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란 무엇인가: “세계의 관계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다양한 문화적·정치적 전통이 저마다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또 상호작용했는가를 보여주는 역사”
자국사: “대부분의 나라에서 역사교육은 기본적으로 합의된 국가적 서사와 거기에 함축된 이데올로기를 심어주려 했던 것… 역사는 정체성 형성과 정치적 정통성에서 중심 요소였다.”
“단언컨대, 세계사는 이와 다른 방향을 취한다.”
세계사의 등장과정
– 희랍의 헤로도토스, 투퀴디데스, 북아프리카의 이븐 할둔
– 19세기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세계 역사의 관찰>>
–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 윌리엄 맥닐, <<세계의 역사>>
세계사가 다루는 것들
“인류와 환경, 문화의 발전과 상호작용, 국가형성과 갈등, 경제체제들, 사회구조의 발전과 변형”
헤로도토스《역사》, 투퀴디데스《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이븐 할둔《역사서설》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세계 역사의 관찰》
아널드 토인비《역사의 연구》, 윌리엄 맥닐 《세계의 역사》
지난 번에 역사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또는 역사적 탐구를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얘기했다. 왜 세계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먼저 얘기를 하지 않고 그런 것들부터 시작을 했는가. 사실은 그게 가장 넓은 범위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가에게 필요한 자질이라고 하는 게 꼭 역사가에게만 필요한 건 아니다. 모든 학문하는 사람들에게 또 역사라고 하는 것은 인간 개개인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한 통찰도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일 테고 뿐만 아니라 일상을 좀 더 규모있고, 성찰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역사가의 필요한 자질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이번 주부터야 비로소 세계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부터 파악해보도록 하겠다. 19페이지 서장을 보면 세계사란 무엇인지에 대해 나와있다.
19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의 관계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다양한 문화적·정치적 전통이 저마다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또 상호작용했는가를 보여주는 역사이다.
이게 문장이 바로 세계사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읽은 문장을 다시 한번 읽어보겠다. '세계의 관계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세계의 관계들, 즉 여러 개를 놓고 시작한다. 그래서 지난 번에 역사가에게 필요한 자질 중 하나가 비교하는 능력이라 했다. '다양한 문화적·정치적 전통이 저마다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즉 처음에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경로를 거쳐갔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변화와 지속성이다. 그리고 그것을 살펴보는 것. 또 그런 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했는가'를 보는 것이 바로 비교하는 능력과 유추다. 세계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으면 대개 한국사 배우다가 세계사를 배우던 것을 생각해서 세계의 역사 아닌가, 미국사 조금, 중국사 조금, 유럽사 조금 배우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 세계사라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세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단순히 각국의 역사를 총합을 하면 세계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적으로 각국의 역사, 즉 자국사와 대립되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 해도 사람들은 자기나라의 역사 관심이 먼저이다. 대립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나라의 역사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도 그렇게 얘기를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역사교육은 기본적으로 합의된 국가적 서사와 거기에 함축된 이데올로기를 심어주려 했던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역사는 정체성 형성과 정치적 정통성에서 중심 요소였다."
23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거의 모든 지역에서 되풀이 되면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기본적인 논쟁은 사실 역사학의 목적과 관련된 것이다. 서양 문명의 역사에 대한 미국 역사가들의 논쟁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지난 두 세기 동안 대부분의 나라에서 역사교육은 기본적으로 합의된 국가적 서사와 (보통은) 거기에 함축된 이데올로기를 심어주려고 했던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역사는 정체성 형성과 정치적 정통성에서 중심 요소였다.
지금 자국사 또는 자국의 역사를 규정한 내용이 23페이지에 나오는데 다시 말하자면 '역사교육은 기본적으로 합의된 국가적 서사다.' 라는 말은 곧 나라에서 역사를 정한다는 말이다. 국정교과서가 없다고 해도 한국사 교과서가 있는 한은 검인정교과서이든 국정교과서이든 간에 국가적 서사를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역사적 사료를 놓고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많이 달라지는데 검인정 교과서도 대동소이하다.
