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익진: 한글 아함경


한글 아함경 - 10점
고익진 엮음/담마아카데미


고익진: 한글 아함경

1. 수행본기경

2. 불설중본기경

3. 반니원경

4. 아함경정선






범례

4. 아함경정선은 편자가 장·중·잡·중일 4아함에서 중요한경전을 정선하여 정연한 교리적 체계로 새로 엮은 것이다. 아함경은 장아함 22권, 중아함 60권, 잡아함 50권, 중일아함 51권, 총 183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일뿐만 아니라, 교리를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잡아함은 현재 권수가 흐트러진 착간의 상태로 전해지고 있어, 초학자를 위해서는 아함경을 그렇게 새로 엮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5. 아함경정선의 맨 처음에 외도를 비판하는 경전들을 모았는데, 이것은 불교가 당시 인도의 여러 가지 잘못된 종교사상을 비판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므로, 불교를 바로 이해하는 것도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4아함에서도 장아함이 맨 앞에 위치해 있는데, 그 내용은 외도비판을 통한 바른 법의 제시가 주제로 되어 있는 것이다. 


6. 외도비판 다음에 부처님의 독특한 교설방법에 관한 경전들을 집록하였다. 난립된 종교의 엇갈리는 진리성 주장 속에서 사람들은 방황하였는데, 부처님은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과 정당한 도리[法]에 의지해야 할 것을 가르쳤다. 그리하여 인간 현실의 정확한 관찰로부터 시작하여 궁극적인 진리든 스스로 깨닫게끔, 오직 길을 가르치실 뿐이셨다. 이러한 교설방법은 궁극적인 진리로부터 설해 주는 권위주의적인 종교와는 크게 다른 점으로서, 불교교리 조직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이다. 


7. 인간 현실의 고찰로부터 궁극적 진리의 깨달음에 이르는 부처님의 교설에는 복잡하고 미묘한 중충적 교리조직이 시설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교리조직 중에서 제일 처음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십이처설로 생각되며 불교의 업설은 이러한 불교의 기초적인 세계관에 입각한 인간 활동의 방향을 계시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따라서 이 두 법 문을 한내 모은 것이다.


8. 육육법선은 십이처를 기점으로 하는 복잡한 형태의 연기설을 한데 모은 것이다. 아합경과 팔리어본에서는 육처부에 포섭시키고 있지만, 십이처설에서 오온·십이연기설에 이르는 교량적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위지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그 독자성을 살려 따로 항목을 설정한 것이 다. 특히 이를 육육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그 중의 한 형태를 그렇게 부르는 예가 아함경에 보여, 이것으로써 그 전체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9. 아함경에서 수행의 원리를 설하는 대표적인 법문은 오온·사제설이다. 유부 교학에서 사제로써 성문도를 조직하고 있음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함경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할 때 오온은 육법에 의해 설명되고, 다시 십이연기설은 육육법과 오온·사제설에 의해 설명되고 있음을 보면, 교리적 위치는 십이연기설 앞에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점진적으로 깊이지는 교리조직에서, 설명하는 법은 설명되는 법의 이전에 이미 익혀져 있을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10. 아함경에는 사제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수행법이 설해지고 있는데, 이것을 조직한 것이 삼십칠조도품이며, 그것을 다시 선정의 측면에서 조직한 것이 구차례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도품 · 선정은 육육법과 오온·사제를 원리로 삼은 수행법으로 생각되므로, 이에 관련된 법문을 이 자리에 수록하였다.


11, 아함경에서 최상의 법으로 등장하는 것은 십이연기설이다. 십이지분은 오온과 육육법이 결합한 것이고, 연기라는 개념은 인연과 집(集)이라는 것이 결합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함경 스스로도 과거 일곱 부처님 모두 순역으로 관찰해서 깨달음을 이루셨다고 설하고 있는 것이다.


1. 수행본기경

37 이에 능인 보살은 신통으로 흰 코끼리를 타고 와서 어머니의 태, 안으로 들어갔다. 사월 팔일에 부인은 목욕하고 향을 바르고 새 옷을 입은 뒤에 잠시 몸을 편안히 기대었다. 꿈에 흰 코끼리를 탄 사람이 공중에서 광명을 천하에 두루 비추었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면서 자신에게로 오더니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에 부인이 놀라 깨어나자 왕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놀란 것이오?"

