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타인 베블런: 장인 본능

 

장인 본능 - 10점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양소연 옮김/지식을만드는지식

서문

1장 서론
2장 원시 기술과 본능의 오염
3장 원시 상태의 산업 기술
4장 약탈 문화의 기술
5장 소유 및 경쟁 체계
1. 평화적 소유
2. 경쟁 체계
6장 수공업 시대
7장 기계 산업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38 이러한 복잡한 목적론적 행동에서 차지하는 장인본능의 위치는 다소 독특한데, 장인 본능의 기능은 목표가 무엇이 되었건 삶의 목표 달성을 위한 유용성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주로 이러한 목표를 정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다른 여러 본능적 성향들이다. 따라서 장인 본능은 어느 정도는 나머지 모든 성향의 부수물이라 얘기할 수 있으며, 그 어떤 이면의 목표보다 삶의 수단 및 방법과 관련을 맺고 있다. 장인 본능은 이면적 목적보다 가까이에 있는 목적과 핵심적 관련이 있다. 하지만 장인정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가 관심과 감정의 대상이 된다. 수단의 효율적 사용과 삶의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적절한 운용은 그 자체로 노력의 목적이며, 이러한 목적의 달성이 만족의 원천이 된다. 

40 장인 본능은 실용적 방편, 수단과 방법, 효율성과 검약을 위한 장비 및 발명품, 역량, 창의적 작업과 기술적 숙달에 관심을 집중한다. 장인 본능의 기능적 특성은 대부분 애써 노력하는 성향과 관련된다. 장인 본능 최고의 완성은 엄청난 지극의 압력이나 목표와 관련된 어떤 본능적 성향이 요구하는 긴급한 필요가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니다. 

120 평화로웠고 곧 정착 생활로 이어질 시대를 살았던 인류를 제외한 모든 원시 사회에서 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추정컨대 개연성이 떨어진다. 먼 과거의 원시 고대 사회에서 무언가를 이루는 데 걸린 기간은 (꽤나) 평화로운 조건들이 시대와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오랫동안 널리 퍼져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인정되는 역사적 여명기의 이면을 파고 들기 시작하자마자 모계 혈통, 모성 종교의례, 재화 처분에서의 여성 재량권에 대한 증거들이 나와 이러한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121 고대의 평화로운 상황에 대한 논의는 약탈적 문화로 전이되면서 사라져 버린 문화의 기술적 토대와 관련해 이루어 질 수밖에 없으며, 상당히 발전한 문명 단계에 도달한 사회에서는 모두 약탈적 문화가 평화로운 문화를 밀어냈다. 

122 기술지식은 공동체가 집단으로 보유해 발전시켜 나가는 공동축적물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동체 차원에서 관리하는 계속사업 (going concern) 이라 볼 수 있다. 산업 기술의 상태는 공동체의 삶과 관련된 사실이지, 개인의 계획이나 혁신과 관련된 사실은 아니다. 즉 집단의 사안이지, 개별적 혹은 독립적 개인의 자기만족적인 창조적 성과물이 아닌 것이다. 대체로 산업 기술의 상태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유산이다. 산업 기술의 상태는 언제나 변화하고 있지만, 산업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수 세대에 걸쳐 내려온 지식이다. 

164 혈통이 장인의 효과적 자산으로서 특별히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집단의 공동 축적물인 기술적 숙련성과 동일한 영향력을 가질 뿐이다. 장인의 혈통은 곧 집단의 혈통이 되고, 그가 가진 기술은 집단의 기술이 된다. 달리 말하자면 개인은 유전과 환경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그리고 유전은 언제나 집단으로 유전되며, 인류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182 일반적으로 산업 기술 발전은 부, 즉 상당한 산업 자산의 축적 또는 체계적인 영구 경작이나 대규모 목축을 초래한다. 또한 산업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귀중품, 노동 인력, 생산용 토지에 대한 소유권과 재산권이 생겨난다.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경제학자들이 볼 때 가장 자연스럽고 명백한 재산권의 시초가 된 것은 귀중품 축적이었으며, 이는 효율성, 근면성, 우연적 획득을 통해 원시 노동지들이 소비량보다 더 많이 생산함으로써 기능했다. 공동체 내에 재산권과 금전적 차별이 맨 처음 등장했을 때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공동체의 특정 구성원들의 이기적 충동이 재산 축적이라는 예상된 방향을 향하기 시작해도, 단순히 근근이 먹고 사는 것과 공동의 이익을 계획하는 데 길들여진 사람들의 기질은 제도적 혁신에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188 소유권의 기원을 어떻게 이해하든, 야만 문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제도에는 지위, 특권, 개인 간 차별 및 경제 계급에 따른 차별, 이에 따른 직업적 차별 동 약탈적 개념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재산이 약탈을 자극하든 약탈이 소유권을 발생시키든, 초기 단계의 금전 문화를 초래하는 상황은 동일하다. 이러한 상황이 장인 정신의 발전을 가로막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소유권의 출현과 함께 나타난 금전 문화와 장인정신의 관계는 이중적이며 상호 의존적이다. 

232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그 모든 것을 기능케 한 것은 무엇보다 평화적 문화다. 게다가 실제로 수익과 손실, 몰수와 가압류라는 비즈니스 게임의 법칙은 평화로운 문화를 필요로 한다. 

233 습득된 특성이 아닌 장인 본능은 쓰지 않았다고 해서 없어지지는 않는다. 여건이 허락하면, 이 원시적 성향, 즉 장인 본능은 평화적 혹은 유사 평화적인 금전 체제에서 상대적으로 고요한 상태로 오랫동안 지속적인 힘을 발휘한다. 

252 장인본능은 자기 권력 강화의 이상과 시기를 조장하는 경쟁 규범으로 오염되고, 그 결과 공공선을 위한 행위나 정책의 유용성은 그러한 행위가 그 주체에게 가져다줄 금전적 이득의 관점에서 평가되기 시작한다. 

356 시계는 사람들의 반복된 일상을 정교하게 단일화된 시간표 속으로 끌고 들어왔고, 수공업 체제의 사람들은 시계라는 편리한 발명품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살았던 시대보다 몇 배나 큰 사회 속에서 살게 되었다. 바로 기계의 요구가 천체의 작용이 부과한 시간표를 수정하게 만든 것이다. 

401 기계 기술이 만든 환경에서 장인 정선을 평가하는· 금전적 기준의 범위는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전반적으로 기계 산업은 대규모 조직을 필요로 한다. 시간이 흘러 기계 공정이 더 완벽하게 산업 상황을 지배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더 커졌다. 마찬가지로 우선권과 재량권은 필요한 대규모 물질적 자산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부여되고, 이 소유주들이 행사하는 우선권과 재량권은 소유한 양에 따라 대략적으로 할당된다. 적게 가진 소유주들이 갖는 우선권과 재량권은 법적 효력 및 전통적 효력의 관점에서 보자면 천부 인권의 핵심적 존재인 사람들이 갖는 자유와 평등에 대한 권리 정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술 및 사업의 긴급한 필요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적게 가진 소유주들은 재량권도 적게 갖는다. 근대 산업 현실에서 우선권과 재량권은 산업 공장 소유주들 혹은 공장 소유주들과 비용을 부담하는 돈 있는 사람들에게 부여된다. 그러한 재량권은 금전거래를 통해 행사된다. 그리고 산업 경영의 방향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이들 금전 거래는 대가 차원의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에서 시작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산업 과정을 지배하는 거래는 금전적 이득만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며, 산업적 중요성과 공동체의 번영에 대한 관심은 기업 거래에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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