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01 세계사 공부의 기초 — 역사가처럼 생각하기 2


+ 선생님께서 블로그에 올리신 글과 녹음파일을 들으면서 필사한 것을 함께 정리하여 올린다.
+ 녹음파일은 선생님 블로그에서 링크되어 있다.


[책읽기 20분] 세계사 공부의 기초 – 역사가처럼 생각하기 – 3

Posted on 2016년 2월 8일


역사가의 작업 목표 — 일반화와 유추, 변화와 지속성에 대한 탐구


일반화: “법칙이나 불변의 기본 모델을 다양한 경우에 투사하여 시간에 따른 인간의 경험을 서술”

참고사례: 페르낭 브로델의 ‘장기지속'(longue durée) 개념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서 그는 ‘물질문명’, ‘시장경제’, ‘자본주의’라는 세 가지 층위로써 역사를 설명한다.

유추: “검증과정과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비판적 사고를 적용” — 기본 검증; “한 시대에서 다음 시대 또는 과거에서 현재를 유추” — 일종의 일반화를 만드는 과정

변화와 지속성: “역사학의 핵심적 공헌”, “변화과정에 대한 이해 또는 적어도 변화에 대한 이해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


변화에 대한 탐구에서 검토해야 하는 것들

1) 변화 이전의 패턴과 중요성

2) 인과관계: 변화의 시작점과 끝점, 진행과정에서 변경된 부분

3) 지속성: 폭넓게 미친 결과들



지난 시간에는 역사가가 작업을 할 때 어떤 것을 재료로 삼는가를 이야기했다. 오늘은 가장 중요한, 역사가가 하는 작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지난 시간부터 정리하기를 일반화와 유추가 있고 변화와 지속성에 대한 탐구가 있다고 했다. 특히 변화와 지속성에 대한 탐구가 역사가가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 역사적 탐구. 자칫 잘못하면 가치 상대주의의 입장에 빠질 수 있다. 옛날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다, 영원히 올바른 게 어디 있겠는가 하는 가치 상대주의에 빠질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역사가 작업의 첫째는 일반화이다. 일반화는 “법칙이나 불변의 기본 모델을 다양한 경우에 투사하여 시간에 따른 인간의 경험을 서술”하는 것이다. 


100 첫째, 역사가로 훈련을 받았든 그렇지 않든, 상당수 학자들은 몇 가지 법칙이나 불변의 기본 모델을 다양한 경우에 투사하여 시간에 따른 인간의 경험을 기술했다. 역사 전공자들은 보통 이런 식의 연구에는 거리를 두는 편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복잡성이나 다양성을 단순화시킬 필요성이 생기면, 그런 시도는 불쑥불쑥 등장하곤 한다. 이런 접근 방법은 자료에 바탕을 두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핵심적인 술어는 '법칙이나 불변의 기본 모델'을 만든다는 것. 물론 역사 전공자들은 이런 시도에 거리를 두지만 다양성을 단순화 시킬 필요가 있으면 이런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역사의 법칙이 있다는 말은 사실 역사가는 잘하지 않는다. 대개 문명론자이거나 조금 사변적인 역사철학자들이 일반화된 모형을 만들어내는데, 최초의 일반모형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이게 사실 문제가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개별적인 사건들을 모아서 일정한 추상화 단계를 거쳐서 만든다. 그런 다음에 그 모형을 개별사건에 적용한다. 일종의 순환. 사건들이 있어서 그 사건들을 추상화해서 일반 모형을 만들고 다시 다른 사건에 적용하고, 그렇게 되면 대체 무엇이 먼저인지를 알 수 없게 된다. 이게 순환이다. 특히나 이런 일반 모형을 만들었을 때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 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위대한 역사가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들은 대개 이런 일반모형을 제시한다. 페르낭 브로델은 《지중해의 기억》,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쓴 사람인데 이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 장기지속 관점에서 역사를 본다. 이것을 어떻게 만들었는가. 지중해를 둘러싼 역사적 사례들을 모아서 만들었다. 사례들을 모아, 즉 개별 사건을 모아 장기지속 관점을 만들고, 다시 개별 사건에 적용해서 이 사건은 장기지속 관점에서 볼 때 어떠 어떠하다 말하는 것. 특히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을 보면 제일 밑바닥에 '물질문명', 그 위에 '시장경제' 층위가 있고, 그 위에 '자본주의' 층위가 있다는 3단계 층을 가지고 역사를 논의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이를테면 일반모형·기본모형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보면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이 책은 '인문고전강의'에서도 다루고 있는데 파시즘 체제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유럽의 역사를 100년 평화 금본위제 이런 틀을 가지고 설명을 한다. 이게 칼 폴라니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관점 또는 역사적 모형이라고도 한다. 