‘‘방금 꿈속에서 흰 코끼리를 탄 사람이 공중으로부터 날아오면서 악기를 연주하고 꽃을 홑 뿌리고 향을 사르며 저에게로 오더니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문에 놀라 깨어난 것입니다."

부인의 말에 왕은 두렵고 언짢은 마음에 즉시 관상가 수약야를 불러 그 꿈을 점치게 하였다.

"이 꿈이야말로 왕에게는 복이며 경사입니다. 거룩한 천신이 태 안으로 내려오셨기 때문에 이런 꿈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태어나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 부처가 되어 천하를 제도할 것입니다."

왕은 기뻐하였으며, 부인은 몸과 마음이 온화하고 맑아져 게송으로 말하였다.


39 대왕의 부인이 임신하였음을 듣고 여러 작은 나라의 왕들이 모두 와서 왕을 알현하고 축하 드렸다. 저마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금은의 값진 보배와 옷과 꽃과 향을 바치면서 한없는 축복을 보냈다.

그러나 부인은 그들을 물리치며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하였다 부안은 임신한 이후로 하늘에서 바치는 갖가지 맛있는 것으로 기력을 돋우니 저절로 배가 불러 왕궁의 요리는 먹지 않았다.

달이 다 차서 태자의 몸이 이루어지고 사월 칠일이 되었다. 부인은 나가서 유람하다 아소카 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온갖 꽃이 피어나고 샛별이 돋아났다. 이때부안이 나뭇가지를 잡으니, 문뜩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태자가 탄생하였다. 태자는 땅에 내려서며 일곱 걸음을 걸어가 손을 들고 말하였다.

"하늪 위와 하늘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괴로움이니 내가 마땅히 편안하계 하리라."

바로 그때 하늘과 땅이 크게 진동하고 삼천대천세계는 밝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제석천왕과 법천왕과 사천왕은 그의 관속인 여러 용·귀신·야차·건달바·아수라 등과 함께 와서 호위하였다. 용왕의 형제인 가라와 울가라는 왼편에서 따스한 물을 내리고 오른편에서 찬물을 내렸다. 제석천왕과 법천왕은 하늘 옷을 가져와 태자를 감쌌다. 


2. 불설중본기경

104 다섯 사람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함께 의논하였다.

"우리는 가족과 이별한 채, 산을 오르고 재를 넘으며 극심한 고생을 하면서 이 사람을 앉혀 놓고 깨와 쌀을 대주느라 애쓰며 고생하였습니다.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왕이 와서 싸움을 걸기에 내버려 두고 숨어버렸는데, 이제 다시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깨 한 알·쌀 한 톨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일어나서 음식을 구한들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자리만은 베풀어 주되, 각자 무릎을 꿇거나 일어나거나 말을 하거나 문안을 하지는 맙시다. 여기서 기분이 언짢으면 반드시 스스로 떠날 것입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그 다섯 사람을 위하여 신족을 드러내시어 다섯 사람의 몸을 솟구쳐 그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배하게 하였다. 그리고 예전과 같이 시중들게 하고는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의논하여 일어나지 말자고 하더니 이제 예배까지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

"우리는 당신 싯다르타 때문에 극심한 고생을 하였습니다.  슛도다나 왕은 사납고도 모질며 도리에 어긋났는데, 모두가 당신 때문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위없이 바르고 참된 여래이며 완전하게 깨달은 이에게 당신이라 하지 마라. 나는 위없이 바르게 깨달았으므로 나고 죽음의 뜻으로는 상대할 수가 없다. 어찌 나의 얼굴을 대하면서 아버지의 이름을 말할 수 있느냐."


105 계속하여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나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아라. 나무 아래에 있을 때와 같으냐?"

"그때는 수척하고 파리하더니, 지금은 다시 광택이 납니다. 그러나 그때 나무 아래서 눈을 감고 단정히 앉아 하루에 한 줌의 참깨와 쌀만을 먹으면서도 오히려 도가 아니라고 여겼는데, 하물며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몸과 입을 제멋대로 하면서 어찌 도를 닦는다고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스스로 범하여 속이고 있는 두 가지 일이 있다. 무엇이 두 가지인가. 곧, 살생과 음욕이다. 세력을 뽐내어 탐내고 원하면서 몸이 다하도록 괴롭히는 것은 안으로 도의 자취가 없기 때문이니, 이 두 가지 일이 없으면 바로 참된 수행자가 아니겠느냐.

