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15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3
- 강의노트/책을 읽다보면 2017-18
- 2018. 11. 14.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1 - 움베르토 에코.리카르도 페드리가 지음, 윤병언 옮김/arte(아르테) |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1103_52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3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를 읽고 있다. 철학의 역사를 그냥 기술한 것이 아니고 철학을 놓고 고민한 사람들은 그 시대의 환경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엮여가면서 영향을 받고 또 자기의 운명이나 주변상황을 해석해내는가, 이것이 철학의 역사에 담겨있는 문제이다. 지성사적인 탐구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가는데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많이 애쓰는 축에 끼기는 하지만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안쓰럽기도 하다. 차라리 종교를 가지게 되면 특정한 신앙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종교를 가지는 것이 비겁한 것이 아닐가 하는 의심이 든다. 모든 준거틀을 신에게 던져버리는 것.
철학을 공부하면 사람은 나아지는가. 이 공부를 해서 내가 무엇을 얻겠다는 생각이 결코 없어야만 나아진다. 내가 이것을 해서 남한테 인정을 받아보겠다든가 하는 사욕이 들어가게 되면 나아지기 보다는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다. 사심이 없어야 한 철학 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이름을 남긴 철학자들은 예외없이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아주 민감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 흔히 시대상황은 잘 모르고 틀어박혀 책만 파는 사람들은 자기가 진정한 철학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은 훌륭한 철학자가 아니고 '고문서 탐독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철학자들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이거나 또는 시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이거나 또는 그 시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과학기술이나 상황들에 굉장히 민감했던 사람들인 것이다. 어떤 이슈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차원부터 시작해서 근원적인 원리를 되짚어 보는 것이 철학자들이 해온 일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의 17페이지를 보면 한 문단이 있는데 읽어보면 "정말 중요한 것은 모든 철학가들이 어떤 구체적인 정치적•사회적•문화적 환경 속에서 살았고, 따라서 이들이 철학하는 방식도 철학과는 무고나한 종류의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세계를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던 고대 철학자들이 신들을 섬기는 동시에 전쟁을 일삼던 시대, 자유인뿐만 아니라 노예들이 존재하던 시대에 살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과거의 철학자들이 이를테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라고 해서 노예의 문제를 전혀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 저작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시대 철학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현대 철학자들 역시 사회적 분쟁과 독재의 등극에 영향을 받았고 기술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형태의 문제들 역시 우리의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사회적 분쟁과 독재의 등극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철학자들은 없을 것이다. 시대를 만들어가는 흐름들에 대해서 굉장히 영향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 잘알고 있는 근대철학자들은 후기 르네상스 철학자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는데 이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들은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 케플러들의 천문학 발병이다. 흔히 말하는 데카르트, 스피노자와 같은 사람들, 칸트는 자기 저작에서 뉴턴 물리학이 만들어 놓은 확고한 학문적 체계를 놓고 철학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존 로크 같은 경우 우리 철학자는 자연과학자가 살고 있는 집의 뜰을 쓰는 하인이라는 얘기도 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우주에 대해서 성서를 썼다면 이제 우리는 수학이라는 언어를 가지고 우주에 대해 쓰기 때문에 우리가 바로 새로운 시대의 성서 기록자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뉴턴 같은 사람들은 다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어떤 언어를 가지고 신의 말씀을 적을 것인가. 사실은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근대과학자들은 과학과 종교가 대립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하나님의 언어가 무엇인가. 말씀이 바로 수학이었다는 것이다.
17 정말 중요한 것은 모든 철학가들이 어떤 구체적인 정치적•사회적•문화적 환경 속에서 살았고, 따라서 이들이 철학하는 방식도 철학과는 무고나한 종류의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세계를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던 고대 철학자들이 신들을 섬기는 동시에 전쟁을 일삼던 시대, 자유인뿐만 아니라 노예들이 존재하던 시대에 살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철학이 다양한 종류의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 시대 철학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현대 철학자들 역시 사회적 분쟁과 독재의 등극에 영향을 받았고 기술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형태의 문제들 역시 우리의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르네상스 및 후기 르네상스 철학자들 대부분이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케플러의 천문학 발견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이 과학자들 역시 르네상스 이전 혹은 동시대의 철학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인간의 심연에 놓여있는 물음들에 대해서 이를테면 존재론적인 물음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는 학문임은 틀림없는 전쟁, 분쟁, 독재, 기술발전, 철문학의 발견 이런 것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것이고 또 철학자들도 그러한 학문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의 표면에 놓여있다.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다음부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화하고,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단기간에 지속될 때 태도나 제도, 문화, 풍습 이런 문화적인 심성구도와 사회제도들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 아주 밑바닥에 놓여있는 것은 아니고 심층과 표층에 있는 것들이 결합되면서 우리의 일상이 재생산된다. 철학이라는 것은 저 밑에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올라와서 전쟁을 만나기도 하고 기술발전을 만나기도 하고 천문과학자들의 발견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
니콜라이 하르트만은 철학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철학은 세계관의 학이다'라고 대답한다. 세계관은 인간의 의식과 삶에는 층계가 있다는 것이다. 의식이 심연에 놓여있고, 심층, 표층이 있는데 이것이 다 버무려져서 일상을 재생산하는 동안에 지탱해 나갈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원리들이 세계관인데 어떤 종류의 세계관이 등장해서 어떻게 소멸해가는가를 따져묻는 것이 철학이다. 그러려면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개입하는 모든 요소들을 공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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