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특강] 우리 시대, 사상사로 읽는 원전 2-1

 

2025.01.15 [특강] 우리 시대, 사상사로 읽는 원전 2-1

대한민국 헌법 1조는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1조 1항과 2항은 오늘 우리가 읽게 되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와 있는 얘기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집약되어 있다. 헌법이라고 하는 것이 성립할 때 그 바탕에 놓여 있는 형이상학적인 기초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 제 전공인데, 철학과에서는 이를 법철학, 정치 철학이라고 부른다. 오늘은 그것을 설명을 하려고 한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은 인류의 역사에서 문명 사회가 출현한 이후로 가장 널리 보편적으로 알려진 법 이론과 법의 원천, 이 모든 것을 다 망라해서 비교해봐도 가장 잘 만들어진 헌법이다. 가령 영국은 불문법의 나라이니까 헌법이 없다. 보통 세상에서 제일 어이없는 헌법이라고 하는 것이 일본 헌법인데, 일본 헌법 1장은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이 지위는 주권이 존재하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이다. 헌법인지 아니면 충성 맹세인지 알 수가 없다.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때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은 민주라는 말과 공화국이라는 말 두 개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민주라는 말은 잘 아는데 공화국은 잘 모른다. 로마 공화국, 피렌체 공화국 이런 말도 쓰는데, 공화국이라는 말은 범위가 굉장히 넓다. 우리나라 헌법은 공식적으로 영문 번역이 없다. 그런데 법제처에 가보면 대한민국 법령집이 있는데, 법령집에 보면 democratic republic라고 번역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다. 사실은 democracy가 민주정이고, democratism이 민주주의이다. 민주정과 민주주의는 다르다. 그건 조금 이따 설명을 다시 하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되어 있는데, 이때 공화국이라고 하는 말을 보면, 우리가 무슨 글을 쓸 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썼으면 대한민국이 주어이니까 대한민국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고, 민주공화국이 술어이니 술어를 보충해서 써야된다. 그러면 헌법 1조 2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의 보충 설명이 된다. 그런데 사실 정확하게 보면 공화국에 대한 보충 설명이 아니라 민주에 대한 보충 설명이다. 다시 말해서 헌법 1조 2항은 민주공화국에 대한 보충 설명이 아니라 민주에 대한 보충 설명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라는 것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하는 말은 약간 다르다.  

주권이라는 말은 영어로 sovereignty이다. 그리고 희랍어로는 kyriarkhia이다. kyriarkhia라는 말을 보면 주 예수 그리스도Kyrios Jesus Khristos 할 때 주라고 하는 부분이 Kyrios로 주인, 지배자라는 말이다. 라티움어로 imperium이라는 말이 명령한다 라는 뜻이 있다. empire라고 하는 말이 제국인데, 사실은 제국이라는 뜻보다는 최고 명령권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까 sovereignty나 kyriarkhia나 imperium이나 모두 다 주권이라고 번역을 하는데 사실은 최고 명령권자supreme order를 가리킨다. "국민에게 있다"고 할 때 reside in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니까 민주民主,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행사되는 모든 법적 절차나 이런 것들은 국민의 뜻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헌법의 원리에 따르면 선출된 사람들이 있고 임명된 사람이 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니까 국민이 직접 선출한 사람들이 최우선권 그다음에 국민이 간접 선출한 사람이 그다음이고 직접 선출한 사람이 임명한 사람, 간접 선출한 사람이 임명한 사람, 이 순서로 가게 되는 것이다. 권력을 authority라고 정부 당국은 government authority라고 한다.  희랍어로는 eksousia, 라틴어로 auctoritas이다.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으니 from이다. 그러니까 국민 "안에" 있고, 이것을 법의 원천이라고 한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라고 하는 게 민주이다. 일단 이것이 기본적으로 설정이 된 다음에 권력이라는 것이 있다. 대통령의 권력, 국회의장의 권력, 대법원장의 권력이라고 말하는데, 권력기관이라는 말은 그냥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고, 공식적으로 법적 용어로 권력이라고 하는 것은 주권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을 말한다.  위임받은 권력은 항상 법률에 근거해서 행사되어야 한다. 법률에 근거해서 적극적으로 행사될 수도 있고 소극적으로 행사될 수도 있는데 적극적으로 행사되려면 항상 동의를 거치게끔 되어 있다. 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적극적이다. 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집회 및 결사라는 헌법적 가치를 제한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권력 행사이다. 어떤 권력이 적극적인 권력을 행사하려면 다른 권력에게 견제를 받게끔 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다. 민주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보통·평등·비밀·직접의 원칙에 따라서 선거권을 행사하는 주권자들"에게"(reside in)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굉장히 잘 만들어져 있고 조밀하고 치밀하다. 구체적으로 일어나는 사태와 조문을 최대한 일치시키고 빈틈이 없게 만들려고 한다. 대통령 권력, 대법원장 권력, 국회의장 권력, 이런 권력들은 국민"으로부터"(emanate from) 나온 것이니까 이 권력을 권력들끼리 견제를 해야 된다. 이 권력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이 만들고 그 권력에 국민이 복종한다. 그러니까 사실은 자기가 만들어준 권력에 자기가 복종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데, 나로부터 만들어진 권력에 내가 복종하는 시스템이 민주주의이다. 조선왕조의 주권자는 왕이다. 왕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게 아니라 아버지에게 받은 것이다. 그러니까 조선왕조 왕들은 사실 굉장히 견제하기가 어려운 권력이다. 민주적 국가는 국민이 있는데 국민이 권력의 원천resource이다. 이 원천으로부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법률에 의거해서 통치를 한다. 그러니까 사실은 따지고 보면 국민이 국민을 다스리는 체제이다. 그래서 민주정은은 자기가 자기를 다스리는 체제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어떤 것인가. 국민이 국민을 다스리는 체제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 라는 말 안에 사실 그것이 함축되어 있다.  

