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라티오의 책들'을 듣고 정리한다. 라티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에 관한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녹음이다.
팟캐스트 주소: https://ratiopress.podbean.com/
2024.03.05 문학 고전 강의 — 94 제39강(2) 멜빌 《모비 딕》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39강(2)
《문학 고전 강의》 제39강 두 번째이다. 이슈메일에 대해서 지난번에 제가 이번에 다시 생각하게 된 것들을 말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까 피쿼드 호에 승선한 선원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프롤로그에 "미합중국 대통령 선거전"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전투"와 같은 얘기들이 있다. 이런 얘기들을 이렇게 읽어보다가 마침 요즘에 위르겐 오스터함멜의 《대변혁》을 읽으면서, 사실 미국의 역사 책을 한 권도 안 읽어본 건 아니었는데, 미국의 역사책을 읽을 때는 그런 얘기가 별로 없었는데, 여기서 미국내전 그러니까 남북 전쟁 얘기가 나온다. 허먼 멜빌은 남북전쟁 시기를 겪은 그런 사람이다. 처음 얘기할 때 이 작품의 시대 배경을 우리가 살펴봤었다. 허먼 멜빌의 시대는 미국내전과 그 이후에 재건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다. 멜빌은 그 시대를 온전히 살아낸 사람이다. 1819년에서 1891년이니까 미국의 19세기를 산 사람이고, 미국내전이 1861년에서 1865년, 그리고 재건 시대가 1865년에서 1877년이다. 그런데 위르겐 오스터함멜의 책 1144페이지를 보면 "노예제에 기초한 남부 사회와 북부의 자유운동━자본주의 사회 사이의 갈수록 심화되는 분열이란 문제가 끊임없이 누적되어 결국 어느 한 순간에 폭발했다는 사실이다. 남부 11개 주의 이탈은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예정된' 사건이었다"라는 얘기가 있다.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역사의 가정을 한 번 해가지고 이렇게 얘기를 한다. "만약 미국 내전이 마지막 단계에서 군사적 대치 상태로 끝났더라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그랬더라면 북부는 어쩔 수 없이 남부의 연방 탈퇴를 현실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그 후 남부 연맹이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계속 발전했더라면 이 노예제 국가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또 하나의 부유하고 발달한 국제적 영향력이 있는 강국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그냥 허황된 얘기가 아니라 남북전쟁이 한참이던 시기가 1861년에서 1865년인데, "1862년에 영국의 자유당 정부는 이런 판단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전쟁의 결과가 그것이 환상이었음을 보여줄 때까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하나의 국가가 쪼개져서 별개의 나라로 이탈하는 경우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군다나 미합중국에서의 내전은 그 당시에 실패로 끝난 폴란드와 헝가리의 그런 분열 양상을 능가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남부가 별개의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예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재건이라고 하는 것, 미합중국의 재건시기라고 하는 것은 남부 주가 연방에 재통합되었다고 하는데, 프론티어가 중서부 지역으로 확장되어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여기에서 설명을 한다. 이런 설명을 보면서 이렇게 이런 사태가 있겠구나 그러니까 멜빌이 이렇게 살았던 시대에 미합중국이라는 나라가 하나의 통합된 아주 엄청나게 결속력 있는 통합을 이루고 있었던 건 아니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도 사실은 분열이 많다. 그런데 그 나라는 워낙 땅덩어리가 크고 군사적으로 결집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까 그 나라가 좀 통일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니까 멜빌이 이 책을 쓸 당시 미합중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상황이 어떠한가를,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그렇게 굉장히 중요하지는 않겠지만, 굉장한 분열의 시대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런 걸 생각을 하다 보니까 피쿼드 호에 승선한 선원들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여기 모여 있다고 하는 것도 무심코 지나가지지 않고, 이게 바로 그 당시 미합중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어떤 상황이 아닌가 그런 것들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대변혁2》 1144 노예제에 기초한 남부 사회와 북부의 자유운동━자본주의 사회 사이의 갈수록 심화되는 분열이란 문제가 끊임없이 누적되어 결국 어느 한 순간에 폭발했다는 사실이다. 남부 11개 주의 이탈은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예정된' 사건이었다.
《대변혁2》 1144 만약 미국 내전이 마지막 단계에서 군사적 대치 상태로 끝났더라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그랬더라면 북부는 어쩔 수 없이 남부의 연방 탈퇴를 현실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그 후 남부 연맹이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계속 발전했더라면 이 노예제 국가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또 하나의 부유하고 발달한 국제적 영향력이 있는 강국이 되었을 것이다.
《대변혁2》 1145 1862년에 영국의 자유당 정부는 이런 판단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전쟁의 결과가 그것이 환상이었음을 보여줄 때까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제16장 배"에 피쿼드 호에 대한 묘사가 있다. 피쿼드는 유명한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따온 것인데, 그 부족은 고대 메디아 사람들처럼 절멸한 메사추세츠의 유명한 인디언 부족 이름이다. 그러면 피쿼드 호도 결국 그렇게 깨져버릴 것이다 라고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피쿼드 호는 사대양을 항해하였다. 그러니까 온 세상을 항해하였다는 것인데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 또한 이집트와 시베리아 그리고 프랑스 척탄병 등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돛대를 묘사할 때는 일본이 등장하고 쾰른이 등장하고 켄터베리 대성당 그리고 하나의 소우주로서의 세계인데, 그게 통일되어 있는 곳은 아니고 이것저것 정말 잡탕 묶음이다. 전 세계에서 모든 것을 겪은 흔적을 담은, 고귀한 것들은 아무것도 묻어 있지 않은 그런 것이다.
