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인문고전 읽기의 실제 4-1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4
- 2023. 7. 17.
강유원과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강유원의 인문고전 읽기의 실제」를 듣고 정리한다. 2023.05.31~2023.07.26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에서 진행되는 강의이다.
2023.07.12 🎤 인문고전 읽기의 실제 4-1
커리큘럼
5.31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6.14 투퀴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6.28 플라톤, 국가·정체
7.12 셰익스피어, 리처드 2세 / 맥베스 / 오셀로
7.26 허먼 멜빌, 모비 딕
서지정보
호메로스 / 오뒷세이아 (알라딘 바로가기)
투퀴디데스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알라딘 바로가기)
플라톤 / 국가, 정체 (알라딘 바로가기)
셰익스피어 / 리처드 2세, 맥베스, 오셀로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2, 4, 15)
허먼 멜벨 / 모비 딕 (페이퍼백) (일러스트레이트 양장본)
제4강. 셰익스피어, 리처드 2세 / 맥베스 / 오셀로
일시: 2023. 7. 12. 오후 7시 30분-9시 30분
장소: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강의 안내: https://learning.suwon.go.kr/lmth/01_lecture01_view.asp?idx=3172
오늘 셰익스피어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셰익스피어에 대해서 강의를 한다는 것은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지금 우리가 인문고전 읽기의 실제인데, 인문고전이라고 해서 동양의 인문고전은 제가 지금 잘 알지도 못하고 다루지도 않을뿐더러 서양 인문고전 읽기이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텍스트를 한번 정리를 해보면, 《오뒷세이아》를 읽었고 그다음에 투퀴디데스, 그리고 지난번에 플라톤 《국가》, 지금 이제 셰익스피어를 읽는다. 그런데 《오뒷세이아》부터 에픽, 서사시라고 얘기했다. 에픽에 대립되는 것이 로만이다. 로만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로만은 가르칠 필요가 없다. 낭만적인 것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낭만은 각자가 누리는 것이다. 규범을 가르치는 것이지, 규범이 아닌 것은 가르칠 필요가 없다. 지난번에 우리 얘기했던 꿀팁을 1천만 개를 쌓아올려도 원리가 되지 못한다. 꿀팁이라고 하는 건 운영 체제가 바뀌면 꿀팁도 소용이 없어진다. 규범을 가르치는 것이다. 학교에서 뭘 배우느냐 그러면 규범을 배우는 것이다. 에픽을 배우는 것이지 로마는 배우는 게 아니다. 학습은 에픽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애픽을 알면 에픽이 아닌 게 로만이다. 그리고 형식을 갖춘 에픽을 클래식이라고 한다. 클래식이라고 하는 것은 옛날 것이 클래식이 아니라 형식을 갖춘, 규범에 따라서 만들어진 그런 작품들을 클래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단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우리가 에픽을 가지고 공부를 해 왔다. 에픽 중심으로 뭔가를 했다. 이게 이제 스타일이라고 그런다. 그다음에 이것은 내용을 따질 필요가 없다. 어떤 내용이든지 어떤 형식에 담느냐에 따라서 그 내용이 가공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똑같다. 《오뒷세이아》에 들어 있는 오뒷세우스의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그냥 지극히 평범한 보통 남자의 인생이다. 그 정도의 고생 안 하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실 21세기 한국 남자들, 웬만한 사람들 데려다 놓고 얘기를 이렇게 들어보면 모두 인생의 한 가닥의 쓰라린 스트레치가 있다. 그런데 어떤 형식으로 담느냐, ring composition으로 담느냐 아니면 주절이 한없이 떠들도록 내버려 두느냐 그것에 따라서 로만이 되는 것이고, 에픽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빠뜨린 게 있었는데 그게 뭐냐 하면 드라마이다. 즉 헬라스 고전 드라마 있다. 왜 드라마를 빠뜨리는가, 이제 셰익스피어에서 하기 때문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정도는 해야 되는데 이번에 셰익스피어를 하면서 한다.