일반모형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 역사가가 그리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모형을 만들려면 비교하고 유추를 해야 하는데 이것을 “검증과정과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비판적 사고를 적용” 해야 한다. 


101 두 번째 관점은 거대 이론이나 역사법칙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검증 과정과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비판적 사고를 적용하는 것과는 관련되어 있다. 또한 한 시대에서 다음 시대 또는 과거에서 현재를 유추하는 것과 연관된 것이다. 역사는 온갖 인간 행위의 사례가 폭넓게 채집되어 있는 실험실이라고 볼 수 있다. 


비판적 사고란 기본적으로 자신의 말이 맞는 것일까 의심하는 것. 저것에 대한 반대 증거는 없을까, 반대되는 사례는 없을까 생각하는 것이 비판적 사고의 출발점이다. “검증과정과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비판적 사고를 적용”하는 것이 기본 검증이다. 이건 꼭 역사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국회 선거가 있으니 영남패권주의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그래 맞아. 영남 사람들이 나라를 다 해먹지 라고 한다 하자. 그럼 통계 자료를 봐야 찾아봐야 한다. 과연 다 해먹는가. 이러한 것이 유추. 기본적인 검증을 거쳐야 유추가 가능하다. 택도 없는 것을 가지고 유추하고 비교할 수는 없는 것. 그러면 역사가들은 한 시대를 다른 시대, 저자는 '다음 시대'라고 썼는데, 한 시대와 다른 시대를 생각해보고 또는 '다음'이라고 쓴 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대한 검증을 통해서 약간의 일반화된 모형을 만들어 낸 다음에 앞으로 올 시대를 이러할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게 역사가가 하는 일이다 라고 싶어서 '다음 시대'라고 쓴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역사가들은 그렇게 예측을 하지 않는다. 과거에서 현재를 유추하고, 시대와 시대를 유추하는 일들은 역사가가 잘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게 일종의 일반화를 만드는 과정에 들어간다고 하겠다. 


그런데 유추나 비교도 좋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들은 대게 일회적이다. 딱 한번 일어나는 것이어서 유추가 적용되기 어려운 사례가 굉장히 많다. 이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게 1938년 뮌헨에서 영국·프랑스 지도자들이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직후 히틀러를 만나서 어떻게 했는가, 뮌헨의 교훈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것. 히틀러는 대충 봐줬는데 나중에 그래서 당했다는 그런 얘기가 있다. 함부로 착하게 해주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는데 그렇다 해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단호하게 나갔다가 또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 그런 것처럼 역사의 사건들이 다 일회적이어서 섣불리 유추하고 비교할 수 없다는 데 단점이 있다. 물론 세상사라고 하는 것은 일정한 경로를 따라가기 때문에 또 이 집단적인 경로의존성도 있다. 집단적으로 시대 사람들은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그 일종의 집단심성, 멘탈리티가 있게 마련. 그런 것을 인정하고 그런 경향을 따져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게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사의 섣불리 일반화해서 그것을 철칙으로 만들어서 적용하려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유추는 일정한 정도의 모형이 있으면 유추가 수월해지고 사태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일반화된 모형을 일종의 철칙처럼 언제 어디서나 불변의 것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집단의 경로의존성 또는 심성 정도로 그쳐야지 그것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바로 그런 것은 이어지는 주제와 연결되는 데 어느 지점에서 그 경로가 바뀌는가, 또는 어느 지점에서 언제부터 어떤 일을 계기로 해서 그 심성이 바뀌는가, 그런 것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도 역사만이 아니라 한 개인의 인생을 봐도 그렇다. 결정적 계기 Supreme Moment. 단절의 계기가 있기 때문에 그것에 따라서 변화하고 그런 것. 그런 경향성도 그래서 사실 일반화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학의 핵심적인 공헌이다 하는 것은 '변화와 지속성에 관한 탐구'라 하겠다. 그래서 역사가 무엇이냐 물으면 카의 '과거와 현재의 대화'는 이제 그만하고, 역사는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다. 적어도 '변화에 대한 이해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을 가진 학문이다' 라고 하는 것이 가장 역사에 대한 가장 적절한 규정이 아닌가 한다. 다시 말해서 일정한 경로를 따라서 집단은 집단적 삶을 영위하고 심성에 따라서 행동하지만 어떤 계기에서 갈림길에 들어선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러한 변화에 대한 원인이 무엇이고, 결과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


