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스님 옮김: 유마경 ━ 대승불교운동의 선언서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0. 2. 12.
유마경 - 무비 스님 옮김/민족사 |
제1장_ 불국품(佛國品) … 007
제2장_ 방편품(方便品) … 032
제3장_ 제자품(弟子品) … 042
제4장_ 보살품(菩薩品) … 069
제5장_ 문수사리문질품(文殊師利問疾品) … 091
제6장_ 부사의품(不思議品) … 108
제7장_ 관중생품(觀衆生品) … 119
제8장_ 불도품(佛道品) … 136
제9장_ 입불이법문품(入不二法門品) … 156
제10장_ 향적불품(香積佛品) … 168
제11장_ 보살행품(菩薩行品) … 182
제12장 견아촉불품(見阿閦佛品) … 197
제13장_ 법공양품(法供養品) … 208
제14장_ 촉루품(囑累品) … 218
유마경 해제 … 224
유마경 해제
유마경은 원명을 비말라 끼르띠 수뜨라라고 하며, 반야경에 이어 나타난 초기 대승경전 중에서도 그 성립이 오래된 것 중의 하나이다.
산스크리트어 원본은 없으나 티베트어 역이 있고 한역 3본 중에서는 구마라집 삼장이 번역한 『유마힐소설경』 3권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강설하면서 저본으로 삼은 것도 이 본이다.
유마힐이란 비말라 끼르띠의 음역으로서 비야리 성의 부호 이름이다. 그는 이 경의 주인공이며 세속에서 살아가는 신자인 거사로서 불교의 깊고 높은 경지를 체득하고 청정한 행위를 실천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을 주고 불량한 사람들에게는 훈계를 해서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한다.
그는 재가신자의 이상상이며 모든 불자의 이상상이다. 『유마경』에서는 이 유마힐을 모델로 하여 『반야경』에 서술된 공(空) 사상을 체득하여 대승보살행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세속에 있으면서 불도를 실천하고 나아가서 불도를 완성하게 됨을 설하려는 것이 이 경의 중요한 내용이다. 또한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도 청정해진다"라는 말을 비롯하여 불교의 명언이 아주 많다. 특히 『유마경』은 중국에서 널리 읽혔으며 초기 선종에서 매우 중요시한 경전이다.
불교경전 중에서 재가자를 주인공으로 한 경전으로는 이 『유마경』과 승만 부인을 주인공으로 한 『승만경』만이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경은 매우 중요한 경전으로 간주한다.
『유마경』에서는 출가 중심의 편협하고 왜곡된 불교를 철저하게 비판하여 대승불교의 참다운 뜻을 밝히고 있다. 유마 거사가 살았던 바이샬리, 즉 비야리 성은 중인도 갠지스 강 지류인 간다아크 강 연안에 발전된 상업도시로 화폐 경제가 발달하였고,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이 넘쳤던 곳이다. 유마 거사는 이 시대의 자유롭고 진취적이며 비판적인 정신을 대표하고 있다.
경전의 성립 연대는 확실하지 않지만, 대개 1-2세기경으로 추정된다. 경전의 주인공인 유마힐은 비말라 키르티의 음역으로 깨끗한 이름 또는 페 묻지 않는 이름이라는 뜻이 있다. 이 경의 또 다른 이름인 『불가사의 해탈경』은 제 14장 「촉루품」에서 부처님이 아난에게 "이 경을 불가사의 해탈문이라고 이름한다"라고 한 것에 근거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경의 내용이 상식이나 이론적인 입장을 초월한 불가사의한 종교적 체험의 경지를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마경』은 산스크리트 원전은 없으나 그 일부가 월칭의 『중론석』이나 적천의 『대승집보살학론』에서 인용되고 있다. 대승경전 중에서 유마힐이 언급되는 경전으로는 『불설대방등정왕경』, 『불설월상녀경』 등이 있다. 『유마경』의 번역본으로는 고탄어의 번역 단편과 페르시아의 한 방언인 소그드(Sogdh)어의 번역본 일부가 전해지고 있다. 티베트 역은 산스끄리뜨 원전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한역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불엄조 역, 『고유마힐경』 2권(187년)
지검 역, 『불설유마힐경』 2권(223~253)
축숙란 역, 『비마라힐경』 3권(296년)
축법호 역, 『유마힐소설법문경』 1권(303년)
사문 지다밀 역, 『유마힐경』 4권(미상)
구마라집 역, 『유마힐소설경』 3권(406년)
현장 역, 『설무구칭경』 6권(650년) 등이다.
