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판단력비판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3. 8. 28.
판단력비판 - 이마누엘 칸트 지음, 이석윤 옮김/박영사 |
제1부 미감적 판단력의 비판
제1편 미감적 판단력의 분석론
제2편 미감적 판단력의 변증론
제2부 목적론적 판단력의 비판
제1편 목적론적 판단력의 분석론
제2편 목적론적 판단력의 변증론
부 록 판단력비판 제1서론
판단력비판』의 내용
448 기술한 바와 같이 『판단력비판』은 한편으로는 미학, 또 한편으로는 목적론이라는 얼핏 보아 서로 관계가 먼 것으로 생각되는 두 부문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 전자는 미와 숭고, 후자는 자연목적으로서의 유기체와 목적의 체계로서의 자연이라는 두 가지 문제들을 각각 내포하고 있어서, 그 전체적 구성이 다른 두 비판서에 비하여 다소 복잡한 데가 있다. 따라서 본서의 내용을 간단히 개관해 두는 것이 이러한 전체적 구성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본서는 8면에 걸친 간단한 "서언"을 뺀다면, 1) 58면을 헤아리는 상세한 "서론", 2) 거의 반을 차지하는 " 미감적 판단력의 비판"과, 3) 전체의 2/5를 점하는 "목적론적 판단력의 비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Kant 철학의 전체계를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 이 서론은 그의 전체계에 있어서 『판단력비판』이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특히 오성과 이성의 중간에 위치하여 양자를 매개하는 판단력의 역할, 인식과 욕구의 중간항으로서의 쾌 불쾌의 감정의 위치를 천명하고, 뒤에 나올 두 부문, 즉 미감적 부분과 목적론적 부문을 결합하는 원리로서 자연의 합목적성의 개념을 도입한다. 이 개념은 그처럼 『판단력비판』 전체를 일관하는 원리이지만,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두 가지 판단력, 즉 미감적 판단력과 목적론적 판단력은 규정적 판단력이 아니라 반성적 판단력이므로, 이 원리는 결국 구성적 원리가 아니라 통제적 원리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합목적성의 종류에 따라 본서의 내용은 분류되는 것이니, 미감적 판단력의 원리는 주관적 합목적성인 데 반하여 목적론적 판단력의 원리는 객관적 합목적성이요, 전자는 다시 구상력과 오성과의 유동에 기인하는 합목적성으로서의 미와, 구상력과 이성과의 유동에 기인하는 합목적성으로서의 숭고로 나누어지며, 후자는 내적 합목적성(완전성)으로서의 유기적 존재자와 외적 상대적 합목적성으로서의 자연의 목적론적 체계가 대응한다.
본문에서는 제1부와 제2부의 구성이 대체로 선행하는 두 비판서의 구성에 준하여 각각 분석론 변증론 방법론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제1부에 있어서는 분석론은 다시 "미의 분석론"과 "숭고의 분석론"으로 나누어지고, 여기에 "순수한 미감적 판단의 연역"이 이어져 있는 데 반하여, 방법론은 변증론의 부록으로 짧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미의 분석론"은 제1비판의 범주론에서 유래한 성질 분량 관계 양상의 계기로 나누어 미의 본질을 분석하고 있는가 하면, "숭고의 분석론"은 제1비판의 원칙론이나 이념론의 구분에 따라 숭고를 수학적 숭고와 역학적 숭고로 분류하여 고찰하고 있다. 제2부에 있어서는 분석론과 변증론이 거의 비슷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데 반해서, 제1부에 있어서와는 달리 방법론에 보다 많은 지면이 할당되어, 기계론과 목적론과의 관계, 목적론과 신의 이념과의 관계가 상세히 논술되고 있다.
