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죽음학회: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Well-Dying Guideline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Well-Dying Guideline (보급판) - 10점
한국죽음학회 웰다잉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 지음/대화문화아카데미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 머리글
죽음의 준비, 병의 말기 진단 전에 해야 할 일
말기 질환 사실을 알리는 바람직한 방법
말기 질환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
임종 직전, 죽음이 가꺼웠을 때의 증상
떠나는 것 받아들이기와 작별인가
망자 보내기, 장례
고인을 보낸 이의 슬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

·부록
유언장
사전의료의향서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죽음과 죽어감을 받아들이기}
환자의 질환이 말기 상태라는 것은 어떤 치료로도 건강을 되찾을 수 없어 수개월 내에 사망할 것이 예상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실을 언제 어떻게 환자에게 알리느냐는 것입니다.

환자가 말기 질환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양상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폐쇄형
우선 의료진이나 가족이 환자에게 말기 질환이라는 것을 고의적으로 알리지 않는 경우입니다.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페쇄형'으로, 가족이나 환자가 죽음을 마주하기 꺼릴 때나 죽음을 부정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의심형
다음으로 '의심형' 환자가 있습니다.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가족과 의료진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아보려 하지만 모두가 쉬쉬합니다. 이것은 '폐쇄형'과 비슷하나 환자가 어느 정도 자신의 상태를 눈치 채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외면형
마지막으로 '외면형' 환자가 있습니다. 환자 자신을 포함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환자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애써 서로 모른 척하며 이에 관한 솔직한 대화를 회피하는 유형입니다.

위의 유형들은 죽음의 고귀함에 비춰 그다지 옳지 않습니다. 이런 유형의 환자들은 곧 회복할 것이라고 착각한 채 임종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는 가족과의 이별 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없고 자신의 삶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기 어려워집니다. 자신이 말기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생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도외시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끝까지 말기 질환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인 알 권리를 빼앗는 것이기에 가족이 두고두고 회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가족이 환자에게 말기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리려 할 때 여러가지 걱정과 주저함이 있겠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환자가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국립암센터에서 시행한 한 연구에선 환자의 96%가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말기 질환이라는 사실을 듣는 초기에는 매우 혼란스러워하나, 시간이 가면서 환자들은 의료진과 가족의 도움을 받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인생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족과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심인데, 환자는 이로써 마음의 고통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남은 생에서 삶의 질을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말기 질환 환자들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가장 올바르며 가장 좋습니다. 문제는 그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환자에게 알리느냐는 것입니다. 국립암센터의 연구결과를 보면 거의 모든 환자들이 진단이 내려진 즉시 담당주치의에게 사실을 듣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환자의 요구에 호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편안하게 보내기}
죽음의 순간이 되면 임종지는 숨을 쉬지 않게 되고 심장박동도 멈추게 됩니다. 시선은 고정된 상태로 눈꺼풀이 반쯤 열리고, 입은 턱 근육이 이완되어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신체가 이완됨에 따라 팔약근이 열려 장과 방광에 고여 있던 대변과 소변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임종자가 임종을 맞이하려 호흡을 모을 때에는 옆에서 큰 소리로 울거나 몸을 흔들면서 부르는 등 시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은 임종자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삼가야 합니다. 대신 마지 막 순간까지 임종자의 손이나 얼굴올 어루만지면서 '사랑한다' 혹은 '미안하다' 등 미처하지 못한 말을 조용히 건내면서 편안하게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충분한 작별의 시간 갖기}
우리가 돌보던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의료상으로 응급상황은 아닙니다. 만일 집에서 임종을 맞이한다면 경찰 혹은 119에 전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임종한 후에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전화하거나 자신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환자가 특별한 감염성 질환이 없다면 임종 후 가족들이 시신 옆에 머무르면서 충분하게 작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에서 임종할 때는 가족들이 슬픔을 표현하고 마음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시신이 황급하게 영안실로 보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병원이나 영안실 담당자와 미리 협의해 고인과 더 오랫동안 함께 있을 수 있게 사전 양해를 구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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