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돈황본 육조단경 ━ 성철스님의

돈황본 육조단경 - 성철 지음/장경각

책머리에 … 4

일러두기 … 9

제1편 단경지침(壇經指針) … 11

제2편 돈황본단경 편역(敦煌本壇經 編譯) … 61

제3편 선교결(禪敎訣) … 203

찾아보기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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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단경」의 근본 사상은 식심견성(마음을 알아 성품을 봄)이요, 식심견성은 법신불인 내외명철(안팎이 사무쳐 밝음)이어서 견성(성품을 봄)이 곧 성불(부처를 이룸)이므로, 깨달은 뒤에는 부처님 행을 수행한다고 분명히 하였다. 뒷날 교가의 점수사상이 섞여 들어와 오후점수론(깨친 뒤 점차로 닦는다는 이론)이 성행하나, 이는 『단경」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니, 육조대사의 법손인 선가는 「단경」으로 되돌아와 육조대사 본연의 종풍을 떨치기 바란다.

15 모든 법이 모두 자신의 마음 가운데 있거늘, 어찌 자기의 마음을 따라서 진여의 본성을 단박에 나타내지 못하는가? 「보살계경」에서 "나의 본래 근원인 자성이 맑고 깨끗하다."고 하였으니, 식심견성(마음을 알아 성품을 봄)하면 스스로 부처님 도를 성취하는 것이니 곧 활연히 깨쳐서 본래 마음을 도로 찾느니라.

23 만법의 근원인 청정자성을 덮은 망념의 뜬구름을 다 흩어버리면 우주의 위아래와 몸과 마음의 안팎이 확연명철(툭 트이어 사무쳐 밝음)하여, 깨끗한 유리 병 속에 밝은 달을 담은 것과 같다. 내외명철을 영락경, 능엄경에서는 구경묘각이라고 하였으며, 육조는 법신불이라고 하였다. 『천태사교의원교장」에서는 아래와 같이 자세히 설명하였다.

"미세한 무명을 나아가 부수고 묘각의 지위에 들어가서 무명의 부모를 영원히 이별하고 구경의 열반산정에 오르니 대열반이라 이름하는지라, 청정법신을 이루어 상적광토(언제나 고요한 광명 세계)에 사니, 곧 원교불상(원교의 부처님 모습)이니라."

자재보살들이 오매일여(자나깨나 한결 같음)는 되어도 구경묘각을 실증하지 못하면 '내외명철'이 경지는 되지 못하니, 이는 삼세의 모든 부처님의 극심심처(지극히 깊고 깊은 곳)이다.

돈황본에는"견성한 사람도 또한 이와 같다."는 구절이 빠졌으나, 망념이 없어져 만법이 모두 나타난 청정법신불이 곧 견성이므로 상관이 없다. 이로써 육조는 견성이 곧 성불임을 분명히 말하였다.

44 육조는 무념이 곧 만법진통(만법에 다 통함). 제불경계(모든 부처님의 경계)·불지위이므로, 식심견성하면 내외명철·불지무념에 이른다고 하였다. 이 법문은 언제나 한결같아 터럭만큼도 어김이 없으니, 이 법을 잇는 법손들은 이 철칙을 저버려서는 안되며, 만약 어긋난다면 육조의 법손이 아니다. 이로써 「단경」의 대강을 알았다. 「단경」의 목표는 식심견성이며 식심견성은 묘각인 내외명철이므로, 이를 반야삼매·해탈·무념이라고한다. 이는 점차를 밟아 닦아가지 아니하고 당장 성불해 마친다고 하는 돈수이므로, 육조는 늘 유전돈법을 고창한 것이다. 돈법이므로 무념으로 종을 삼아서 모든 망념이 사라졌으니, 제불의 경계인 불지라고 단언하였다. 그리하여 견성이 곧 성불임을 청천백일과 같이 선설하였으며, 깨달은 뒤에는 부처님 행을 수행하였으니, 이 법을 잇는 법손들은 육조의 성의를 바르게 전해야 한다. 그러므로 "돈오견성하고 차제점수(차례로 차츰 차츰 닦음)하여 구경성불한다."는 하택, 규봉의 점수 사상은 교가의 전통이요 육조의 사상을 바로 전한 것이 아닌 지해)라고 옛 조사들이 극력 배제한 것이니, 육조의 후손인 우리는 「단경」을 하고 실천하여 삿된 길에 빠지지 않도록 힘써 노력하여야 한다.

54 「단경」의 사상은 철두철미한 자성자오(자기의 성품을 스스로 깨침)에 있으므로, 그 이외의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한 생각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곳곳마다 연꽃 피나니, 한 꽃에 한 정토요 한 국토에 한 여래로다."고 한 방거사의 송구가 단경 사상을 바로 계승한 것이다.

설사 대업왕생을 한다 하여도 제불정토와 미타면목은 꿈에도 보지 못하나니, 자성자오하여 남이 없음을 단박에 깨달아, 참으로 미망으로부터 해탈하여야 한다. 미타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왕생은 꿈속의 꼭두각시 놀음이니, 선가에서 선정겸수(선과 정토를 함께 닦음) 운운하는 것은 본분 납자가 아니며 육조의 법손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