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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까밀로 러시아 가다 (리커버 특별판)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리커버 특별판) 10 | 조반니노 과레스키 - ![]()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은이),이승수 (옮긴이)서교출판사 |
누구나 황금을 좋아해|공갈 협박|돈 까밀로의 변신|만년필 속의 십자가|간이침대에서의 휴식|우주 세포 창립 선언|세 번째 목표물|예수의 특사|한밤중의 무도회|세 줄기의 밀|세포들의 고백|고해성사|국경을 초월한 사랑|폭풍우와 믿음|절대 끝나지 않을 이야기의 끝
폭풍우와 믿음
272 위풍당당하게 바다에 떠 있는 파르티잔' 호는 가벼우면서도 현대적이고 튼튼한 배였다. 항해를 시작하고 처음 한 시간은 순조롭게 배가 나아갔다. 그러나 불행히도 악마가 곧 꼬리를 내밀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폭풍우로 변했다. 거친 파도가 바다를 뒤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상황은 나빠져 가고 있었다. 선장은 배가 큰 파도에 휘말려 바위투성이의 해안에 밀려가지 않게 하려고 잔잔한 물을 찾아 넓은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폭풍우는 점점 더 심해지고 결국 배는 균형을 잃고 위태롭게 표류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갑자기 갑판 아래서 선원 하나가 뭔가를 한 아름 안고 나타났다.
"선장님이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 위로 올라가라고 하십니다.”
갑판 위에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비가 억수같이 퍼부어댔고, 바다의 거친 파도가 배의 옆구리를 때렸다.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바람이 거칠게 휘몰아쳤고 하늘은 시커먼 먹구름으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방향타는 제멋대로 돌아갔으며, 파도가 구명보트 두 개를 휩쓸어갔다.
사람들의 눈은 온통 선장에게 쏠렸다. 선장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안한 눈길들을 애써 모른 척하며 폭풍우 치는 바다만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었다. 배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언제 침몰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갑자기 큰 파도가 몰려와 선미를 들어 올렸다. 뱃머리가 바다 속으로 빨려 끌려들어 가는 듯했다. 물이 갑판을 덮쳤다. 파드가 지나가자 배가 다시 균형을 잡았다. 사람들은 주위를 돌아보며 머리 숫자를 세었다.
모두 무사했다. 뻬뽀네와 9명의 일행, 나디아 동무, 오레고브 동무, 선장과 6명의 선원이 모두 살아 있었다. 서로 부둥켜안으며 무시무시한 첫 번째 공격을 기적적으로 이겨낸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공격도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배는 두 번째 파도를 맞아 물속으로 쑥 내려갔다가 다시 바다 위로 떠올랐다. 창문이 깨지고 선체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빼뽀네는 돈 까밀로를 향해 말했다.
“이봐요, 돈 까밀로! 하느님께라도 빌어보시오! 어서요!"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목소리였다. 돈 까밀로가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주님, 하느님의 충실한 종으로서 죽을 수 있는 은총을 비천한 저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지금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또 빼뽀네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가 타로치 동무로 알려져 있을 뿐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머리에 쓰고 있던 당원 모자를 벗어버리고 윗옷 주머니를 뒤져 가짜 만년필을 찾아냈다. 다행히도 만년필은 제자리에 있었다. 돈 까밀로는 십자가를 그들의 머리 위로 번쩍들어 올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디아와 선장과 선원들까지 얼떨떨한 기색으로 따라 했다. 다만 오레고브 동무만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난간에 아슬아슬 매달린 채 믿어지지 않는 광경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주님, 이 불쌍한 당신의 자녀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돈 까밀로가 간절히 기도했다. 파도가 뱃전을 스치고 지나갔다. 또 다른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청하오니,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옵소서."
돈 까밀로는 폭풍우 치는 하늘에다 대고 크게 성호를 그었다. 사람들도 모두 성호를 긋고 갑판을 엉금엉금 기어 와서 조그만 십자가상에 입을 맞추었다. 납덩이가 된 듯한 오레고브 동무를 뺀 모든 사람이 그렇게 따라 했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작고 나약한 인간들을 부숴버리려는 듯 갑판 위로 쏟아졌다. 하지만 이제 하느님이 그들과 함께하셨다. 지옥의 춤은 계속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모두 일어났다. 최악의 위기가 지나갔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불현듯 오레고브가 무릎을 꿇지도, 모자를 벗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간 쪽을 힐끗 보니, 오레고브는 아직도 거기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입을 꽉 다물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모두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디아, 선장, 선원들은 오레고브의 증오심 가득한 눈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빼뽀네와 동무들은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 그런 것쯤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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