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역사철학강의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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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철학강의 - ![]() 게오르크 W.F. 헤겔 지음, 권기철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서론
머리글… 13
제1부 동양 세계
제2부 그리스 세계
제3부 로마 세계
제4부 게르만 세계
헤겔의 생애와 사상
머리글… 449
Ⅰ 젊은 날의 체험과 사상… 456
Ⅱ 철학자로서의 길… 537
Ⅲ 헤겔과 현대사상… 565
헤겔 연보… 567
21 철학이 역사를 향할 때, 관여하는 유일한 사상은 단순한 이성의 사상, 즉 이성이 세계를 지배하고, 따라서 세계 역사도 이성적으로 진행한다는 사상이다. 이 확신과 통찰은 역사 자체에 관해서는 하나의 전제 사항이지만, 철학에서는 전제 사항이 아니다. 이성─여기서는 신과의 연관성을 더 파고 들어가 논의하지 않고, 이 이성이라고 하는 표현에 머물러 있어도 상관없다─은 실체인 동시에 무한한 힘이며, 스스로 모든 자연적 생활과 정신적 생활을 낳는 무한한 소재인 동시에 무한한 형상이다. 이 이성의 내용을 실행함이 철학에 있어서는 사변적 인식에 의해 증명되기 때문이다. 이성은 실체이다. 이 모든 현실은 이성에 의해 이성 안에 그의 존재와 근거와 지반을 지닌다. 이성은 무한한 힘이다. 왜냐하면 이성은 단순한 이상 또는 목표에 그쳐서 현실 밖의 어딘가에서, 아마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단순한 특수자로 현존하는 데 불과하다는 그런 무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성은 무한한 내용이며, 모든 실재와 진리이고, 이성이 자기 자신에게 제공하는 활동의 소재이다. 이성은 유한한 행위와는 달라서 자신의 활동의 양분과 대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외부 재료라든가 여러 수단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이성은 자기 안에서 영양을 섭취하고, 자기가 가공하는 자기 자신의 재료이다. 이성은 이성 자신의 전제이고, 이성의 목적은 절대적인 궁극 목적인 이상, 이성의 활동과 생산은 이성의 내실을 밖으로 드러낸 것이고, 그 드러냄이 한편으로는 자연적 우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적 우주 즉 세계사인 것이다. 그러한 이념이야말로 강력하고 영원한 진리이고, 그 이념이, 아니 그 이념과 이념의 영예와 영광만이 세계 속에 계시된다는 것, 그것이 이미 말한 것처럼 철학이 증명하는 바이고, 역사에 있어서는 증명을 마친 진리로 전제되는 사실이다.
50 국가란 개인이 공동의 세계를 알고, 믿고, 뜻하는 한 자유를 소유하고 누리는 현실의 장이다. 그러나 개인의 주관적 의지가 공동 의지의 도움을 받아 자기 의지를 관철한다거나 공동 의지가 주관적 의지의 수단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또한 주관끼리 서로의 자유를 제한하는 가운데서 저마다 작은 장소를 제공받아서 자기 나름의 만족감을 품는다는 것도 아니다. 공동 의지로 존재하는 것은 오히려 법, 도덕, 국가이며, 그것이 바로 자유를 이루어 내는 적극적 현실이다. 한정된 자유는 특수한 욕망에 관계된 자의(怒意)에 지나지 않는다.
주관적 의지와 정열이 목적을 실현하는 활동력이고, 이념이 역사의 내면을 이룬다고 한다면 국가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공동생활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의지와 주관적인 의지의 통일체이며, 거기서 공동신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 통일체 안에서 살고 있는 개인은 공동생활에 참여하여 개인으로서의 가치를 공적으로 인정받는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등장하는 안티고네는 말한다. "신의 계율은 어제오늘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것 영원한 생명을 지니는 것이며, 어떠한 사람도 그것이 언제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
공동체의 법칙은 우연한 존재가 아니라 이성 그 자체이다. 공동체 정신이 인간의 현실적인 생활이나 심정 안에서 생생히 존재하고, 존속하게끔 하는 것이 국가의 목적이다. 국가라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이성의 절대적 관심사이고, 발달이 덜 된 것이라도 국가를 건설했다는 사실 자체가 영웅을 영웅이게 하는 근거를 이루는 공적이다.
