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15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4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1 - 10점
움베르토 에코.리카르도 페드리가 지음, 윤병언 옮김/arte(아르테)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1110_53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4

지난 시간에 철학은 '세계관의 학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서양철학의 역사에서 첫 장을 차지하는 것은 밀레토스의 자연철학이다. 철학이라는 말이 이때는 오늘날 우리가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행동, 현미경도 없고 망원경도 없으니 들여다보고 깊이 생각해보는 것에 불과한데, 현대의 과학자들이 과학이라는 말을 굉장히 아끼는 것 같다. 인색하게 그건 과학이 아니야 라는 태도들이 있다. 엄청나게 실험과 사실적 자료로 검증을 거친 것만 과학이라고 한다. '자연과학적 탐구'라고 하면 훨신 더 이해하기 쉽겠다. 


밀레토스는 아나톨리아 서부 해안 지역의 에게해 동쪽이다. 오늘날 지역은 터키쪽이다. 밀레토스의 자연철학은 희랍철학이기도 하면서 터키철학이기도 하다. 오늘날 터키사람들이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다면 열심히 공부할 텐데, 지금은 그 지역에서 생겨난 자연철학을 스웨덴 사람들도 우리도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유럽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정신적 뿌리가 되는 것. 


예전에는 그 지역에서 깊이 있는 논의와 탐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생겨났다는 것 자체가 여건이 되었다는 것이다. 흔히 그것은 소아시아 지역의 기적이라고 하는데 기적은 우리 인간이 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적이라는 용어는 피해야 할 용어이다. 철학에서 천재라는 말이, 흔히 칸트, 헤겔을 천재라고 하고 그러는데, 그냥 천재라기 보다는 아주 변태적이고도 괴상한 그 당대의 프로이센의 상황이 프랑스와 만났을 때 그 틈에서 빚어진 분출물들이다. 밀레토스라는 곳도 아시아 대륙의 풍요로움과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보면 뱃사람들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사실 보면 굉장히 핍박을 받고 못사는 사람, 접점에서 이런 것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한번 책을 읽어보면 "밀레토스에서 그리스 철학이 탄생한 것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그리스의 '기적' 때문이라기 보다 고대 도시국가들이 분명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또렷한 역사적, 문화적 변화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류의 4대 문명이라고 할 때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 나일강 유역, 중국의 황하 유역, 인더스 강 얘기를 한다.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가 아주 오래된 곳이니까 밀레토스는 거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러면 고대 도시국가들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또렷한 역사적, 문화적 변화가 일어난 곳이 바로 거기다. 


22 밀레토스에서 그리스 철학이 탄생한 것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그리스의 '기적' 때문이라기 보다 고대 도시국가들이 분명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또렷한 역사적, 문화적 변화 때문이다.


철학이 생겨나는 조건 중 아주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백성이 죽어나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다. 그래서 로마시대에는 사실 전쟁도 직업군인이나 다름없는 로마 군단이 했고 많은 사람이 죽어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로마시대에는 철학이 없다. 빈델반트라는 철학사가는 마음 편안하게 하는 안심입명의 시대에는 철학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공자의 시대에는 백성들이 죽어갔다. 그런데 백성들이 너무 죽어나면 또 철학이 없다. 적당히 죽어나가면서도 그것에 대해서 약간은 돌이켜 볼 수 있는 반성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있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한국사회가 70,80년대가 철학이라고 하는 것이 작동할 수 없었던 시대였다. 예전에는 국가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응축되어야만 형성된다. 그러면 일체의 사변적이고도 반론을 제기하는 지식인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면 문명의 정중앙에서는 철학이라는 것이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자가 춘추시대 사람이지만 제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철학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중심에 있는 곳에서는 통치의 기술이 나오는 곳이고, 변두리 아나톨리아 바닷가에서 자연철학이 등장하지 않았나, 그리고 거기서 등장한 자연철학들이 배를 타고 발칸 반도로 건너가면서 고대사회의 폴리스라고 불리는 형성과 정착과정에서 이른바 그리스 철학으로 전개되어가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국가 자체가 가지고 있는 폴리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력이나 또는 퀄리티를 따져보면 단연코 스파르타 최고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스파르타 남겨준 것이 없다. 그렇게 국가의 무력이 강력한 곳에서는 문화가 생겨날 수 없다. 그런데 아테나이 같은 경우는 풍습이나 도덕에 있어서는 희랍의 경멸을 받던 나라이다. 플라톤 <국가>의 첫머리를 보면 페이라이에우스 항구에서 얘기가 시작되는데 그 항구에서 외국에서 온 이주민들의 축제가 벌어진다. 그러니까 아테나이의 외항인 페이라이에우스 항구에는 이주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거기에 등장하는 폴레마르코스나 케팔로스 같은 사람들이 거류인들인데 방패장사를 해서 돈을 번 사람들이다. 그 당시에는 민간인들 각자가 무기를 마련해야 했다. 그런 것을 생각해본다면 철학적 사색이나 문화라고 하는 것은 강력한 국가가 형성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그런 것이 있을 때 신화적인 견해에서 벗어나서 경제와 사회의 법적 제도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인간에 의해서 생각을 해보는 시대가 된다.


자연철학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이렇고 내용인 자연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자연을 사색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자연철학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뒤에 붙어있는 '철학'이라는 말에 중점을 두자면 자연의 현상을 신적인 뜻에 설명하려 하지 않고 자연 안에 원리가 들어있지 않을까 따져보는 것이다. 천둥이 치면 천둥 신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천둥을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뭐가 있겠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태도가 가능했던 것도 역시 고대사회가 인간 중심 사회로 변화했다는 것. 그리고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을 때도 신이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마음에 깔고 있기 때문에 오해해서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신화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의 현상들을 의인화해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신화가 가진 철학적 의미들을 살펴보면 그것이 단순히 인간과 자연 외부에 있는 초자연적인 위력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좀 더 잘 설명하려는 시도였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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