국가적 서가가 일단 있다. 한반도사, 만주사 이렇게 하지 않고 한국사라고 한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인가. 임시정부부터라고 한다면 정치적 정통성이 임시정부에 있다고 하는 것이고, 또 어떤 쪽은 이승만이 건국의 아버지라고 그때부터라고 한다. 곧 정통성에서 역사가 중심요소이다. 근대 국민국가 이후에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을 형성하는 데 있어 역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말해서 2016년 한국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은 조선이라는 나라와 관계가 있다. 한반도에 있던 나라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조선 땅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은 우리 조상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만약에 조선이라고 하는 나라가 한족이 건국한 나라가 아닌 중국 당나라처럼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민족이 아닌 다른 민족에 의해서 건국된 나라였다고 해보자. 그러면 우리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열렬하게 한국사에 집어넣으려고 할 것인가. 아닐 것이다. 한국사라고 하는 것 안에 한국사를 구성하고 있는 있는 것이 무엇인가. 만약에 가정을 이어나간다면 한반도사, 즉 한반도에서 벌이진 사건들의 역사지 한국사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과 그 나라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것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는가. 종족적 일체성 말고는 딱히 없을 것이다. 한국사 또는 미국사, 국가적 서사와 역사적 정체성, 정치적 정통성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의 중요한 목적은 심하게 나쁘게 말하면 역사라기 보다는 이데올로기 지침서이고 그렇기 때문에 때문에 자학성 역사다, 민족주의 사관이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
그러니까 이 세계 기초 저자는 24페이지에서 "단언컨대, 세계사는 이와 다른 방향을 취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의 관계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따져 묻는 것이라고 했는데 세계사의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24 세계사 공부의 목표는 역사적 렌즈를 통해 지구적 상황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 몇몇 중요한 문화적 전통들에 진지한 관심을 두는 것을 수반한다. 지구적 상황들을 이해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들 사이의 접촉을 주의 깊게 탐구하는 것이고, 무역 패턴이나 기술의 교환 같은 커다란 동력이 특정 지역의 경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27페이지 보면
27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정체성들과 그 관련된 문화들을 진지하게 배우고, 지역적 정체성을 넘어서 어떤 식으로든 지구적 차원의 상호작용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것이 세계사 공부의 목표가 되겠다. 세계사라고 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어떤 것이 좋다고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은데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들이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을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것 세계사 공부의 핵심이다.
그러면 세계사라는 영역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생각해보자. 27페이지를 보면 '세계사는 어떻게 등장했는가' 라는 소제목이 있다. 고대 희랍에서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와 역사학의 아버지인 투키디데스. 그리고 《역사서설》을 쓴 이븐 할둔은 "폭넓게 보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라고 말한다. 나와 다른 뭔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세계사의 출발점.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세계사가 있을 수 없다.
27 오늘날의 관점에서 이 역사가들을 보면 그 누구도 온전한 '세계사가'(world historian)라고 할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그들이 알고 있던 여러 세계가 사실은 모두 포함된 세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목표는 폭넓게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단순하게 말하면 중세는 신의 역사이니까 인간의 역사가 의미있게 전개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19세기에 와서 역사라고 하는 것이 역사학이라는 학문영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세기는 재미있는게 역설적인 부분이 있다. 서양근대국가로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게 19세기인데 그러니까 사실 19세기는 자국사 중심의 시대이다. 어떻게 보면 세계사하고는 거리가 먼 시대. 그러면서도 동시에 독일 역사학자 랑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실에 기초한 역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문헌연구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책들이 등장했다. 19세기가 역사학에서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 시대는 국가주의가 흥하기 시작한 시대이며, 사실에 기초한 역사가 널리 연구되기 시작되었다0. 그래서 이 시기에는 자국사가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세계사 서술이 발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29페이지에 현실에서는 세계적 접촉이 발전했다는 말이 나온다.