아흔 여섯 가지 술법 역시 버리거나 멀리할 것도 없는 이것이 중도를 취함이니, 양극단에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무엇이 중도를 취함인가. 지혜의 행을 깨달아 뭇 지혜를 통달하고, 여섯 가지 신통을 모두 깨달으며, 여덟 가지 바른 행(八正行]을 갖추어야, 이것을 일컬어 중도를 취하여 열반에 머무른다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셨지만 다섯 사람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였다.


115 세존께서 생각하셨다. '내가 본래 배움을 일으킨 것은 중생을 제도하고 욕계의 마왕을 항복시켜 도로써 교화하려 함이었다.'

이때 근처 네란자라강에 범지가 살고 있었는데, 성은 카샤파이고 이름은 우루벨라였다. 나이가 백이십 살에 명성이 높고 널리 알려져 있어 세상 사람들이 받들고 우러렀다. 그는 불을 섬겨 제사를 지내는데 밤낮으로 게으르지 아니하였으며, 배움을 좋아하는 제자를 오백 명이나 두었다. 그의 두 아우 역시 그 형을 우두머리로 섬겼는데, 그들 또한 도를 얻었다 하여 저마다 제자를 두고 모두 강의 하류에서 살고 있었다. 

카샤파는 자신의 이름이 날로 높아져 온 나라가 마음을 두어 우러르고 있는데, 도술이 얕으면 궁하기 쉽고 궁하면 명성이 무너질 것이니, 장차 좋은 계책을 세워 온 나라가 크게 우러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곧 용을 구해다가 술법으로 용을 다스렸다.  그러고는 고요한 방을 만들어 용을 기르면서, 만약 경솔하게 고요한 방으로 제멋대로 들어오는 자가 있으면 불을 토하고 독을 내뿜어 들어 온 자를 없애 버리도록 하였다.


116 세존께서 생각하셨다. '내가 옛날 출가할 적에 길에서 빔비사라 왕을 만났는데, 내가 서원한 대로 도를 이루면 그는 먼저 자신을 제도하여 해탈케 해 주기를 원하였다. 나는 일체를 위하기 때문에 곧 허락하였지만, 이제 백성의 마음을 살펴보니, 널리 카샤파에게 쏠려 있어 갑자기 돌릴 수가 없다. 좋은 열매가 나무에 달려 있어도 높아서 따 먹을 수가 없다면, 나무뿌리를 베고 가지를 쓰러뜨려야만 먹고 싶은 대로 열매를 딸 수 있는 것과 같다. 모두가 꺼리는 것은 용이니, 나는 먼저 용을 항복시킬 것이다. 카샤파가 와서 따르게 되면 비로소 큰 도로써 교화되는 바가 끝이 없을 것이다.'


3. 반니원경

242 여래가 교화를 마치고는 본래의 수명에 머무르지 않고 남아 있는 수명을 버리고자 할 때, 큰 광명을 놓아 천상과 인간에게 알리고자 하면 땅이 크게 흔들리니, 이것이 일곱째 인연이다.

만약 여래가 몸을 버리고 열반에 드실 때면 광명이 비추지 않는 곳이 없고, 천신들이 내려와 참례하면 땅이 크게 흔들리니, 이것이 여덟째 인연이다."

아난이 여쭈었다.

"이제 부처님께서는 이미 남아 있는 수명을 놓으신 것입니까?"

"이미 놓았느니라."

아난이 여쭈었다.

" 옛적에 부처님께서, '만약 제자가 네 가지 신족을 알아 많이 닦고 행하며 일심으로 잊지 않으면, 마음이 바라는 대로 일 겁 이상을 죽지 않고 머물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부처님의 도와 덕은 이보다 수승하시니 더 오래 머무르실 수는 없는지요?"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대답하셨다.

"이제야 네가 이 말을 하는 것은 늦지 않았느냐. 내가 너에게 네 가지 신족에 대한 말을 두서너 번이나 하였는데, 몽롱하여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마왕의 어지럽힘을 받고 있더니, 이제 와서 말을하는 것이냐. 또한, 여래가 한번 입 밖으로 한 말을 어찌 스스로 어길 수 있겠도냐,"

"그러실수는 없습니다.