원인과 결과를 따져물을 때 무엇으로부터의 변화인가, 출발점이 무엇인가 이것이 중요하다. 원래 어떤 상태였는가, 그 다음에 거기서 무엇이 작용하여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는가. 이런 원인들은 역사고전강의를 하면서 깊은 원인, 중간원인, 촉발원인에 대해 설명했었다. 깊은 원인은 예를 들어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읽어보면 근본적으로 라케다이몬이 아테나이 연맹인 슈마키아 symmachia를 두려워하고, 그들의 세력 확장을 두려워한 나머지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것이 깊은 원인.  그 다음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수 없이 자질구레한 싸움이 있었다는 것이 중간원인, 에피담노스에 벌어진 내분이 촉발원인. 원인이라 할 때는 딱 하나만 짚어서 얘기할 것이 아니라 저변에 심층적으로 놓여있는 원인인 깊은 원인과 촉발원인을 띠져묻는게 중요하다.


105 변화하는 상황이 제시된다면, 첫 번째 질문은 '무엇으로부터의 변화인가?'이다. '출발점을 분명히 한다는 것'은 변화를 다룰 때 무척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를 둘러싼 주장이 공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것을 무엇을 원인으로 삼을 것인가 할 때 이어지는 변화가 심각했는가 아니면 사소했는가, 그 다음에 그런 변화의 흐름이 확인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이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것은 일본의 교육법. 일본이 근대적 교육과정에 들어섰는데 1880년 대에 들어서면 국가주의적이고 집단적인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변화했다. 1872~80년까지 흐름, 과정, 트렌드라고 하는 것이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 때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가 다시 말해서 출발점에서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마무리 되고 다른 패턴으로 넘어갔는가 이런 것들을 살펴보는 것이 기본적인 것.


이를 다시 정리해서 말해보면 변화를 탐구하는 작업에 표준이 될만한 두 요소를 살펴보면 하나가 인과관계를 알아내는 것. 둘째는 언제 시작했는지를 알아내는 것. 언제 어떤 것이 원인인가. 언제 발생한 어떤 사건이 원인인가. 이것을 살펴보는 것이 변화를 탐구하는 작업에서 핵심이다. 예를 들면 영국의 산업혁명의 원인은 무엇인가. 철과 석탄이 원인인가. 철과 석탄은 전부터 묻혀있는데, 그러면 언제부터 채굴되기 시작되었는가를 따져야 한다 그 다음에 채굴 기술이 언제부터 있었는가, 왜 개발되었는가. 방직업이 발전했는데 그 것은 무엇 때문에 요구되었는가. 질문이 많아진다. 산업혁명을 설명하고자 할 때 분명히 영국사회를 크게 바꾸어놓은 그에 이어 유럽 사회를 바꿔놓은 사건 임은 중대한 사건임은 틀림 없는데 이 사건의 원인은 무엇이냐 할 때 철과 석탄이라는 답변은 굉장히 저급한 대답이 되겠다. 그래서 이런 저런 원인이겠다, 시간적인 선후관계를 따지고 하다보면 이슈를 찾아내고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고 인과간계 분석이 잘된 것과 잘못된 것을 분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역사학 공부의 핵심. 


그러고 나면 111페이지 체크리스트가 있다. 


역사가처럼 생각하기

  • 자료 해석하기
자료를 통해 어떤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자료가 특정한 관점에 따라 작성되지는 않았는가
자료를 통해 어떤 주장을 세울 수 있는가
좀 더 자료가 추가된다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 다른 해석에 직면할 때
다른 해석은 증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특정한 성향을 나타내지는 않는가
주장이 어떤 논리로 전개되고 있는가
  • 시간에 따른 변화
변화 이전의 패턴은 어떠했는가
중요도
변화 과정: 시작되고 끝나는 시점
진행 과정: 변경된 부분과 좀 더 폭넓게 미친 결과들
인과 관계
지속성
  • 비교
비교할 문제 설정하기
부차적 논제들을 비교한다
유사성과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
주요 유사성과 차이
  • 지역과 세계
지역적/세계적 요소가 사건이나 진행 과정의 원인으로 어떻게 작용하는가? 
단일한 세계적 요인을 통해 어떻게 다른 조합이 나올 수 있는지 탐구하기 위해, 두 사례에서 지역적 요소들을 비교해 본다.


