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와인버그: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 - 10점
샘 와인버그 지음, 정종복.박선경 옮김/휴머니스트

서문: 디지털 시대,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가?
1부 역사 교육이 처한 역경
1 역사에 집착하다
2 국가 주도의 역사 교육 키우기
3 ‘하워드 진’ 다시 읽기

2부 역사적 사고≠놀라운 암기력
4 블룸의 분류학과 역사적 사고
5 텍스트 읽기와 배경 지식의 중요성

3부 디지털 시대에 역사적으로 사고하기
6 변화하는 역사, 학교로 가다
7 구글은 왜 우리를 구할 수 없는가?


4부 역사 교육에서 희망을 찾다
8 미국 영웅들의 변천기

후기: 우리에게는 아직 ‘역사’가 필요하다
한국어판 특집: 역사가처럼 문서를 읽는 역사 수업에 거는 기대

부록
감사의 말
본문의 주
참고문헌

 


11 우리는 도서관에 가는 대신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연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것은 한 세대 전의 조사연구 방법과 완전히 다르다. 그 시절 도서관과 기록보관소는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11 세 때 처음 도서관에서 자료조사란 것을 해보았다. 버뮤다 삼각지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는데, 6학년 담임이었던 애비 선생님이 내준 과제였다. 시내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도착한 나는 사서가 보여주는 색인 목록을 보고 청구기호를 찾아 필요한 자료를 찾았다. 

어떤 주장이나 내용이 인쇄물로 출판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진실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애비 선생님은 1969 년에 우리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줬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저명한 작가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우리가 읽은 내용이 정확하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 그들의 명성에 의지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책을 읽기 전에 여러 차례 검토를 거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수만이 정보를 생산했고, 대다수가 그 정보를 소비했다. 

12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다르다. 인터넷은 권위로부터 자유롭다.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유투브에 동영상을 올리거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허가증이 필요하지도 않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보라, 마음껏 트윗하라! 작가가 돼보는 것은 어떤가! 입소문의 주체는 학구적인 지식인들이 아니라 디지털 대중이다. 구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보를 어떻게 찾는가가 아니다. 인터넷은 엄청난 양의 정보로 넘쳐난다. 그 수많은 정보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엉터리 디지털 잡상인들은 우리의 충성을 얻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자료들과 경쟁한다.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가?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전국적 설문조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5 넘쳐나는 인터넷 정보로 과거를 학습하는 오싹한 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이곳에서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교과서 집필자까지 가짜 역사의 희생양으로 전락한다. 아날로그 시대에 정보 문해력이란 《정기간행물 독자 안내서》를 읽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정보를 어떻게 찾을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숨을 헐떡거리게 된 지금 우리는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바로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하는가다. 슬프게도 우리는 이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모든 이에게 열린 디지털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대신, 구시대의 교육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그 결과가 다르기를 기대한다. 

16 교과서를 읽고 질문에 답하는 교육방식은 편하고 익숙하지만, 이로인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모호한 내용이라고는 전혀 없는 교과서를 읽으면서 학생들에게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한 번도 어린이용 수영장을 벗어나보지 못한 아이에게 거친 바다의 급류를 헤쳐나갈 준비를 시키는 것과 같다. 지금과 같은 학습방법으로는 학생들이 주장과 반론의 파도, 즉 학교 밖의 세계를 헤쳐나가지 못할 것이다. 

19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를 규제하지 않는 시대에 거짓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것은 가산점을 얻기 위한 일이 아니다. 구글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통찰력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던 적도 없지만, 이 정보들을 제대로 다룰 준비를 한 적도 없다. 토머스 제퍼슨이 주장한 것처럼 민주주의와 대중 선동을 구별하는 것이 시민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역량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자, 시작해보자. 

