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준범: 초기업의 시대 ━ 그들은 어떻게 독점시장을 만드는가


초기업의 시대 - 10점
천준범 지음/페이지2(page2)


프롤로그 반독점 판결문에 남은 초기업의 전략을 좇아서

시작하기 전에 그들은 어떻게 독점시장을 만드는가


1장 최초의 독점기업,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

2장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인터넷 시장을 독점했을까

3장 진화하는 미국의 독점기업

4장 독점을 뒤좇는 과점 시장이 형성되다

5장 아마존은 시장을 절대 나눠 갖지 않는다

6장 한국형 아마존도 나올 수 있을까

7장 한국에서 반복된 독점기업의 움직임

8장 모바일시대의 기업이 가야 할 길


에필로그 ‘착한’ 독점기업의 시대가 온다




에필로그 ‘착한’ 독점기업의 시대가 온다

새로운 반독점의 가치는 '다양성'이 아닐까

구글과 네이버, 아마존과 지마켓 엄청난 규모와 자금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플랫폼이 수많은 이용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익숙함'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자본을 축적한 초기업이라도 그의 손이 머나먼 한국에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1990년대 한국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통신망 사업 덕분에 미국이나 유럽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다양한 IT 기업이 생겨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경쟁자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이용자를 사로잡았다. 이제 익숙함이란 높은 성벽이 한국 IT 기업을 보호하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르고 미국이나 유럽, 한국의 IT 환경은 거의 차이가 없어졌고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한국으로 향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싸이월드가 어려움을 겪는 중에 페이스북이 SNS 시장을 장악했고, 카카오스토리 같은 사진 공유 SNS가 나왔지만 이용자를 완벽히 장악하기 전에 인스타그램의 힘에 압도되고 말았다. 또한 넷플릭스는 한국에서도 빠르게 이용지를 늘려가는 중이다.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같은 플랫폼으로 모이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유튜브나 콰이 Kwai 같은 동영상 플랫폼은 한국에서도 젊은 세대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가져간다. 유튜브는 잠시 아프리카TV 같은 국내 토종 플랫폼과 경쟁하는 듯하더니 이제는 사실상 유일한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거기다 기술의 발전은 어떠한가. AI 스피커는 곧 집 안에서 생기는 모든 음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동작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정보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보존하고 전달할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수록 더 좋은 서비스가 되는 모바일시대의 플랫폼. 물론 결국에는 많은 분야에서 하나의 플랫폼이 독점의 지위를 차지하겠지만, 산업화시대의 독점기업처럼 가격을 올리거나 소비자를 괴롭히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소비자를 대신해 판매자를 압박하는 '착한' 독점 플랫폼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그런데 착한 독점 플랫폼을 과연 그대로 두어도 되는 걸까? 계속 커지게 놔둬야 할까?


더 이상 가격을 올리지도 소비지를 괴롭히지도 않는 모바일시대의 초기업이지만, 우리 사회와 경제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독점기업이 권력이 되어 정체되고 썩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어딘가에서 선은 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130년 전 석유 가격을 전혀 비싸게 올리지 않았던 록펠러를 규제하기 위해 '자유로운 거래를 제한하는 모든 합의'를 금지했던 존 셔먼 의원의 생각도 어쩌면 비슷하지 않았을까?


호당에 돌아와서도 구글 맵이나 아마존을 썼다면 편했겠지만, 네이버나 다음 맵을 쓰고 지마켓에서 물건을 시는 것이 더 좋았던 이유는 바로 한국이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어느 나라나 도시가 모두 똑같은 풍경이라면 여행은 재미없을 것이다. 도쿄에 가면 거기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고, 뉴욕에 가면 거기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으며, 상하이에 가면 또 다른 문화를 만날 수 있으니 재미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이렇게 다양한 음식과 문화가 존재하는 것은 언제나 서로에게 자극을 준다. 그리고 서로 섞이기도 하고 반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면서 또 다른 것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모두 똑같다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결국 정체하고 쇠퇴하게 되지 않을까.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2018년 6 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이 다우존스Dow Jones 지수에서 빠진다는 기사가 있었다. 무려 115년 동안 지수에 포함돼 있던 GE의 퇴출 소식에 많은 사람이 놀랐다. 사실 미국과 같이 거대하고 열린 시장에서는 끊임없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퇴출된다. 필름 카메라의 대명사였던 코닥이 디지털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몰락하고, 영원할 것 같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모바일의 등장과 함께 일순간에 힘을 잃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결국 사라졌다.


반독점법은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에 큰 역할을 해왔다. 아무리 성공적으로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라고 해도, 원래 가지고 있던 힘을 새로운 시장에서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치열하게 가격으로 경쟁하는 기업은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 휴전을 선포하지 못하게 했다. 경쟁자를 돈으로 사서 없애 버리려고 하는 것도 금지하거나, 아니면 까다로운 조건을 걸었다. 이 모든 것은 시장이라는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일이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누구든 경쟁에서 지면 퇴출될 수 있는 경기장, 그렇게 지속 가능한 시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모바일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새로 만들고 또 독점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같은 거대 초기업은 결국 그들의 선배처럼 또다시 반독점법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법을 낳을 것인가?


적어도 하나는 분명한 것 같다. 아니, 분명하다고 믿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떤 독점기업 때문에 시장과 우리 사회의 커뮤니티가 건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모일수록 법은 그들을 대신해 새로운 기업에게 돈을 벌 기회를 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법은 결국 고인 물을 다시 흐르게 하고, 다양성의 힘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큰 시장에서든, 작은 시장에서든 아마존에서든, 한강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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