미감적 판단력의 비판. Kant의 선험적 방법은 선천적으로 가능한 인식에 관계하는 것이거니와, 미학의 문제도 "선천적 종합판단은 어떻게 하여 가능한가?"라는 비판철학의 일반적 물음을 미학이라는 특수한 영역에 적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만큼 Kant 미학의 주제는 개개의 미적 현상을 경험적 심리학적으로 서술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 인식판단이나 실천적 의지의 동기와는 다른 미감적 태도, 즉 취미판단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밝히는 데 있다. 이를 위해 Kant는 미의 영역에 대하여 고유한 인간심의의 상태, 즉 감정을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판단력이 오성과 이성을 매개하는 중간항인 것처럼 감정이 인식과 욕구를 결합시키는 중간항임을 밝힌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그것의 순수한 주관성에 있으며, 그 때문에 감정은 객관적 지각으로서의 감각과는 구별된다. 따라서 미에 관한 순수한 감정으로서의 취미에는 객관적 원리란 있을 수가 없다. 이 점에서 순수한 감정은 한갓된 향수의 감정(쾌적한 것에 관한 감관취미)이나 선에 대한 도덕적 감정과는 원칙적으로 다르다. 미학에서 문제되는 감정이란 오직 "취미에 있어서의 쾌감"이요, 일체의 관심과 개념을 떠난 것이면서도 보편적이요 직접적인 만족이다. 이것은 우리의 심의력 일반의, 자세히 말하면, 미에 있어서는 구상력과 오성의, 숭고에 있어서는 구상력과 이성의 자유로운 유동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오성에 의하여 개념적으로 고정시킬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유동이라는 이 심의상태는 보편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의 분석론은 연역론을 필요로 하게 된다. 왜냐하면 미에 관한 미감적 판단, 즉 취미판단은 비록 통제적이기는 하지만 선천적인 원리를 가지고 있는 한, 그것은 어떻게 하여 필연성과 보편타당성을 요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취미판단은 그 근거가 주관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만족을 기대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동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미판단의 기초에는 어떠한 보편 적 원리가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Kant는 그것을 미감적 공통감(sensus communis)에서 찾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미감적 판단에 동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요, 따라서 "범례적 타당성"을 갖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공통감은 구성적이 아니라 통제적 성격을 띤 하나의 이상적 규범이요 이념이다. 그러나 이 미감적 이념은 이론적 이념과는 다르다. 후자는 직관에 있어서 중시할 수 없는 이성개념이지만, 전자는 개념에 의하여 설명할 수 없는 이념, 다시 말하면 개념에로 환원하여 말로 표현할 수 가 없는 구상력의 직관이요, 무한한 것의 현시이다. 이 이념은 초감상적인 가상적 기본을 근거로 하고 있거니와, 우리의 모든 능력은 최후의 근거로서의 이 기체에 있어서 합류하여, 우리의 가상적인 자연적 본성이 우리에게 과하는 최종목적을, 즉 "이성을 이성 자신과 합치 조화시킨다"고 하는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Kant에 의하면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서는 미학의 원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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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론적 판단력의 비판. 미감적 판단력의 영역이 예술이었다면 목적론적 판단력의 영역은 자연기술이요 유기적 자연과학이다. 그러나 이 영역은 한갓된 자연계와는 달리 기계적 인과의 원리만으로는 충분치 못한 영역이다. 유기체의 생명이 원자력학으로 남김없이 환원될 수도 없고 자연형식이 운동량에도 해소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하여 Kant는 "아마 언젠가는 뉴턴과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한 그루의 풀줄기의 산출조차도 자연법칙에 따라서, 즉 의도가 질서를 세워준 것이 아닌 자연법칙에 따라서 설명하리라고 예측한다거나 기대하는 것만도 인간에게는 불합리한 일"이라고 단정한다. 여기에 기계적 인과성을 넘어선 새로운 종류의 법칙성이 요구되지 않을 수 없거니와, 그것이 곧 자연의 목적론적 질서의 상정이요, 통제적 원리로서의 합목적성의 이념이다. 