그다음에 이제 투퀴디데스는 말 그대로 수사학, 레토릭에 관한, 남을 설득하기 위한 어떤 그런 것이다. 이건 역사 책이 아니다. 그다음에 플라톤은 철학적 진리를 담는 대화편, 드라마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게 하나 있었다. 상승과 하강, anabasis와 katabasis, 이것은 작품을 읽는 데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오뒷세이아》에도 이것이 있었다. 이번에 《리처드 2세》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주 중요한 얘기가 3막에 있는데 3막 1장이 웨일즈 해안이다. 저한테 에픽에 대해서 배운 분들은 장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가 어디서 시작하는가, 페라이에우스 항구에서 시작한다. 바닷가에서 시작한다. 서양의 고전 텍스트에서 바닷가가 나왔다면 신경을 써야 한다. 장소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에서 나온 고전적인 텍스트는 바닷가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의 바닷가는 아무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바다와 아무 상관없는 삶을 사는 농경민족이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텍스트, 영국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텍스트 이런 것은 바닷가에서 뭔 얘기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다음에 플린트 성, 그다음에 웨스트민스터 홀. 이 세 군데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가장 중요하다. 어쨌든 katabasis 가 있고 anabasis가 있는데 내려갔다가 올라갔다 한다. 그러면 내려갔다가 올라갔다, 위 아래로 올라갔다 옆으로 갔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메타바시스metabasis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 옮기면 이행이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러분들과 제가 지금 인문고전 읽기의 실제를 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글로벌 평생학습관에 공부를 하러 왔을 때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저와 여러분들은 지식이 서로 교류되고 있다. 그런 것들을 다 우리는 통칭 메타바시스라고 한다. 그러면 이렇게 바시스를 하는 과정에서, 뭔가가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사람이 서로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또는 알았던 것을 더 자세하게 알게 되고 잘못 알게 된 것들을 버리게 되고 이런 여러 가지 정신 속에서의 유동(遊動)이 일어난다. 움직여 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정신 속에서 유동이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서 굳어져 있던 생각들이 mobilize, 즉 움직이게 되고 하는 것들을 우리는 교양Bildung이라고 한다. 교양이라고 하는 것은 정해진 지식의 덩어리를 섭취해서 몸에다 딱 붙이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이렇게 유동하는 정신을 갖는 것을 교양이라고 한다. 유동(遊動)이라는 말이 독일어로 spiel이고, 영어로 play이다. 논다. 그래서 이런 것을 하는 사람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한다. 요한 하위징아의 책 제목이 《호모 루덴스》, 유희하는 인간이, 놀이하는 인간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인문학 고전 읽기의 실제라는 제목으로 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우리가 읽는 텍스트일 뿐이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이런 spiel과 그 일을 하는 사람이 Homo Ludens라고 하는 것이다. 《호모 루덴스》는 읽어보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오뒷세이아, 투퀴디데스, 플라톤을 하면서 지금 여기까지 얘기를 했는데, 이것을 펀더멘탈로 놓고 있어야 읽을 수 있는 텍스트가 셰익스피어이다. 지금 우리가 인문고전 '읽기'의 실체이다. 읽기.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들은 읽기를 얼마나 잘하느냐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말하자면 시험 문제가 될 수 있는 텍스트이다. 셰익스피어를 다 읽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셰익스피어를 어디까지 읽어봤어, 셰익스피어에서 이거 알아 라고 했을 때 모르면 비속어를 쓰면 개쪽인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아주 미묘한 텍스트인데 흔히 셰익스피어 시대를 잉글랜드 르네상스 시대라고 말하는데, 영국만 르네상스이다. 