선장인 에이해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에이해브 선장은 위엄이 있고, 신앙심은 없지만 신 같은 사람이야." 에이해브는 제28장에 가서야 등장하는데 제16장에 나오는 에이해브에 관한 설명이 첫 번째 설명이다. "He's a grand, ungodly, god-like man, Captain Ahab." 위엄은 있는데 신을 믿지 않고 신을 닮은 사람 에이해브. 신을 닮았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항상 생각을 해본다. 고대 서사시에 '신과 같은 아킬레우스'와 같은 얘기할 때도 많이 나온다. 제22장까지가 이슈메일의 얘기이고 거기까지는 땅이고, 그다음에 바다에 나서기 직전에 제22장 마지막 문단은 이렇다. "배와 보트의 선체가 버트의 선체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만세 삼창을 한 뒤 망망한 대서양으로 운명처럼 맹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겪음, 굉장히 좋다.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좀 해보는데 해봤는데, 뭔가를 겪어야만 인생의 깊이가 생기는데 너무 많이 겪어버리면 사람이 부서진다. 어느 정도까지 겪어서 그것을 삶의 어떤 원천으로 삼을 것인가는 참 가늠하기가 어렵다. 인생은 춘하추동이 있어서 봄날의 고통과 겨울의 시련 이런 것이 반드시 필요하긴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너무 많아지면 사람이 지치고 병든다.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에는 무너져 버린다. 그러니까 망망한 대서양으로 운명처럼 맹목적으로 뛰어들었던 이 사람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막 살려고 하는 사람들일까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러니 철학책을 읽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그런 것들을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제22장에서 바다로 뛰어드는데 바다로 들어가서, "제23장 바람이 불어가는 쪽 해안"에서 바로 나온다. 바다에서도 뭔가를 겪다 보면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진리의 선언문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순고한 진리, 신처럼 가없고 무한한 진리는 육지가 없는 망망대에만 존재한다." 운명처럼 맹목적으로 뛰어든 곳에 진리가 있다는 것이다. 익숙한 땅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거기에 있을 것이고, "바람이 불어가는 쪽이 안전하다 할지라도 수치스럽게 그쪽으로 내던져지기보다는 사납게 으르렁대는 그 무한한 바다에서 죽는 것이 더 낫다." 아주 어이없는 얘기지만 젊은 날을 회상하게 하는 그런 구절이다. 막 살고 싶은 건 아닌데 막 사라질 수밖에 없는 그런 때이다. 20대라고 하는 때는 항상 그런 것 같다. 20대는 아비규환이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 넉넉하고 먹을 게 넉넉하고 해도 마음은 지옥인 것이다. 주변 환경이 어떠하든 간에 자기 나름의 지옥을 안고 살아간다. 제가 살았던 20대가 지옥 같았다고 해서 지금이 천국은 아니다. 지금의 20대들도 지옥을 살아가고 있겠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저도 열심히 살고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에게 닥친 지옥을 품고 열심히 살아보라는 것, 그냥 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여겨온 것, 책 읽기 그것만 할 뿐이야 이런 정도이다. 멜빌도 그런 심정으로 쓰지 않았을까 싶다. 《모비 딕》을 쓸 때쯤 되면 나름의 인생의 연륜이 쌓이고 그런 것들도 있었을 것이다.
육지는 단단한 토대이고 진리는 단단한 토대가 없는 곳에 있다. 이 말이 역설인 것 같지만 진리는 사실 단단한 토대가 없는 곳에 있다. 단단한 토대가 없는 곳에다가 단단한 것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바로 진리를 정초하려는 것이고, 철학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철학적 세계관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보면 그냥 완전히 뭔가 다 무너졌다고 여겨질 때 그런 것을 심각하게 자극할 때, 그때 그런 사람들이 철학적인 새로운 진리의 토대를 정초하고 있는 것 같다.
제26장과 제27장이 "기사와 종자들"이고 스타벅은 일등 항해사 그리고, 에이해브와 충돌하지만 마지막엔 화해한다. 그리고 이등 항해사 스터브가 있고 삼등 항해사 플래스크가 있고 그 외에 작살잡이들이 있다. 이들은 그냥 대충 지나가는 사람들인 것 같지만 사실은 이들이 없으면 배가 움직이지 못하니까 이들이야말로 진리의 구성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모비 딕》을 읽을 때는, 이제 다시 읽는다 하면, 에이헤브와 이슈메일만 읽을 게 아니라 이런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그런 것도 유심히 보는 게 이 책을 읽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토요일에는 제40강을 읽으면서 문학 고전 강의 설명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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