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15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7
- 강의노트/책을 읽다보면 2017-18
- 2018. 12. 16.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1 - 움베르토 에코.리카르도 페드리가 지음, 윤병언 옮김/arte(아르테) |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1201_56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7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7번째 시간이다. 지난 시간에는 신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기존에는 철학 이전의 것이라고 알려져온 것인데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에서도 그렇고 신화라고 하는 것을 철학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실은 신화를 배제해 버리면 철학이 가지고 있는 풍요로운 이야기들이 없다.
사실 피타고라스라는 사람이 '철학자'라는 이름을 처음 쓴 사람이다. 피타고라스에 대해서 확정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피타고라스가 수학자, 수학의 역사에 집어넣어야지 철학의 역사에 넣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수학 쪽에 있다. 그것을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이를 싫어할 것 같지만 실제로 철학 안에도 분파들이 있어서 '잘됐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플라톤 전공자이다. 왜냐하면 피타고라스가 철학에 포함되면 종조의 권위가 떨어진다. 피타고라스가 말하는 수학적·추상적 사유가 플라톤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면 플라톤의 오리지널리티가 훼손된다. 또 피타고라스에게 가장 확실한 것이 두 가지인데 첫째가 수학적·추상적 사유, 두번째가 영혼불멸이다. 플라톤의 대화편을 보면 영혼불멸에 대한 것은 거의 원조성을 고집하고 싶어한다. 플라톤의 영혼불멸은 사실 신비주의이다. 그것을 피타고라스 학단으로부터 넘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들이 강하게 있는데 플라톤을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하면 꾸며진 얘기라고 말한다.
피타고라스에 대해서는 이렇게 저렇게 얘기했던 것처럼 과연 학파인지 일종의 종교집단인지도 분명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아주 엄밀한 증명과 추상적 사유를 특징으로 하는 수학자라고 하는 측면과 신비주의 교단이 과연 한 사람에게 공존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충돌되는 듯한 고도의 합리적이고 추상적 사유와 신비주의가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데 사실은 공존이 된다. 피타고라스가 어떻게 보면 그런 것을 보여준다. 피타고라스를 얘기할 때 '피타고라스(또는 피타고라스 집단이 주장한)' 이런 식으로 쓴다. 섣불이 한 사람만 가지고 얘기할 수는 없다.
58 피타고라스의 공동체는 일종의 철학 학교였으나 흔히 '비교적인' 지식으로 평가되는 스승의 가르침에 접근할 수 있는 위계적인 자격 조건을 토대로 구축되었다. 아울러 특별한 가르침에 대해 침묵해야 할 의무와 정규 모임 및 의례에 참석해야 할 의무 등 계율에 따라야 하는 교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추종자나 동료라고 말하기 보다는 조금 더 결속력이 강력해서 비밀결사단의 성격을 띠고 있다. 에게 해 지역은 세습적 신분이 정착하기 어려운 상업 지역이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민주정으로 연결되는데 아테나이만이 아니라 에게 해 여러 지역에 민주정체가 들어섰다. 뒤집어엎고 깨부수는 귀족정 옹호자들이었다. 그래서 무장단체 성격도 있다. 플라톤도 귀족정에 대한 선호도 보인다. 그러니까 플라톤 연구자들이 피타고라스과 어떤 식으로 엮이는 것이, 그리고 플라톤의 정치적 행동, 실제 플라톤의 제자들이 시라쿠사이에서 집권을 했다.
58 이 시기에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은 대부분 과두정 체제를 지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59 사실상 모든 학문적 발견의 공로를 학파의 창시자 피타고라스에게 돌리려는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의 변함없는 성향은 고대인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피타고라스만의 독창적인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이에 비해 후세대 철학자들이 이루어 낸 발전된 면모는 무엇이었는지 구분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악기가 내는 다양한 소리가 있는데 이를 화성으로 정리하면 된다. 그러면 숫자를 체계화하고 추상화된 모형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가지고 현실을 해석하는 기초적인 모형으로 쓴다. 그려면 그것은 그냥 관념체일 뿐인데, 다양한 현상을 정리해서 이해했다고 하면 수가 도구이다. 그런데 하나는 '도구니까 수를 이용해서 하면 수월하지 않나 '하면 근대자연과학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명목록과 실제론의 대립처럼 '그게 아니라 그게 실체이고, 나머지는 거기서 흘러나오는 우연적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수를 세상의 원리로 제시하면서 그것이 실체라고 하는 것. 철학책을 읽다보면 '아르케(arche)'라는 말을 쓴다. 원질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아르케가 '원리'도 된다. 그러면 '원리'이자 '원질', 질은 재료를 말하는데, 숫자는 처음엔 원리일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원질이라고 해버리면 숫자에서 나오는 것이 된다. 원리와 원질은 하나로 숫자로 통합시키면 신비주의가 된다.
갈릴레이가 우주는 수학의 언어로 되어있다고 할 때 원리만 얘기한 것. 그런데 피타고라스는 처음에는 원리에서 시작했지만 '원질이 움직이는 원리'를 수로 설명하다가 원리인 수가 원질을 먹어버린 것. 이를테면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이 세계를 창조하는데, 하느님의 뜻이 원리이다. 창조에서 말로만 하는데 말이 원질이다. 그러니까 그 경우에는 원리와 원질이 하느님에게 있는 것.
피타고라스의 이론이 그 당시 그리스에서 먹히는 생각인가. 아니다. 이단이다. 서기 전후에 헬리니즘 세계의 사상적 경향들을 보면 피타고라스의 얘기가 신플라톤주의로 흘러들어간다. 플로티누스가 말하는 일자로부터 만둘이 흘러나오는 것, 원리이기도 하고 원질이기도 하다. 사실 그 이론의 출발점은 플라톤이 아닌 신플라톤주의이다. 피타고라스가 남긴 저작은 없다. 그가 한 얘기들은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는 숫자라고 하는 추상적 원리를 알고 있으니 그것을 모방해서 사물들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영원한 이데아들이 있고 그런 이데아들을 모방해서 사물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플라톤의 이데아론이다. 그러니까 피타고라스와 연결되는 것을 전공자들을 싫어하겠다.
모방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 추상적인 원리를 또는 그것으로부터 뭔가 흘러나온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려면 추상적인 원리에 해당하는 것이 인간의 이데아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절대로 소멸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영혼불멸과 연결되는 것. 그래서 신비주의와 수학이 연결되는 지점이다.
피타고라스 학파에서는 영혼불멸을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그런데 이 우주는 그런 영혼으로 가득 차 있고, 좌출우돌하면 안되니까 하르모니아, 이 조화가 숫자로 표현되는 것. 그래서 수학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하르모니아에 관한 얘기는 필로라오스라고 하는 피타고라스의 제자가, 그리고 필로라오스의 제자로 알려진 사람들이 심미아스와 케베스인데 이 사람들이 플라톤의 <파이돈>에 등장한다. 그래서 피타고라스의 영혼불멸을 주장하는 필로라오스의 제자들이 나오니까 플라톤과 피타고라스 학파의 연결고리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아주 명백하게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영혼불멸주의자였고, 아테나이에서는 이단이었다.
59 피타고라스가 직접 주장했다고 확실할 수 있는 사상들은 모두 다른 아닌 영혼의 불멸과 이 육신에서 저 육신으로 움직이는 영혼의 이주와 관련된다.
61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은 사물들이 숫자를 모방한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와 같은 피타고라스학파의 사유가 감각적인 사물과 이데아의 관계를 모방관계로 이해했던 플라톤의 생각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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