이 중 현존하는 것은 지겸 · 구마라집 · 현장 역본이다. 한역 중 티베트 역과 가장 일치하는 것은 현장 역이지만, 전통적으로 구마라집 역본이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
『유마경』에 대한 주석서로는 인도에서 세친의 주석서가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중국의 주석서로는 다음과 같은 책들이 있다.
구마라집의 『유마경소』
승조의 『주유마힐경』
혜원의 『유마힐기』
지의의 『유마경현의』
지의 설 담연 약의 『유마경약소』
지원의 『유마경약소』와 『수유기』
길장의 『정명현론』, 『유마경의소』
규기의 『설무구칭경소』
전등의 『유마경무아소』
양기원의 『유마경평주』
정연의 『유마힐경요설』
『유마경』은 재가 거사인 유마힐을 중심인물로 내세워 출가 중심주의의 형식적이고 소승적인 부파불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승불교의 진의를 드러내고 있다. 유마 거사는 세속에 있으면서도 대승의 보살도를 성취하여 출가자와 같은 종교 이상을 실현하며 살고 있었다.
유마 거사는 방편으로 병이 들었는데, 사실은 문병 오는 사람에게 설법을 해 주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러한 사정을 알고 제자들에게 유마 거사의 병문안을 명하였지만, 일찍이 유마 거사로부터 힐난을 받은 적이 있는 제자들과 보살들은 병문안 가는 것을 극구 사양하였다. 유마 거사는 비록 세속에 있지만, 대승의 궁극적 가르침을 자각하였기에 부처님의 10대 제자들과 보살들도 그를 상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문수보살이 부처님의 명을 받아 유마 거사의 병문안을 가게 된다. 두 사람은 상대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하게 대화한다. 여기에서 진정한 불이법문이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유마 거사의 침묵은 『유마경』의 압권으로 꼽힌다.
유마 거사는 기존의 출가 중심의 불교에 대한 비판을 통해 당시 불교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곧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소승적 삶을 탈피해서 남을 배려하고 세상을 먼저 구제하는 대승보살 정신을 드러내어 밝힌 가르침이다. 필자는 이러한 점을 참고하여 한마디로 『유마경』은 '대승불교운동의 선언서'라고 표현한다.
『유마경』은 상중하 세 권, 14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실의 국토가 불국토이다. 불국토가 이상적인 곳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사는 이곳이 불국토다. 「불국품」에서 "직심, 심심, 보리심이 보살의 정토이다", "이 마음이 청정하면 불국토도 청정하다"라고 하여 정토라는 것은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보살의 실천 정신 가운데 이미 표현되어 있으므로 현실 국토가 바로 정토라고 하였다.
둘째 자비 정신의 실천이다. 「문수보살문질품」에서 "어리석음과 탐욕과 성내는 마음으로부터 내 병이 생겼습니다. 모든 중생이 병에 걸려 있으므로 나도 병들었습니다. 만일 모든 중생의 병이 나으면, 그때 내 병도 나을 것입니다"라는 유마 거사의 이 유명한 말은 중생과 고통을 함께 하는 보살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즉 보살의 병은 보살의 자비에 의한 것이다. 보살은 이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번뇌에 싸인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것이 보살이다. 5무간죄, 지옥아귀축생의 3악도 탐진치의 3독에 몸을 던지면서도 이에 속박됨이 없는 것이 보살의 길이다.
셋째, 평등의 불이사상의 실천이다. 출가재가와 같은 이분법적 구분으로는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보리와 번뇌가 둘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며, 정토와 예토가 둘이 아니라는 불이사상을 통해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들어가야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 실상의 진리는 형상이 없고,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공의 경지이다. 이러한 궁극적인 깨달음은 언어와 문자를 초월해 있다.
넷째, 중생에게 모두 깨달음의 가능성이 있음을 말한다. 유마 거사는 현실의 인간이 비록 온갖 번뇌 망상으로 괴로워하며, 여러 가지 악을 행하고 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체의 번뇌가 곧 여래의 종성이다."라고 하여 불법은 번뇌 가운데 나타난다고 하였다.
『유마경』이라 하면 당연히 불이사상이 주된 뜻이라고는 하지만, 보살의 정신과 그 실천에 무게를 두고 싶다.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라는 말이 이 시대에는 더욱 크게 울리기 때문이다. 천태지의(538~597) 대사는 교판에서 이 경을 방등시 또는 탄가시에 배당했다. 편협한 소승들의 생각을 꾸짖는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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