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휠덜린: 휘페리온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1. 11. 8.
휘페리온 - 프리드리히 휠덜린 지음, 장영태 옮김/을유문화사 |
제1권
서문
제1서
제2서
제2권
제1서
제2서
주
해설: 문학의 나라에 있는 아직 아무도 발 딛지 않은 땅
판본 소개
프리드리히 횔덜린 연보
15 자연은 펼쳤던 팔을 거두고 나는 마치 이방인처럼 자연 앞에 서서 그 자연을 의아해하는 것이다. 아! 내가 그대들의 학교에 가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그 갱도를 따라 내려갔던 학문, 나이 어려 어리석게도 나의 순수한 환희를 확인하리라고 기대했던 그 학문이 나의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그대들 곁에서 진정 이성적인 인간이 되었고,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들로부터 철저히 나를 구분해 내는 것을 배웠으나, 이제 나는 아름다운 세계 안에서 고립되고, 내가 성장하고 꽃피웠던 자연의 정원으로부터 내동댕이쳐져 한낮의 태양 볕에 시들고 있는 것이다.
오, 인간은 꿈꿀 때는 하나의 신이지만 생각에 젖을 때는 거지이다. 또한 감격이 사라져 버리고 나면 인간은 아버지가 집 밖으로 내밀쳐 버린 빗나간 아들처럼 거기에 서서 그에게 동정심으로 길 위에 던져진 몇 님의 동전을 바라다볼 뿐이다.
68 우리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에도 침묵, 모든 현존재의 망각이 자리하며, 별의 반짝임 하나 없고 썩은 나무조차 우리에게 빛을 내지 않을 때에 우리의 영혼의 밤이 자리한다.
나는 드디어 평온을 얻었다. 아무것도 한밤중에 나를 더 이상 내몰지 않았다. 이제 나는 나 자신의 불꽃 속에서 더 이상 나를 태우지 않았다. 나는 이제 조용히 그리고 고독하게 나를 바라다보았다. 그리고 눈으로 과거와 미래를 떠돌지 않았다. 이제는 멀고 가까운 것이 나의 감각 안에서 더 이상 몰아대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바라다보기를 강요하지 않는 한 나는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129 요람에서부터 인간을 방해하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어야 하네! 인간 본성의 밀집된 꽃봉오리로부터, 그 유년기의 작은 오두막으로부터 인간을 내몰지 말아야 하네! 너무 적게 작용하여서 그가 그대들을 아쉬워하지 않거나 자신과 그대를 구분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고, 너무 지나치게 많이 작용하여서 그가 그대들의 또는 제 자신의 힘을 느끼지 못하여 자신과 그대들을 구분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네. 간단히 말해서 인간으로 하여금 늦게야 제 자신 이외에 인간들이, 그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만이 그가 인간이 되기 때문이네. 그러나 인간은 인간이 되자마자 하나의 신이라네. 그리고 인간이 하나의 신일 때 인간은 아름다운 법이네.
130 인간의, 신적인 아름다움의 첫 번째 자식은 예술이네. 예술을 통해서 신적 인간은 스스로 회춘하고 되풀이 한다네. 신적 인간은 스스로를 느끼기를 갈망하고, 그 때문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신에게 마주 세우지. 그렇게 해서 인간은 스스로에게 자신의 신들을 부여했다네. 왜냐하면 태초에 인간과 그의 신들은 일체였고, 제 자신은 알지 못했지만 영원한 아름다움이 거기에 존재했던 것이네. — 내가 신비로운 일을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들은 존재한다네.― 신적 아름다움의 첫 아이는 예술이라네. 아테네 사람들에게는 그러했다네.
136 정신의 아름다움과 심정의 아름다움이 없다면 이성은 집주인이 하인들 위에 임명해 놓은 감독자와 다름이 없다네. 그는 끝없는 작업을 통해서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를 하인들만큼도 모르고 있어서 오로지 바삐 움직이라고 외칠 뿐이며, 일이 진척되는 것도 거의 달갑게 여기지를 않는다네. 왜냐하면 일이 끝나게 되면 더 이상 감독할 일이 없어질 것이고, 자신의 역할도 끝장나기 때문이지. 단순한 오성으로부터는 어떤 철학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네. 왜냐하면 철학은 현존하는 것의 제약된 인시 이상이기 때문이라네. 단순한 이성으로부터도 철학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네. 왜냐하면 철학은 어떤 가능한 소재의 결합과 구별로의 결코 끝날줄 모르는 진행에 대한 맹목적 요청 이상이기 때문이라네.
233 이 세계가, 그는 계속 말했다, 만일 이 세계가 자유로운 존재의 화음이 아니라면 이 세계는 무엇이겠는가? 살아 있는 것들이 자체의 즐거운 충동으로부터 그 세계 안에서 하나의 완전한 조화의 삶으로 함께 작용하지 않는다면 그 세계는 얼마나 어설프고 얼마나 차가울 것인가? 그 세계는 얼마나 감정도 없는 졸렬한 작품이 되고 말 것인가?
263 그리고 나는 한번 인간의 차가운 밤을 되돌아 들여다보면서 몸서리쳤고, 내가 그렇게 행복했다는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나는 말했다. 그러나 그 말들은 날아올랐고 뒤에 재를 남기는 불길이 타며 내는 소리와 같았다. ━
오 그대, 그렇게 나는 생각했다. 그대의 신들과 더불어, 자연이여! 인간사에 대한 꿈을 모조리 꾸어 보았으나 그대만이 살아 있다고 말하리라 그리고 평화를 잃어버린 자들이 강요하고 생각해 낸 것은 밀람으로 만든 진주처럼 그대의 불길로 녹아 없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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