대륙은 바로크 시대이다. 대륙의 프랑스의 대표적인 바로크 시대의 화가가 앙리 4세의 파리 입성을 그린 렌브란트이다. 넘쳐 흘러서 감당키가 좀 부담스러운 것이 바로크이다. 바로크는 넘쳐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대륙은 바로크인데, 르네상스라고 하는 것은 규칙에 따라 절제되어 있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절제가 돼 있다. 잉글랜드는 셰익스피어 시대가 1500년에서 1600년, 엘리자베스 1세 시대니까, 저 동네는 바로크로 흘러 넘치던 때인데 이 동네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셰익스피어를 읽기가 조금 미묘한, 시대 예술 사조로는 잡아내기가 어려운 지점이 있다. 그다음에 두 번째, 이번에 리처드 2세를 집중적으로 설명을 할 텐데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읽으려면, 우리나라에서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읽을 때는 대게 햄릿, 리어왕, 맥베스를 읽는다. 리어왕을 읽고 리어왕이 잘못했네 코델리아가 잘못했네 이런 소리들을 하는 것은 다 로맨틱하게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셰익스피어를 읽으려면 사극부터 읽어야 되는데, 셰익스피어 사극을 읽어내는 게 그렇게 간단치 않다. 잉글랜드 역사를 알아야 되기 때문이다. 오뒷세이아를 읽을 때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알 필요 없다. 그런데 투퀴디데스는 알아야 하고, 플라톤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읽어야 하는 것이 투퀴디데스와 플라톤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는 문학 작품이니까 그게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셰익스피어의 작품만큼 역사적인 상황 속에서 철저하게, 역사적인 상황이 있는데 그것을 갖다가 공들여서 다듬어 가지고 드라마로 만들어낸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좀 심하게 말하면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나폴레옹 전쟁 시기를 몰라도 된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리차드 2세를 읽는다면 장미전쟁 시기에 대해서 모르면 안된다. 그다음에 셰익스피어는 운문과 산물을 적당히 섞어서 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온통 다 운문이다. 플라톤은 대화, 투키디데스는 산문도 있지만 연설문이 있다. 셰익스피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까 이것을 읽을 때 이 안에 들어가 있는 레토릭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되는가에 대한 감각이 있지 않으면 끝까지 바닥을 파서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다음 오뒷세이아는 좀 그렇다 치더라도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품들은 인간의 힘으로도 어찌 해볼 수 없는 운명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아무리 죽을 듯이 발버둥을 치고 난리를 쳐도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우리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 비극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고 그들의 성격을 깊이 연구해 볼 필요도 없고 누가 나빴네 누가 좋았네도 얘기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나쁜 애도 정해져 있고 좋은 애도 정해져 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 드라마에는 운명의 힘이라는 것이 없다. 그러니까 끝없이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오셀로가 나빴네 데스데모나가 뭔가를 잘못한 건 아닐까 끝없이 논쟁이 벌어진다. 그 얘기가 왜 나오는가. 운명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작품은 1500년대에 쓰여졌는데 마치 21세기의 인간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굉장히 모던하다. 그런데 클래식하다. 모던한데 클래식하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니까 이제 지금 오뒷세이아를 읽는 기술, 투퀴디데스를 읽는 기술, 플라톤을 익는 기술, 넓은 의미에서 아르스ars라고 한다. technē, 라티움어로 ars, 이것을 기술이라고 한다. 아르스라는 말은 원리부터 실제 적용까지를 다 총괄하는 말이다. 이 세 가지 기술을 다 합해야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투퀴디데스에 나오는 역사, 오뒷세이아에 나오는 에픽의 구조, 5막으로 되어있다, 그다음에 플라톤에 나오는 어떤 정신적인 것들, 그걸 다 합했을 때 셰익스피어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세스피어 읽기가 간단치 않다. 