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088 정도전鄭道傳, 불씨잡변 佛氏雜辨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0926-088 정도전鄭道傳, 불씨잡변 佛氏雜辨

불교의 인과설, 윤회설, 지옥설과 같은 대표적인 이론을 비판하였다. 그러나 불교에 대한 그의 이해가 그리 심오하지 않아서 이론적 초점이 빗나간 부분도 적지 않으며, 그가 내세운 성리학이라는 것도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성리학 정통이라고 하는 주자학朱子學과 많은 차이가 있기도 하다.






상봉 정도전은 조선왕조 건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1342년에 태어나서 1398년에 죽었다. 그는 나라의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는 한양천도를 전반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였다. 경복국 건설공사를 비롯한 수도 건설의 총책임자였고 궁궐의 성문이름을 비롯하여 한성부의 5부(部) 52방(坊)의 이름을 지었다. 그 이름들은 유교적 이상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본래 정도전이 지은 사정문이었다. 세종때 집현전의 학자들이 광화문으로 바꾼 것이다. 정도전은 또한 조선 통치규범의 집약체인 경국대전의 기초가 되는 조선경국전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정치와 제도의 기초를 다지는 것 외에도 정도전이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성리학을 국가의 근본 학문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 뿌리를 내렸던 불교를 억제하는 일이 시금하였고 그것을 위해 그가 쓴 책이 불씨잡변이다. 정도전은 이 책을 통해서 불교의 인과설, 윤회설, 지옥설과 같은 대표적인 이론을 비판하였다. 그러나 불교에 대한 그의 이해가 그리 심오하지 않아서 이론적 초점이 빗나간 부분도 적지 않으며, 그가 내세운 성리학이라는 것도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성리학 정통이라고 하는 주자학과 많은 차이가 있기도 하다. 


정도전의 불교비판은 이론적인 측면도 있지만 불교로 인해서 생겨나는 사회적 폐단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고려가 불교를 국교로 삼고 있다 보니 종교행사에 지나치게 많은 재물이 낭비된 일이 있었고 특히 선불교는 일정한 사회적 규범을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의 행위가 규범에서 벗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도전은 불씨잡변을 저술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지금 당장 행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후세에 전할 수 있으니, 내 죽더라도 편안하리다" 성리학의 나라를 세우려는 그의 시도는 오랜 세월에 걸쳐 결국 조선에서 실현되었지만 과연 하나의 사상만을 용납하는 나라가 좋은 나라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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