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 선택받은 사람

 

선택받은 사람 - 10점
토마스 만 지음, 김현진 옮김/나남출판

옮긴이 머리말 5

누가 종을 울리는가 9
그리말트와 바두헤나 20
아이들 28
못된 아이들 46
아이젠그라인 씨 58
아이젠그라인 부인 71
아이를 내버리다 80
다섯 자루의 칼 89
성둔스탄섬의 어부들 101
불어나는 돈 122
슬픔에 잠긴 사람 1 32
주먹싸움 147
비밀을 알게 되다 157
논쟁 165
포아트뱅 씨 181
해후 197
결투 211
손에 키스하다 229
지빌라의 기도 239
결혼식 251
예슈테 258
이별 274
바위 289
참회 302
계시 312
두 번째 방문 331
발견 351
변모 365
위대한 교황 372
펭크하르트 385
알현 397

옮긴이 해제 415
지은이ㆍ옮긴이 약력 440

 

370 "괭이와 삽을 주게! 이분을 위해 곧장 파보아야겠네."
그러나 그레고르는 이에 반대했다.
"연장은 내게만 주시오" 그는 명령했다. "그리고 오두막에 들어가주십시오. 나 혼자 팔 것이고, 내가 하는 일을 아무도 보지 않기를바랍니다."
"교황님께 감히 말씀드립니다만’’ 하고 리베리우스가 항의했다.
"교황님께서 여기서 손수 삽을 휘두르고 얼굴에 땀을 흘리며 흙을 파신다면, 교회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을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사자인 우리가 할 일도 아니며 어부와 하인의 일이지요."
"난 이미 말했소" 그리고르스는 대답했고, 결국 그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그는 전에 자기가 누웠던 곳 여기 저기에 삽질을 했으며, 무릎을 대고 직접 손으로 먼지 속을 휘저어보기도 했다. 그러니 자신의 죄의 내력이 적힌 문서 내지 증서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쐐기풀에 손을 베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신께서는 그의 수고와 뜨거운 열정, 땀에 보답하셨던 것이다. 보라! 오물과 부식토 가운데서 그의 눈앞에 번쩍거리는 것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막 공예가의 손에서 나온 것처럼 산뜻하고 깨끗한, 글자 색깔조차 조금도 바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지참품, 자기 어머니가 고통스럽게 죄악을 고백한 그 서판을 꺼내었다. 예전에 성실한 수도원장이 맡아주던 그 17년의 세월 동안을 이번에는 대지가 그를 위해 맡아 준 것이었다. 그러자 그것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열쇠를 든 채, 그는 혼자서 시구를 읊었다.

저의 암담하고 두려운 생명을
이제는 당신의 광명 속에서 보게 됩니다 ―
주여! 어찌 찬양하리이까,
육체의 수치와 고통을
정신의 세계로 정화시키신
당신의 거룩한 연금술을
죄악의 아들이며 남편인 이 몸은
무한한 영광을 얻었으니,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디서든
천국의 문을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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