29 역사에서 국가주의적 파장이 강해지고 여기에 세밀함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추가되면서 나타난 두드러진 결과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세계사 서술에서 거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역사교육 분야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현실 세계에서는 사회들 사이의 접촉이 바로 그 기간 동안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큰 차원에서 진행된 발전을 반영한 역사서술은 거의 없었다.
국민국가가 제국주의적인 양태를 띄면 국민제국이라 하는데 국민제국의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저자도 강조하는데 이때 나온 역사책 중에 탁월한 것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을 쓴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이다. 촘촘하게 읽어 볼만한 역사책 중 고전 중의 고전이다. 재미있는 것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의 책 중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가 널리 읽히기는 하지만 세계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세계 역사의 관찰》이라는 책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세계사 분야가 전개되는 과정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책이 이 책이다. 세계사를 공부할 때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도 중요하지만 《세계 역사의 관찰》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19세기는 두 가지, 즉 국가주의와 사실에 기인한 역사가 발전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세계사 분야의 전개과정에서 중요한 책으로 거론할 수 있는 것은 《세계 역사의 관찰》이다.
그 다음에 20세기 중반에 들어서 아널드 토인비가 쓴 유명한 책인 《역사의 연구》가 있다. 저자는 국가 또는 지역 단위를 넘어서 지구적 차원에서 틀을 만들어서 이야기하려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데 이 책은 역사철학에 가깝다.
29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몇몇 야심찬 역사가들이 인류의 경험에 대해 국가 또는 지역 단위를 넘어서는 지구적 차원에서 틀을 만들어 이야기 하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국의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가 기념비적인 저서인 《역사의 연구》(Study of History) 집필에 착수한 것은 1934년이었다.
요새 역사연구자들은 잘 읽지 않는 책인 것 같다. 오히려 세계사의 관점에서 보면 윌리엄 맥닐의 《세계의 역사》, 이 책은 항상 추천하는 책이다. 그렇다해서 서구문명사가 완전히 뒤집어진건 아니다. 서양에서는 서구문명사가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세계의 역사가 나왔다고 해서 무너진 것은 아니다. 그러다가 저자는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들어와서 강력하게 세계사가 대두하게되었다고 한다. 그게 미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나온 것인데 미합중국 대학의 학생들이 전세계에서 오는데 학생들이 다양했고, 미합중국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세계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기 때문에 분명하게도 세계사라는 영역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
그러면 세계사가 다루는 중심 주제는 무엇인가. "인류와 환경, 문화의 발전과 상호작용, 국가형성과 갈등, 경제체제들, 사회구조의 발전과 변형" 이런 것들이다. 그러니까 세계사가 다루는 것은 각국사를 모아두면 되는게 아니다 라고 했는데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인류와 환경은 무엇인가 이런 주제를 놓고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난 것들을 본다. 일단은 각국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된다. 무조건 처음부터 세계사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각 나라에서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지식이 좀 있은 다음에야 세계사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요 사회들 사이의 접촉에 대해 이들 접촉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다음에 거대한 동력과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고, 그 변화의 핵심적인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탐색하는 것 이게 세계사의 중요한 주제라 하겠다.
염두해 두어야 한다. 주요 사회들 사이의 접촉, 그리고 그 접촉과 세계사적 변화의 계기들, 이것이 중심 주제이다. 그리고 글로벌 히스토리, 지구사가 있고, 월드 히스토리, 세계사 가 있는데 저자는 글로벌 히스토리를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새로운 지구사는 인간 경험의 가장 근본적인 변혁은 현대, 그것도 주로 20세기 후반에 발생했으며, 따라서 그 시대가 역사 연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말한다. 그런데 이건 한번 읽고 지나가겠다.