다시 정리를 해보자면 "시간에 따른 변화"를 따져물을 때

변화 이전의 패턴은 어떠했는가,중요도를 묶어서 한 덩어리,

변화 과정: 시작되고 끝나는 시점, 진행 과정: 변경된 부분까지가 두번째 덩어리,

좀 더 폭넓게 미친 결과들과 인과 관계와 지속성을 세번째 덩어리로 묶을 수 있겠다.





역사가의 작업에 요구되는 자질 — 비교하는 힘, 분석과 균형감각


비교: “시작할 때 미리 전반적인 비교틀을 세워야 한다.”

비교를 위한 단계들

1) 비교 대상들의 본질적인 측면을 조사한다.

2) 비교 대상들의 유사성과 차이를 발견한다.

3) 유사성과 차이의 원인을 찾아본다.

분석과 균형감각: “핵심과제는 관련된 여러 자료를 검토하거나 지역적·세계적 인과관계 사이에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공부하는 것이다.”

비교에서 주의할 점: 철저한 자기객관화



역사 공부는 정말 끝이 없다. 역사는 근본학이다. 철학은 망상이고, 어떤 동네에 살든 망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읽고 있는 위대한 철학자의 책이라고 하는 것도 그 시대와는 아무 관계 없는 망상을 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플라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플라톤 《국가》를 보면 그 당시의 사람들과 하는 대화가 나온다. 폴레마르코스, 트라시마코스와 소크라테스의 대화. 소크라테스가 그런 대화를 실제로 하지는 않았겠지만 대화의 내용을 보면 소크라테스의 말이 정말 터무니 없다. 좋음이라는 것이 따로 어디 있겠는가. 힘센자가 말하는 것이 올바름이 아니겠는가. 올바름이라 하는 게 친구들에게 잘해주는 것, 갚을 몫을 갚아야 한다고 말하는 폴레마르코스가 맞는 얘기 아닌가.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그게 아니라고 계속해서 우기다 보니 난관에 빠진다. 《필레보스》를 읽어보면 좋음이 즐거움인지를 소크라테스가 증명을 못한다. 증명해야 빠져나갈 수 있는데 젋은이들에게 속된 말로 다구리를 당한다. 그걸 보면서 조금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은 망상일 수도 있다. 플라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길어올리기는 했겠지만 그것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는 확증적으로 말할 수 없다. 확증적으로 말할 수 없으니 항상 불안하고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불안에 떨게 된다. 그에 비하면 역사는 적어도 히스토리컬 팩트에 근거해서 말을 하니 그것만 있으면 그만큼은 확신해서 말할 수 있다. 그만큼은 안심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역사책을 읽으면 좋은데 철학책을 읽으면 괴롭다. 그걸 그렇게 불확실하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을 또 사람들에게 가르쳐서 또 먹고 살기도 한다. 거대한 사기다. 철학은 망상이니까 망상은 언제든 살아남을 것. 망상자들은 언제나 있고, 그 망상에 대해서 끊임없이 또 새로운 망상을 공급하는 사람도 계속 있으니 철학도 오래 도록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망상한다. 


지난번에 이어서 역사가의 작업에 요구되는 자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 피터 스턴스는 비교하는 능력과 분석과 균형감각을 이야기한다. 사실 별개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세부적으로 나눈 것으로 보인다. 사실 비교는 어떤 경우에나 할 수 있다. 우리 집과 저 집, 한국과 일본의 비교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비교라는 것이 어이없고 터무니없는 경우가 많아서 비교가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려면 '시작할 때 미리 전반적인 비교틀을 세워야' 한다. 저자가 115페이지에서 말하고 있다.


115 시작할 때 미리 전반적인 비교 틀을 세워야 한다. 그러고 나서 (두 사회 모두의) 종교적 입장, 결혼과 이혼 패턴, 재산권, 문화적 지위와 교육에 이르는 여러 문제를 다룬 뒤, 전체적인 비교를 통해 결론을 내면서 마무리한다.