129 오히려 그들은 언어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고, 단어와 문구의 미묘한 차이를 고려하면서 핵심 구절을 다시 읽고 문서를 천천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살폈다. 실제로, 그들의 읽기 과정은 공통핵심 기준에서 제시하는 접근 방식인 "자세히 읽기close reading"를 정교하게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공통핵심기준의 '대학입시 및 취업을 위한 수학·영문학 준비 표준'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세히 읽기'를 가르침으로써 고전을 주의 깊게 해석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공통핵심기준의 입안자들이 정의한 바에 따르면, 자세히 읽기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생애》, 마틴 루서 킹의 〈버밍햄 감옥으로부터 편지〉 같은 글의 단어에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그리고 교실에서 교사들이 실행할 수 있도록 수업 계획안이 함께 제공된다. 자세히 읽기는 학생들이 "신중하게 읽고 다시 읽을 것을" 권한다. 이는 학생들이 "개별 단어와 문장의 의미, 문장이 전개되는 순서, 글에서 사고의 전개 과정을 돌이켜보게" 하고 궁극적으로 글 전체를 이해하게 한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에 대한 수업 계획 안에는 교서들이 해당 자료에 대한 "배경 지식이나 중요한 내용 안내를 하지 않도록" 경고한다. 그들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이 배경 지식에 권위를 부여하는 대신 오직 본문의 내용에 충실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가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130 우리가 역사에 무지하다는 것을 인식할 때 우리는 겸손해진다. 아무리 존경받는 역사학자라도 모든 시대와 지역의 과거를 복원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갖출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온 단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은 심각한 경고와 함께 우리의 주의를 환기한다. 이는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오늘날과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할지도 모를 타인에 대한 이해심을 길러준다. 단어 또한 역사에 깊이 새겨져 있다. 지식이 없다면 우리는 현재에 갇히게 되고 과거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세계의 희미하고 열등한 복사본으로 바뀐다. 결국 우리의 무지로 생긴 빈틈은 고정관념들로 채워진다. 공통핵심기준의 "자세히 읽기"는 무지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할 수 없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단지 교육 성취도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가장 최근의 바보 같은 생각일 뿐이다. 

195 이것은 모든 책으로부터 해방되자고 호소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읽기를 속도전으로 바꾸자는 것도 아니다. 주의 깊은 분석적인 읽기, 즉 패턴, 세부 사항 및 뉘앙스에 대한 신중한 검토는 모든 세심한 교육과정에 필수적이다. 나는 역사가들이 얼마나 세세한 부분까지 주목해 꼼꼼하게 텍스트를 해독하는지, 그렇게 함으로써 덜 숙달된 독자들이 놓치는 의미가 무엇인지 연구하는 데 수십 년을 바쳤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가 속도를 내는 것이라면, 출처를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웹사이트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엄청난 시간 낭비임이 분명하다. 디지털 세계는 아직 우리가 숙달하지 못한 새로운 독해 ·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196 오늘날 이와 비슷한 순간에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우리의 기술적 창조물들이 그들의 창조자에 대항해 들고 일어났다. 과잉이 혼란을 불러온 것이다. 거실에서 일하는 겉만 번지르르한 사업가들은 유명 언론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끄는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가짜 뉴스는 검증된 뉴스보다 온라인에서 더 빠르게 퍼져나간다. 저널리즘과 신문사의 전통적인 수익원은 더 이상 우위에 서지 못한다. 구글은 광고 수입으로 미국 전체 신문사보다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한다. 심지어 주류 출판물과 TV 방송들도 트위터, 유튜브, 그리고 블로그를 모방하려 한다. 요즘 시대 학생들에게 종이 신문을 드는 것은 다이얼식 전화기에 집게손가락을 넣어 돌리는 것만큼이나 낯설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찾는 곳은 전통적인 뉴스가 아닌 소셜미디어다. 

200 교육자들에게는 학생들에게 "정확성을 평가하는 규범"을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아주 기본적인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회는 사람을 통제하는 사법제도를 유지할 도덕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 '대안적 사실'에 대한 논리적 확장은 감옥 문을 열고 모든 범죄자를 내보내는 것이다. 한때는 출판사와 편집자, 사서,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짊어졌던 짐이 이제는 개인 아니,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짐이 되었다. 이 새로운 현실의 커다란 문제는 정보에 정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잘 아는 사람들만큼 투표소에서 많은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깨끗한 공기와 물이 시민들의 건강에 직결되듯이 신뢰할 만한 정보는 시민의 지성과 관련이 있다. 인류는 인터넷을 통해 공공영역에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목소리를 주었고, 댓글 창과 블로그, 위키피디아, 그리고 각종 웹사이트에서 마음으로만 했던 말을 소리 내어 말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동시에 새로운 자유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동기 중 일부를 촉발했고, 비뚤어진 기쁨을 즐기는 트롤 무리가 나쁜 짓을 하며 날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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