36 AP과정에서는 다섯 가지 대표 주제를 제시했다. 인류와 환경(인구, 질병, 기술 같은 범주를 포괄), 문화의 발전과 상호작용(종교, 과학, 예술 등), 국가형성과 갈등(정부 형태, 제국과 국가, 혁명), 경제체제들(농업, 상업, 산업혁명 등), 마지막으로 사회구조의 발전과 변형(젠더, 가족, 인종, 사회적·경제적 계급). 이 역시 긴 목록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준다.
39 새로운 지구사는 인간 경험의 가장 근본적인 변혁은 현대, 그것도 주로 20세기 후반에 발생했으며, 따라서 그 시대가 역사 연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읽기 20분] 세계사 공부의 기초 – 역사가처럼 생각하기 – 6
Posted on 2016년 2월 29일
1장 세계사의 골격: “세계사의 표준적인 틀을 정리하여 소개”
초창기(기원전 250만년 전 ~ 기원전 1만년 전) / 농업 / 문명 / 고전시대(기원전 1000년 ~ 서기 600년) / 고전시대 후기(500년 ~ 1450년) / 근대 초기(1450년 ~ 1800년) / 장기 19세기 / 현대
살펴볼 점들
– “주요 시대는 어떻게 규정되는가, 각 시대의 주요 특질을 무엇인가”
– “각 시대 내에서 지리적 강조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 “각 시대마다 중심 주제는 무엇인가”
초창기
– 인류는 250만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이래 복잡하고 긴 진화과정을 거쳤다.
– 12만년 전 무렵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만이 유일한 인류
– “말과 언어능력을 포함한 결정적인 유전자 변화가 함께 진행”
– 초창기의 두 가지 기초적인 성취: “도구 사용자”, “이주”(거주지 확산, 집단 간 차이, 언어와 문화적 관행의 차이)
– 탐구해야 할 점들: 진화과정의 주요 단계들(고생물학, 고인류학), 수렵채집경제의 성격과 사회적 함의 및 도구를 사용하는 주요 단계들, 이주의 특징과 시기 그리고 함의
참고할 책들
– 세오 다쓰히코, 장안은 어떻게 세계의 수도가 되었나
– 크리스토퍼 맥두걸, 본 투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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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 다쓰히코《장안은 어떻게 세계의 수도가 되었나》, 크리스토퍼 맥두걸《본 투 런》
지난 시간에는 세계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오늘은 제1장 세계사의 골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세계사의 골격 부분이 40페이지쯤 된다. 단번에 읽어나가기는 어렵고 2번 정도에 나눠서 읽을까 한다. 그 다음에 제3장 시간, 시대구분과 평가를 읽고 그렇게 해봐야 이 책의 1/3이기는 하지만 책을 마치도록 하겠다. 그 다음에 기초적인 역사책을 더 읽도록 하겠다. 세계사의 골격이 뭐냐면 3장과 겹치는데 "세계사의 표준적인 틀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것이라 한다.
43 이 장은 세계사의 표준적인 틀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몇 쪽짜리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역자의 말을 보니 "시대의 특징이나 주제와 연관지어 명명하고 구분하려는 시도"라고 했는데 그냥 세계사라고 하는게 어떻게 나누면 되는가에 대한 얘기이다. 그래서 저자는 초창기, 농업, 문명, 고전시대, 고전시대 후기, 근대 초기, 장기 19세기, 현대 이런 식으로 나누는데 가장 많이 할애하는 부분이 고전시대. 고전시대는 일반적으로 고대라고 지칭되는 시기로써 "오늘날까지도 인류의 생활과 문화의 전범이 되는 법, 제도, 철학, 종교 등의 기초, 즉 고전이 마련된 시대라는 의미"이다. 흔히 고전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인문고전강의》, 《역사고전강의》 이런 책을 썼는데 고전이라 하면 그냥 오래된 책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여기서 역자가 말하는 것을 보면 기초가 마련된 시대가 고전이라는 것. 그래서 문명이라는 부분을 보면 저자도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것이 있는가, 근본적인 문화적 특징이 있는가를 묻는데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것은 구체적으로 읽어나가면서 하기로 하자.
