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웨드: 마일즈 데이비스

 

마일즈 데이비스 - 10점
존 스웨드 지음, 김현준 옮김/그책

옮긴이의 말

서주_마일즈는 살아 있다

1.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2. 비밥의 숲
3. 위대한 쿨의 탄생
4. 1950년대, 그 열정과 절망
5. 재즈의 이정표, 카인드 오브 블루

간주_어떤 외로움에 대한 보고서

6. 꿈을 위한 혼돈 속의 투쟁
7. 초감각적 인식의 발라드
8. 재즈 록, 또 하나의 개벽
9. 변화에 맞선 격정의 나날들
10. 세상을 향한 첫 미소
11. 최후의 미스터리

후주_재즈계의 피카소

마일즈 데이비스 디스코그래피

 


734 마일즈에게, 삶은 그 자체로 음악의 한 방편이 됐다.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그는 혹독한 규율을 받아들여야 했고, 그 규율은 자신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잔혹한 태도를 요구할 때가 많았다. 때로 그가 사랑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이르기도 했다. 그는 관계를 가진 모든 여인들에게 자신의 삶에 있어 가족과 아이들 연인이나 친구 그 어떤 것보다도 언제나 음악이 ·처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어떤 이들은 음악에 대한 그의 이러한 집중력과 추진력에 매료됐으며, 또 어떤 이들은 그저 배불러서 지껄이는 소리라며 하찮게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진지했다. 그리고 일을 성취하는데 있어 어떤 다른 것도 그의 마음가짐을 대신해주지 못했으며, 결정적으로 일이 성사되지 못했을 때 이에 굴복하지 않을 힘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마일즈가 지나간 자리마다 남겨놓은 수많은 삶의 파편들은 그 누구도 쉽게 이해하거나 용서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 었다. 그를 용서한 사람들이나 그 때문에 겪은 희생과 대가를 애써 외면한 이들은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그 나름대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격정과 분노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옳든 그르든 그가 저지른 모든 일들은 어차피 음악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이들의 관대함을 등에 업고서도, 막상 마일즈 자신은 그가 이룬 성공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수 없었으며, 자신이 만들어낸 성과물에 대해서도 결코 만족하지 못했다. 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길 에반스는 언제나 마일즈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736 웨런 쇼터가 마일즈에게 남긴 찬사 속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혼란스런 해석이 등장한다.
마일즈의 삶을 요약하자면, 나는 그를 진정한 배트맨(Batman) 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는 정의와 진실을 수호한 십자군이었죠. 낮에는 데이비스 박사의 아들인 마일즈 듀이 데이비스 3세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도마뱀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밖으로 나가 진실과 정의를 지키는 배트맨이 돼서 악당들과 싸움니다. 배트맨은 두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죠. 분명 범죄자의 마음도 가지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마일즈가 한 모든 일들은 범죄가 아니라 그냥 잠깐 화를 낸 것이거나 마음에 안 드는 다른 이들을 내쫓은 것에 불과합니다. 더 젊어서는 다른 사람을때리기도 했고, 사람들이 얘기한것처럼 여자들을 너무 함부로 다루기도 했다죠. 어쨌든 영화에서 밤마다 배트맨이 됐던 브루스 웨인도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나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는 힘을 그렇게 쓰지 않았을 뿐이죠. 왜냐하면 그는 배트맨 중에서도 아주 착한 배트맨이었으니까요. 순진한 사람들은 홉혈귀에 대항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모르는 법이죠. 

브리이언트 검블: 자, 시청자들께 어떤 말을 드려야 할까요. 마일즈 데이비스도 나이가 들면서 졸 누그러졌다? 아니면 어느새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그도 아니면…
마일즈 데이비스: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그냥 맘대로 생각하게 내버려 두는게 낫소.
브라이언트 검블: 아하, 데이비스 선생은 비밀을 아주 좋아하시는군요.
마일즈 데이비스: 비밀을 좋아하는 건 사람들이지. 나는 쿨한 놈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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