그리고 허먼 멜빌은 로망에 가까운 에픽이기 때문에 그냥 쭉 읽어보고 별거 아니네 하고 치우도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서양의 고전 텍스트들을 읽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점이 또 하나가 있다. 이번에 허먼 멜빌의 모비딕까지 이 다섯개의 텍스트의 특징이 뭐냐하면 pagan tradition에 하는 것이다. pagan이라고 하면 서양에서는 이교도, 우리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데, 서양 문학은 내용으로 나눌 때 가장 최상위에 있는 카테고리는 이교도 트레디션pagan tradition과 크리스찬 트레디션christian tradition이다. 되게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가령 여기다 왜 《신곡》을 안 넣었는가, 《신곡》은 christian tradition에 들어간다. 독일 고전 문학에서 괴테의 《파우스트》를 빼면 독일 고전문학 전체가 무너진다. 헤르만 헤세가 1천 명이 와도 파우스트 하나 못 이기는 것이다. 《파우스트》야말로 도이치어로 된 christian epic tradition의 최고봉이다. 그러니까 괴테 당시의 도이치어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수준의 한국어 정도로도 다듬어지지 않은 독일어였다. 그 정도로 열악한 형태의 도이치였고, 고지 독일어가 대충 굴러다니던 때이다. 라이프니치나 크리스티안 볼프 이런 철학자들, 라이프니츠는 독일어가 자기의 철학적인 사유를 담아내기에 어휘가 모자란다고 해서 불어로 썼다. 그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독일어를 가지고 괴테가 christian epic tradition을 만들었다. 독일어로 기독교 전통의 바탕을 둔 것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적어도 여기에 있는 것들은 《모비딕》은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저는 《모비딕》도 이교도 트레디션으로 집어넣는다. 그러니까 《모비딕》에 성서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게 성서를 약간 깔아뭉개기 위해서 성서가 인용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신을 저주하다가 신에게 복종하기도 하는 욥기의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적어도 여기는 이교도 트레디션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non-christian, 즉 기독교와는 관계없는, 셰익스피어는 아주 명백하게 안티 크라이스트는 아닌데 기독교와는 관계없는 그런 작품들을 쓴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면서 하느님 이런 얘기 나오고 어쩌고 나오는 것은 그 당시 사람들한테는 이런 식으로 말하면 그 당시 극장에 구경 온 사람들한테 먹혀 들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게 어떤 기독교적인 섭리providence를 바탕으로 뭔가를 얘기해 보겠다고 하는 건 아니다. 이게 이제 서구 고전문학에서 pagan tradition에 들어가 있는 것들 중에서는 말할 필요 없이 일진에 속하는 들이다. 그러면 christian tradition에서는 뭘 읽어야 하는가. 당연히 단테이다. 아우스티누스의 《고백록》 아우스티노스의 고백록,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 그다음에 단테, 그다음에 파우스트 그런 것들을 읽어야한다. 그런데 그것들은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이 christian tradition이라고 하는 것은 성서부터 시작해서, 기독교의 역사 이런 것을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텍스트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걸 다 미리 예비적으로 설명하고 이걸 이해한다는 건 어렵다. 예를 들면 Denys Turner의 DANTE THE THEOLOGIAN, 신학자 단테라는 뜻이다. 단테가 그냥 서사시 시인인줄 알았겠지만 《신곡》에 들어 있는 신학적인 설명들, 신학적인 모티브들을 정리해서 연구한 책이다. 그다음에 야로슬로프 펠리칸Jaroslav Jan Pelikan가 쓴 Faust the Theologian, 신학자 파우스트 이런 연구서들도 있다. 신학자 파우스트, 신학자 단테 이런 것들을 가져다가 맥락으로 가지고 christian tradition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 서사시하고는 다르다. 이것은 인간의 일인데 여기는 신의 일이기도 하고 신과 인간이 뒤얽힌 이야기기도 하고 신을 벗어나려는 얘기이기도 하고 신을 미워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신을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해지지 않기 때문에 자기를 학대하는 이야기기도 하기 때문에 이건 온갖 변태스러운 얘기가 다 들어 있다.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것은 이번에 그래서 뺀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무시무시한 텍스트이다.
