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C. 하지슨: 헤겔의 종교철학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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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종교철학 - ![]() 피터 C. 하지슨 지음, 정진우 옮김/동연출판사 |
추천사 / 최신한, 정재현
서문 / 피터 C. 하지슨
문헌 주해
제1부 | 헤겔 종교철학의 형성 과정
1장. 정신의 신학자 헤겔
2장. 헤겔의 종교 관련 저작들
3장. 헤겔과 그 시대의 신학
제2부 | 헤겔 종교철학의 구성 요소
4장. 그리스도교와 종교의 개념
5장. 개념과 인식 그리고 신앙
6장. 삼위일체: 절대정신으로서 신
7장. 창조, 인간성 그리고 악
8장. 그리스도와 화해
9장. 성령과 공동체
10장. 그리스도교와 다양한 세계 종교
제3부 | 헤겔 종교철학과 현대 신학
11장. 헤겔이 오늘에 주는 신학적 의미
역자 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97 1821년 『종교철학』은 이후의 강의에서도 반복되는 다음의 주장으로 시작한다. "종교철학은 라이프니츠, 볼프 그리고 바움가르텐으로 대표되는 16세기에서 18세기의 스콜라 철학의 자연신학, 즉 실증적 계시에 기초한 신 인식과는 구분되는 '오로지 이성을 통한' 신 인식과 동일한 목적을 갖는다." 이어 헤겔은 웅변적이고 도시적인 언어로 이렇게 말한다. "신은 만유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며, 철학과 종교의 유일무이한 대상이다. 철학의 최고과제는 신에게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철학은 곧 신학이며, 신학에 대한 몰두하는 것이다. 신학에 몰두하는 철학은 그 자체가 신에 대한 예배다" (1:83-84).
98 1824년 『종교철학』에서 그는 종교철학에 관한 자신의 새로운 앎을 학문적 원리로 삼고 있다. 그것은 오직 18세기 말에만 속하는 철학적 주제다. "신과 종교를 철학적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철학자는 헤겔이다"라는 호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더라도, 개신교 신학자들이 계시신학과 성서신학의 편에서 포기했던 자연신학의 임무를 수행하여 종교철학을 철학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격상시킨 최초의 근대철학자라는 점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으로 명확히 설명하겠지만, 헤겔 『종교철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연신학과 계시신학을 화해시키는 것이었다.
101 철학 일반은 신을 자신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실제로 신이야말로 철학의 유일하고도 고유한 대상이다. 철학은 신앙과 대비해서 흔히 거론되는 바와 같은 세속적 지혜가 아니다. 철학은 사실상세속에 대한 지혜가 아니라 도리어 비세속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다. 철학은 외적인 존재에 대한 인식, 경험적으로 규정된 존재와 삶 혹은 형식적 보편에 관한 인식이 아니라 도리어 영원한 것에 대한 인식, 즉 스스로를 계시하고 전개하는 것으로서의 신이란 무엇이며, 신의 본성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인식이다(1:116-117). 이는 헤겔 관념론의 고전적인 공식이다. 헤겔의 관념론은 실재론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이념을 유한자의 진리로 이해한다.
123 1827년 『종교철학』도 이와 유사한 공식을 보여준다. 종교철학의 대상은 '신 자체, 즉 절대적 이성'이다. "절대정신은 자신을 이성적으로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우리가 이성적 인식을 다루고 탐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이성에 대한 개념적 탐구이자 개념적 인식이다. 따라서 맨 먼저 인식의 원리부터 탐구해야 한다는 칸트의 요구는 속 빈말에 불과하다. 학문적 인식은 그 자체로 인식원리에 대한 탐구를 동반하게 마련이다"'(1:170).
163 헤겔의 의도는 종교를 역사적으로 서술하려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그리스도교의 거대담론을 사변적으로 재서술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종교철학』의 전체 내용, 즉 종교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유한한 종교들을 거쳐 완성된 종교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이룬다. 그리스도교 거대담론은 근본적으로 통일, 구별, 화해, 혹은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전개되는 삼위일체적인 신의 이야기다. 이러한 거대담론은 종교의 역사 전반을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바로 그 과정이 그리스도교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장치다.
