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스타, 크리스토퍼 워터먼: 미국 대중음악 ━ 민스트럴시부터 힙합까지, 200년의 연대기

 

미국 대중음악 (양장) - 10점
래리 스타, 크리스토퍼 워터먼 지음, 김영대.조일동 옮김/한울(한울아카데미)

 

01 대중음악의 주제와 흐름
02 After the Ball: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대중음악
03 천연두처럼 전염되는 음악: 댄스음악과 재즈(1917~1935)
04 I Got Rhythm: 틴 팬 앨리 음악의 황금기
05 St. Louis Blues: 레이스 레코드와 힐빌리 음악
06 In the Mood: 스윙 시대(1935~1945)
07 Choo Choo Ch’ Boogie: 제2차 세계대전 이후(1946~1954)
08 Rock Around the Clock: 로큰롤(1954~1959)
09 Good Vibrations: 미국 대중음악과 브리티시 인베이전, 1960년대
10 Blowin’ in the Wind: 컨트리, 소울, 어번 포크, 록의 등장, 1960년대
11 1970년대: 록 음악, 디스코, 그리고 팝의 주류
12 아웃사이더의 음악: 프로그레시브 컨트리, 레게, 살사, 펑크, 훵크, 랩
13 1980년대: 디지털 테크놀로지, MTV, 그리고 팝 음악의 주류
14 Smells Like Teen Spirit: 힙합, ‘대안적’ 음악, 연예 산업
15 결론

 


18 도입부가 될 이 장에서 우리는 미국 대중음악의 다양한 스타일과 형식을 분류할 때사용되는 다양한 용어와 표현을 설명하고자 한다. 재즈, 록, 하드록, 소프트록, 클래식 록, 얼터너티브록, 컨트리, 이지 리스닝, 힙합, 기타 등등의 우리가 평소에 듣고 집하는 장르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자. 왜 굳이 이런 분류가 필요할까? 누가 그런 음악을 듣는가? 왜 음악 앞에 '소프트'나 '하드' 같은 형용사를 붙여야만 할까? '클래식 록', '어번 컨템퍼러리', '어덜트 얼터너티브', '스패니시 트로피칼' 같은 음악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진 장르일까? 장르와 청취자를 이렇게 세부적으로 분류함으로써 우리는 현대 미국 문화에 대해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분류를 만들어냄으로써 누가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는가?

이 책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의문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우선 독자가 음악을 주의 깊게 감상하고 이를 통해 음악의 역사를 배우며, 또 그 역사를 구성해온 인물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목표다. 우리는 실로 다양한 범주의 음악을 다룰 것이다. 19세기부터 시작해 1990년대, 그리고 그 이후 시대를 차례로 아우른다. 음악을 '감상'하는 행위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우선 필자들이 고른 음악과 음반을 여러분이 즐겁게 감상해주었으면 하지만, 독자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뮤지션에 대해 매번 호의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정반대로, 여러분이 싫어하는 음악에 대해 우리가 매번 박한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대중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 만족스러운 정의를 내리기는 실로 어렵다. 이는 대개 다른 음악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으로 규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예술음악(art music)'이나 '고전음악'과의 비교라든지, 혹은 '민속음악'과의 비교를 통해 그 범주를 규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런 식의 분류가 때로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록 음악의 하위 장르로 알려진 '개러지 밴드'를 예로 들어보자. 여러 명이 모여 음악을 즐기며 연주하고, 때로는 기존의 곡을 부르거나 자작곡을 만들어 연주하는 특징은 차라리 민속음악의 특질에 가깝다. 스콧 조플린의 래그타임 (ragtitne) 피아노 연주나 비틀스의 음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담긴 음악을 들어보면 '대중음악'에서 '예술성'을 따로 분리시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포크 음악'이라고 부르는 일련의 음악, 이를테면 위버스, 킹스턴 트리오, 피터, 폴 앤드 메리의 작품이 상업 음악의 시장 논리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사실 음악의 범주는 상당 부분 음반 회사의 마케팅 전략 그 자체인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이러한 장르별 세분화를 통해 음악을 소비할 대중의 성격을 또한 구체적으로 규정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좀 더 넓은 의미로 '대중음악'이라는 정의를 사용하고자 한다. 즉, 대중매체를 통해 재생산되고 퍼뜨려지는 음악, 다수의 대중이 듣는 음악, 기존의 음악 전통을 다양하게 차용한 음악이라는 정의 말이다. 대중음악은 폭넓은 음악적 맥락, 즉 다양한 스타일, 대중, 음악 주체가 복잡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행위 등에서 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음악 세계의 지형은 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언제나 동적으로 변하고 또 진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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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로 접어들면 대중음악은 우리의 사적 영역 한복판으로 직접 파고들어 질풍노도의 시기에 위안과 지속성을 부여하는가 하면, 사랑과 체제 전복에 대한 환상과 열망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준다. 또한 대중음악은 문화적으로 매우 구체적인 방식을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정체성이라는 그림을 그리게 한다. 민족성, 인종 같은 문제, 이를테면 백인, 흑인, 라티노 등 특정 인종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 같은 것이 대중음악에 활발하게 표현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노래 혹은 가수의 목소리는 대중을 그들이 살아온 특정한 시대와 순간, 심지어는 몇 십 년 전의 시간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만의 삶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음악은 그 이야기에 새삼스럽게 생명을 불어넣어 언제든 그 시간들을 되살려낼 수 있다. 이를테면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It Was a Very Good Year>나 돌리 파튼의 <Coat of Many Colors>, 돈 매클레인의 <American Pie>, 미시 엘리엇의 <Back in the Day>는 모두 기억에 관한, 그리고 삶을 회상하면서 느끼는 따뜻함과 상실감의 복잡한 감정의 결을 반영하는 곡이다.

미국의 대중음악은 애초부터 사람을 쉬운 방식으로 단순하게 재단하는 행위, 즉 고정관념을 통해 만들어져 왔으며, 여러 가지 다양한 편견이 음악 속에서 쉽게 발견된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가사나 뮤직비디오, 남성과 폭력성의 연관 관계를 드러내는 내용, 흑인을 바람둥이나 깡패로 묘사하는 것, 남부 백인을 두메산골에서 자란 무식쟁이 노동자로 규정짓는 것, 돈에 관한 노래를 대략 유대인의 음악적 특성과 연결시키는 방식, 그리고 1920년 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 노벨티 노래에서 다수 발견할 수 있는 아시아인과 라틴 아메리카인들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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