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15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8
- 강의노트/책을 읽다보면 2017-18
- 2018. 12. 22.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1 - 움베르토 에코.리카르도 페드리가 지음, 윤병언 옮김/arte(아르테) |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1208_57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8
지난 시간에 피타고라스 얘기를 했다. 한가지 플라톤이 피타고라스와 구별되는 점은 이데아는 원리만 제공하고, 즉 설계도만 있고, 원자재 공급문제는 이데아가 가지고 있지 않다. 지난 주에 말한 것과 같이 기독교 초기에 신학이론들이 하느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피타고라스주의를 원용했다. 플라톤은 원자재 공급업자이면서 동시에 설계도를 그린 사람 얘기는 하지 않는다. 우주를 만든 사람인 데미우르고스를 얘기하는데, 그 사람이 어디선가 무엇을 갖고 와서 만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스스로 원자재를 자급자족 하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서 원리에 해당하는 것이 플라톤의 이데아에 해당한다.
플라톤 철학은 크게 형이상학적·존재론적인 측면과 윤리학·정치학적인 측면이 있고, 또 인식론 측면이 있고, 우주론적인 측면이 있는데, 플라톤 철학의 두 가지 기둥이 이데아와 영혼불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데아에 대해서는 워낙 방대해서 방송하는 동안 이데아 하나만 가지고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데아에 대해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이데아는 도대체 무엇인가 할 때 가장 쉽고 이해하기 좋은 이데아의 특성 중 하나는 '공통규약'이라는 것이다. 가령 '귤'이라고 하면 귤들이 다 똑같지 않다. 수없이 많은 귤들을 검증을 해도 '귤'이라고 하는 개념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귤이라고 하는 추상적인 관념을 떠올리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공통규약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추상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이데아는 '원리'일뿐이다.
두번째로는 '윤리적인 차원'이라는 것이 있다. 가령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서 살다보면 이를테면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한다. 플라톤의 용법을 가지고 말하면 사회생활의 반대말은 '좋은 것 자체'이다. '좋은게 좋은거야'라고 말할 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있을 뿐이지 좋은 거여서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게 좋은거야'라고 말할 때 앞에 좋은 것은 여러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좋은 것 자체야 라고 하는 것이 이것이 틀렸다는 것이다. 좋은 것은 본래 좋은 것의 모습,
플라톤의 <국가>를 보면 동굴의 비유가 나온다. 동굴이 사회생활인데, 동굴 밖으로 나가서 깨달은 사람이 다시 철학자들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삶의 공간인 동굴로 돌아온다. 환한 빛을 보고 다시 동굴로 돌아오니 어둠에 적응이 되지 않고, 더듬거린다. 그런데 어둠 속에 익숙해 있는 인간들이 더듬거린다고 린치를 가한다.
213 죄수는 이내 동굴로 되돌아간다. 동료 죄수들에게 되돌아가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은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돌아가서 그들의 생각과 도덕적-정치적 행위를 진정한 가치와 진정한 앎을 위해 사용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파이돈>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 소크라테스 최후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 있다. "에케크라테스, 이것이 우리 동지의 최후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당대에 알게 된 사람들 가운에서 가장 훌륭하였고, 다른 어떤 점보다도, 가장 지혜로웠으며, 가장 올발랐다(정의로웠다)고 우리가 말해야 할 그런 분의 최후말입니다."(118a) 이데아를 알게 됨으로써 고귀하고 지혜롭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것 자체를 추구하면 될 것 같다.
플라톤에서 이데아가 가지고 있는 윤리학적인 측면과 영혼불멸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좋겠다. 다음 시간에 보충해서 이야기하겠다.
<파이돈> 118a 그리하여 어느 사이에 아랫배 주변 부분 가까이가 차져 있었습니다. 한데 그분께서 얼굴에 덮었던 것을 걷고서 - 그분께서는 이미 덮여 있었으니까요 -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그분께서 하신 마지막 말씀이었습니다. "크리톤! 우리는 아스클레피오스께 닭 한 마리를 빚지고 있네. 갚게나. 소홀히 말고." 그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야 그럴 걸세. 한데, 혹시 그 밖에 다른 할 말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크리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크리톤께서 그렇게 물으셨으나, 그분께서는 더는 아무 대답도 아니 하셨고, 조금 지나서 몸을 떨었습니다. 이윽고 그 사람이 그분을 덮었던 것을 걷으니, 그분께서는 두 눈을 움직이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크리톤께서 보시고서, 입을 다물게 해 드리고 또 두 눈을 감겨 드렸습니다.
에케크라테스! 이것이 우리 동지의 최후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당대에 알게 된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였으며, 그 밖에도 가장 지혜로웠으며 가장 올발랐다(정의로웠다)고 우리가 말해야 할 그런 분의 최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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