이제까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는 말에서 민주라는 말을 설명했다. 이제 공화라고 하는 말을 생각해보자. 공화국은 한자로 쓰면 共和國, 조화를 이룬다 라고 얘기하는데 사실은 공화共和라고 하는 말은 번역어는 중국에서 번역어가 나왔다가 일본에서 사용되다가 했고,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는데 republic이라고 하는 번역어를 공화共和라는 말로 쓰기 시작한 지는 대체로 1800년대 중반부터이다. republic이라는 단어는 라티움어 res publica에서 나왔다 공공 영역, 공공의 사물 또는 사태, 공동의 일이라는 뜻이다. republic을 공공의 사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공동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때 민주는 이런 법적인 절차와 견제와 이런 걸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방향과 사건들은 안 정해져 있다.  공화국이라고 하는 말 안에 그것이 규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국회의원은 나의 주권을 위임받아서 나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우리 구區를 위해서 일을 할 사람은 구의원이다. 그러니까 나라를 위해서 나라의 이익이 되는 일을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하원이 있고 상원이 있는데, 미국의 하원 의원들은 우리 동네를 위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하원에는 외교위원회가 없고 상원에 있다. 상원은 그 주의 인구가 많든 적든 2명씩을 뽑는다. 상원은 자기네 주를 대표하고 나라 일을 한다.  미국은 우리 지역을 위해서 일할 사람은 하원 의원, 나라 일을 할 사람은 상원 의원 이렇게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국회의원을 뽑는다. 전 국민을 국회의원을 각 지역으로 할당해서 뽑는 것이다. 주권을 행사해서 어떤 사람을 선출하는 목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하라고 뽑는 것이다. 이게 말하자면 민주공화국의 의미이다.  

여기서 핵심은 공동의 이익이다. 원래 공화정republic이라고 하는 말은 로마 공화정에서 기인했다고 보는데, 로마 공화정에서는 자유libertas를 로마 공화정의 목표라고 한다.  영어로 freedom, 희랍어로 eleutheria이다.  이 말은 그 내용을 정확하게 보면 자기를 다스리는 게 자유이다. 나는 자유롭다 라는 말은 내 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희랍어에서 eleutheria라고 하는 말과 아까 말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 자신이 자기를 다스린다 라고 것과 같은 의미이다. 원래 로마 공화정에서의 자유라고 하는 말은 공동 이익이라는 뜻은 없다. 그런데 오늘날 정치 철학에서는 공화국이라는 말은 공동 이익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내가 스스로 노력을 해서 건물 몇 개 샀다고 하면 본인의 성취이다. 그 성취를 단지 내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은 귀속 지위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불평등한 체제인 것이다. 불평등은 성취해서 얻은 상태인 성취 지위를 귀속 지위로 계속 전환시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앞으로 궁리를 해야 되는 것은 어떻게 하면 공화국을 단단하게 만들까이다. 공화국의 핵심은 공동의 이익이다. 공동의 이익을 가능한 한 모두 다 성취할 수 있게 해야만 그 공화국이 유지가 된다.  그러니까 여기서 핵심은 성취 지위를 귀속 지위로 만들지 않는 장치들을 계속 연구를 해야 되는 것이다.  플라톤은 과연 어떻게 궁리를 했는가. 사실 고대 플라톤 시대의 아테네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이 모두 다 돈독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돈독에 올라서 모두 다 돈을 벌려고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돈이 많으면 어떻게 되는가. 자기가 번 돈을 가지고 자기가 성취한 것을 대대로 물려주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플라톤이 생각하기에 아테네가 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 라고 생각해서 리셋을 하려고 한 것이다. 리셋을 시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통치 계급을 따로 만드는데 그들을 귀족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단 남녀 불문하고 선발하고 재산 몰수들을 하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