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057 움베르토 에코, <논문 잘쓰는 방법>
- 강의노트/책과 세계 2018
- 2018. 8. 17.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0814-057 움베르토 에코, <논문 잘쓰는 방법>
‘복사는 알리바이가 아니다.’ 우리는 필요해 보이는 자료를 복사하거나 스크랩을 하여 쌓아두곤 하는데 그렇게 모아들였다고해서 그것들이 ‘내 것’은 아니다. 그것을 읽고 나만의 문장으로 다시 정리해야만 비로소 내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사람들이 독서카드라고 불리는 것을 만든다. 제법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런 저런 방법을 시도해보고 나에게 적절한 방법을 고안하여 나 혼자만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예전에는 책을 읽으면 낱장으로 뜯어서 쓸 수 있는 공책에 정리하곤 하였는데 이제는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필요로 하는 내용을 정리한 일종의 자료카드를 만든다. 크기는 A4 용지의 절반인 A5 카드이다.
책을 읽고 독서카드를 만들고자 하는 경우에 부딪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책을 읽다 보면 책 내용이 모두 필요한 듯 하여 독서카드에 옮겨 적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결국 책 전체를 베끼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되어버린다. 사실 이런 문제에 부딪치는 사람은 아직 독서카드를 만들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독서카드는 초보자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독서 초보자는 일단 특정한 분야에 관한 기본적인 한 권을 구하여 밑줄을 치지 않고 여러 차례 읽어서 내용을 완전히 숙지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면 관련된 책들을 읽어서 공책에 정리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고 바로 그 단계를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독서카드는 사용할 수 있다. 독서카드는 다시 말해서 가장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 사용할 때에만 비로소 책 내용 전체를 카드에 옮겨 적는 곤란함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이탈리아 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연구서나 에세이를 썼을뿐만 아니라 소설까지 썼던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쓴 책 중에는 《논문 잘쓰는 방법》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책 읽는 법, 공책 정리하는 법, 독서카드 만드는 법, 색연필을 이용하여 독서카드의 정보들을 연결하는 방법들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복사는 알리바이가 아니다.’라는 명제이다. 우리는 필요해 보이는 자료를 복사하거나 스크랩을 하여 쌓아두곤 하는데 그렇게 모아들였다고해서 그것들이 ‘내 것’은 아니다. 그것을 읽고 나만의 문장으로 다시 정리해야만 비로소 내 것이라 할 수 있다. 습관성 자료수집자가 탁월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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