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5.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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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 ![]()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책세상 |
개정판을 내며
들어가는 말
제1장 머리말
제2장 제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
제3장 제3장 개별성 -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
제4장 제4장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제5장 현실적용
해제 -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고민한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 | 서병훈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21 흔히 말하는 '의지의 자유'를 다루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은 '철학적 필연성'을 숙명론과 같은 것으로 오해하면서 그것이 ‘의지의 자유’와 상반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 책은 그보다는 시민의 자유 또는 사회적 자유를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나는 이 책에서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질과 그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그다지 제기되지 않았고, 이를 둘러싼 이론적 차원의 토론은 더구나 없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모습을 아직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런 종류의 문제가 오늘날의 실천적 담론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것이 미래의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이런 문제는 오늘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 사회를 뒤흔들던 것이다. 그러나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의 삶이 진보를 거듭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환경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따라서 다른 차원에서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22 자유와 권력의 다툼은 역사가 시작된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하다.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영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특히 그렇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다툼이 백성, 또는 백성 중에서도 일부 계급과 정부사이에서 일어났다. 이때 자유는 정치 지배자의 압제에서 보호받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스의 일부 민주 정부를 제외하면) 당시에는 지배자와 일반 인민이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불가피한 것처럼 인식되었다. 이때는 한 사람이나 한 부족 또는 한 계급이 지배 권력을 장악했다. 이들은 세습 또는 정복을 통해 권력을 잡았는데, 어떤 경우에도 피지배자들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권력의 폭압적 행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어떤 조치가 취해진다 해도,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지배에 감히 도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마 도전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그 힘을 외적의 침입을 막는 데 쓸 수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백성들을 억누르는 데 사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라 안에서 약자들이 이런 저런 강자들의 침탈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 모두를 제압할 수 있을 만큼 힘이 센 최고 강자가 하나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다른 소소한 강자들보다 덜 괴롭히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약자들로서는 한시도 그 발톱과 부리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온전히 지탱하기 위해, 최고 권력자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의 한계를 규정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을 바로 자유liberty라고 일컬었다.
26 시간이 흐르면서 지구상의 큰 땅덩어리를 차지하는 한 나라에서 민주 공화정democratic republic이 세워졌고, 그 나라는 국제 사회의 열강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수립되고 인민에게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이 사람들의 관찰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자치自治’나 ‘인민의 자기 자신에 대한권력 행사’라는 등의 말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권력을 행사하는 ‘인민'은 그 권력이 행사되는 대상과 늘 같은 것은 아니다. '자치’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각자가 스스로를 지배government of each by himself 하기보다, 각자가 자기 이외 나머지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 정치 체제government of each by all the rest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인민의 의지라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사람들 또는 인민들 가운데 가장 활동적인 일부 사람들, 다시 말해 다수파 또는 자신을 다수파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사람들의 의지를 뜻한다. 따라서 인민이 자신들 가운데 일부를 억누르고 싶은 욕망을 품을 수도 있으므로 다른 권력 남용 못지않게 이에 대한 주의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집권자가 인민,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민 가운데 가장 강력한 집단에 대해 정기적으로 책임을 지게 되더라도, 정부가 개인들에게 행사하는 권력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런 생각은 높은 지성을 자랑하는 사상가들, 그리고 실질적 또는 잠재적으로 민주주의와 대립할 수밖에 없는 유럽 사회의 주요계급에 똑같이 파고들어 그 위상을 굳혔다. 이제 정치 영역에서 ‘다수의 횡포tyranny of the majority'는 온 사회가 경계하지 않으면 안될 큰 해악 가운데 하나로 분명히 인식되고 있다.
35 나는 이 책에서 자유에 관한 아주 간단명료한 단 하나의 원리를 천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강제나 통제─법에 따른 물리적 제재 또는 여론의 힘을 통한 도덕적 강권─를 가할 수 있는 경우를 최대한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인간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harm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할 수 없다. 자신의 물질적 또는 도덕적 이익good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간섭하는 것도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당사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거나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또는 다른 사람이 볼 때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하거나 옳은 일이라는 이유에서, 그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슨 일을 시키거나 금지해서는 안 된다. 이런 선한 목적에서라면 그 사람에게 충고하고, 논리적으로 따지며, 설득하면 된다. 그것도 아니면 간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강제하거나 위협을 가해서는 안 된다. 그런 행동을 억지로라도 막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나쁜 일을 하고 말 것이라는 분명한 근거가 없는 한 결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concern을 주는 행위에 한해서만 사회가 간섭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이 당연히 절대적인 자유를 누려야 한다. 자기 자신, 즉 자신의 몸이나 정신에 대해서는 각자가 주권자인 것이다.
38 그러나 사람들이 일단 확신이나 설득에 의해 자기 자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우리가 여기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나라 사람들은 모두 이미 오래전에 이런 상태에 도달했다), 직접적인 형태는 물론, 말을 듣지 않을 때 고통을 주거나 처벌을 하는 방법 등 그 어떤 강제도 그들에게 이익을 주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오직 다른 사람의 안전을 지킬 필요가 있을 때만 강제가 허용되는 것이다.
효용utility과 무관한 추상적인 권리에 관한 생각이 이러한 나의 주장에 어떤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효용이 모든 윤리적 문제의 궁극적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효용은 진보하는 존재인 인간의 항구적인 이익permanent interests에 기반을 둔, 가장 넓은 의미의 개념이어야 한다. 나는 이런 이익 개념 때문에, 오직 다른 사람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만 외부의 힘이 개인의 자율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면 그 사람은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적절한 법적 처벌이 어려울 때는, 모든 사람에게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40 지금까지 말한 이런 것들이 인간 자유의 기본영역이 된다. 자유의 기본영역으로 다음의 셋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내면적 의식의 영역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실제적이거나 사변적인 것, 과학 · 도덕 · 신학 등 모든 주제에 대해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그리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말이다. 의견을 표현하고 출판하는 일은 타인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른 원칙에 의해 규제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도 생각의 자유만큼이나 중요하고 또 생각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 보호되어야 하므로, 이 둘을 떼어놓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를 지녀야 한다. 각각의 개성에 맞게 자기 삶을 설계하고 자기 좋은 대로 살아갈 자유를 누려야 한다. 이러한 일이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한, 설령 다른 사람의 눈에 어리석거나 잘못되거나 또는 틀린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런 이유를 내세워 간섭해서는 안된다.
셋째 이러한 개인의 자유에서 이와 똑같은 원리의 적용을 받는 결사의 자유가 도출된다. 다시 말해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그리고 강제나 속임수에 의해 억지로 끌려온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성인이 어떤 목적의 모임이든 자유롭게 결성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정부 형태를 두고 있든 이 세 가지 자유가 원칙적으로 존중되지 않는 사회라면 결코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자유를 절대적으로, 무조건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하고 또 유일하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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