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진, 김일구, 김동환: 빅히트 ━ 새로운 기회의 파도


빅히트 - 10점
김한진.김일구.김동환 지음/페이지2(page2)



서문 새롭고 큰 기회를 맞이하게 될 여러분에게


1부 세계 경기, 어디에 와 있는가

1장 글로벌 자산 시장의 양극화

2장 한국 주식 시장, 이대로 무너지는가

3장 신흥국 경제, 어디로 가고 있나


2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을 것인가

1장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2장 금리 전쟁

3장 유럽 국가들의 선택과 전략

4장 동아시아 경제를 말하다


3부 숨겨진 투자의 기회를 찾아서

1장 대한민국 금융 시장 믿어도 좋을까?

2장 신흥국 투자, 아직 유효한가

3장 한국의 반도체를 말하다

4장 빅히트를 만드는 다섯 가지 전략, 5G




6 유례없는 비관론이 세상을 점령하고 있다. 비관은 포기를 낳는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2020년이 되기를 바란다. 아니, 포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놀라운 도약을 꿈꿀 수 있는 새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은 분명히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30년 가까운 혹은 그보다 긴 시간 동안 금융 시장에 몸담아온 우리 세 사람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2020년은 근자에 드문 커다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회는 위기의 다른 말이라는 식상한 되풀이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비교적 오랜 경험을 가진 우리 세 사람의 삼세판이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지혜를 가져다주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한 분들이 '빅히트 BIG HIT', 남들과는 다른 더 크고 의미 있는 값진 성공이라는 결실로 맺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30 한국 수출 부진의 원인을 생각해보면, 지난 10여 년 전부터 사람들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에 열을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냉장고, 세탁기 바꿨다고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냉장고, 세탁기가 좀 덜덜거려도 그거 바꾸는 돈으로 맛집 탐방하고 해외여행 다니면서 SNS에 사진 올립니다. SNS에 사진을 올리는 걸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미국 경제학자 베블렌이 1920년대 과시적 소비를 얘기했을 때만 해도 소비로 자신을 드러내는 행동을 '천박하다', '원시 부족 문화의 산물이다'라고 비웃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거의 없을 겁니다. 어쩌면 소비하려고 태어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사람들에게 소비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130 미국의 금리 인하는 각국 통화 정책에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호주, 뉴질랜드, 인도, 태국, 필리핀, 홍콩, 브라질 등이 금리를 내렸습니다. 앞으로도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라 디플레이션 차단과 환율 방어를 목적으로 각국이 앞다투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금융 시장에는 장기 국채 수익률을 부추기는 국제적 차익 거래가 있죠.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ETF도 어느 때보다 대중화되어 있습니다. 보험사 같은 장기 자산 운용기관들의 채권 듀레이션 확대 욕구도 높습니다. 지금 전 세계 국채와 회사채의 25%가 마이너스 금리에 들어간 것이나 장단기 스프레드에 내재된 경기 침체 확률이 40% 가까이 되는 것은 채권 시장의 추가 과열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2020년이 세계 경기 둔화 사이클의 초반이란 점과 여기에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제 막 출발점에 불과하다면 금리는 좀 더 깊고 더 낮은 곳을 향해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31 자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2020년에도 비슷하게 이어질 것 같아요. 변동성은 곧 단기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규칙한 가격 흐름을 뜻합니다. 요컨대 원칙 없이 단기 재료나 작은 변화에 연연해 쫓아가는 투자 방식은 손실만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사고팔고(트레이딩)를 귀신같이 하면 모를까, 저를 비롯한 보통의 투자자들은 자산 시장의 추세를 추종하는 정석 투자가 옳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2020년 자산시장에 다음 세 가지 예상 추세와 특징을 제시해드리고 싶습니다.


231 첫째는 위험 자산 비중을 낮게 가져가기를 권합니다. 주식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아직 아니란 뜻이죠. 각국의 장기 금리는 더 깊이 하락하고 마이너스 금리는 확산 전염될 것입니다. 사상 유례없는 채권 강세 국면입니다. 기본적인 글로벌 중시 환경은 경기와 기업 실적 둔화 속에 금리가 계속 하향 안정되는 역실적 장세(위험 회피, 안전 자산 선호) 성향이 짙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중국과의 경기 연관성이 높은 국가나 공급 과잉 기미가 있는 중후장대형 설비 산업 하이일드를 포함한 저등급 회사채, 재정 부실유럽 국채, 부실 채권이나 과열된 상업용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한 대체 자산 등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232 2020년 많은 국가들이 자국 경제에 대해 침체 내지 둔화 국면을 공식 선언하고 앞다퉈 부양책도 내놓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가 곧바로 회복세로 들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약효가 떨어진 재정 정책과 금융 정책, 민간의 수요 위축 등 장애 요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과소 수요와 과잉 공급이 주식이나 원유와 같은 위험 자산 가격을 계속 억누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런 역실적 장세가 금융장세(낮은이자율에 힘입어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는 장세)로 바뀌는 데는 시간과 진통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혹시라도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너무 많이 빠지는 경우 주가 반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데 적극 동의합니다. 경기에 대한 공포와 불확실성이 위험 자산 가격에 조기에, 그것도 과도하게 반영되면 주식 전략을 사자로 과감히 바꿔야 합니다.