"아난아, 지혜롭지 못한 이는 자기가 한 말을 나중에 어기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아난은 슬피 울며 한탄하였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심이 어찌 이다지도 빠르십니까 세간의 눈이 멸함이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베살리국에 가서 각기 흩어져 다니는 비구들을 불러오게 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고 즉시 비구들을 모두 강당으로 모이게 하였다. 강당에 모인 비구들은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섰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은 덧없는 것이다. 견고한 것이 없고 모두 홑어지니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란 없다. 마음의 분별로 행하는 것은 자신을 속일 뿐이다. 애착으로 모인 것이 어찌 오래갈 수 있겠느냐. 천지와 수미산도 결국은 무너질 텐데 하물며 사람 몸이 오래갈 수 있겠느냐. 그럼에도 오래 살기를 바라겠는가. 마땅히 생사의 근심과 괴로움을 싫어해야만 한다. 

나는 석 달 뒤에 열반에 들 것이니, 이상하게 여기지도 말고 근심하지도 마라. 과거·현재·미래의 부처님 들도 모두 법에 따라 열반을 성취한다. 경법이 또한 갖추어져 있으니, 그대들도 힘써 부지런히 배우고 행하여 청정한 마음을 지녀 해탈을 얻도록 하라.


244 사람이 바른 마음을 알면 천상의 천신들이 모두 그 사람에 대하여 기뻐한다. 그러므로 마음을 부드럽게 다스려 스스로 탐욕을 줄임으로써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지 마라.

마음의 작용은 하지 못하는 것이 없으니, 도를 얻는 것 또한 마음이다. 마음이 천신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고 귀신 · 축생 · 지옥도 만드니, 모두가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마음의 작용에 따라 모든 법이 일어난다. 마음이 식별을 만들고, 식별이 의지를 만들며, 의지가 다시 마음으로 들어간다. 마음이 가장 근본이 되니, 마음의 의지는 행이 되고 행이 생활이 된다. 현명함과 어리석음은 행에 있고,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은 생활에 있다.

대개 의지와 행과 생활, 이 세 가지는 서로 의지하여 좋은 일도 하고 나쁜 일도 하는데, 자신이 그 과보를 받게 된다. 즉, 아버지가 착하지 못한 짓을 했더라도 자식이 대신 받지 못하고, 또 자식이 착하지 못한 짓을 했더라도 아버지가 대신 받을 수는 없다. 선한 것은 저절로 복을 얻고, 악한 것은 저절로 재앙을 얻는다.

이제 여래가 천상과 천하에서 존경받는 대상이 된 것도 모두 마음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바른 마음으로 법을 행하라. 법을 행하는 이는 현세에서 쉼을 얻고 안락을 얻을 것이다. 그러니 법을 잘 받아 지니고 잘 배우고 잘 암송하며 고요한 마음으로 사유하라. 그러면 나의 청정한 법이 오래 머무를 것이며, 세간의 모든 괴로움을 자비로써 제도하고, 모든 천신과 인간올 인도하여 이롭고 편안하게 할 것이다.


288 또한, 훌륭한 가문 출신의 남녀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네 가지 일이 있다. 첫째는 보살로서 처음 내려온 때이고, 둘째는 부처가 처음으로 도의 신묘한 정각을 이룬 때이다. 셋째는 처음 경을 설하여 법의 바퀴를 굴린 때이고, 넷째는 나머지 무위의 삶을 버리고 열반에 드는 때이다.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부처님이 태어나실 때에 복덕이 이러하고, 부처님이 도를 얻으실 때에 신력이 이러하고, 법의 바퀴를 굴리실 때에 사람을 제도하심이 이러하고, 열반하실 때에 남기신 법이 이러하다.'

말법의 시대가 되어 이것을 기억하면서 의행을 일으키는 이는 모두 천상에 나게 될 것이다. 만약 이것을 받고도 의심이 있으면 마음이 부처와 법과 성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괴로움 · 집기 · 멸함 · 길을 마땅히 알아야 하며, 그것을 물을 때는 내가 살아 있을 때 이 말을 가지고 내 앞에서 물었던 것처럼 하라. 그리고 내 앞에서 직접 들은 제자는 그 물음에 대하여 내가 설한 그대로 말해 주어라."