이번에 셰익스피어를 읽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pagan epic tradition에서 알아야 되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여기서 집약이 된다. 강의 자리를 보자. 1564년에서 1616년이다. 흔히 레오나도 다빈치라든가 라파엘로라든가 이런 사람들을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라고 얘기힌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이건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리는데 이탈리아 르네상스라고 하는 말은 그냥 쓰던 말이지 어떤 특징과 시대를 가리키는 고유한 술어가 더 이상 아니다. 아닌 지 오래됐다. 르네상스 회화 이런 말은 없다. 요새는 르네상스라는 말은 쓰지 않고 콰트로첸토Quattrocento, 친퀘첸토Cinquecento라는 말을 쓴다. 잉글랜드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드라마 이렇게 말하면 무의미한 것이다. 르네상스가 도대체 뭘 가리키는데, 셰익스피어와 무슨 관계가 있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리를 하면 셰익스피어는 pagan epic tradition의 절정기를 이루어 낸 사람이다. 1564년이면, 1564년에서 조금만 더 가면 1592년 임진왜란이다. 그러니까 이게 있는 나라가 있고 이게 없는 나라가 있는 것이다. 이 무렵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텍스트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유성룡의 징비록이다. 그게 만들어지는 나라가 따로 있고,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이걸 만드는 것이다. 이게 문화적인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 동네는 이런 걸 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 동네에서 이걸 하는 것이고 그런 거이다.
거기보면 프로토콜이라고 적혀 있는데, 프로토콜이라는 말을 지금까지는 안 하다가 여기다 썼다. 이제 셰익스피어에 오면 프로토콜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쯤 오면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가지고 공부를 하면 pagan epic tradition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선행하는 규약들이 여기에 이제 집약되어 들어간다. 5막으로 정리가 된다 라든가 이런 것들, 산문과 운문을 오고 가면서 얘기한다든가 그러니까 지금 셰익스피어 드라마 장르에 나타나는 일종의 스타일, 양식을 갖다 쭉 살펴보면, 이게 하나의 프로토콜로서 정리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앞에 것도 알아야 하지만 이것만 알면 되는 수가 생긴다. 그다음 우리가 셰익스피어 드라마라고 하면 대게 비극부터 얘기하는데 사극을 잘 읽는 게 되게 중요하다. 사극은 10개이고, 사극에 들어 있는 주요 드라마의 장치들은 음모와 전쟁과 다수의 등장 인물과 결정적 전투 장면이다. 특히 리처드 2세는 여기에 한 가지 더 해서 말장난이 장난 아니게 심하게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그다음에 주제는 서구 잉글랜드 레짐의 정당성과 권력의 역학, 다이나믹이라고 돼 있는데, 다이나믹은 역동적인 것을 말한다. 잉글랜드 체제의 정당성은 조금 이따가 그건 설명하겠다. 테트랄로기tetralogy, 두 개의 4부작이 있는데 장미 전쟁에 관한 것이 4개 있고, 헨리5세에 관한 것이 4개 있다. 100년 전쟁 시대가 끝나고 장미전쟁이다. 즉 셰익스피어의 사극 10개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은 헨리5세이다. 그래서 헨리아드라고 그런다. 헨리5세가 누구인가. 헨리5세를 모르면 셰익스피어 사극 드라마를 알 수가 없다. 헨리아드를 읽었다고 하면, 제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영국놈들이 도대체 어떤 놈들인지를 딱 알아낼 수가 있다.
유럽에서 귀족이라고 하면 대개 우리는 프란시스 코폴라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가 감독한 마리 앙투아네트 그런 영화만 보고 생각하기 쉽다. 그것은 굉장히 착각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귀족들은 순화되어 있다. 왕에게 길들여져 있다. 유럽의 귀족들은 특히 잉글랜드의 귀족들은 고상한 말을 할 줄 아는 날씬한 마동석이다. 이 사람들은 그러니까 내가 귀족인데 아이를 낳았어. 아들이 여섯이야. 그중에 제일로 싸움 잘하는 애가, 속된 말로 상남자가 가문을 잇는다. 그다음에 하얗게 보이는 애가 공부를 한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아들 찰스가 왕이 되었다. 영국 사람들의 찰스에 대한 인기는 어떻겠는가. 안 좋다. 앤이 왕을 하는 게 낫겠다. 앤 공주는 승마 선수였다.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맥베스의 배경이 스코틀랜드이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학교를 보냈다는 것은 귀족다운 귀족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귀족다운 귀족으로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강력한 군인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찰스가 거기 훈련받다가 힘들어서 찔찔 짜는 장면이 무슨 다큐멘터리인가 해서 나왔다. 그런 귀족의 최고의 전범을 만든 사람이 헨리5세이다. 셰익스피어가 왜 헨리5세를 미친 듯이 찬양하고 있는지 감이 올 것이다. 영국에서는 그런 사람을 귀족이라고 생각한다. 노블하다고 생각한다.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오지탐험을 했다. 남극도 가고 북극도 갔다. 에베레스트도 갔다. 그 사람들이 다 귀족 집안 아들이다.
