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오 나오히로: 새로 쓴 일본사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1. 11. 22.
새로 쓴 일본사 - 아사오 나오히로 외 엮음, 이계황.서각수.연민수.임성모 옮김/창비 |
머리말
일러두기
제1부 원시, 고대
제1장 일본열도의 여명
제2장 왜왕권의 발전
제3장 율령국가의 성립과 변모
제4장 왕조정권과 국군통치
제2부 중세
제1장 헤이안에서 카마꾸라로
제2장 쿄오또와 카마꾸라
제3장 내란과 무로마찌정권
제4장 잇끼와 셍고꾸다이묘오
제3부 근세
제1장 천하통합
제2장 막번체제
제3장 근세사회의 성숙
제4장 근세사회의 전환
제4부 근, 현대
제1장 메이지유신
제2장 입헌국가를 향하여
제3장 청일, 러일전쟁
제4장 전후의 침체와 제1차 세계대전
제5장 베르싸유, 워싱턴체제와 정당정치
제6장 15년전쟁
제7장 전후의 일본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집필자 소개
찾아보기
581 20세기는 세계로 보나 일본으로 보나 격동의 시대였다. 제국주의의 시대로 개막된 20세기 전반의 세계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 자본주의 ·사회주의 양 체제의 공존, 그리고 각지의 민족독립운동의 고양으로 채색되었다. 1945년 독일과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결과, 세계의 대다수 사람들은 평화가 도래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미소 냉전의 진행, 크고 작은 각종 국지전의 반발, 그리고 대국간의 핵군비 확장경쟁으로 말미암아 배신당했다. 이런 사태들은 인류의 적의와 증오, 비통을 중폭시켰지만, 또 한편으로는 평화와 군축, 양 체제의 공존을 희구하는 움직임도 강화되어, 세계는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동요해왔다. 그사이예 종래 열강의 식민지나 종속지였던 나라들이 잇따라 독립을 달성했다.
1980년대 말 이후 소련을 포함한 동유럽 사회주의국이 하나씩 붕괴되어 미소 중심의 냉전은 종결되고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핵무기와 핵실험의 위협은 멈추지 않았으며, 냉전 종결을 계기로 세계각지에서 종교적 · 인종적 · 민족적 대립을 포함한 갖가지 지역분쟁들이 격화되었다. 게다가 이들 분쟁에 대국이 개입하여 현지의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사태가 진행되고, 그 그늘 아래서 '정의'라는 이름으로 대국의 이기주의나 패권주의가 은폐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처럼 냉전 종결 후의 새로운 세계질서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아직 불분명하다.
또한 현대는 풍요와 빈곤 · 기아, 경제의 불균등 발전에 근거한 북부 선진국과 남부 발전도상국 사이의 남북문제, 선진국간의 대립과 경쟁, 발전이 도상국간의 남남격차 등 불안정 요인이 존재하며, 공업발전이 가져온 지구적 규모의 공해와 환경파괴(예컨대 산성비, 열대우림의 감소, 사막화,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 해양오염 등)가 진행중이다. 더욱이 21세기의 인류 앞에는 60억을 넘어 증가하고 있는 세계인구의 충분한 식량자급이 가능한가, 인류는 과연 석유나 철 등의 광물자원이나 생물자원의 고갈에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생존 자체를 위협할지도 모를 난제들이 도래하리라 예측된다.