289 사천여녀 뒤에야 미륵불이 나올 것이니, 부처를 늘 만나기는 어렵다. 세상에 우담바라라는 꽃이 있는데 그 꽃은 피지 않고 열매만 맺는다. 만약 그것이 꽃을 피우면 세상에 부처가 나타나게 된다. 부처는 세간의 태양과 같으니, 모든 어두움을 없애기 위해 항상 마음을 쓴다. 내가 스승이 되어 나이가 일흔아홉에 이르니, 해야 할 것은 이미 다 밝혀 놓았다.  그대들은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밤이 벌써 깊었구나.


306 마하카샤파가 대중 가운데서 사십 명의 아라한을 가려내 아난으로부터 네 가지 아함을 물려받게 하였으니, 첫째는 중아함, 둘째는 장아함, 셋째는 중일아함, 넷째는 잡아함이었다.

이 네 가지 말씀은 첫째는 탐음 때문에 말씀하신 것이고, 둘째는 기뻐하고 성내는 일 때문에 말씀하신 것이고, 셋째는 어리석음 때문에 말씀하신 것이고, 넷 째는 볼효하고 스승을 받들어 섬기지 않은 일 때문에 말씀하신 것이다.

아난에게서 들은 이 네 가지 아합의 말씀은 각기 육십 필의 천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이에 여러 비구가 말하였다.

"이 내 가지 경문을 서사하여 온 세상에 유포해야겠다."

부처님을 다비한 곳에서 저절로 생겨난 네 그루의 나무를 잘 가려내고 모아서 부처님의 십이부경을 분변하고 서사하였으니 계율과 법이 갖추어졌다.

천 년이 지나는 동안 부처님의 경과 계율을 지니는 이는 뒤에 모두 미륵 불이 계신 곳에 태어나서 그를 좇아 해탈하며 생사의 번뇌에서 벗어날 것이다.


4. 아함경정선

396 '세간은 영원하다'라는 이러한 견해가 없기 때문에 나를 좇아 범행을 배운다면, 그것도 옳지 못하다. 이와 같이 '세간은 덧없다. 세간은 유한하다, 세간은 무한하다. 영혼과 육체는 하나다, 영혼과 육체는 둘이다, 여래는 사후에 있다, 여래는 사후에 없다, 여래는 사후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여래는 사후에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라는 이러한 견해가 없기 때문에 나를 좇아 범행을 배운다면, 그것도 옳지 못하다.

'세간은 영원하다'라는 이러한 견해가 없기 때문에 나를 좇아 범행을 배우지 않는다면, 이것도 옳지 못하다. 이와 같이 '세간은 덧없다. 세간은 유한하다, 세간은 무한하다. 영혼과 육체는 하나다, 영혼과 육체는 둘이다, 여래는 사후에 있다, 여래는 사후에 없다, 여래는 사후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여래는 사후에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라는 이러한 견해가 없기 때문에 나를 좇아 범행을 배우지 않는다면, 이것도 옳지 못하다.

'세간은 영원하다'라는 이러한 견해가 없기 때문에 나를 좇아 범행을 배운다면, 그것도 옳지 못하다. 이와 같이 '세간은 덧없다. 세간은 유한하다, 세간은 무한하다. 영혼과 육체는 하나다, 영혼과 육체는 둘이다, 여래는 사후에 있다, 여래는 사후에 없다, 여래는 사후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여래는 사후에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라는 이러한 견해가 없기 때문에 나를 좇아 범행을 배운다면, 그것도 옳지 못하다.

'세간은 영원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이 있고, 슬픔과 울음 · 근심 · 괴로움 · 번민이 있으니, 이렇게 하여 아주 커다란 괴로움의 무더기가 생긴다. 이와 같이 '세간은 덧없다. 세간은 유한하다, 세간은 무한하다. 영혼과 육체는 하나다, 영혼과 육체는 둘이다, 여래는 사후에 있다, 여래는 사후에 없다, 여래는 사후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여래는 사후에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라고 말하는 자도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이 있고, 술픔과 울음 · 근심 · 괴로움 · 번민이 있으니, 이렇게 하여 아주 커다란 괴로움의 무더기가 생긴다.