6 시대구분을 시간 순서에 따라 적당히 편의적으로 하기보다는 시대의 특징이나 주제와 연관 지어 명명하고 구분하려는 시도이다. 돋보이는 부분은 고대 대신 고전시대라고 명명한 점이다. 오늘날까지도 인류의 생활과 문화의 전범이 되는 법, 제도, 철학, 종교 등의 기초, 즉 고전이 마련된 시대라는 의미이다.
고전시대 후기인 500년 ~1450년 사이를 일반적으로 세계사에서는 서양 중세에 해당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이렇게 고전시대 후기라고 하면 나름대로 특징이 있는데 그냥 고전 시대로 묻어가는 방식으로 뭉뚱그린듯한 느낌이 있다. 이건 나중에 고전시대 후기를 할 때 저자의 생각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덧붙여 보겠다.
그러면 이 세계사의 골격을 나눌 때 어떤 방식으로 나눈 것인가,
43 그렇다면 주요 시대는 어떻게 규정되는가, 각 시대의 주요 특질을 무엇인가? 둘째는 각 시대 내에서(지역이 달라지면 시간 틀에 기초한 시대 배치도 달라진다) 지리적 강조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셋째, 각 시대마다 중심 주제는 무엇인가? 주제가 제시된 경우, 주제에 따라 시대적 특징이 변하기도 하지만 주요 내용은 함께 움직인다.
"주요 시대는 어떻게 규정되는가, 각 시대의 주요 특질을 무엇인", "각 시대 내에서 지리적 강조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리적 강조점이 중요한데 그 동안 우리가 많이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다. 그리고 "각 시대마다 중심 주제는 무엇인가" 이 세가지를 살펴본다고 한다. 저자가 초창기─농업─문명─고전시대─고전시대 후기─근대 초기─장기 19세기─현대 이런 식으로 나누는데 이렇게 시대구분을 하는 것의 기준이 주요 시대가 규정하는 주요 특질에 따라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서 세오 다쓰히코가 쓴 《장안은 어떻게 세계의 수도가 되었나》를 보면 이렇게 나눈다. 세계 각 지역에서 일어난 인간 집단의 교류와 교환되는 정보량의 변천, 환경변화 등을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한다. 여기서 세부적으로는 집단의 교류, 교환되는 정보량의 변천, 그리고 환경변화 이것을 가지고 구분한다. 저자는 아주 단순하게 셋으로 나눈다. 고전문화 형성기는 대체로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일치하는데 기원전 3500년부터 기원후 3/4세기까지. 피터 스턴스보다는 범위가 멀리갔고 그 대신에 나중에가 좁다. 그 다음에 유라시아 형성기를 400/500년부터 16세기까지. 이부분은 저자가 말하는 고전시대 후기에 해당한다. 이때 동서 유라시아 대륙의 교류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를 160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셋으로 나눈다. 세오 다쓰히코가 유라시아 형성기의 주요한 특질로 보는 것은 당나라 시대의 장안과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 그리고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도시 전통에 근거를 둔 바그다드 세 도시를 검토한다. 콘스탄티노플은 소피아 대성당을 지으면서 세계의 도시로 만들었고, 바그다드는 원형으로 처음부터 설계해서 만든 곳. 그리고 장안은 네모 모양. 그런 도시들.
그러면 이제 세계사를 규정하는 골격인 표준적인 틀을 정리하여 소개하려고 한다. 초창기를 보겠다. 인류는 250만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이래 복잡하고 긴 진화과정을 거쳤다. 12만년 전 무렵에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이 유일한 인류로 남아 있게 된다. 초창기 인류는 두 가지 기초적인 성취를 이루었는데 하나가 도구의 사용이고 다른 하나가 이주이다.