233 둘째, 높은 변동성 위험을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당분간 모든 자산 가격에는 범위의 위험(자산 가격이 예상 범위를 벗어나 손실을 키울 위험)이 상당히 존재할 것 같습니다. 금리, 환율, 유가, 주가 모두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날 개연성이 매우 높은 시기 레인지는 대부분 빗나가고 오직 변동성만 무성한 한 해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234 셋째, 2020년부터 자산 시장은 한쪽에서 의외로 탐욕적인 본성을 드러낼 것입니다. 자산 시장의 패턴이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위험 자산의 전반적인 약세 속에서도 소수의 특정 자산만큼은 항상 전체와 동떨어져 강한 모습을 보인다는 겁니다. 글로벌 증시에서 몇몇만 강세를 보이는 최근 현상이나, '되는 자산'은 주변환경이 아무리 난리 중이라도 승승장구하는 현상인데요. 자산 시장의 다양성이나 차별성,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238 그래서 저는 이제 '순진하게' 펀더멘털이 어떻고 하는 분석에 머물지 않고, 각국의 외교 및 안보 전략, 주요국 지도자들의 성향, 각국의 경제 정책 지향 등 전략적인 문제를 현재의 경제 지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려 합니다. 생각의 기본 단위는 선진 시장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을 각각 봐야 하고, 신흥 시장에서는 공산품 수출국인 한국과 중국을 하나로 보고, 커머더티 수출국인 러시아와 브라질을 또 다른 하나, 그리고 한국과 중국을 위협하고 있는 인도, 베트남, 멕시코를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255 신흥국에 투자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지표가 PBR입니다. 회계장부에 자본이 1조 원 있는데 주식 시장 시가총액은 6,000억 원 밖에 안될 때 PBR을 0.6배라고 하잖아요? 코스피는 오랫동안 PBR 1.0배가 거의 바닥이었고,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0.85배였거든요. 지금은 0.7배까지 떨어졌는데, 그렇다면 현재 코스피는 역사적으로 가장 싼 상황인가요? 저는 싸다, 비싸다를 PBR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장에 기계가 있는데 수요가 없어서 그 기계가 놀고 있으면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겠지요. 회계장부에는 기계값을 적어놓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고철값 밖에 안 쳐줍니다. PBR 낮은 것을 '저평가 됐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자산이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46 투자의 세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곰도 황소도 돈을 버는데 돼지는 돈을 잃는다.'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면 설령 생각과 다르게 세상이 움직여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이 틀렸을 때를 대비한 플랜B도 만들거든요. 그런데 자신만의 철학 없이 돈을 쫓아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다보면 결국 돈을 잃고 맙니다. 돈을 쫓다보면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잘못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기 전에 먼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고,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미리 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치투자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바뀌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매매를 하는 역동적 투자자가 될 것인지 미리 결정하십시오. 


349 투자의 태도는 곧 삶의 태도와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합니다. 냉소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 분이 큰부를 일군 경우를 본적이 없습니다. 꾸준히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되 자신의 투자와 지속적으로 인과관계를 규정해보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시도의 첫 걸음은 함의를 가진 정보와 의도된 소음을 잘 구분하는 일로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정보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쉬운 연습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먼저 어떤 매체나 수단을 통해서 정보를 주로 취득하는가를 점검한 뒤, 불편하고 신뢰가 가지 않고 피하고 싶은 정보의 취득 경로를 의식적으로 확대해 정보 습득의 경로를 분산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취득하는 정보가 한 두 개 매체에 편중되어 있다면 이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자칫 왜곡된 정보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둘째 해외로부터의 정보에 대한 노출을 의식적으로 늘리기를 권합니다. 일반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듣고 보는 해외 소식은 그 매체의 입장과 논점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약간의 비용을 들이더라도 전문적인 통번역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신과 함께〉 같은 양질의 무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하하.


마지막으로 SNS를 활용해 통찰력 있는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시기를 바랍니다. 초연결사회에서 한두 다리만 거치면 믿을 만한 전문가를 접촉할 기능성이 높으니까요. 믿을 만한 전문가를 구분하는 방법은 쉽습니다. 사회적으로 정평이 난 한두 분을 고른 뒤 그분의 SNS 계정에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분들의 글을 찾는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인사이트를 가진 훌륭한 스승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결국 제법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좋은 세상입니까? 예전에는 일반인들은 엄두도 못 내는 정보들도 노력만 하면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인생사도 그러하지만 경제도 자산의 가격도 순환합니다. 그 순환의 주기를 잘 파악하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그 순환의 모멘텀이 주는 징후를 소상히 설명해드리는 일이 저희 세명이 여러분을 위해 해야 할 일입니다. 토론은 이렇게 끝냅니다만 앞으로 그 징후가 포착될 때마다 글로써 그리고 〈신과 함께〉를 비롯한 다양한 방송을 통해 꾸준히 전해드릴 것을 약속하면서 짧지 않았던 대화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두 분 수고하셨고 우리 독자 여러분의 행운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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