397 그러면 나는 어떠한 법을 한결같이 말하는가. 니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집기와 괴로움의 멸함과 괴로움을 멸하는 길을 한결같이 말한다. 무슨 까닭으로 나는 이것을 한결같이 말하는가. 이것은 이치에 맞고 법에 맞으며, 또 이것은 범행이어서 지혜로 나아가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며 열반으로 나아간다. 그러므로 나는 한결같이 이것을 말한다. 이것이,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은 말하지 않고, 말하여야 할 것은 말한다’라고 하는 것이댜 그대들은 마땅히 이렇게 지니고 배워야 한댜.


398 그때 세존께서 모든 대중과 함께 싱사파 숲으로 가시어 나무 아래에 앉으셨다. 세존께서 손에 나뭇잎을 쥐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손안의 나뭇잎이 많은가, 저 큰 숲의 나뭇잎이 많은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말씀 드렸다.

"세존이시여, 손안의 나뭇잎은 매우 적으며, 저 숲 속의 나뭇잎은 한량이 없어 백배·천배·만배·억배나 되니, 셀 수도 없고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그와 같이 비구들이여, 내가 등정각을 이루고 스스로 본 법을 남을 위하여 말하는 것은 이 손안의 나뭇잎과 같다. 왜냐하면 그 법은 이치로 요익하게 하고, 법으로 요익하게 하며, 범행으로 요익하게 하고, 밝은 지혜로 바르게 깨달아 '열반'으로 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등정각을 이루고 스스로 안 바른 법을 말하지 않은 것은, 저 큰 숲의 나뭇잎과 같다. 왜냐하면 그 법은 이치로 요익하게 하지 않고, 법으로 요익하게 하지 않으며, 범행으로 요익하게 하지 않고, 밝은 지혜로 바르게 깨달아 바르게 열반으로 향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네 가지 거룩한 진리[四聖諦]에 대하여 아직 확실하게 알지 못하였다면 부지런히 정진하고 더욱더 의욕을 일으켜 확실하게 알도록 공부하여야 한다."


417 그때 자눗소니 바라문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서로 인사하고 안부를 여쭌 뒤 물러나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타마시여, 일체란 어떤 것을 일체라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일체란 십이입처(十二入處)이니, 눈과 색귀와 소리·코와 냄새·혀와 맛·몸과촉감·의지와법이다. 이것을 일체라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것은 일체가 아니다. 나는 이제 사문고타마가 말하는 일체를 버리고 다른 일체를 세우겠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다만 말만 있을 뿐이며, 듣고도 알지 못하고 의혹만 더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55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쿠루국의 소치는 마을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댜

"나는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겠다. 그것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으며, 좋은 뜻과 좋은 맛으로써 순수하고 깨끗하여 범행이 청정하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육육법이 있다. 어떤 것을 육육법이라 하는가. 여섯가지 내입처·여섯 가지 외입처·여섯가지 식별·여섯가지 부딪침, 여섯 가지 느낌·여섯가가지 같애이다.

어떤 것을 여섯 가지 내입처라 하는가. 눈이라는 입처와 귀·코·혀·몸·의지라는 입처이다.

어떤 것을 여섯 가지 외입처라 하는가. 색이라는 인식 대상과 소리·냄새 ·맛·촉감·법이라는 인식대상이다.

어떤 것을 여섯 가지 식별이라 하는가. 눈의 식별과 귀·코·혀·몸·의지의 식별이다.

어떤 것을 여섯 가지 부딪침이라 하는가. 눈의 부딪침과 귀·코·혀 ·몸·의지의 부딪침이다.

어떤 것을 여섯 가지 느낌이라 하는가. 눈의 부딪침에서 생기는 느낌과 귀·코·혀·몸·의지의 부딪침으로 생기는 느낌이다.

어떤 것을 여섯 가지 갈애라 하는가. 눈의 부딪침에서 생기는 갈애와 귀 ·코·혀·몸·의지의 부딪침으로 생기는 갈애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눈이 곧 나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눈은 생하고 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눈이 곧 '나’라면 나는 태어남과 죽음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눈이 곧 나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렇지 않다. 

이와같이 색이나 눈의 식별·눈의 부딪침·눈의 부딪침으로 생기는 느낌에 대하여, '이것이 나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눈의 부딪침으로 생기는 느낌은 생하고 멸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만일 눈의 부딪침으로 생기는 느낌이 곧 '나'라면, 나는 반드시 태어남과 죽음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눈의 부딪침으로 생기는 느낌에 대하여, '이것이 곧나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눈의 부딪침으로 생기는 느낌은 '나'가 아니다.


