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5분 뚝딱 철학 - 10점
김필영 지음/스마트북스

 

<1부 진>
1장 존재론
2장 인식론
3장 논리학
4장 과학과 수학
5장 언어와 구조

<2부 선>
6장 윤리학
7장 종교철학
8장 정치철학
9장 심리학

<3부 미>
10장 미학


프롤로그

철학은 무엇인가

사회학은 사회에 관한 학문이고, 물리학은 물리에 관한 학문이죠. 경제학은 경제에 관한 학문이고, 심리학은 인간의 심리에 관한 학문입니다. 그런데 철학은 무엇에 관한 학문인지 이름만 들어서는 알 수가 없어요.

어떤 철학자는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철학자는 "세계는 변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 다른 철학자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공지능은 생각을 하는가?", "시간여행이 가능한가?"를 묻고, 어떤 철학자는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도대체 철학이 뭐길래, 철학자들은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면서 저마다 딴소리를 이렇게 열심히 할까요? 그것은 철학에 대한 공통된 정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생각하는 철학이 다르니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어떤 철학자들은 철학이 '세계와 인간에 관한 학문'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 공허한 주장이에요. 세상에 세계와 인간에 관한 학문이 아닌 것이 있나요? 사회학, 물리학, 경제학, 심리학 등 모두 세계와 인간에 관한 학문이죠 이런 방식으로는 철학이 무엇인지 알수 없어요.

 

좀 더 쉬운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이럴 때 좀 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철학자들이 가졌던 문제의식을 살펴보는 거예요.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질문을 던졌으며, 그에 대해서 어떤 대답을 내놓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죠. 저는 이런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철학자들이 시대별로, 분과별로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질문을 던졌는지 알면, 철학이 뭔지 느낄 수 있고 서양철학사의 전체 숲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철학사의 의미

누가 "너 청주 해장국 먹어봤니?"라고 물으면 못 먹어봤다고 해서 열등감이나 자괴감을 느끼지는 않죠? 머릿속에 전국 지도가 있어 청주가 어디 있는지 대충 아니까요. 청주는 부산에서 대구를 거쳐 올라오는 경부선과 광주에서 전주를 거쳐 올라오는 호남선이 대전에서 만나는 지점 바로 위에 있어요. 우리는 해장국이 뭔지도 알지요.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죠.
"아, 청주 해장국? 해장국이 다 비슷하지 뭐. 다음에 청주 갈 일 있으면 먹어볼게."

전국 지도를 갖고 있으면 맛집 기행도 할 수 있죠. 부산 밀면, 대구 막창, 광주 떡갈비, 전주 비빔밥, 대전 두루치기, 청주 해장국, 서울로 오다가 빠져서 강릉 초당두부나 인천 차이나타운 짜장면도 먹을 수 있어요.

철학사를 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철학사 지도를 가지게 된다는 말이에요. 경험론은 로크로부터 시작해 흄으로 이어지고, 합리론은 데카르르에서 라이프니츠로 이어지고, 이 둘은 칸트로 이어지고, 칸트는 다시 헤겔로 이어지죠.

"너 헤겔의 정신현상학 읽어봤니?" 철학사 지도를 가지고 있으면 이런 질문에 열등감이나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아, 헤겔의 정신현상학?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관념론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시간 날 때 읽어볼게." 그래도 자꾸 물어보려고 하면, "내가 지금 좀 바빠서"라고 하면서 자리를 피하면 돼요.

전국 맛집을 돌다 보면 입에 맞는 음식이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그게 밀면이라면 부산에 가서 골목골목 다니며 먹어봐요. 그러면 밀면 전문가가 되겠죠. 철학도 마찬가지예요. 철학사 지도를 보다가 입에 맞는 철학자가 있다면 예컨대 칸트가 입맛에 맞다면 그의 책을 꼼꼼하게 읽어 보면 돼요.

철학의 쓸모

철학이라고 하면 뭔 소린지 알 수 없는 외계어처럼 느껴지고,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철학은 지금 우리가 갖는 것과 똑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여러 질문들을 던져왔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까?"
"저 사람때문에 미치겠어!"
평소 우리가 겪는 스트레스, 궁극적인 고민들은 늘 시대를 초월해 거기서 거기예요. 그래서 철학은 지금 우리의 삶에 나침반이 되어주는 경우가 많아요.

철학자들은 철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이고, 철학을 공부해야 현명해지고, 철학이 삶의 경쟁력이라고 떠들어대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철학의 진정한 효용성은 '생각의 명료화’입니다. 자기 생각을 명료하게 만드는 법을 알면, 살면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가 생각보다 단순해져요. 아무리 복잡해 보이는 일도, 아무리 애매모호해 보이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일들은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죠.