176 신앙은 직접적인 경험적 증거나 그것의 필연성에 대한 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신앙의 토대나 근거는 부분적으로 우리가 신뢰하는 사람들의 증언에서 유래한다. 그런 점에서 신앙은 외적인 권위에 의존한다. 하지만 신앙이 의지하는 진정한 권위와 올바른 증언은 곧 성령의 증언이다.
211 가장 추상적인 단계에서 신은 '자신을 특수화하는 보편적 정신'으로 규정된다. 이것이 곧 그리스도교신학이 '삼위일체'라 부르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론은 신이 자신을 구별하면서도 어떻게 자기-동일하게 머무는가를 기술하는 교리다. 이러한 삼위일체가 신의 신비를 구성한다. "삼위일체의 내용은 신비적이고 사변적이다". 그것은 이성적인 신비다. 삼위일체의 세 가지 구별을 '수로 셀 수 있는 감각적 속성들이 아니라' 생동하는 이성적 과정의 논리적 요소들로 이해하는 사유방식만이 그러한 신비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론의 문제는 그것이 수나 위격을 사용하는 표상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헤겔의 과제는 삼위일체론의 진리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해 그러한 표상적 언어를 해체하는 것, 즉 표상(Vorstellung)에서 사유로 나아가는 것이다.
275 그는 예수의 탄생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들도 탈-신화화한다. 문자적인 의미의 육체적인 부활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현존은 정신적인 현존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라진다. '부활'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헤겔은 고양, 승천, 복귀 그리고 완성이라는 드 시적인 과정 전반의 연상을 제시한다. 그 연상은 그리스도의 높아짐을 나타낸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종교는 신으로의 '고양'을 지향한다. 이 연상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고양으로서의 부활은 종교적인 삶에 본질적인 것이다.
281 성령으로의 전환은 내면성과 주관성으로의 전환 외부에서 주어진 객관적인 진리에서 주관적인 진리로의 전환이다. 진리는 주체 안에 있다. 왜냐하면 주체는 성령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리로도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내적인 도정으로의 전환이다. 그리고 이 셋째 영역에서 우리는 우리가 그러한 정신의 토양 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교회공동체, 제의, 신앙이다."
405 헤겔은 전통적인 형이상학을 '정신'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도입한 탈형이상학적 존재신학으로 대체한다. 신의 존재는 순수한 직접적 존재(논리학의 출발점에 있는 모든 철학적 범주들 가운데 가장 공허한 것)도, 추상적 실체(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도, 최고의 존재(합리주의 신학자들, 칸트, 슐라이어마허)도 아니다. 그것은 역능, 운동, 생명, 지성, 계시, 구별과 화해의 과정을 의미하는 '정신'(Geist) 이다. 정신은 변증법적인 나선 운동을 통해 자기현시하고, 자기계시하는 행위이자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으로부터 신적인 상호주관성도 확립되고, 모든 것들도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429 헤겔의 그리스도론은 거의 정통설에 가깝다. 하지만 드러남, 현시, 계시라 할 수 있는 육화에 대한 해석은 정통설과 약간 다르다. 신의 본성이라는 말은 예수가 곧 그리스도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신을 계시하고, 화해를 매개하는 자라는 것, 즉 예수의 그런 역할을 뜻하는 것이다. 그는 사랑을 계시하고, 고통을 참아내는 성령의 힘이 충만한 사람이다. 그래서 헤겔은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죽음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의 가르침은 단순한 도덕적 격률이 아니다. 그 가르침의 핵심은 근본적인 사랑이자 억압적인 질서에 대한 혁명적인 전복이다. 그의 삶 전체는 바로 그러한 신적인 이념의 진리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을 통해 드러난 신의 말씀이요, 행위요, 노동이다. 그것은 외적인 기적이 아니라 내적인 권능으로 이루어진다. 이 설교자는 곧 설교자의 형태로 나타난 신이다. 그는 그러한 방식으로 설교자가 되고, 인간의 구세주가 된다. 오로지 신앙만이 그리스도 내에 있는 신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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