그러나 이것은 목적을 사물 그 자체 안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 Aristoteles 나 Schola 학파의 낡은 목적론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일 수는 없다. Kant의 새로운 목적론은 규정적 판단력의 객관적 원리가 아니라 반성적 판단력의 격률, 즉 주관적 원리요, 자연을 도출하고 설명하는 원리가 아니라 자연을 판정하는 원리이니, 그처럼 새로운 합목적성의 이념이 반성적 판단력의 원리라는 점에 있어서 그것은 미감적 합목적성과 결합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감적 판단력의 원리가 주관적 형식적 합목적성이었던 데 반하여, 목적론적 판단력의 원리는 객관적 실질적 합목적성이다. 이 합목적성이 객관적 실질적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 근거가 주관 속에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단지 그것이 미감적 합목적성과는 달리 직접 자연의 객체에 관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2부의 분석론이 다루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객관적 실질적 합목적성이거니와, 이것은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자연사물을 그 자신 목적으로 보느냐 또는 다른 것의 합목적적 사용을 위한 수단으로 보느냐에 따라 내적 합목적성과 외적 상대적 합목적성으로 구별된다. 전자는 자연목적으로서의 유기적 존재자에 있어서 찾을 수 있는 합목적성이니, 유기적 존재자란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목적이면서 교호적으로 A T단이기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자는 "목적의 체계로서의 자연"에 있어서 성립하는 합목적성이니, 이것은 곧 자연의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체로서의 자연은 목적의 체계로 간주될 수 있다고 하는 원리인 것이다. 우리는 이 원리에 입각하여 반드시 기계적 원인 이상의 다른 원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연산물들까지도 목적의 체계에 속하는 것으로 판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목적론적 원리와 기계론적 원리는 필연적으로 대립하여, 여기에 목적론적 판단력의 이율배반이 성립한다. 변증론은 이 이율배반을 "물질적 사물들의 모든 산출은 단지 기계적인 법칙에 따라 가능하다"고 하는 정립과 "물질적 사물들의 약간의 산출은 단지 기계적 법칙에 따라서는 가능치 않다"고 하는 반정립과의 대립으로서 제시하고, 이 제시된 이율배반올 전자는 규정적 판단력의 구성적 원리요 후자는 반성적 판단력의 통제적 원리라고 봄으로써 해결한다. 가령 역학의 보편적 운동법칙은 수학적-물리학적 대상을 구성하고 산출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계론적 설명방석, 즉 원인과 결과의 동력인적 결합을 떠나서는 본래적인 자연인식은 불가능하다. 그에 대해서 목적론적 판정방석, 즉 목적인적 결합은 대상을 판정하고 과학적 문제설정과 관찰에 대하여 유용한 관점을 찾아주는 이른바 발견적 원리의 구실을 하는 것이요, 결코 기계론적 설명방식을 부정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이 두 원리는 자연의 기교라고 하는 초감성적 가상적 이념에 있어서 서로 통합되는 것이다.
변증론에 이어서 방법론은 이 두 원리의 관계를 한층 더 상세히 논한다. Kant는 자연목적의 설명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기계론적 원리가 목적론적 원리에 종속되고 거기에 부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경우에 목적론은 자연의 기교의 배후에 지고한 지적 세계원인으로서의 신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지만, 그러나 이러한 상정은 자연학에 속하는 것일 수는 없다. 자연의 목적에서 신을 추론하려는 이른바 자연적 목적론도 단지 자연신학을 정초할 수 있을 뿐이요, 이것은 한낱 귀신론에 지나지 않는다. 도덕적 목적론에 의해서 정초되는 윤리신학의 입장에 이르러서 비로소 이 근원적 존재자는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참된 신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적 목적론에 있어서는 인간은 자연의 최종목적이라고나 할 수 있었으나, 도덕적 목적론에 있어서는 도덕적 법칙하에 있는 인간만이 창조의 궁극목적일 수 있음이 명확해진다. 여기에 선학은 도덕에 종속되는 것이요, 종교는 도덕적 의무를 신의 명령으로서 인식하는 것이라고 하는 Kant의 기본입장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고 하겠거니와, 목적론적 판단력의 비판은 그처럼 의연히 실천이성의 우위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목적론적 원리를 자연의 기계적 조직의 원리와 양립할 수 있는 반성적 판단력의 통제적 원리로서 다름으로써, 미감적 판단력의 비판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영역과 지유의 영역,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의 매개라고 하는 『판단력비판』 본래의 과제를 성취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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