63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밧티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진리의 법을 닦아 행하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괴로움의 진리이니, 그 이치는 끝이 없어서 생각으로도 다할 수 없고 말로도 다할 수 없다.

둘째는 괴로움의 집기의 진리이니, 그 이치는 끝이 없어서 생각으로도 다할 수 없고 말로도 다할 수 없다.

셋째는 괴로움의 멸함의 진리이니, 그 이치는 끝이 없어서 생각으로도 다할 수 없고 말로도 다할 수 없다.

넷째는 괴로움의 멸함에 이르는 길의 진리이니, 그 이치는 끝이 없어서 생각으로도 다할 수 없고 말로도 다할 수 없다.

어떤 것이 괴로움의 진리인가. 괴로움의 진리란, 생 · 노 · 병 · 사의 괴로움과 근심 · 슬픔 · 번민의 괴로움, 싫어하는 것과 만나는 괴로움, 사랑하는 것과 이별하는 괴로움,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다. 간략히 말하면, 다섯 가지 취한 근간 그 자체가 괴로움이다. 이것을 괴로움의 진리라 한다.

어떤 것이 괴로움의 집기의 진리인가. 괴로움의 집기의 진리란, 갈애와 탐욕이 어울려 마음이 항상 집착하는 것이다. 이것을 괴로움의 집기의 진리라 한다.

어떤 것이 더로움의 멸함의 진리인가. 괴로움의 멸함의 진리란 탐욕과 갈애가 아주 없어져 남아 있는 것이 없어 다시는 새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 것을 괴로움의 멸함의 진리라 한다.

어떤 것이 괴로움의 멸함에 이르는 길의 진리인가. 괴로움의 멸합에 이르는 길의 진리란 판정도이니, 바른 견해 · 바른 생각 · 바른말 · 바른 행동 · 바른 생활 · 바른 정진 · 바른 기억 · 바른 선정이다. 이것을 괴로움의 멸함에 이르는 길의 진리라 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이 네 가지 진리는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으며, 세존께서는 진리를 말씀하신다. 두 발이나 세 발 또는 네 발을 가진 여러 중생과 애욕의 세계 · 색의 세계 · 색이 없는 세계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세계의 여러 중생 가운데서 여래가 최상이신데, 여래가 이 네 가지 진리를 성취하셨기 때문에 ‘네 가지 진리[四諦]’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네 가지 진리가 있으나,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오래도록 나고 죽음 속에서 다섯 갈래의 길을 윤회하게 된다. 이제 나는 이 네 가지 진리를 얻었기 때문에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갔으며, 이 진리를 성취하였기 때문에 나고 죽음의 근본을 끊어 다시는 다음 생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안다.


802 취함을 연하여 존재가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존재라 하는가. 세 가지 존재이니, 욕계의 존재 · 색계의 존재 · 무색계의 존재이다. 존재를 연하여 태어남이 있다할 때, 어떤 것을 태어남이라 하는가. 만일 이러저러한 중생이 이러저러한 종류의 몸으로 하나의 생명체로 완전하게 화합하여 태어나서, 존재의 근간을 얻고 계를 얻고 감각기관을 얻고 목숨을 얻으니, 이것을 태어남이라 한다.

태어남을 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다 할 때, 어떤 것을 늙음이라 하는가. 머리카락은 희어지고 정수리는 드러나며, 피부는 늘어지고 감각기관은 물러지며, 사지는 약해지고 등은 굽으며, 머리를 떨어뜨리고 신음하며, 숨길은 짧아 헐떡이고, 앞으로 쏠리어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몸은 검누렇고 저승꽃이 피며, 정신은 희미해지고 행동하기도 어렵도록 쇠약해지면 이것을 늙음이라 한다.

어떤 것을 죽음이라 하는가. 이러저러한 중생이 이러저러한 종류로 사라지고 옮겨가되, 몸이 무너지고 수명이 다하여 더운 기운이 떠나고 목숨이 멸하여 근간을 버릴 때에 이르면 이것을 죽음이라 한다. 이 죽음과 앞에서 말한 늙음을 늙음과 죽음이라 한다. 이것을 연기법의 의설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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