이렇게 격심한 세계의 동향 속에서 일본인 역시 커다란 변동과 시련을 체험했다. 메이지유신이라는 변혁으로 근대 천황제국가를 확립하고 자본주의화의 길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일본은 청 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여 세계 6대 열강의 일원이 됨으로써 채 40년도 못 되는 기간에 식민지를 영유하는 아시아 유일의 제국주의국가가 되었다. 그것은 메이지시기 이래의 '탈아입구(脫亞入歐)'노선(뒤쳐진 아시아에서 탈피해 구미열강의 일원이 되자는 노선)에 따라 세력권과 영토의 확장을 국가목표로 삼아온 결과였다. 일본은 그 뒤로도 이 노선을 견지해가면서 한때 타이쇼오 데모크라시를 거쳐 15년전쟁으로 돌입했지만, 이러한 대일본제국의 야망은 1945년의 패전으로 좌절되었다. 그동안 일본인이 15년전쟁에서 스스로 310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교전국이 된 나라들, 특히 아시아국민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인적 · 물적 · 정신적 손해를 입힌 것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패전으로 인해 연합군 점령하에 놓인 일본은 연합군 최고사령관 총사령부(GHQ)의 주도 아래 일련의 전후개혁을 수용하여 새로운 일본국헌법을 제정하고 의회민주주의국가로서 재출발했다. 미소 냉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독립을 회복한 일본은 미일안전보장조약에 기초한 안보체제 아래서 고도경제성장노선으로 치달아 마침내 미국에 이온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예컨대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1991년부터 7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면서 1997년 말 현재 124조 5,870억엔에 달했고,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4년 말에 3만 7,618달러로 2년 연속 세계 1위였으며, 발전도상국에 대한 정부개발원조 (ODA)는 1997년도에 94억 3,600만달러로 7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세기 말 경제대국 일본의 현실은, 심각한 곤란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래의 명확한 국가 목표를 찾지 못하여 이들 곤란을 해결할 구체적이고 유효한 대책을 충분히 세우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기관이 떠안은 거액의 불량채권과 높은 실업률로 상징되는 심각한 불황, 40%까지 떨어진 식량자급률, 공해와 개발 등에 따른 자연파괴의 진행, 정계 · 관계 · 재계의 유착과 그로인한 일부의 직업윤리 상실, 책임감 결여, 그리고 경직된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 눈앞의 대책과 지역선거구에 대한 이익 유도에 여념이 없는 정계, '학급붕괴'와 대학생 학력저하로 상징되는 교육수준의 질적 저하, 자유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하는 국민 도덕의식의 해이, 가족관계나 인간관계, 출생률 감소와 머지않아 도래할 고령화 사회 등 난제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산적해 있다.
이처럼 세계적 ·국내적 곤경에 직면해 있는 일본은 21세기에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전후의 일본은 일본국헌법이 정한 국민주권, 평화주의, 기본적 인권의 존중이라는 민주주의 준수원리를 구체화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오늘의 지위를 쌓아왔다. 그 경험을 근거로 일본이 세계에 호소해야 할 것은, 우선 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들이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의 법제화와 국시화, 그리고 이에 근거한 핵무기 폐기와 군비축소, 자원절약과 철저한 지구환경 보전, 외국과의 기술적 ·문화적 교류의 촉진, 현지주민의 입장에 선 발전도상국에 대한 원조, 과거의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에 입각한 각 국민 · 민족들과의 우호와 공생일 것이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명예로운 지위'(일본국헌법 전문)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내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활력있는 사회를 지속시키려면 근본적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개혁의 원칙은 민주주의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발전이며, 그 목표는 약자를 보살피는 '남을 배려하는 사회’의 실현이다. 예컨대 자연과 생활환경의 보전, 그에 부합하는 기술혁신과 생활양식 개선, 생산자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경제구조의 개혁, 공정분배를 통한 자산격차의 억제, 정치부패의 일소와 민의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제도의 개혁, 윤리관과 도덕수준의 향상 등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들 이상으로 일본에게 장기적으로 최대의 난제는 출생률 저하의 진행과 눈앞에 닥치고 있는 고령화사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점이리라. 이 국민적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약자를 배려하는 복지정책의 내실화 등 여러가지 정책을 고려할 수 있으나 최선의 대책은 국민 개개인이 자립심을 갖는 것이며, 수많은 곤란에 직면할지라도 그에 맞서 극복해 나갈 능력과 지혜를 지닌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리라. 인재육성의 목표는 진실로 자립적이고 풍부한 창조력을 지닌 국민을 기르는 것이며, 이를 지향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20세기 말의 일본은 실로 전환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21세기의 일본인은 어떠한 개혁의 길을 선택하여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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