44 인류는 250만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이래 복잡하고 긴 진화과정을 거쳤다. 인류의 출현 시기는 좀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뚜렷이 구분되는 다양한 종이 등장하여 개중에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도 있다. 모든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이렇듯 기나긴 과정 끝에 비로소 등장했다. 점차 우수한 적응력, 특히 짐승을 사냥하는 조건이 변화하게 되면서 중요해진 순발력을 통해, 그리고 전면적인 전쟁이나 다른 종족과 혼인 등을 통해 12만년 전 무렵에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이 유일한 인류로 남아 있게 된다.
'이주'라는 것을 먼저 보자. 가장 중요한 이동은 아프리카를 나와서 홍해를 건너 중동으로 나아간 집단이다. 이렇게 거주지가 확산되었다고 하는 것은 인류의 적응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 해도 각각의 집단의 차이가 커졌을테고, 그렇게 커진 집단은 언어와 문화적 관행의 차이도 만들어냈을 것. 사는 곳이 달라지니 지리적 강조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도 생각할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동시에 언어와 문화적 관행에도 차이가 생겼다. 이런 것들은 초기 인류에 대해서만 고려해야 할 점이 아니라 현재 살아가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도 고려해야 할 점. 어디에 사는가, 그에 따라 그 집단의 차이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그 집단의 차이는 언어와 문화의 관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쇄고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오뒷세이아》는 바다의 이야기이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바다의 이야기가 굉장히 낯설다. 오뒷세이아의 모험이나 인생은 항해라는 속담도 없다. 사는 곳이 다르니까 그렇다. 고대 희랍세계 살고 있던 사람들과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차이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언어와 문화적 관행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거주지 집단의 차이, 언어와 문화의 관행은 꼭 유념해서 연결되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겠다.
45 초창기 인류는 적어도 두 가지 기초적인 성취를 이루어 냈다. 첫째, 수렵채집 경제 속에서 남성은 사냥을 하고 여성은 견과류, 씨, 열매 따위를 채집하면서 인류는 점차 능수능란한 도수 사용자가 되었다.
45 두 번째로 큰 뉴스는 이주였다. 여러 인류가 이주를 감행하기는 했는데,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이주를 시작한 것은 7만 년 전이다.
45 기원전 10000년까지 지구상에 1천만명 정도이던 인류는 오늘날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사실상 전 세계 모든 지역에 터전을 잡았다. 이런 거주지의 확산은 인류의 적응 능력을 잘보여 준다. 이와 동시에 집단 간의 차이도 커졌다. 그렇다고 해서 기초적인 유전자 차원에서 차이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어와 문화적 관행에서는 차이가 생겨났다.
그 다음에 두 가지 기초적인 성취 중 하나인 도구의 사용.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인류가 250만년 전에 출현한 이래 복잡한 진화과정을 거쳤고 12만년 될 무렵에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유일한 인류가 되었다고 했다. 그 간격이 200만년 정도가 있다. 즉 12만년 전 그 무렵부터 인간이 본격적으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뜻. 따라서 250만년전과 12만년전 사이, 즉 200만년이라는 간격에 의문을 가질 수가 있다. 200만년이면 사실 상상도 안 되는 간격이다. 인간이 고작 살아봐야 70~80년 사는데 200만년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면 그 사이 도구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살아남았다. 진화 과정의 주요한 단계에서 첫째가 수렵채집 경제가 있고, 도구를 사용하는 단계인 구석기·신석기가 있다. 200만년 동안 어떻게 살아남았을까라는 궁금함이 있었다.
