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특강] 우리 시대, 사상사로 읽는 원전 2-2

 

2025.01.15 [특강] 우리 시대, 사상사로 읽는 원전 2-2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때 민주라고 하는 것은, 온전한 의미에서 인민에게 주권이 있고 그 인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 즉 선출된 자들이 권력을 행사해서 궁극적으로 자기 지배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지배한다. 아까 주 예수 그리스(Kyrios Jesus Khristos)라고 했는데, 주Kyrios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이 세상의 주인이 신이라는 것이고, Jesus는 사람 이름, 즉 인간이고, 그리스도Khristos는 메시아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주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는 것은 우주의 주인인데 그가 사람이면서 동시에 우리를 구원한다 라는 세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민주라고 하는 것은 권력을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 즉 권력의 작동 메커니즘을 말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는 헌법적으로는 굉장히 떨어지는데, 미국 헌법은 프랑스 대혁명 이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헌법을 개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다음에 그러면 이 형식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공동의 이익이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나라를 만들자고 했다. 권력 메커니즘을 이용해서 공동의 이익public interest를 구현하자 라고 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민주는 형식인데 공동의 이익은 내용이다.  어떤 내용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 하는 것은 그 가치관을 수용하는 것, 가치 판단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좋은 것the good이 무엇이냐에 대해서 합의를 하는 문제이다. 무엇을 좋은 것이라고 할 것인가에 대해 동의를 얻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5천만 명 사는 나라에서 동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가치에 동의하는 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공동의 이익으로 만들어내는 게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에 대해서 좋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합의consensus에 이르어야 된다. 민주주의는 합의다, 정당 정치는 합의다 라고 말하는데 이 합의라고 하는 것은 좋음의 기준에 합의하는 것이 원천적인 것이다.  

공자가 말하는 인仁에 대해서 설명을 할 때 빠뜨리면 안되는 것이 안연편顔淵篇에 나와있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이다. 나를 이기고 예를 회복한다는 말이다.  《논어》의 첫머리 보면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 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닌가 라고 되어있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논어》에서는 인人이 나오면 다른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고 기己가 나오면 자기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인人은 other people, 기己는 self인데, 《논어》에서 기己라는 단어는 항상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인다. 그러니까 사리사욕을 이기고, 극복하여 예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회복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 있는 것을 회복하는 것이다. 원래 없는 것은 쟁취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본래 예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예를 가지고 있는 존재인데 사리사욕으로 뒤덮이면 예를 잃어버린다. 그것을 회복하면, 인仁은 예禮를 회복하는 활동activity이다. 인仁이라는 단어는 사람人이 둘二이다. 예라고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예라는 말 자체가 혼자 있을 때는 성립이 안된다. 그러니까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는 원래 나면서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될 도리를 가지고 태어났는데, 내가 돈독에 올라서 남은 돌보지도 않고 살면 기己라고 하는 상태로 들어간 것이고 그것을 이기고 남들과 뭔가를 좀 하는 것, 무례無禮하지 않고 유례有禮가 되면 그것이 인仁 인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무례할 수가 없다. 예라고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이다. 솔직과 무례 사이에 들어가는 것이 좋음이라고 하는 것의 기준이다. 좋음의 기준에 합의를 해야 한다.  

지난 시간에 얘기했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살았던 시대의 아테네는 흔히 말하는 직접 민주주의 국가였다. 그러니까 노예를 제외한 아테네 시민들은 모두 다 자기의 의견을 아고라에서 펼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원했던 것은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스 같은 데서 부자가 되는 방법은 딱 하나인데 바로 약탈,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은 남은 것을 뺏는 것이다. 제로섬 게임이다. 사회주의를 하자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것을 나눠 먹는 문제를 생각을 하지 않으면 답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에는 모두 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 합의에 이르러야 된다.  아테네도 마찬가지였다.  펠로포네소스 전쟁 당시 아테네라고 하는 조그마한 도시가 결국 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 식민지를 많이 만드는 것뿐이었다.  아테네는 식민지로 유지되는 나라였다. 엄청 약탈을 해서 부를 쌓았다.  사람들은 싸움 잘하는 놈을 지도자로 뽑고 전쟁 잘하는 놈을 지도자로 뽑아서 계속 약탈을 해왔다. 사람들이 돈독이 오른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에 얘기한 것처럼 소크라테스가 여러분들은 부끄러움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고 산다 라고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고 플라톤이 생각한 것이다. 진짜로 좋은 것에 대해서 합의를 하고 그 좋음이라고 하는 것을 이념으로 놓고 어떤 제도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를 구상한 것이 《국가》라고 하는 책이다.  