그런데 이 말이 여러차례 얘기했듯이 순환이다. 비교틀을 알 정도면 비교 안해도 된다. 비교를 많이 하다보면 뭘 비교를 해야 되는지가 나오는 것. '시작할 때 미리 전반적인 비교틀을' 세울 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비교를 많이 해봐야 한다. 비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비교틀을 미리 세워야 한다. '전반적인 비교틀'과 '비교를 하는 작업' 이 두 가지가 서로가 서로를 맞물고 있기 때문에 순환인 것이다. 그러면 처음에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이 텍스트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이 그리 체계적이지 못하니 예를 들어 보겠다. 


요즘에 경제 상황이 안좋아지다 보니 한국과 일본을 비교는 글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른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한국이 뒤따라가고 있지 않느냐 하는 보도나 칼럼을 읽을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것은 가까운 나라니까. 가깝긴 한데 가깝다고 해서 비교가 되는 건 아니다. 지리적 인접성에 의해 비교한다는 것은 어이없는 짓. 오류를 피하려면 역사가들이 따져 묻는 여러가지 것들을 고려해야 할텐데 먼저 일본의 경제구조와 한국의 경제구조가 어떻게 다른가를 이걸 먼저 봐야한다. 그래야 우리는 잃어버린 20년을 갈지 30년을 갈지 나오지 않겠는가. 또 기술수준이 다르다. 좀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무엇보다도 인구가 다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패망할 때 1억 옥쇄(玉碎)라고 표현했다. 1억 인구가 모두 다 옥쇄를 한다, 산산이 부서졌다는 것. 그때 인구가 벌써 1억이다. 일단 내수시장이라고 하는 것도 얼핏 피상적으로 봐도 경제규모가 다른데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사실 비교가 불가능한 경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도 굳이 비교를 하려면 비교 이전에 역사적 사실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가 비교를 해야겠다 생각하면 일본이라는 나라가 경제가 현재 2016년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로를 밟아왔는지 검토하고 그 다음에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구조를 파악하고 경제활동인구나 교육정도도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통계수치들이 나올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90%에 육박하는데 일본은 40~50%로 알고 있다. 우리는 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인력이 많다고 말하곤 하는데 과연 그 많은 졸업생들이 다 우수한가. 일본은 졸업자수가 인구대비 적을텐데 그러면 일본은 후진국인가. 아닐 것이다. 과연 무엇이 그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지 경제활동 인구들은 어떠한 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식으로 면밀하게 조사해 놓고 그 다음에 그와 마찬가지의 사항들을 한국에 대해서도 조사해야한다. 그러고나면 유사성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그러한 유사성은 어디서 생겨난 것이고, 차이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유사점과 차이점의 원인을 찾아보는 것. 그 것이 비교다. 비교가 뭐냐고 한다면 단계적으로 말한다면 비교하려는 두 대상 각각에 대해서 대상의 본질적인 측면을 이루고 있는 부분을 면밀하게 조사하는 것이 첫 번째.  그 다음에 유사성과 차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유사성과 차이의 원인을 찾아본다. 다시 말해서 비교라는 것은 세가지를 하는 것이 비교다. 


흔히 많은 부모들이 하는게 우리집 아이와 다른 집 아이를 비교하는 경우이다. 그럴 때에도 비교를 앞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우리집 아이와 다른집 아이를 이루는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니니 가정환경을 조사해야 한다. 가정환경이라는 것이 아이의 본질을 이루는 것 중에 핵심적인 것이기 때문. 선천적으로 괜찮은 아이도 있겠지만 환경의 영향이 크다. 가정환경을 조사할 때는 부모들부터 조사해야 한다. 나는 어떻고 저 아이의 부모는 어떤가를 조사해야 한다. 그 다음에 나와 저 아이 부모의 유사성과 차이점은 무엇이고, 그 원인을 찾아보고, 그런 다음에 내 아이와 저 집 아이의 본질적인 것을 조사하고, 유사성과 차이점을 조사하고, 원인을 찾아내고 이렇게 하는 것이 비교다. 