지금 과장되게 말하는 것 같지만 고귀하다는 것, 노블하다는 것은 귀족적이라는 뜻인데, 이 헨리아드에 나오는 의미에서 귀족적이라고 하는 것은 목숨을 가볍게 여긴다는 뜻이다. 돈 따위는 하찮게 여긴다는 뜻이다. 그것을 아주 깊이 알고 있어야 한다. 뚜렷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헨리아드라고 하는 이 작품에서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헨리5세이다. 이것을 위한 연습이었다라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헨리5세를 찬양하는 한다. 헨리5세는 100년 전쟁의 영웅이다. 100년 전쟁에서 아쟁쿠르 전투라고 있는데 헨리5세가 프랑스 군대를 완전히 무자비하게 활로 쏘아서 학살을 한, 그래서 잉글랜드의 커다란 승리를 가져온 그 왕이 헨리5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잉글랜드는, 100년 전쟁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잉글랜드는 그냥 프랑스의 노르망디 공작들이 심심할 때 놀러 오려고 챙겨놓은 곁다리 텃밭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헨리5세 이전 잉글랜드의 왕들은 영어도 잘 못했다. 그런데 헨리5세는 영어를 했다. 장병들에게 영어로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이 사람은 간단히 말해서 잉글랜드라고 하는 나라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어떤 나라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해서 이기는 것이다. 왜 헨리5세를 이렇게 엄청나게 찬양을 하겠는가.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셰익스피어가 헨리5세를 찬양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잉글랜드를 찬양하는 것이다.
영국에는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왕이 두 명 있다. 첫 번째가 이 사람이고, 두 번째가 최근에 죽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가 자기 딸을 낳았을 때 큰 딸이니까 큰 일이 없는 한 얘가 장차 자기를 이어서 여왕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름을 엘리자베스라고 지었다. 그러면 왜 엘리자베스라고 지었겠는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엘리자베스 2세가 되니까 그렇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튜더 왕조이다. 그때부터 영국은 단순히 잉글랜드가 아니라 그레이트 브리튼 섬의 지배자로서의 위험을 떨치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해서 지금 현재 영국의 윈저 왕조는 작센코부르크고타라고 하는 도이칠란트의 조그마한 동네의 2급 귀족들이 어찌어찌 피가 섞여서 여기로 왕이 돼서 온 집안이다. 간단히 말해서 신분 세탁이 필요하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추론이다. 그러면 지금 왕인 찰스는 찰스 3세이다. 스튜어트 왕조에 찰스가 있다. 정통성의 측면에서 영국은 튜더 왕조의 나라이고 스튜어트 왕조의 나라이다. 특히나 스튜어트 왕조의 시작은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가 잉글랜드로 넘어와서 제임스 1세가 되었다. 그러면 스튜어트 왕조라고 하는 것은 영국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통일해서 본격적으로 왕 노릇을 시작한 게 스튜어트 왕조 때부터이다.
리차드 2세는 플랜태저넷 왕조의 마지막 왕이다. 하우스 오브 플랜태저넷으로 되어있다. 영국의 귀족 체제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하우스가 여러 개 있다. 누구나 다 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헨리 8세는 셰익스피어 당대 왕이었던 엘리자베스 1세, 엘리자베스 1세 때가 튜더이고, 그다음에 제임스 1세 때부터 스튜어트 왕조, 다이너스티dynasty라고 돼 있다. 어떤 하우스가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갖게 되면 다이너스티dynasty라고 불린다.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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