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홀게이트: 헤겔의 『정신현상학』 입문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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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정신현상학』 입문 - ![]() 스티븐 홀게이트 지음, 이종철 옮김/서광사 |
옮긴이의 말 … 5
한국어판 저자 서문 … 9
머리말 … 11
텍스트에 대한 일러두기 … 13
1. 맥락 … 17
2. 주제 둘러보기 … 37
3. 텍스트 읽기 … 61
4. 수용과 영향 … 299
더 읽어볼 책들 … 305
찾아보기 … 315
293 우리가 지금까지 따라왔던 발전 과정을 재검토해보자. 의식은 그 자신과 다른 어떤 것과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다음으로 자기-의식은 자신과 자신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다. 이성은 이 두 개의 시각을 그것이 연관된 대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결합하며, 그래서 "그것이 전 실재이다" (§233/158)는 확신을 향유한다. 동시에, 이성은 개별적인 것 속에서 처음에는 개별적 사물들과 유기체 속에서, 다음에는 그 자신의 개별성 속에서 보편적인 것을 발견한다. 사실상, 이성은 개별자가 보편자를 실현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마침내, 이성은 참으로 보편적인 것과 그 나름에서 권위적인 것 ─ "절대자의 가치를 지닌" (§420/277) 보편자 ─ 을 의식하게 된다.
정신은 이러한 보편자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스스로를 개별자들 속에서 또 그것들을 통해 실현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는 정신의 목소리가 절대자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는 개인의 등장으로 양심 속에서 발전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가 그들의 절대성을 화해 행위 속에서 부인하는 위선자와 심판자를 통해 종교로 이행한다. 계시종교에서 신적 존재는 그 자체 육화해서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하여 그것은 자기희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개인들의 공동체 안에서 현실화되고 자기 의식적이 된다. 이렇게 해서, 인간 존재와 신적 존재가 하나가 된다. 종교적 의식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본질적으로 타자로 남는 신과 하나가 된다. 절대지는 이제 계시종교 속에 암시적으로 있는 것을 명시적으로 진리로 만들며, 여기에 인간의 자기의식과 절대 존재 사이의 본질적 동일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294 절대지는 '표상'(Vorstellung) ─ '타자성의 형식' (§796/521) ─ 을 사유로 대체함으로써 그렇게 한다. 스토아주의에 관한 논의에서 보았듯, 사유는 대상이 "의식과 다르지 않은 실체" 이다 라는 명시적 자각이다. 즉 주체와 객체는 매우 똑같은 형식. 말하자면 '개념' (Begriff)(§197/137)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지는 절대자를 '신' 으로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개념적으로 다시 말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구조화된 존재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知)는 그 대상을 다른 자기의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자. 절대지는 그것을 존재(Sein) 혹은 현존(Dasein) 자체로 간주한다. 절대지는 이 현존이 자기와 동일한 형식 ─ '개념'의 '자기적' (selbstisch) 형식(§805/528) ─ 을 갖고 있다고 이해한다. 헤겔이 논리학에서 적고 있듯, "존재가 그 자신의 자기 속에서 순수한 개념으로 인식되고, 순수한 개념은 참된 존재로 인식된다."
절대지의 본성은 그것을 우리가 경험했던 다른 형태의 의식과 구별함으로써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영혼과 달리, 그것은 단순히 '절대적인 자기 의식' (§657/432)이 아니다. 오히려 절대지는 "그것이 자신과 구별하는 내용". 다시 말해 존재, 실존 혹은 '실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것이 자신과 그 대상의 동일성을 판별하는 것은 그것들 사이의 차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 자신과 구별되는 존재가 그것 자신과 동일한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더 이상 그것 자신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스토아주의와 달리, 절대지는 존재에 관한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전적으로 추상적인 자기 속으로 후퇴하지 않고, 오히려 존재가 자기 자신 속에서 또 자기 자신에게 개념적이고 논리적이라고 이해한다(§§199,804/138, 527). 이는 절대지가 존재의 진리를 사유 안에서 발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존재 자신의 내재적이고 논리적인 전개를 철저히 사유함으로써 그렇게 하는 것이다.
295 게다가 절대지는 스스로를 존재 혹은 실체가 그 자신에 대해 도달하는 의식으로 이해한다. '절대적으로' 인식하는 개별자는 자신이 특별한 개별자임을, 즉 "다른 나가 아닌 이 나임을 인식하는 것이다(§799/523). 그 역시 그의 지(知)가 그 자신의 활동 ─ 자기 자신의 행위(§797/522)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그 역시 그 자신의 활동이 실체 자체의 활동임을 알고 있다. 그는 실체가 자신의 지 속에서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헤겔이 적고 있듯, 절대지는 "이러한 주체를 실체로서, 그리고 실체를 이러한 지로서 인식한 것" (§797/522)이다. 그러므로 종교적 의식과 달리, 절대지는 본질적으로 스스로가 그것 자신과 다른 존재와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그 자신의 활동이 존재. 실체 그리고 이성 자체의 활동이라고 알고 있다. 사실상 이것이 절대지의 의미이다.
297 절대지에 관한 장을 진행하면서, 헤겔은 사변철학은 시간이 무르익기 전까지는 등장할 수 없다고 적었다. 다시 말해 인류가 역사 속에서 다른 모든 형태의 의식의 한계들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참으로 절대적인지의 관점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800, 803, 808/523, 526, 530-1). 하지만 역사가 우리를 절대지에 데려가지 않았다면, 우리의 과제들 중의 하나는 그러한 지(知)를 필연적으로 만드는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그러한 발전을 사유 속에서 다시금 추적하는 것이다. 그렇게함에 있어 사유는 그것이 역사 속에서 획득했던 지혜를 제쳐두고, "그것이 이전의 정신들의 경험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 (§808/530)는 듯 진행해야만 한다. 사유는 '선입견이 없이' (unbefangen) 새롭게 시작해서 역사 속에서 거쳐 왔던 일련의 형태들이 '지로부터 재탄생'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정신현상학』은 이러한 재탄생에 관 한 편견 없는 연구이다. 그러므로 현상학의 과제는 철학을 자연적 의식에게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철학 자신이 짐으로 떠안고 있는 역사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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