121 좋은 주제에 대한 비교 에세이를 과제로 내 주지만, 비교 분석의 주요 단계에 대해 토론하고 '능동적 비교'와 '단순한 나열이나 배열'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별개로 진행한다. 마찬가지로, 시간에 따른 비교와 출발점을 설정하거나 비중을 정하는 방법을 직접 탐구할 기회들을 별개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121페이지 '능동적 비교와 단순한 나열이나 배열'은 다르다고 말하고 있는데 '단순한 나열이나 배열'의 핵심 단어는 단순하다는 말에 있다. 단순하다는 것은 본질적인 측면 그리고 유사성과 차이의 원인을 고려하지 않고 표피적인 것들, 서로 비교할 수 없는 것들, 가령 초등학교 공부를 잘하는 것과 대학교 공부를 잘하는 것을 비교하는 것. 그런 것을 가지고 단순하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질적인 것, 유사성과 차이점, 원인을 찾아보는 것을 '능동적 비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능동적 비교가 역사가의 자질인 것인가. 사실 역사가가 하는 일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자질과 하는 일은 별 차이가 없는 셈인데 '능동적 비교'가 왜 자질이라고 하는가. 말했듯이 본질적인 것을 조사한다 라고 할 때 본질적인 것 그것은 지금 현재의 모습이 형성되기까지 어떠한 경로를 시간 속에서 거쳐왔는가를 찾아보는 것, 이게 바로 역사적인 탐구이다.


지난 시간에 말한게 변화과정에 대한 이해 또는 적어도 변화에 대한 이해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 역사는 변화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비교를 하려면 당연히 현재의 모습이 형성되어온 과정을 살펴봐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변화와 지속성에 대한 탐구'이고, 그것이 바로 역사적인 작업, 그러니까 역사가의 자질은 비교를 잘 할 줄 아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은 역사사가 본래 해야하는 일이다. 새삼스럽게 비교 능력이 있다고 해서 자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얘기가 계속 맞물린다. 저자가 분석과 균형감각을 이야기 할 때 비교와 그리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 사실 그 둘은 같다. 분석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쪼개는 것. 큰 덩어리를 쪼개는 것. 쪼갠다고 하는 것은 지금 있는 모습을 쪼개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 있는 모습 중에서 형성된 시기에 따라 쪼개기도 한다. 그러면 역사가 되는 것. 그것이 분석, 쪼갤 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류해는 것이 균형감각이다. 이게 앞서 예로 든 것처럼 일본경제와 한국경제의 비교와 같은 것. 


121 세계사 수업을 시작할 때, 세계사를 공부하는 경험의 기저에 어떤 종류의 분석 능력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정말 바람직하다. 핵심과제는 관련된 여러 자료를 검토하거나 지역적·세계적 인과관계 사이에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공부하는 것이다,


121페이지를 보면 '여러 자료를 검토하거나 지역적·세계적 인과관계 사이에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상호작용이라고 하면 지금 현시점에서 일본과 한국의 상호작용, 꼭 영향을 주고 받지 않더라도, 그것도 되지만 현재의 한국과 과거의 한국의 상호작용, 이것도 상호작용이다. 그러면 그것은 현재의 한국과 과거의 한국의 상호작용 그것이 바로 역사적인 검토라고 하겠다. 그런데 한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세계사에서 비교는 몇 가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고 하는데 물론 여러가지 주의 할 점이 있겠지만 가장 주의할 점은 냉정하게 자기 스스로의 입장을 잘 정리해 두어야 한다는 것. 가령 일본과 한국을 비교 할 때 일본 쪽바리 싫어 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냉정한 비교가 어렵다. 우리 아이와 저 집 아이를 비교할 때 부모들부터 비교해야 한다고 했는데 자기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관대해지기 마련. 자기에게 관대한 것을 주의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주의해야 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역사가도 엄밀하게 객관적인 입장에 설 수는 없겠지만 그러한 입장에 서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비교와 분석을 하는데 있어서 균형감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116 세계사에서 비교는 몇 가지 위험 요소를 안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예방할 수 있다. 자기 사회가 비교 대상 가운데 하나일 때나 비교하는 사회들 가운데 한쪽에 연구자가 소속감을 느낄 때, 애착심을 잠시 내려 놓을 필요가 있다. 말이야 쉽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사의 긴 흐름에서 보면 인간의 삶이라는 게 지극히 짧지만 이 짧은 것 안에 어떤 의미를 집어 넣는가, 이 안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읽고 누구를 만나는가 하는 것이 결국 우리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들 일텐데 좋은 의미와 보람있는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을 읽고 듣고 말하고 또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한 주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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