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061 허먼 멜빌, <모비 딕>의 첫 문장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0820-061 허먼 멜빌, <모비 딕>의 첫 문장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라.”(Call me Ishmael.)







미합중국은 나라의 역사가 짧은 만큼 문학적으로 탁월한 성취를 이룩한 작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 미합중국이 건국되던 초기에 그 나라를 여행하면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관찰하였던 프랑스의 사상가 토크빌도 자신의 책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에서 미국 문학의 빈약함을 지적하고 있다. 나름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빈약함이 더욱 눈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토크빌이 살았던 시대에 미국에는 탁월한 작가들이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모비딕》이라는 작품을 쓴 허먼 멜빌이다. 


모비딕의 첫 문장은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라."이다. 영어로 보면 Call me Ishmael. 이다. 영문학의 작품에서 명문장들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다. 《모비딕》의 첫 문장에 등장한 이슈메일은 사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이다. 이슈메일은 방랑자, 세상에서 추방당한 자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이름이다. 이슈메일은 세상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세상과 세상 밖의 경계선에 머물면서 떠돌아다니면서 그 경계선 안에 들어갈 수도 없고, 또 들어가려 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모비딕》의 화자가 자신을 이슈메일이라고 불러 달라는 것은 자신을 이슈메일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스스로 규정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 이는 그 이름을 적극적인 의도로 이해한 것이다. 또는 자기 스스로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이슈메일이라 불러보기로 하자는 소극적인 제안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장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들 모두의 이름은 사실 우리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다. 그 이름을 한번 생각하면서 어쩌다 한번쯤은 내 이름을 무어라 하는게 좋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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