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미슐레: 바다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1. 10. 28.
바다 - 쥘 미슐레 지음, 정진국 옮김/새물결 |
1부 바다를 바라보며
2부 바다의 기원
3부 바다의 정복
4부 바다의 르네상스
서문
17 기름져 묵직한 이 따뜻한 바다는 우리를 마치 가벼운 깃털처럼 흔들었다. 그 바다는 짙고 파랬다. 맑은 청남색을 풀어놓은 듯했다. 손에 물한줌을 쥐어보려고 몸을 숙이면, 작은 동식물들이 무수하게 넘쳐났다. 그물에 살아있는 것들이 버글대며 넘쳤다. 우리 주위에, 배낙지 떼도 느긋하게 모든 돛을 다 펴고 헤엄치고 있었다. 특히 떠다니는 해파리가 무지무지 많았다. 미묘한 양홍색을 띤 작고 투명한 베일을 두른 해파리 떼였다. 파란사막의 표면같은 수면은 마치 장밋빛 수정이 흩어진 꽃밭인 듯했다……
생명의 거대한 도가니, "영원한 수태, 생명의 탄생이 끊이지 않는 곳". 미슐레가 알던 바로 그 바다가 내게는 이렇게 보였다.
1부 바다를 바라보며
2. 젓의 바다
111 그들과 그들의 수고에 기대어, 경이로운 바다 식물이 거대하게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런 것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나는 그들에 따뜻한 공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세 가지 이유로 나는 그들을 축복한다.
크든작든, 이 식물들은 세 가지 사랑스러운 성격을 지녔다.
우선 그 순수함이다. 그 어떤 것도 죽음을 낳지 않는다. 바다에 식물적 독성은 전혀 없다. 해초 안에서는 모든 것이 건강하고 또 건강에 유익하며, 축복받는 삶이다.
111 이 식물의 두드러진 세 번째 특징은 사랑이 많다는 점이다. 그 결합의 이상한 변신을 보면 과연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신랑은 자기 존재를 넘어, 또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존재하려는 노력이다. 반딧불이나 다른 작은 동물들, 즉 불을 일으킬 만큼 흥분하는 놈들에게서도 그런 습성을 볼 수 있다. 게다가 해초(마름) 등이 그 신성한 결합의 순간에 식물적 생명을 벗어나 더 고등한 생명을 빼앗고, 동물이 되려고 기를 쓸 때에도 그런 모습을 보인다.
8. 조개, 진주모, 진주
176 휘황찬란한 야심은 전혀 없다. 희미한 빛으로 꺼질 듯 부드럽다. 우선 거기에서 무광의 백색만 보인다. 그 수수께끼 같은 무지갯빛 광채, 그 '동양'의 광채, 동쪽에서 오는 찬란한 빛을 보려면 천천히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
12. 고래
215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붉은 피와 젖을 지닌 이 온순한 포유류와 또 원초적 수렁에서 끔찍하게 멸종한 이전 시대의 괴물들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더욱 최근에 등장한 고래들은 정화된 맑은 물을, 자유로운 바다와 평화의 지구를 찾는다.
215 바다에는 젖과 기름이 넘쳐난다. 그 뜨거운 지방은 동물화하고, 엄청난 힘으로 끓어오르며 살아나려 한다. 그것은 넘치는 사랑을 받은 자연의 옹석받이로서 거대한 몸집으로 비할데 없는 힘은 물론이고 뜨겁고 붉은 피도 얻는다. 그렇게 처음 피가 나타난다.
216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세계의 꽃이다. 사랑과 성화로 뒤흔들리는 이런 주홍빚 속에서 부굴거리며 발생하는 생명에 비한다면, 엷은 피에 이기적이고 나른하며 식물적인 피조물들은 심장이 없는듯 보인다. 뛰어난 세계의 힘과 매력과 아름다움은 바로 피다. 피를 통해 자연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젊음이 시작되고, 피를 통해 욕망과 사랑의 불꽃과 또 가족과 종족의 사랑이 시작된다. 인간이 퍼뜨린 이런 가족과 종족은 자애를 생명의 신성한 왕으로 떠받든다.
이 훌륭한 선물과 더불어 신경의 감수성도 무한하게 증가한다. 느끼고 아파할 수 있는 만큼 상처받기도 더 쉬워진다. 고래는 사냥꾼의 감각이 거의 없고 또 후각도, 잘 발달한 청각도 없다. 고래는 모든 것에서 촉각을 활용한다. 추위를 막아주는 지방은 어떤 충격으로부터도 몸을 지켜주지 못한다. 여섯 가지 서로 다른 섬유질로 섬세하게 짜인 피부는 모든 것에 떨고 진동한다. 그 피부의 부드러운 미관구(봉오리 모양의 돌기)는 미묘한 접촉의 도구다. 이 모든 것은 붉은 피의 풍부한 순환은 활력을 띤다. 크기가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뭍에 사는 포유류의 피보다 그 풍부함이 훨씬 더하다. 부상당한 고래가 움직이면, 선혈은 대단히 멀리까지 바다를 물들인다 우리는 고작 몇 방울씩 흘리는 피를 고래는 격랑처럼 쏟아낸다.
암컷은 아홉 달간 임신한다. 약간 달콤한 그 기분 좋은 젖은 여인의 그것처럼 따끈하고 부드럽다. 그렇지만 항상 앞에 붙은 젖가슴으로 물결을 갈라야 하기 때문에, 새끼는 충격에 노출된다.
217 고래는 무척 수줍다. 새 한 마리에도 놀라 갑자기 잠수하며, 심히 불쾌해한다. 고래들은 여러 가지 악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다보니 사랑을 할 때에는 깊고 잠잠한 곳을 원한다. 고상한 코끼리가 불경한 시선을 꺼리듯이, 고래도 사막처럼 적막한곳을 좋아한다. 만남은 극지에서 이루어 진다. 그린란드의 고독한 내포와 베링 해의 짙은 물안개 속이다. 물론 극지의 미지근한 바다에서도 만난다. 그곳을 다시 찾을 수는 있을까?
3부 바다의 정복
7.여러 민족의 생명
서구의 사내들을 가없게 여기자. 진심으로 그들을 돕고, 공동의 행복을 구해보자. 땅은 우리에게 먹고 살 것을 내놓는다. 바다는 우리를 고양하는 데 최상의 것을 준다. 우리를 잃는다면 바다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다의 수호신이자 그 창조적 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 바다가 살고, 우리가 죽으면 바다도 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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