세계사에서는 국가를 형성한 민족만을 문제로 삼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는데, 국가야말로 절대 궁극 목적인 자유를 실현한 자주 독립의 존재이고, 인간이 지니는 모든 가치와 정신의 현실성은 국가를 통해서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정신의 현실성이란 인간의 본질인 이성적인 것을 대상으로 하여 아는 것이며, 이성적이 객관적이고, 형태가 있는 존재로서 눈 앞에 있는 것이다.
61 국가 속에 등장하고 인식되는 일반적인 사항과 다양한 사건 모두를 아우르는 형식을 국민 문화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것으로서 국가라는 구체적 현실 속에 존재하는 것을 명확한 내용을 지니도록 나타내면 그것이 바로 민족정신이다. 현실 국가는 이 정신에 의해서 생명이 주어져 있으며, 여러 가지 특수한 사건이나 전쟁, 제도 안에는 이 정신이 맥박 치고 있다. 인간은 자기의 정신과 본질이기도 한 이 민족정신과의 근원적 통일 의식을 획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동체적인 것이 주관적 의지와 전체적 의지의 통일이라고 하는 것은 그런 뜻이다. 정신은 이러한 통일을 명확하게 의식하지 않으면 안되며, 그 인식의 중심에 위치하는 것이 종교이다. 예술과 학문도 동일한 내용을 저마다 다른 측면에서 파악한 것이다.
64 세계사란 정신의 신성하고 절대적인 과정을 최고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며, 정신은 하나하나의 단계를 거치는 가운데 진리와 자기의식을 획득해 가기 때문이다. 각 단계에는 저마다 세계사상의 민족정신의 형태가 대응하고, 그곳에는 민족의 공동생활, 국가체제, 예술, 종교, 학문의 본모습이 나타나 있다. 하나 하나의 단계를 실현해 가는 것이 세계정신의 끊임없는 충동이고, 거역하기 힘든 욕구이다. 단계로 나누어 그것을 실현해 가는 것이 세계정신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세계사는 세계정신이 차츰 진리를 의식하고 추구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다. 정신이 깨어나 요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진리가 완벽하게 의식된다.
74 세계사란 정신이 스스로를 자유라고 의식하는 자유 의식의 발전 과정과 이 의식에 의해서 산출되는 자유의 실현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발전은 몇 개의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고, 사물의 개념에 따라 자유가 세분된다. 개념이라는 것은 논리적 성질, 아니 변증법적 성질로 자신을 정의하고, 그 정의를 자신의 내용으로 삼으며, 나아가 그 내용을 파기하고, 파기함으로써 적극적인, 나아가 풍부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획득하는 그런 것이다. 이러한 필연적인 과정과 순수하고 추상적인 개념 내용의 필연적 계열은 논리학이 인식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여기서는 발전의 각 단계가 다른 단계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이고 명확한 원리를 지니는 것임을 확인하는 데 그치기로 한다. 역사에 있어서 그 원리는 정신의 존재 방식으로 나타나므로 그것을 나타내는 것이 하나하나의 민족정신이다.
88 정신은 본질적으로 자기 활동의 결실이며, 정신의 활동이란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초월하여,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로 돌아오는 것이다. 정신은 식물의 씨앗에 비유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씨앗과 함께 식물은 시작되지만, 씨앗은 식물의 생명 전체가 다시 결실을 맺은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작과 결과가 따로따로 동떨어져 있는 것이 식물이 가진 생명의 무력함을 나타내 준다. 개인과 민족의 생명도 그 점에선 똑같다. 한 민족의 생명은 활동이 원리를 성취하는 형태로 성숙을 향하지만, 그 열매는 그것을 낳고 기른 민족의 품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민족에게는 쓰디쓴 음식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열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것을 쥐고 있자니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죽음은 동시에 새로운 원리의 등장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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