올해 읽은 책 중에 《본 투 런》, 인류가 경험한 가장 위대한 질주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 있다. 여기 343페이지를 보면 "인류는 거의 200만년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화살이 만들어진 것은 2만년 전. 창은 20만년 전. 그렇다면 인류는 거의 200만년 동안 맨손으로 고기를 얻었다는 뜻입니다'라는 말이 있다. 진화의 과정에서 보면 분명히 고기를 먹었을 텐데, 어떤 영장류도 경험하지 않은 음식, 즉 열량과 지방,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를 꾸준히 공급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진화의 과정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200만년 동안 고기를 어떻게 얻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얘기가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읽으면서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맨손으로 고기를 얻었다는 것. 즉 도구가 만들어진 것은 12만년 전, 이 책에 따르면 창은 20만, 활과 화살은 2만년 전이니 맨손으로 얻었다는 건 동물하고 달리기 시합을 했다는 것. 실제로 말(馬)은 최고 초속 7.7미터를 달리지만 10분 동안 이 페이스를 유지하고 그런 다음에는 5.8미터로 느려진다. 우수한 마라토너는 초속 6미터로 몇 시간이나 달릴 수 있다. 그러니까 당장 단거리로는 영양 이런 것들이 인간보다 빠른 것 같지만 "영양은 사람이 보이면 빠른 속도로 도망 갈 것입니다. 그리고 10~15 킬로미터 달리면 고체온증으로 쓰러질 것 입이다." 그러니까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더위 속에서 1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으며, 동물의 왕국에서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인간은 달리면서 열을 발산할 수 있지만 동물은 달리는 동안 숨을 쉴 수 없기 때문. 결국 장거리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놀랬다. 그래서 인간의 달리기는 "수백만 년 동안 목숨을 건 결정을 내리면서 완성된 기술과 전략의 복합체이다. 다른 순수 예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장거리 달리기에는 다른 생명체에는 불가능한 뇌와 신체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을 한다. 쓰러질 때까지 어디로 달려갈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면서 동물하고 달리기 시합을 한다는 것. 초기 인류는 이렇게 시각화하고, 감정이입하고, 추상적인 사고를 하고, 미래를 투사를 하고 이런 것을 해서 사냥을 했다는 것이다. 루이스 리벤버그(Louis Liebenberg)도 《추적의 기술: 과학의 기원》(The Art of Tracking: The Origin of Science)에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200만년 동안 무엇을 해서 어떻게 해서 이것을 얻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가설적인 차원에서라도 《본 투 런》이라는 책을 읽고 해결했다. 책을 이것 저것 잡스럽게 읽다 보면 일단은 정합적인 설명들을 여기서 저기서 얻을 수 있다.
초창기 인류는 250만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이래 복잡하고 긴 진화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12만년 전 무렵에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이 유일한 인류로 남아 있게 된다. 초창기 인류는 두 가지 기초적인 성취를 이루었는데 하나가 도구의 사용이고 다른 하나가 이주이다. 이주라고 하는 것은 거주지가 확산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거주지가 확산되면서 집단의 차이가 커졌고, 언어와 문화적 관행도 커졌다. 그렇다면 인류역사의 기나긴 초창기에서 중요한 지점은 탐구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하나는 진화과정의 주요 단계들이다. 이 부분은 고생물학, 고인류학을 참조해야할 것이다. 역사는 주변학문들을 많이 참조한다. 그 다음에 수렵채집 경제의 성격과 사회적 함의가 무엇인지이다. 《본 투 런》에서 나온 그런 부분들. 200만년 동안 도대체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고, 특히 신석기 시대의 성취는 무엇인가도 탐구해 봐야한다.
46 인류 역사의 기나긴 초창기에서 중요한 지점은 진화과정의 주요 단계들, 특히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근본적 특징을 알아보고 수렵채집 경제의 성격과 사회적 함의를 이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도구를 사용하는 주요 단계들, 특히 신석기시대에 이룬 성취들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주의 특징과 시기, 함의를 정리하는 것이다.
저자는 5가지를 얘기하고 있는데 진화과정의 주요 단계들을 하나로 보고, 수렵채집경제의 성격과 사회적 함의는 도구를 사용하는 주요 단계들과 함께 묶을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가 이주의 특징과 시기 그리고 함의 이렇게 3가지로 묶을 수 있다. 초창기 인류에 대해서 이렇게 본다면 도구를 사용하는 부분은 기술사를 참조해야겠다. 이주의 특징과 시기, 함의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본다. 바로 다음에 나오는 농업, 유목민족을 논의할 때 더 중요한 논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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