기
2. 논적
3. 호교론적 반박: 『켈수스 반박』
4. 논쟁의 내용상 중점들
5. 작품의 의의
6. 영향
7. 약어
8. 참고문헌
켈수스 반박(제1-2권)
서론
제1권
제2권
주제어 색인
성경 색인
서론
1. 우리 구원자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람들이 당신을 거슬러 거짓 증언을 할 때 "침묵하셨고" 또 사람들이 당신을 고발할 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은 당신의 삶 전체와 유대인들 가운데에서 행하신 일들이, 거짓 증언을 반박하는 말과 고발에 맞선 변론보다 더 효과적으로 당신을 변호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나의 암브로시우스여, 그런데 나는 켈수스가 문서상으로 그리스도인들을 거슬러 거짓 증언을 하고 자기 책에서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의 신앙을 고발하는 것에 맞서 우리 자신을 변호하는 일을 그대가 어떻게 원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정적 반증은 실제의 모습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거짓 증언을 무찌르고, 고발 자체로부터 진리의 가면을 벗기고 또 그로써 모든 의미를 앗아 버리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온갖 반박서 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이지 않습니까? 아무튼 사람들이 거짓 증언을 할 때 '예수께서 침묵하셨다'는 사실과 관련해서 지금은 마태오 복음서를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사실 마르코 복음서(마르 14,55-61 참조)에 제시된 내용도 근본적으로 동일합니다.
2. 거짓 증언으로 위협받는 피고발인이, 자기를 변호하고 모든 고발이 근거 없음을 밝히고 또 분명히 하느님으로부터 비롯한 자신의 삶과 놀라운 위업들을 명시하여 재판관에게 자신에 대한 올바른 판결을 내릴 기회를 줄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그 일을 물리치고 숭고함으로 자기 고발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사실은, 평범한 이해력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놀라움을 불러일으켰음이 틀림없습니다. 만일 예수께서 당신을 변호하셨다면, 재판관은 그분을 즉시 풀어 주었을 것입니다. 이는 빌라도의 말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3. 그런 까닭에 나는 그대가 나에게 작성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변론서가 사실들 자체에 내포되어 있는 변호를 오히려 약화시키고, 눈 멀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똑히 볼 수 있는 예수님 권능의 찬란한 빛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고 감히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대의 요청에 따르기를 주저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켈수스가 제기한 모든 주장을 거슬러 나의 능력을 다해 합당하게 반박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켈수스의 주장들은 어떠한 신앙인의 확신도 흔들어 놓지 못합니다. 오,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로마 8,39)을 온전히 자신 안에 받아들인 사람은 그 누구도 켈수스나 그와 성향이 비슷한 자들의 말 때문에 믿음이 흔들리는 일이 없기를! 바오로는 신앙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갈라놓곤 하는 것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을 열거합니다. 그는 갈라놓는 것들에 말씀(로고스)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우리는 바오로가 먼저 하는 말에 유의해야 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저희는 온종일 당신 때문에 살해되며 도살될 양처럼 여겨집니다'(시편 43,23).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로마 8,35-37).
4. 우리는 "환난"도, 그리고 그 밖에 앞에서 열거한 그 어떤 것도 우리를 (하느님의 사랑에서) 갈라놓지 못한다는 사실을 참으로 자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바오로나 (그 밖의) 사도들뿐 아니라 그들과 유사한 처지의 사람 그 누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라고 말한 바오로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완전히 초연했거니와, 이는 단순히 "이겨 냄" 이상을 의미합니다.
5. 바오로는 그리스철학이 많은 사람을 매혹하는 어떤 교설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교설들은 거짓을 진리로 묘사하며, 또 그로써 그 거짓을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이에 관해 우리에게 훈계합니다. "아무도 사람을 속이는 헛된 철학으로 여러분을 사로잡지 못하게 조심하십시오. 그런 것들은 사람들의 전통과 이 세상의 정령들을 따르는 것 이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콜로 2,8). 바오로는 세상 지혜의 교설들 안에는 무언가 고상한 것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보았기 때문에 철학자들의 언설은 "세상의 정령들을 따라" 지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분별 있는 인간이라면 거의 아무도 켈수스의 글 역시 "세상의 정령들을 따라" 쓰였다고 주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철학자들의 가르침은 본디 사람을 미혹하는 어떤 것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바오로는 그것을 "헛된 속임수"라고 특징지었습니다.
6. 나는 그리스도교를 변론하려 결심하고 이 서론을 먼저 쓸 때, 켈수스의 책에서 그가 한 유대인을 등장시켜 예수님을 공박하게 하는 대목을 읽게 되었습니다. 켈수스의 책에 대한 나의 이 반박서를 읽게 될 미래의 독자들은 즉시 이 책은 신앙이 확고한 사람들을 위해 쓰인 게 아니라,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또는 바오로 사도가 표현하듯이 "믿음이 아직 약한 사람들"을 위해 쓰인 책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될 것입니다. 요컨대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믿음이 약한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로마 14,1). 나는 이 서론에 대해 양해를 구해야겠습니다. 나는 켈수스에 대한 나의 반박서 시작 부분을 지금과는 다른 계획에 따라 작성했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나는 처음에는 단지 요점들만 지적하고 그것들을 짧게 반박한 다음 이어서 하나의 유기적 전체가 되도록 책을 집필하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 소재들 자체가 나에게 떠올랐고, 처음에 시간을 아끼려고 계획했던 식의 반박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우리에 대한 켈수스의 고발에 맞서 최대한 상세히 반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서론에 이어지는 내 책 첫째 부분에 대해 양해를 청합니다 그러나 뒷부분도 그대에게 별다른 감명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양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그대가 켈수스가 제기한 반론들에 대한 더욱 완벽한 되반박을 여전히 바란다면, 나보다 켈수스를 더 잘 알고 또 말과 글로 켈수스의 고발을 퇴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어떤 사람이 켈수스의 책을 읽고 나서도, 그 책에 맞선 무슨 변론서 따위가 아예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그 책 내용 전체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사실 순박하고 신심 깊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그이 안에 성령께서 살고 계시기에, 그런 내용 따위는 아주 당연히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무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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