이 책의 목차를 한번 보자. 제II부 공동체의 궁극적 근거와 철학적 정치가라고 되어 있는데, 철학적 정치가가 해야 될 일이 이렇게 많다. 철학 책이니까 이런저런 얘기가 있는데, 철학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가가 되어야 한다 라고 하는 게 플라톤의 아이디어이다. 이 철학자는 일단 군대를 갔다 와야 된다. 그다음에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간단히 말해 50살이 되도록 계속 공부를 해야 된다. 그다음에 이제 정치가로 선발이 되면 이 사람들은 일단 모여서 살아야 된다.  그다음에 재산이 없다 그다음에 정치하다가 은퇴하면 외딴 섬에 가서 또 모여서 살아야 된다. 절대로 여기에 개입할 수 없다.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가 자식들한테 뭔가를 해주는 것인데, 이 사람들은 자식을 가질 수 있는데 공동생식을 해서 누가 자기 자식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이다. 그러니까 철학자이자 정치가인데 이 사람들은 통치 전문가들, 다스림 전문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한다. 게다가 남녀 불문하고 선발을 한다. 극단적인 능력주의이다. 공동체를 위해서 그 능력을 다 쓰면 간단히 말해서 섬으로 버려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익이 조금이라도 개입될 여지가 있는 사람은 아예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이다. 사적인 이익을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공공 영역에서 권력을 위임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플라톤이 생각한 국가이다. 플라톤이 현실적으로 이걸 실현해 보겠다 라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겠지만 《국가》를 이상국가론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당시 아테나이에서 그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서 그것에 대한 처방을 싹 이렇게 모아놓은 일종의 프로젝트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플라톤이 갑자기 자다 깨서 막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그 당시 그리스 세계에서 작동하고 있던 나라들의 문제점을 싹 모아서 각각의 처방을 정리를 한 다음에 책 한 권에 다 모아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플라톤, 현실국가를 캐묻다》라는 책 제목처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가들을 캐묻고 따져서 연구를 해서 그 국가들의 문제점들을 딱 드러내 보여준 텍스트가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걸 읽어보면 그 당시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이러이러한 게 있었구나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도 이런 점들을 체크해 봐야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이 책을 보면 일단 본문 요약을 해놓은 게 있고, 본문 요약 다음에 해설을 붙여놓은 게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읽는 분들은 해설을 붙여놓은 것만 쭉 읽기 바란다.  예를 들어서 본문 요약은 고딕체로 되어 있고, 해설은 명조체로 되어 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고 명조체로 되어 있는 부분을 먼저 읽는다. 영국 BBC에서 설문조사 하면 꼭 읽어봐야 될 철학책의 1위가 플라톤의 《국가》이다. 소문은 무성한데 읽은 사람은 없는 책이 플라톤의 《국가》이다. 그래서 요약문을 만들고 해설를 붙여서 사람들한테 어떻게든 플라톤의 《국가》를 꼭 읽었으면 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해설서를 쓴 것이다. 명조체로 되어 있는 부분을 계속 읽어서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명조체로 되어 있는 부분을 읽어서 철학책들이라고 하는 게 이런 식으로 쓰여지고 이런 식으로 설명이 되는구나 라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다음에 고딕체 부분을 읽으면 되겠다.  

이제 글쓰기에 대해서 알려주기 위해서 387페이지 추기追記를 보자. 1번이라고 하는 번호가 매겨져 있고 그다음에 2번, 3번 이렇게 해서 3개의 번호가 매겨져 있다. 이 책은 플라톤의 《국가》라고 하는 텍스트에 대한 해설서로, 거기에 덧붙이는 말이 추기追記에 들어 있다. 추기의 첫 번째 단어가 "국가"는 이렇게 되어 있다. 되게 중요한 것으로, 《국가》에 관한 해설이기 때문에 국가는 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인덱스를 주는 것이다. 그다음 문단도 계속 국가라고 시작하고 그다음 문단은 플라톤은 이라고 시작한다. 이런 게 글쓰기의 요령이다.  2번의 첫째 문단은 국가는 정치체제, 둘째 문단은 국가의 주제는, 셋째 문단은 국가에서, 넷째 문단은 정치가는 이다.  그러니까 2번은 《국가》와 《정치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다음 문단은 《법률》인데 소제목을 달지 않아도 문단 첫 머리를 이렇게 쓰면 사람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는 《정치가》편 얘기구나 여기선 《법률》편 얘기인 것을 알 수 있다.  이게 글쓰기의 요령이다. 

그다음에 3번으로 가면 플라톤의 세 대화편에 나타난, 플라톤, 그다음에 클레이스테네스 이후로, 사람 이름이다, 그다음 문단은 민주정의 지도자, 사람이다. 그다음 문단은 민주정 이렇게 되어있다. 그러니까 마지막이 민주정이다. 이 책에 8페이지를 보면 첫 문장이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이다. 이렇게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 그다음에 이 명제는 해서 계속 민주공화국 얘기를 계속해야 되는데, 이 책의 맨 마지막 문단이 "민주정에서 생겨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러면 이 책은 민주공화국에서 시작해서 민주정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면 계속해서 민주정, 민주공화국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플라톤에 관한 책이지만 민주공화국을 탐구한다는 관점에서 플라톤을 접근해 간다는 것을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나 음악이나 이런 것은 우리의 감각 기관에 다가온다. 여러분들은 책을 읽을 때 이것이 레토릭의 기술이다. 이것을 만들어내는 게 어렵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내가 글을 잘 쓰고 싶다 하는 분들은 여기에 있는 추기를 보고 이런 식으로 구조화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면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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