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 외: 보수주의자들

 

보수주의자들 - 10점
최종욱 외 지음/삼인

001. 총론:괴델의 시대-과연 한국에 보수주의가 있는가?/최종욱
002. 김종필:그는 정통 보수주의의 원조인가/조현연
003. 김대중:자유주의적 성향의 전형적 보수주의자 /전영기
004. 이회창:어떤 신보수주의자의 엘리트주의와 귀족 정치학/손혁재
005. 노재봉:어느 `마키아벨리스트`의 이념적 초상 /이원태
006. 조갑제:일본의 개혁적 무사 정신을 동경하는 복고주의자/전영기
007. 이건희:개혁을 강조하는 한 재벌 총수의 보수적 숙명 /박원배
008. 공병호:신자유주의보다 더한 보수주의 찬미론자/장상환
009. 이인화:문학적 간기와 독선적 영웅주의 /강진호
010. 복거일:보수주의 논객으로 자리잡은 `희귀한 문학인` /강유원
011. 김문수:보수주의로 간 진보주의자 전제성

 


010. 복거일:보수주의 논객으로 자리잡은 `희귀한 문학인` /강유원

267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이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과 작성순서에 대해서 미리 언급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어떤 이의 글을 읽을 때는 일단 그것이 타당한 논리적 절차에 따라 전개되고 있는 지부터 살핀다.  그런 다음에는 글에서 핵심적인 개념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정의하고 또 그것을 일관성 있게 쓰고 있는지를 본다. 또한 충분한 논거를 제시한 뒤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는지를 살핀다. 이러한 검토와 함께 그가 제시하는 논거가 객관적으로 확증된 사실인지를 살펴본다. 말의 앞뒤를 맞추는 형식적 측면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는 내용적 측면은, 픽션이 아닌 주장을 담은 모든 글들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이므로 복거일의 글에 대해서도 이 점을 검토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절차가 될 것이다.

270 어떤 공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그 주장을 하는 사람의 자격을 문제삼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의견을 가질 수는 있으냐, 그러한 의견들 모두가 공적인 자리에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발언을 할 수 있을 만한 전문가인지 아닌 지에 따라 발언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복거일이 그러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가?

271 일반적으로 철학자가 경제학의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거나 법률가가 철학의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자신의 전문영역을 넘어선 것에 대한 것이므로 타당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런데 복거일은 위에서 거론되는 어떤 한 분야에서도 전문가임을 객관적으로 확증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그것이 확증된 바 있다면 약력에 소개되었을 것이므로), 모든 분야에 대해서 한 마디씩 하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그의 발언을 신뢰하기 어렵게 된다.

272 그렇다면 그가 사회 평론을 쓰기에 충분할 정도의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던 기간은 그 1년 동안이든지, 그가 문학인으로 데뷔하기 이전의 16년 동안이든지이다. 1년 동안 철학, 정치, 경제, 법률 등에 대해서 뭔가 말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쌓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그는 은행, 제조 회화, 무역 회사, 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동안 전문지식을 획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그가 아무리 많은 지식을 쌓았다 해도, 그것은 객관적인 체계 속에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들이다. 또한 16년 정도 사회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이 사회에 대해서 한 마디쯤은 할 수 있는 식견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가 그 기간 동안 따로 이 공부를 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 식견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차원에서의 식견에 지나지 않는다.

272 그러면 특별히 자격이 요구되지 않는 듯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냐 발언할 수 있는가? 발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적인 자리가 아닌 공적인 자리라면 누구나 할 수 없게 된다. 자격을 인정받으려면 결국 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내놓아야 하고 가장 일반적인 기준에 근거해서 그 글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런 디음에야 논쟁이라는 것이 전개될 수도 있고 그 논쟁을 통해서 생산적인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만약 논쟁의 당사자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주장에 담긴 핵심 개념마저도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논쟁은 공허한 말싸움이 되고 만다. 그저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끝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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