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14 알렉시 드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8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1 - 10점
알렉시스 드 토크빌 지음, 이용재 옮김/아카넷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1013_49 알렉시 드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8

오늘이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8번째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읽는 시간이다. 토크빌의 저서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환경까지 고민을 하다 보니 얘기가 길어졌다. 타운에서 시작된 미국의 풀뿌리 민주주의. 그러나 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들도 딸도 결혼시키다 보면 토호세력처럼 기득권세력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불만과 나름대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정당이라는 조직이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 의견을 모아서 공적 영역으로 가져와서 대안을 만들어낸다.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 사태를 대하는 가장 안 좋은 방법이 공공영역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그것을 사적인 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한다. 그런 문제들을 정당이 해결해야 한다. 미국식 민주주의는 정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못하면 평가도 자주 하도록 해서 상원과 하원으로 나누어 놨다. 사실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상원은 미국식 귀족이다. 어찌보면 미국사회에서 지분이 있는 분들.


오늘은 민주적인 조건 평등이 가져오는 전제정의 위험성을 2권에서 이야기한다. 첫시간에 보았듯이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는 1권과 2권이 출간된 시기가 5년이라는 간격이 있다. 1권을 내놓고 많이 떴다. 그 사이에 자신과 함께 아메리카에 갔던 사람이 픽션을 내서 엄청나게 인기를 얻었다. 2권은 이론적인 부분. 1835년에 출간한 1권은 일종의 관찰보고서이다. 2권에는 그런 것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다. 흔히 하는 말로 토크빌의 1권이 그냥 보고서라면 2권은 지식사회학적 저작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사람과 사회가 계속 굴러가는 과정에서 변형되는 것이지 하나의 구세주처럼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즉 불변의 모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정이라고 하는 것은 완성된 물건이어서 프랑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가. 그건 아니다. 그러면 민주정이라고 하는 것을 시행하려면 사람들이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습관을 길러야 하고 공동체는 어떤 식으로 점진적으로 바뀌어야 하는가를 토크빌은 생각한 것. 오늘날의 민주주의에 접목하려면 2권을 촘촘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조건들의 평등이라고 하는 것이 민주정의 장치로 넘어가게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 그것에서 생겨난 신념이나 시민사회의 습속은 무엇인가 이런 것을 따져묻는 것이 2권이다.


조건들의 평등이 어떻게 사회적인 정신상태나 심성구조를 만드는가를 얘기하다가 마지막에 가장 심각한 부작용 중의 하나가 전제정이다라고 말한다. 전제정이 어떻게 민주주의에서 나오는가. 민주주의는 다수결에서 나오고 다수결에서 다시 전제정으로 가는 것이다. 민주정은 다수의 지배를 특징으로 하는데 토크빌이 전제정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을 보면, 토크빌을 연구한 사람들의 연구서를 보면 토크빌이 플라톤을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우리가 플라톤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이데아를 아는 현자가 다스려야 한다이다. 그런데 그것도 사실 중요하지만 <국가>를 읽어보면 민주정이 어떻게 해서 참주정으로 변화해가는가에 대해서 다룬 부분이 있다. 정체의 변화에 대한 제9권이다. 플라톤이 보기에는 당시의 아테나이는 민주정이기 보다는 다수들의 지지를 받아서 지도자가 된 사람들이 다수가 동의하는 대로 그래도 하면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다수가 원하는 것을 실현시켜주고 소수를 괴롭히고 말살시키고 그러면서 다수를 계속 무지하게 선동한다는 것이다. 형식은 민주정인데 내용을 보면 전제정이다. 그것이 현대의 정치학에서는 대중 독재라고 부르는 정치형태이다. 대중 독재가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항상 충만감을 준다. 자신이 주권자라고 하는 충만감을 계속 준다. 그러니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지도자가 한 명이 있고 나머지는 다 말살되어 있는 상태. 흔히 말하는 대로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정치이다. 


토크빌은 포퓰리즘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것. 그런데 이것을 막으려면 조건들의 평등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니 갑자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개인이 자유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토크빌의 말을 인용하자면 "대다수의 현대국가들에서 통치권자는, 그 기원이나 구성 또는 명칭이 어떻든 간에, 거의 막강한 존재가 된 반면에, 개인들은 점점 더 무기력과 종속의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다." 무비판적인 지지라는 말을 흔히 한다. 민주주의가 사실 어려운 것. 질서는 유지해야 하는데 자유는 줘야 하고, 평등은 지켜나가고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데 능력은 전혀 달라진다. 그런가 하면 사유재산은 보장을 해야 하는데 공공재는 평등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을 공공의 영역으로 돌리고 조건들의 평등을 무차별적으로 실현하고자 한다면 사회주의로 가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개인의 자유가 전혀 없다. 그러면 활력이 떨어진다.


2권 568 현대 사회에서는 이와 전혀 다른 위험이 다른 근심 걱정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다수의 현대국가들에서 통치권자는, 그 기원이나 구성 또는 명칭이 어떻든 간에, 거의 막강한 존재가 된 반면에, 개인들은 점점 더 무기력과 종속의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다.


토크빌이 살던 시기가 사실은 유럽에서 사회주의자들이 등장하던 시기이다. 우리가 사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지식인이다 하는 사람들이 토크빌을 한 시간 읽었다면 그 당시 사회주의자들의 문헌들은 백 시간 읽었다. 그렇게 불균형하게 읽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토크빌이 말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존중은 굉장히 유념해 둘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토크빌의 말을 인용하면 "개인이 허약해지면 국가도 결국 해약해진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는 것, 무기력하고 허약한 시민들을 가지고 활력이 넘치는 국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형태가 정치구성이 지금까지 존재한 적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등등, 오늘날의 통치권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조건들의 평등은 굉장히 중요한데 그것을 강조하다 보면 그것이 기계적인 평균으로 잘못 받아들여지기 쉽고, 그렇게 되면 개인의 독립성이 훼손되기 마련이다. 이것을 토크빌이 굉장히 많이 걱정했던 것이고, 대의민주정에서 과연 어떻게 하면 조건들의 평등이 본래 가지고 있는 본래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독립적인 자유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가를 고민을 했다. 


2권 569 오늘날의 통치권자들은 마치 인간을 가지고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인간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이 보인다. 나로서는 그들이 위대한 인간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 자체보다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개인이 허약해지면 국가도 결국 해약해진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는 것, 무기력하고 허약한 시민들을 가지고 활력이 넘치는 국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형태가 정치구성이 지금까지 존재한 적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등등, 오늘날의 통치권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토크빌과 굉장히 친한 존 스튜어트 밀이 쓴 <자유론>이나 <공리주의>는 널리 읽는데 <대의정부론>은 사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밀의 <대의정부론>을 읽어보면 이를테면 토크빌 이야기의 영국판이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의 구체적인 정치체제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이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민주정은 평등이 기본가치이니 평등 쪽에 강조를 두어야 하는데, 평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각각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독립성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어떤 완성품이 아니다. 계속 사회환경에 맞추어서 본래 가지고 있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모양을 바꾸어서 발전시켜 나갔다. 


혹시라도 정치학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토크빌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읽어보는 것도 좋다. 그동안 지나치게 유럽에서 나온 흔히 말하는 정통 좌파에 너무 편향되어 있는데 그것보다는 토크빌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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