철학은 생각을 다듬고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철학자들의 사고법을 배우고 훈련해 근본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필요한 학문입니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으면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걸 경험할거예요.

철학의 치트키 ① ━ 철학사지도

철학는 상상 가능한 인간의 모든 생각이 들어 있어요. 철학이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철학자들은 나와 똑같은 생각과 의문을 갖고 그에 최대한 답변하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이죠. 또한 내가 어렴풋이 생각했지만 꼬집어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요즘 게임 배틀그라운드에 빠져 있어요. 배그를 하는 분들은 에란겔의 지도를 다 외우고 있더라고요. 로족, 히말라야, 강남은 물론, 거기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심지어 차량 위치까지 알아요. 한 분야의 도사가 되면 지형은 물론이고 나무 하나하나까지 다 알게 되는 모양입니다.

철학도 마찬가지예요. 『5분 뚝딱 철학』 책으로 놓고 보면 한 꼭지 한 꼭지가 나무예요. 반면 시대별, 분과별로 철학의 전체 흐름을 짚어주는 게 바로 숲이자 철학사 지도죠. 숲을 보면 지금까지 살펴본 나무들을 전체 맥락 속에서 다시 이해할 수 있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는 나무대로, 숲은 숲대로 번갈아 가며 보는 것이에요.

배그에서 에란겔의 전체 지도를 모르면 길을 잃고, 건물 하나하나를 모르면 근접전에서 적에게 당하듯, 철학사를 모르면 길을 잃고 개별 이론들을 모르면 디테일을 놓쳐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철학사 지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철학의 분과들을 충분히 이해해야 해요. 가장 큰 틀에서는 진(이성, 지성), 선(의지, 도덕), 미(욕구, 욕망)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 이성과 지성에 관한 철학 분과로는 존재론, 인식론, 논리학, 과학철학, 수학철학, 언어 철학이 있고, 둘째, 의지와 도덕에 관한 철학 분과로는 윤리학과 종교철학, 정치철학, 심리학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욕구와 욕망에 관한 분과로는 미학이 있습니다.

철학의 치트키 ② ━ 5분 뚝딱철학

철학과 친해지는 법을 알았다고 해도 선뜻 실천하기는 어려워요.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있는 철학 콘텐츠들은 배경지식이 없으면 아무리 읽어도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죠. 그래서 저는 철학 이론들을 짧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5분 뚝딱 철학〉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요. 제 자신의 공부도 되고 철학 지식을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5분 뚝딱 철학〉 영상은 2년 전부터 매주 1편씩 올리고 있는데, 촬영, 편집, 섬네일 작업까지 모두 직접 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자료를 찾고 스크립트를 쓰고, 토요일 오전에 촬영을 하고,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는 편집을 해요. 동영상이 벌써 100편 가까이 되었어요. 힘들긴 하지만, 덕분에 새삼 철학공부에 목표도 생기고, 구독자가 10만 명이 되는 등 호응이 좋아서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5분 뚝딱 철학〉은 시대에 따라, 철학 분과에 따라, 난이도에 따라 분류되어 있어요. 철학은 노란색, 과학철학은 파란색, 심리학은 빨간색으로 정리했고, 난이도는 1단계부터 3단계까지 나눴어요. 1단계는 쉬운 내용 2단계는 보통, 3단계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에요. 물론 제가 임의로 정한 것이어서 독자들의 체감 난이도는 다를 수 있어요. 또 시대에 따라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고, 존재론, 인식론 등의 철학 분과도 정리해 두었어요. 영상이든 책이든 취향에 따라 골라보면 돼요.

무엇보다 철학의 나무(유튜브)와 철학의 숲(책)을 오가기 편하게 책 속에 해당 유튜브 영상의 QR 코드를 넣었어요. QR 코드를 찍으면 언제든 편하게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어요. 출퇴 근길이나 여유 시간이 있을 때 잠깐씩 찾아보기 좋을 거예요. 이 책을 읽고 영상을 보면 훨씬 쉽게 눈에 들어오고, 영상을 보고 다시 책을 읽으면 훨씬 수월하게 읽힐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일주일에 한 편씩, 2년 정도 총 200여 편을 만들 계획인데 철학과 심리학에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모두 만들어 올리는 게 제 목표입니다.

『5분 뚝딱 철학』 책은 유튜브 영상을 시대별로 철학적 질문에 따라 묶어놓았기에 각각의 내용을 전체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책을 통해 전체 맥락 속에서 각각의 철학에 대한 맛을 보고, 다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내용을 좀더 깊이 이해하고 확인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철학을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여기까지 〈5분 뚝딱 철학〉을 여행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서양철학의 여러 에피소드들로 향하는 차량을 향해 '첨지 척'만 하면 됩니다. 이 책은 분명 〈5분 뚝딱 철학〉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좋은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지금 출발합니다, 어서 타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